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21화 (121/203)

<휘운객잔 121화>

사악.

캉!

꽤나 떨어진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적랑의 코앞에 도착해있는 위하윤의 검.

“이것 봐라?”

적랑은 자신이 예상했던 거리를 순식간에 격하여 들어오는 위하윤의 공격에 조금은 놀랐다.

무공 자체가 빠른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 보통의 검과는 다른 생김새의 장검 때문인 듯 싶었다.

“재미난 검을 쓰는 구나.”

“그리 재미있지는 않으실 겁니다.”

“호호호. 그래. 그렇게 나와야 더 재밌지.”

콰아아아아아아.

적랑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불길처럼 뜨거운 기운.

적랑의 내공이 강렬한 양기를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곧바로 적랑의 채찍에 불이 붙었다.

적랑이 익힌 무공 ‘화룡신편(火龍神鞭)’.

이름처럼 강력한 양기를 바탕으로 한 뜨거운 불길로 적을 제압하는 편법이었다.

“똑같이 얼굴을 지진 후에 뭉개줄게. 호호.”

섬뜩할 정도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적랑.

물론 위하윤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스르르르르륵.

- 비연신검. 극의. 칠연비천(七燕飛天).

위하윤의 등 뒤에 나타나는 일곱 개의 검.

칠연비천을 보자 철마의 눈에도 조금 이채가 생겼다.

확실히 지금 위하윤처럼 완벽에 가까운 검의 모습을 만들어 내는 자는 보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휘이이이익.

적랑의 채찍이 빠르게 위하윤을 향해 쇄도했다.

마치 채찍에 의지가 있는 것처럼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채찍.

도대체 어디서 어떤 공격이 날아들지 전혀 예상치 못하게 만드는 움직임이었다.

캉! 캉! 카캉! 캉! 카가강!

위하윤의 일곱 개의 검들과 적랑의 채찍이 연신 부딪치며 힘을 겨루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둘 다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다만, 한서불침의 경지가 아닌 이상 적랑의 화기까지는 막아 낼 수 없었다.

위하윤이 근처로 갑자기 날아드는 적랑의 채찍을 쳐 내어도 검을 타고 뜨거운 화기가 전해져 왔다.

화르륵.

싸움이 거세질수록 적랑의 불꽃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미 위하윤의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고, 옷깃들은 조금씩 그을려져 있었다.

“하아. 하아.”

주변을 완전히 뒤덮은 열기에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

“아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에 갔느냐?”

적랑은 자신이 완벽한 우위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적룡신편은 화기로 상대를 가두고 목으로 조르듯 상대를 서서히 조여 죽이는 무공.

변화무쌍한 채찍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묶어두고, 화기를 주변에 가득 채운다.

그저 단순히 채찍을 막는 것으로는 화룡신편을 막았다고 할 수 없다.

“자. 조금 더 발악해 보…….”

위하윤을 더 도발하려던 적랑은 갑자기 느껴지는 이상함에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 비연신검. 오의. 축뢰.

콰가가각. 콰가각. 콰가가각.

적랑의 채찍의 화기가 모조리 터져나가며, 채찍의 끝 부분까지 터져 나갔다.

계속해서 위하윤의 공격을 받아 내공이 축적된 적랑의 채찍이었다.

그리고 그 축적된 기운이 그대로 축뢰로 터져 나온 것이다.

“후아.”

주변을 가득 감싸고 있던 화기가 걷히자, 위하윤은 짧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조금만 더 오래 갇혀있었다면, 조금 위험 할 수도 있었다.

“내 채찍을……. 정말로 곱게는 못 죽을 줄 알아라.”

적랑의 기운이 이제는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애병이 다친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끝이 너덜너덜해져 있는 채찍.

화르르르르륵.

적랑 자신마저 집어 삼킬 만큼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그야말로 엄청난 불길.

후우우우웅.

채찍이 움직이는 소리도 전과는 달랐다.

강력한 힘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소리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

쾅!!

화르르륵!

칠연비천으로 불러낸 일곱 개의 검을 움직여 적랑의 공격을 막았지만, 검을 뚫고 화기가 위하윤을 향해 쏘아져 왔다.

그저 위하윤을 위협만 하던 화기가 아니라, 위하윤을 불태우기 위한 화기.

당연히 위하윤도 그대로 맞아 줄 생각은 없었다.

휘리릭.

한 마리의 제비와도 같이 표홀한 움직임.

가벼운 움직임으로 화기를 흘려 버린 위하윤.

물론 적랑도 만만치는 않았다.

“하아앗!”

곧바로 그런 위하윤의 뒤를 따라붙는 채찍.

강렬한 불꽃이 뒤덮인 채찍은 일견 보기에 마치 화룡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화아아악!

마치 위하윤을 집어 삼키려는 듯 다가오는 적랑의 채찍.

금방 위하윤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휘이이익.

위하윤의 일곱 개의 검 중 다섯 개가 그대로 적랑의 채찍을 찔러 들어갔다.

콰창!!!

그리고 적랑의 채찍과 부딪침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그대로 적랑의 채찍과 기운을 완전히 박살 내어 버렸다.

“쿨럭!!”

적랑은 몸으로 돌아오는 강렬한 반발력에 크게 피를 토하였다.

내공의 양만 본다면 당연히 적랑이 우위에 있을 터.

그런데 지금 내공의 힘에 밀려 그 반발에 내장이 상했다.

“저 검 하나, 하나가 모두 압축된 강기로 이루어진 검이다.”

아직까지 상황을 이해 못하고 있는 적랑을 향해 오랜만에 철마의 입이 열렸다.

