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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24화 (124/203)

<휘운객잔 124화>

곽휘운 일행이 자리를 비운 휘운객잔.

최근 이래저래 흉흉한 정국이다 보니, 확실히 손님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에 따라서 객잔에서 난동을 피우는 이들도 적어졌는데, 그렇다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추삼, 춘삼 수준으로도 웬만한 왈패들 정도는 정리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술에 잔뜩 취한 고수들이었다.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황혜린 정도밖에 없었다.

쾅.

거칠게 탁자를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취객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술을 더 가져와라.”

“하지만 이미 객잔에 술이 다 떨어졌습니다.”

“뭐라? 객잔에 술이 떨어져? 그럼 가서 사 와라.”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는 것이…….”

챙.

거칠게 뽑혀 나오는 검.

그러더니 추삼의 목에 그대로 올려졌다.

추삼이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검의 움직임.

술에 취했지만, 분명 보통이 아닌 무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감히 누구에게 토를 다는 것이냐?”

사아아악.

취객의 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추삼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냉큼 나가서 술을 사 와라.”

취객의 협박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추삼.

그때 누군가 추삼이 뒤쪽에 나타났다.

“힘이 있다고 남을 괴롭힐 권리가 있는 건 아니지요.”

탕.

말과 함께 추삼의 목에 겨눠져 있던 검을 가볍게 튕겨 내는 인영.

“연희 소저, 감사합니다.”

인영의 정체는 바로 주연희였다.

곽휘운은 주연희에게 따로 무언가를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주연희는 스스로 알아서 객잔을 둘러보며 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름 객잔에 남아 있는 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고 말이다.

“잠깐 다른 곳에 가 계세요.”

“예.”

추삼은 자신이 이곳에 있어 봐야 오히려 주연희에게 방해만 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취객도 주연희를 본 후, 더 이상 추삼에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너는 뭐냐?”

“객잔에 일하는 사람입니다.”

“객잔에 너 같은 사람이 일을 한다고? 웃기는군.”

취객은 주연희의 실력이 굉장함을 대번에 알아보았다.

방금 전 자신의 검을 튕겨 낸 한 수만 보더라도, 절대로 자신의 밑은 아니었다.

“나는 천마신교 서열 99위 단추홍이라 한다.”

“……!!”

주연희는 눈앞의 단추홍을 조금 놀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천마신교의 인물을 만날 줄은 예상치 못하였으니 말이다.

주연희도 이번 무림행을 할 때 당연히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서열 99위라면 강자임이 분명했다.

“이곳에 강자들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딱히 안 보여서 술이나 마시려 했더니만, 마침 이렇게 딱 나타나 주는군그래.”

단추홍은 이곳에서 향초아가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홀로 이 항주로 찾아온 길이었다.

하지만 항주에 와서 여러 무인들과 부딪쳐 보았지만,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강자는 만날 수 없었다.

그래서 술이나 마시면서 다시 돌아갈까 생각하던 와중에 이렇게 강자가 나타난 것이다.

슈와왁!

주변에 퍼지는 진한 술 냄새.

단추홍은 몸 안의 술기운을 전부 체외로 배출해 버렸다.

싸움을 하기 전 술 따위에 기분을 맡길 수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싸울까?”

“……. 장소를 옮기죠.”

이곳은 객잔 내부.

주연희는 지금 여기서 단추홍과 싸운다면, 객잔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탓.

탓.

주연희가 먼저 움직이자, 단추홍도 곧바로 따라 움직였다.

도착한 곳은 백리 세가의 연무장.

“객잔 바로 옆에 무림 세가가 있다라.”

단추홍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하였다.

객잔 바로 옆에 무림 세가가 붙어 있는 모습은 신기했다.

왜 조금 전에 있던 객잔에 주연희 같은 고수가 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단추홍이었다.

사아아아아악.

주변을 휘도는 한기.

주연희는 말없이 단추홍을 노려보며, 천해한빙공을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빙공을 익힌 무림 세가가 있었던가?”

나름 무림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고 있는 단추홍이었다.

그런데 그도 빙공을 사용하는 무림 세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뭐, 아무렴 어때. 나야 그저 싸울 수 있으면 되니까.”

씨익.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내공을 끌어 올리는 단추홍.

그는 뭐가 되었건, 강자와 싸울 수 있으면 만족이었다.

스릉.

검을 뽑아 든 단추홍의 몸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치 주변에 다가가기만 하여도 몸이 베일 것 같은 예기.

“자. 싸워 보자고.”

타탓.

먼저 움직인 것은 주연희였다.

상대의 실력이 생각 이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선수를 치기로 하였다.

선수필승(先手必勝).

펑! 쩌저저저적.

주연희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한기가 방출되었고, 단추홍의 검에 닿을 때마다 순식간에 주변을 얼려 내며, 단추홍을 위협해 나아갔다.

카각. 카가가각.

하지만 어느 하나 단추홍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

단추홍의 예기에 깔끔하게 잘려 나가는 주연희의 한기.

“시원해서 좋군그래.”

주연희는 작게 인상을 썼다.

이렇게 깔끔하게 자신의 한기를 모조리 잘라 낼 줄은 몰랐다.

확실히 천마신교의 무인이다 싶었다.

“이번에는 내가 간다.”

