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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19화 (119/203)

<휘운객잔 119화>

철마와 추종자들이 떠난 월영루.

현소월은 곧바로 월영루의 문을 닫을 것을 명령하였다.

오늘은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곽 객주님.”

“아닙니다. 오히려 저 때문에…….”

월영루 호위 무사 한 명이 죽임을 당했다.

현소월이 곽휘운을 생각지 않았다면, 죽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딱 이곳에 오셨습니까?”

“아, 때마침 이 근처에 있다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달려 왔습니다.”

“위험한 자들입니다. 곽 객주님. 조심하셔야 합니다.”

현소월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철마와 추종자들은 피에 굶주려 있는 자들.

곽휘운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들은 훨씬 더 위험해 보였다.

“하하.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곽휘운은 작게 웃음을 보여 주며, 현소월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데 현 총관님을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이제 막 휘운객잔을 열었을 때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현소월과 곽휘운이었다.

그 동안 서로가 너무나 바빴으니, 만날 틈조차 없었다.

“예.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소월은 곽휘운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전해 듣고 있었다.

그리고 곽휘운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잡고 싶지만, 아마 힘들겠지.’

현소월은 곽휘운을 처음 보았던 그날부터 곽휘운을 잡고 싶었지만, 이제는 잡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잡기에 곽휘운은 너무나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화아는 곽 객주님을 잡기 위해 올라가고 있는데, 나는 아직 그대로구나.’

자신의 친구인 백리화는 지금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휘운객잔은 이미 월영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주 제일의 객잔이었고, 백리세가는 무림에 이름을 날리는 신흥 세가로 명성이 퍼졌다.

곽휘운의 지대한 도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백리화의 노력과 재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란 것도 알았다.

이렇게 앞서 나가는 백리화와는 다르게, 현소월 자신은 지금까지 월영루의 총관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월영루의 총관이라는 것도 대단한 것이라 말하지만, 더 이상의 발전이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일들이 끝나면 종종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호호. 예. 그럼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곽휘운은 현소월에게 혹시 모르니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혹여 자신을 찾는다면 망설이지 말고 가르쳐 주라고 말한 뒤, 명월루를 벗어났다.

빠르게 사라지는 곽휘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현소월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 *

백리세가로 돌아온 곽휘운은 저녁에 곧바로 식구들을 불러 모았다.

삼일 후에 있을 철마와 추종자들과의 싸움 때문에 그랬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철마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의 추종자들의 실력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하나같이 짙은 피 냄새와 살기를 흘리던 그들.

분명 이번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도 쉽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곽휘운은 최대한 진중한 자세로 식구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서 다들 강해진 것 아닌가? 오히려 다들 진짜 힘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네만.”

독고영의 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곽휘운이 축령신공을 이용해 단약을 주었고, 무공 수련과 더불어 대련까지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곽휘운은 괜한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우리를 못 믿는 건가? 이거 조금 섭섭하려고 하는구만 그래.”

“아닙니다. 다만, 목숨이 오가는 일이기에…….”

“자네의 걱정은 알겠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객잔 식구이기 전에 모두 무인일세. 무인이라면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지.”

[말 하나는 잘하는 놈이구나.]

독고영의 말에 객잔 식구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이번 싸움에 목숨을 걸 자신이 있었다.

곽휘운에게 받은 것들을 이제 조금이라도 돌려줄 차례였으니 말이다.

“곽 객주님. 저희가 반드시 이길게요.”

“휘운. 우리 믿어 봐.”

백리화와 위하윤의 굳은 의지가 빛나는 말.

“그래. 이긴다.

“맞아요. 절대로 안질 거예요.”

장도웅과 남주학도 모두 의지로 가득 찬 대답을 하였다.

곽휘운은 그런 그들을 다시 한번 더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걱정이 과했군.’

[때로는 믿을 줄도 알아야지.]

곽휘운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들을 믿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좋습니다. 남은 삼일 동안 더욱 더 수련에 박차를 가해 보도록 해 보지요.”

* * *

철마와 약속했던 삼 일이 되는 날.

이른 아침부터 백리세가로 사람 한 명이 찾아왔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곽휘운은 철마가 보낸 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겠습니다.”

곽휘운과 함께 철마와 추종자들을 향해 가는 이들은, 백리화, 위하윤, 독고영, 장도웅, 남주학.

지금 백리세가 제일의 전력이었다.

‘혹여 객잔과 세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뒤도 말고 도망가십시오.’

객잔과 백리세가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해놓은 당부였다.

혹시나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생긴다면, 뒤도 보지 말고 도망가라고 하였다.

객잔과 세가는 다시 지으면 되지만, 사람은 다시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타닷. 탓. 탓.

재빠르게 움직이며, 철마가 보낸 이를 따라 움직이기를 잠깐.

