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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25화 (125/203)

<휘운객잔 125화>

무영검객 장호평은 정천맹이 망했을 때, 교마와 함께 천마신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더 이상 무림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천마신교로 넘어간 장호평은 그곳에서 곧바로 홀로서기를 하였다.

‘과연 이곳은 어떨까.’

천마신교에 내던져진 장호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없는 싸움.

장호평이 무림에서 평생 해 왔던 것보다 더 많은 싸움을 하였다.

꽤나 선전을 하던 장호평은 ‘팔마’에게 도전하기로 하였다.

과연 자신이 어느 정도 통할지 궁금했으니 말이다.

‘내가 도전을 받아주지.’

물론 팔마는 만나기도 힘들었는데, 그중 무림에서 온 장호평에 호기심을 강하게 느낀 철마가 장호평의 도전을 받아 주었다.

천마신교 팔마와 무림 십객인 무영검객의 대결.

나름 천마신교 내에서도 회자가 된 대결이었다.

‘철마가 이겼다!’

싸움의 결과는 허망할 정도로 손쉽게 철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장호평의 검은 철마의 단단한 몸을 베지 못했고, 그대로 검이 부러져 나갔다.

‘겨우 이정도인가? 실망이군.’

철마의 말에 장호평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간 무림 십객이라는 허명에 나름 만족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나를 받아 주시오.’

장호평은 그렇게 스스로 철마의 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본래 사패랑이었던 추종자가 장호평의 합세로 오패랑이 된 것이었다.

* * *

“이것 참 재미있군 그래. 나는 천마신교로 향했고, 자네는 무림맹에 있다니 말일세.”

독고영과 장호평 둘 다 모두 교마를 따랐었다,

그런데 그 둘은 이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장호평은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군. 재미있긴 하군.”

독고영도 상황이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장호평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독고영.

꼭 한 번은 싸워 보고 싶은 상대 중 하나였다.

이렇게 만나서 싸울 줄은 예상치 못했는데, 어찌되었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였다.

쿠우우우우웅.

쿠우우우우웅.

서로를 향해 기운을 내뿜는 둘.

주변을 짓누르는 강렬한 기세가 사방을 장악했다.

“제대로 해 보자고.”

스릉. 스릉.

스릉.

쌍검을 뽑아든 독고영과 검을 뽑아든 장호평.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가만히 서 있는 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지금 둘은 서로의 틈을 찾기 위한 치열한 싸움 중이었다.

꽤나 길어지는 대치.

먼저 이 대치를 깬 것은 장호평이었다.

캉! 카캉! 캉!

분명 검이 살짝 흔들린 것 같았는데, 독고영의 쌍검이 화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장호평의 무공인 ‘섬전검(閃電劍)’이 발휘 된 것이었다.

그야말로 섬전과 같은 빠르기에 쾌검.

검이 움직이는 모습은 범인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빨랐다.

캉! 캉! 카캉!

하지만 독고영은 차분히 장호평의 검을 막아 나가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 하였다.

팟.

천천히 앞으로 나서던 독고영의 신형이 일순간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졌던 독고영의 신형은 장호평의 바로 등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는 화려하게 쌍검이 춤을 추며 장호평을 압박해 들어갔다.

‘봉익쌍검술(鳳翼雙劍術).’

분명 ‘신주만라사(神蛛滿羅絲)’를 펼치기 위한 눈속임 무공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위력이 약한 무공은 아니었다.

파즈즈즈즛.

카카캉!

일순 장호평의 검에서 미약하지만 뇌기가 튀어 올랐고, 그와 동시에 화려하게 움직이던 독고영의 쌍검이 모조리 튕겨져 나갔다.

‘흠!’

일순간이지만 독고영은 장호평의 검의 움직임을 놓쳤다.

그야말로 섬전과 같은 움직임.

“자. 이런 쓸모없는 장난은 그만 두게.”

장호평은 독고영의 무공이 쌍검술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사라락.

독고영도 쌍검을 집어넣고, 곽휘운에게 받은 신잠사(神蠶絲)를 꺼내어 들었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장호평은 기운으로 독고영의 신잠사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가 진짜군.’

둘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서로의 실력을 한번 탐색해 보는 탐색전일 뿐이었다.

파즈즈즈즈즈즈즛.

더욱더 강렬한 뇌기가 튀어 오르는 장호평의 검.

그 모습이 확실히 범상치 않아보였다.

* * *

‘흠. 무영검객도 무공이 엄청나게 발전하였군.’

독고영과 장호평의 싸움을 지켜보던 곽휘운은, 눈에 보일정도로 뇌기가 튀어 오르는 장호평의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장호평의 실력이 엄청나게 상승했음을 느꼈다.

[확실히 뇌기(雷氣)를 다루는 무공은 익히기 쉽지 않은데, 저 정도면 대단한 거다.]

천홍의 말처럼 뇌기를 다루는 무공은 익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뇌기는 몸 안에 담아두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제멋대로 움직이는 탓에 내공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장호평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뇌기를 방출한 다는 것은, 그 성취가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이 정도로 뇌기를 다루지 못할 때도 무림 십객에 들었던 장호평이다.

지금은 필히 무림 팔왕 이상의 힘을 보여 줄 터였다.

[난세가 오면 다들 숨겨왔던 힘을 꺼내기 마련이다. 본좌가 있을 때도 그랬지.]