휘익. 휙. 휙.

쾅! 콰쾅! 쾅!

아주 가볍게 검을 움직이는 단추홍.

물론 그 위력은 가볍지 않았다.

무섭게 공간을 가르며 주연희를 위협하는 단추홍의 검.

주연희가 손으로 한기를 방출해 내어 막아 내고는 있었지만, 점점 더 날카롭게 파고드는 단추홍의 검이었다.

서걱. 촤아아악!

결국 주연희의 오른팔이 조금 베이며 피가 치솟아 올랐다.

“그런 걸로 내 검을 막을 수는 없다.”

단추홍이 익힌 무공인 ‘단금마검(斷金魔劍)’.

단금마검은 금강석을 자를 정도로 날카로운 예기로 상대를 갈라 버리는 검법이었다.

어정쩡한 힘으로는 결코 단금마검을 막을 수 없었다.

뚝. 뚝. 뚝. 뚝. 뚝.

주연희는 피가 흐르는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붉게 흐르는 피를 보자,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괴물 년! 죽어!’

‘재수 없어! 어서 마을에서 꺼져!’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수없이 많은 폭언과 폭력.

그래서 최대한 자신을 숨기면서 지내기 바빴다.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고, 조용히 없는 것처럼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것은 신혜설에 의해 빙궁에 가서도 유지되었다.

‘힘의 3할은 숨기 거라.’

신혜설은 가진 힘의 3할은 언제나 숨겨 두라고 말하였다.

하지만 주연희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주연희는 힘의 7할을 숨겼다.

아마 이것은 신혜설도 몰랐을 터였다.

사아아아아악.

쩌적. 쩌저저저적.

주연희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항거할 수 없을 만큼의 강대한 한기.

단추홍은 재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이게 무슨!’

분명 싸울 만한 강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순식간에 몇 단계나 올라간 듯한 기운.

“특이한 수로 실력을 숨겼군!”

“맞아요. 금한공으로 내공을 억누르고 있었죠.”

금한공(禁限功).

완전히 내공을 억누를 수 있게 하여 주는 무공.

직접 내공을 몸에 흘려서 알아내지 않는 한 완전히 상대의 내공을 알아낼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주연희는 이 금한공으로 내공의 7할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단추홍을 맞아서 금한공의 일부를 풀었다.

“크크크. 좋아 더 재미있겠어.”

단추홍은 더 강해진 주연희의 힘에 오히려 즐거워했다.

싸울 맛이 나야, 그 상대를 이겼을 때 더욱 즐거운 법이니 말이다.

탓.

이번에는 단추홍이 먼저 주연희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단금마검이 주변을 장악한 한기마저 가르며 주연희에게 쇄도했다.

쾅!

주연희가 가볍게 내뻗은 손에 그대로 밀려나는 단추홍.

분명 단금마검으로 잘라 내려 했는데, 잘라 내지 못하였다.

쩌저적.

“크윽.”

단추홍의 어깨 부분이 조금 얼어붙었다.

내공을 끌어 올려도 녹아내리지 않는 얼음.

계속해서 한기가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만 끝내죠.”

주연희는 오래 싸움을 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객잔 식구들에게 지금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할지 몰라.’

주연희는 객잔 식구들이 자신을 괴물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들과의 관계를 접고 싶지 않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괜찮은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끝내긴 뭐를 끝내! 크크. 더 즐겨 보자고.”

단추홍은 이런 싸움을 더 오래 하고 싶었다.

조금만 잘못하면 그대로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을 즐겼다.

“아니요. 끝입니다.”

-천해한빙공. 오의. 빙하세계(氷下世界).

쩌저저적. 쩌저저저적.

미칠 듯한 한기가 주변을 얼려 버리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주연희의 손이 뻗어 나왔다.

단추홍도 내공을 모조리 끌어 올리며, 단금마검을 펼쳐 나갔다.

-단금마검. 오의. 금강단괴(金剛斷壞).

카각. 카가가각. 카각.

단추홍의 검이 주연희의 한기에 만들어진 얼음을 가르기 위해 힘을 내었지만, 갈라도, 갈라도 계속해서 생기는 얼음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쩌적. 쩌저적.

그러는 동안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하는 단추홍의 몸.

단추홍은 점점 몸이 둔해지고, 내공의 움직임마저 둔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가……. 질것…….”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단추홍의 입.

하지만 그 입마저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멈추었다.

쩌저저저저적.

결국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단추홍.

검을 들고 휘두르던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탁.

파스스스스스.

주연희가 가볍게 손을 튕기자, 그대로 단추홍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 괴물 아저씨는 어찌 되셨는지 궁금하네.”

주연희는 이 백리 세가에 괴물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 괴물들 중에서 이미 경지를 벗어나 있는 곽휘운을 제외하고, 현재 가장 괴물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독고영이었다.

주연희가 보았을 때 그는 신혜설과도 비등할 수준의 강자였다.

* * *

마지막 남은 오패랑.

그가 죽립을 벗고 앞으로 나서자, 일순 곽휘운과 독고영의 표정이 변했다.

둘의 기억에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무영검객……?”

분명 지금 독고영의 앞에 나선 이는 무영검객 장호평이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장호평이 어째서 철마의 추종자인 오패랑에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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