철마의 말대로 위하윤의 칠연비천으로 나타나는 일곱 개의 검은 모두 강기가 검의 형태를 이룬 것.

그것도 강기가 압축되고 또 압축된 형태였다.

당연히 그 위력은 굉장했다.

다만, 위하윤도 엄청난 내공을 소모하기에 사라진 다섯 개의 검을 다시 소환할 만큼의 내공은 남지 않았다.

스르륵.

위하윤의 주변을 도는 두 개의 검.

위하윤의 표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적랑만큼의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위하윤은 갑자기 많은 양의 내공을 쏟았기에 지금 기혈이 모두 꼬여 있었다.

자칫 조금만 잘못해도 그대로 기혈이 뒤엉켜버려, 주화입마와 같은 상태에 빠질지도 몰랐다.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중얼거리는 적랑.

콰아아아아아.

화르르르륵.

이제는 채찍뿐 아니라 자신의 온몸에서 불길을 내뿜는 적랑.

그녀의 지금 모습은 마치 삶은 이미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몸 안에 있는 진원지기까지 모두 끌어올린 모습.

주변을 완전히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듯한 화기에 둘러싸인 적랑의 모습은, 지옥 중 열화지옥에서나 볼 법한 괴기스럽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이런!’

곽휘운은 적랑의 모습을 보고 조금 아차 싶었다.

지금 상대는 생명을 불살라서 위하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진원지기까지 전부 태운 적랑의 힘을, 지금 위하윤이 막기는 분명 힘들 터였다.

곽휘운은 지금 위하윤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내가 나서야 하나?’

곽휘운은 당장이라도 나서고 싶었지만, 문제는 저쪽에서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는 철마였다.

곽휘운이 움직이는 순간 철마도 움직일 것이다.

분명 철마는 지금의 곽휘운도 경시할 수 없는 엄청난 강자.

일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휘운. 걱정 마.”

그때 위하윤의 입이 열렸다.

위하윤은 곽휘운이 지금 자신을 걱정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확실히 지금 온 몸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눈앞의 적랑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괜히 곽휘운이 나서서 그가 피해를 보는 것이 싫었다.

자신도 무인이다.

싸우다가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스르르르르륵.

위하윤은 칠연비천을 다시금 펼쳤다.

위하윤의 주변을 휘도는 일곱 개의 검.

주르르르륵.

하지만 무리하게 내공을 끌어 올렸기에, 위하윤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기혈은 꼬일때로 꼬였다.

아마 이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다시금 몸이 멀쩡해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어쩌면 다시는 무공을 못 펼칠지도 몰랐고 말이다.

“죽어!!!”

갑자기 엄청난 포효와 함께 위하윤에게 달려드는 적랑.

화르르르르.

적랑의 짧아진 채찍이 휘둘러지며 거대한 불길이 위하윤을 휘감았다.

그 열기를 대변해 주듯 후끈한 열기에 주변 나무가 말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뼛조각까지 모조리 불타버릴 만큼 뜨거운 열기.

콰창. 콰창. 콰창…….

그런데 그 불길 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며 쪼개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비연신검. 극의. 칠연비천. 이분(二分).

슈우우우우욱.

푸부부부부북.

불길을 뚫으며 그대로 적랑의 몸에 박히는 수많은 검.

아니 검이라기에는 얇고 작은 모습.

“쿨럭…….”

적랑이 입에서 피를 왈칵 쏟으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리고 한 명 더.

위하윤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아직까지 주변에는 불길이 그대로 타오르고 있는 중.

이대로라면 위하윤이 불에 타버릴 위기였다.

휘이잉.

쩌저저저적.

그때 차가운 한기가 불어오면 그대로 불길을 모조리 꺼 버린 것도 모자라 그대로 주변을 얼려 버렸다.

“하윤 소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나 좀 안아 줄래?”

“알겠습니다.”

* * *

위하윤은 무공의 발전을 위해 백리화를 찾아갔다.

“네? 저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으시다고요?”

“예.”

백리화는 자신보다 한참 고수인 위하윤이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무공을 배울 것이 있나 싶었다.

“백리 가주님의 백화강기의 수를 배우고 싶습니다.”

위하윤이 백리화에게 배우려 하는 것은 백화강기였다.

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가, 꽃잎으로 하나씩 떨어져서 흩날리는 백화강기.

위하윤은 그것을 칠연비천에 접목하고 싶었다.

“제가 남을 가르쳐 본 적이 없어서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백리화는 위하윤에게 백화강기의 요체를 알려 주었다.

내공을 섬세하게 움직여 잘게 쪼개는 방법.

위하윤은 한 번 듣고, 한 번 보여 주니 금방 백화강기의 요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리 가주님.”

“아니에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닌걸요.”

“아닙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위하윤은 정말로 백리화에게 감탄했다.

백리화의 무공에 대한 이해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말하는 백리화였지만, 위하윤이 보기에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좋았어.’

백리화에게 요체를 배운 위하윤은 곧바로 홀로 수련에 들어갔다.

많은 내공을 요하는 칠연비천.

하지만 백리화의 백화강기가 더해진다면, 같은 내공으로도 더 많은 검을 소환할 수 있을 터였다.

스르르르르륵.

위하윤의 주변에 나타난 일곱 개의 검.

그리고 위하윤은 곧바로 백리화에게 배운 요체를 적용해보았다.

콰창. 콰창…….

마치 검이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열네 개의 검으로 변한 칠연비천.

크기는 작아졌지만, 위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한 번만 나눌 수 있었지만, 분명 더 수련한다면, 수차례 더 나눌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 나누어진 칠연비천은 분명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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