난세가 오면 영웅과 간웅이 수많이 나타난다.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다수는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던 이들이 본 힘을 드러내면서부터 영웅과 간웅이 탄생한다.

지금은 분명 정신없는 난세의 시작이 분명했다.

[물론 다른 놈들이 아무리 힘을 꺼내 봐야, 네가 이 난세의 주인공이 될 거다.]

‘하하. 저는 주인공은 필요 없습니다.’

* * *

엄청난 속도의 검격이 독고영에게 쇄도했다.

보고 막을 수는 없을 만큼의 속도.

카가가각. 카가각. 카가가각.

독고영은 이미 주변에 신잠사를 촘촘하게 펼쳐놓았기에 막아 낼 수 있었다.

심하게 출렁이는 신잠사.

독고영은 신잠사를 타고 넘어오는 장호평의 뇌기에 속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이대로 계속해서 막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독고영이 발걸음을 뗄 시간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쇄도하는 장호평의 공격.

스르르르륵.

카가가가각.

독고영은 살짝 신잠사를 움직여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내었다.

장호평의 공격을 슬쩍 흘려 내며, 그대로 장호평에게 날아가는 신잠사.

일순간이지만, 장호평의 검을 묶어 내었다.

그렇게 생겨난 틈.

탓.

휘리리릭. 휘릭.

독고영은 그 틈에 장호평의 사방을 돌면서 그대로 그를 완전히 옭아매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꼼짝없이 신잠사에 갇힐 위기인 장호평.

하지만 장호평의 표정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파즈즈즈즈즈즛.

장호평의 검이 뇌기를 강렬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 섬전검(閃電劍). 오의. 뇌신룡(雷神龍).

번쩍! 쾅!

빛이 번쩍함과 동시에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곽휘운, 철마, 독고영을 제외하고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보지도 못하였다.

사라라라락.

끝이 조금 잘려 나간 신잠사가 바닥에 떨어졌다.

‘엄청나군.’

독고영은 지금 놀랍다는 눈으로 장호평을 바라보았다.

일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면, 신잠사가 조금 잘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갔을 터였다.

정말 벼락과 같은 속도로 휘둘러진 장호평의 일검.

도저히 사람이 눈으로 쫓을 수 있을 정도의 속도가 아니었다.

“이걸 피하다니. 대단하군.”

장호평은 순수하게 독고영에게 감탄했다.

최근 이 뇌신룡을 완성하고, 그 누구도 이 초식을 피해 내지 못하였다.

후에 철마에게 다시 도전할 때를 위해 갈고 닦는 중이었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독고영에게 실험을 해 보려 한 것인데, 보기 좋게 실패해 버렸다.

“완전히 피해내지도 못하였는데, 뭐가 대단하다고.”

‘이런. 객주가 준 선물인데, 벌써 조금 상해 버리고 말았어.’

독고영은 끝이 조금 잘려나간 신잠사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선물 받은 물건인데, 자신의 실력이 부족해 벌써 상하게 하고 말았다.

물론 아직 신잠사는 충분히 여유가 있을 만큼 남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제대로 가겠소. 더는 선물을 상하게 할 수는 없으니.”

“좋네.”

콰아아아아아아.

독고영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쩌저저저적.

주변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독고영의 몸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새 빙공이라도 익혔나 보군?”

“빙공이라기에는 조금 부족하네. 그저 조금 한기를 실은 것뿐.”

그저 조금 한기를 실은 것이라기에는 엄청난 한기였다.

스륵.

바람을 타고 흩날리듯 움직이는 독고영의 신잠사.

하지만 장호평은 지금 이것이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

팟.

재빠르게 몸을 뒤로 물리는 장호평.

그런데 뒤로 물러나던 장호평이 갑자기 몸을 멈추었다.

서걱.

장호평 등 뒤의 옷자락이 조금 잘려나갔다.

“도망칠 곳은 없네.”

- 신주만라사(神蛛滿羅絲). 오의. 천라삭망(天羅削網).

이미 장호평의 모든 방위를 장악한 독고영의 신잠사.

도망칠 곳은 없었다.

“그럼 잘라내면 되겠지.”

파즈즈즈즈즛.

장호평의 검에서 뇌기가 터져 나오고, 그대로 신잠사를 자르기 위해 날아갔다.

서걱.

그대로 무언가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걸 지켜본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챙그랑.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장호평은 멍하니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검의 삼분지 일이 잘려나가 있었다.

그에 반해 너무나 멀쩡한 상태의 신잠사.

“그렇게 쉽게 잘라 낼 수는 없을 걸세.”

독고영은 최근 내공에 한기를 담기 시작했다.

한기를 머금은 내공으로 펼치는 신주만라사는 아주 날카로운 얼음결정들이 작게 달라붙어 있었고, 그것은 훨씬 뛰어난 절삭력을 보여 주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이렇게나 강해진 건가? 아님 실력을 숨긴 건가?”

장호평이 아는 독고영의 수준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

수차례 보았던 독고영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실력을 숨기지는 않았지.”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발전했다라. 자네도 꽤나 괴물이군.”

내공에 한기를 담는 다는 것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한기를 담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재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미 보유한 내공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동안 융화시켜야만 했다.

그런데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엄청난 수준의 한기를 담을 수 있다니?

“저 친구 덕분이지 뭐.”

독고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곽휘운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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