하나의 거대한 장원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주의 외곽에 버려져 있는 거대한 장원이었다.

현판은 이미 떨어져 없어져 있고, 성한 곳이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담장과 전각 몇 개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어서 와라.”

장원 안으로 들어가자 오연한 자세로 서 있는 철마가 보였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서있는 다섯 명의 추종자들.

그들은 모두 똑같은 흑의를 입고, 죽립을 깊게 눌러쓰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물론 중앙에 위치한 철마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었지만 말이다.

장원 전체를 짓누르는 철마의 기운.

곽휘운을 따라온 일행도 철마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고수라는 것을 느꼈다.

“자. 바로 여흥을 시작해 보자.”

짝. 짝.

그그그극. 쿵.

철마가 박수를 두 번 치자, 장원의 문이 닫혔다.

“한 명씩 나와서 싸우는 것으로 하지. 불만은 없겠지?”

“예.”

일대 일의 싸움방식은 곽휘운 일행에게 불리할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떼로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나을 터였다.

저들은 필히 오랫동안 함께 싸워 와, 합격에 유리할 테니 말이다.

“좋아. 우리가 먼저 한 명을 내보내지.”

슥.

철마가 말을 하지도 않고, 손짓을 하자 추종자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사락.

죽립을 벗어던지는 추종자.

얼굴에 수없이 많이 나 있는 흉터.

그가 얼마나 많은 싸움을 겪어 왔는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스윽.

그는 등에 메어져 있던 봉을 꺼내어 들었다.

봉법(棒法).

개방의 제자가 아니라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무공은 아니었다.

“주학아. 네가 가야겠다.”

“네!”

곽휘운 일행 중 가장 먼저 나서는 이는 남주학이었다.

검을 빼어들고 앞으로 나서는 남주학.

봉을 든 추종자와 마주섰다.

“남주학이라 해요.”

“녹랑이다.”

짧고 간결한 인사.

하긴 싸우기 전에 무슨 거창한 인사가 필요하겠는가?

“시작하지.”

철마의 말과 함께, 남주학과 녹랑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탓.

둘 다 아주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타아악! 탁! 탁! 탁!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려는 듯 계속해서 공방을 주고받는 둘.

남주학의 검이 빠르고 간결하게 녹랑을 노렸고, 녹랑의 봉은 유려하게 움직이며 남주학의 검을 모조리 쳐 내었다.

‘비등하다.’

둘은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는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짐작했다.

타아악!!!

강렬한 소리와 함께 둘의 거리가 조금 떨어졌고, 잠시간의 틈이 생겼다.

스으으으으.

그리고 남주학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지며, 사방에 귀무가 깔리기 시작했다.

이전 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 퍼져있는 귀무.

남주학의 실력이 많이 올랐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였다.

사사사삭.

녹랑은 남주학의 귀무를 보고서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모습으로 봉을 움직여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뱀과 같이 움직이는 녹랑의 봉.

그러더니 귀무를 헤집으며 남주학을 정확히 찾아내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펑! 펑! 퍼펑!

귀혼신공의 힘으로 신형을 숨긴 남주학을 정확히 찾아내다니?

보통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녹랑의 봉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귀무에 신형을 숨긴 남주학을 정확히 찾아내고 있었다.

‘특수한 무공이군.’

녹랑이 익힌 무공 ‘추사봉법(追蛇棒法)’은 목표한 상대를 집요하게 쫓아가 격살시키는 무공이었다.

미세한 내공의 흐름에도 반응해 움직이며, 마치 먹잇감을 쫓는 뱀처럼 유려하게 움직이는 무공.

남주학의 귀혼신공과는 가장 상성이 좋지 않은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주학이 녀석 이번에 이긴다면 더욱 크겠군.’

가장 상성이 좋지 않은 무공을 익힌 상대와의 싸움.

여기서 남주학이 그를 이긴다면, 분명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이겨서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군.’

곽휘운은 크게 남주학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곳에 온 일행 중 가장 오래 동안 보아 온 남주학이다.

그만큼 남주학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잠깐씩 모습을 나타내며, 녹랑의 공격을 막아 내는 남주학의 표정에는 조금도 곤란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저런 눈을 하고 있는 남주학이라면, 분명 무언가를 보여 줄 터였다.

- 귀혼신공. 오의. 귀혼옥(鬼魂獄).

사아아아악.

남주학의 귀무가 녹랑을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했다.

곽휘운과의 대련에서 보여주었던 귀혼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각! 카각! 카가가각!

녹랑이 연신 봉을 휘둘러 주변을 휘도는 귀무를 공격했지만, 조금도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사아아아아아악!

아니, 오히려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녹랑도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서 큰 한 방을 준비했다.

묵빛의 강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는 녹랑의 봉.

그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 추사봉법. 오의. 묵사추룡(墨蛇追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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