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17화>
철마(鐵魔) 나철진.
그는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천마신교에서도 서열 8위에 들어 팔마(八魔)에 이름을 올린 강자였다.
철마는 본래 굉장히 가난한 집안의 아이였다.
무림인들이 악의 소굴로 생각하는 천마신교지만, 결국 천마신교에 있는 수많은 이도 사람이었다.
무인들을 제외한 이들도 굉장히 많은 곳이었으니 말이다.
원래라면 철마는 그저 그런 하급 무사나, 아니면 평범한 일꾼으로 살았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거대한 체격과 신력으로, 우연히 길을 지나던 철마의 스승의 눈에 들었다.
‘너는 분명 강해질 거다.’
타고난 것 외에도 철마는 쉬지 않고 노력하는 노력파였다.
그는 내공과 외공 두 가지 모두를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피부는 강철보다 단단해졌고, 내공은 마치 바다와 같이 깊어졌다.
웬만한 무인들의 검기는 물론이고, 검강조차 철마의 몸에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금강불괴(金剛不壞).’
아마 무림에서 금강불괴에 가장 가까운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철마가 첫손에 꼽힐 터였다.
그만큼 그의 몸은 단단했다.
그리고 그런 몸으로 펼쳐지는 그의 ‘거혼압천신공(巨魂壓天神功)’은 가히 전율스러울 정도.
* * *
“흠. 넌 누구냐?”
항주에 재미있는 자가 있다는 소리에 달려가던 철마와 그의 추종자들은 절강성 직전에 자신을 막아서는 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권왕(拳王) 철도종이라고 한다.”
철마 일행을 막아선 이들은 권왕 철도종과 그의 문파의 무인들이었다.
‘권왕 철도종.’
무림 팔왕의 일인이자, 무림에서 권법으로는 적수가 없다는 무인이었다.
그는 이번 천마신교의 무림 진출에 맞서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권왕은 무림에서도 익히 알려진 싸움광.
그는 이렇게 따로 움직이며, 천마신교의 무인들을 찾아다니며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미 몇몇 낮은 서열의 무인들을 이긴 권왕이었다.
그리고 팔마의 일인인 철마가 항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렇게 찾아온 길이었다.
“너는 서열 몇 위지?”
“8위다.”
“8위라. 좋군.”
서로 마주보고 선 철마와 권왕.
권왕도 체격이 꽤나 큰 편이었는데, 철마 앞에서는 왜소해 보였다.
그만큼 엄청난 체격을 자랑하는 철마.
‘거도왕 이상이군.’
거도왕 팽도혁 이상의 체격.
거인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모습이었다.
“다들 물러나 있어라.”
덩치만큼이나 묵직한 중저음의 철마의 목소리.
그의 명령에 추종들이 멀찍이 물러났다.
“다들 물러나 있으시오.”
권왕도 문파의 무인들을 뒤로 물렸다.
철마와의 싸움을 위해서였다.
“제대로 싸워 보자고.”
쿠우우우우웅.
권왕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스.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떨어대기 시작할 정도.
철마는 그런 권왕을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간다.”
팟!
순식간에 철마에게 접근 한 권왕.
그의 두 손에서 푸른 권강이 빛나기 시작했다.
권왕의 독문 무공인 ‘천중신권(天重神拳)’이었다.
하늘의 무거움을 담은 권법.
그만큼 일권, 일권의 파괴력이 엄청난 권법이었다.
쿠웅!
권왕의 일권이 그대로 철마의 옆구리에 작렬했다.
과연 사람의 몸을 때린 것이 맞는가 싶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흠.”
무려 권강이 둘러진 일권이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짧은 침음성만으로 넘기다니?
“확실히 나쁘지 않군.”
철마의 입이 열렸다.
조금 전의 일권은 철마가 일부러 맞아 준 것이었다.
상대의 힘을 가늠하기 위해서 말이다.
철마 자신이 생각한 수준에 맞지 않는다면, 직접 상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접 맞아보니, 직접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였다.
오랜만에 온몸이 떨리는 강렬한 위력의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하하! 시험에 통과한 것인가?”
“그래.”
쿠우우우우웅.
철마의 몸에서도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릿. 저릿.
권왕은 철마의 기세에 오랜만에 피부가 저려옴을 느꼈다.
상상 이상의 강자.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 강했다.
“제대로 가보자고.”
팡!
권왕은 모든 힘을 다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철마를 이기려면 모든 것을 다 걸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으니 말이다.
쾅! 쿠우웅!! 쿵! 쿵!!
철마의 주먹과 권왕의 주먹이 부딪칠 때마다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땅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공방.
권왕과 철마는 이런 소모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 천중신권. 오의. 천중압세(天重壓世).
- 거혼압천신공. 오의. 대수번산(大手飜山).
권왕의 주먹에서 엄청난 기세의 권강이 뿜어져 나왔고, 철마의 양손은 몇 배나 거대해졌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화탄이 터진 것과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두두두둑.
흙과 나무, 바위가 터져나가며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져 내렸다.
“쿨럭!”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권왕.
그에 반해 철마는 옷이 조금 헤진 것 말고는 멀쩡해 보였다.
“여흥 정도는 되었군.”
쓰러진 권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철마.
물론 여흥 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무림 팔왕의 자리에 있던 권왕인 만큼 철마는 지금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권왕을 이렇게 손쉽게 이겨버렸다는 것은 무림에 큰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었다.
나름 무림 팔왕과 천마신교의 팔마가 비슷한 힘이라고 생각한 무림인들의 생각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니 말이다.
“나머지는 알아서 정리해라.”
“예.”
철마의 말에 물러나있던 추종자 다섯이 앞으로 나섰다.
권왕이 쓰러지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던 무인들을 향해 달려 나가는 추종자들.
“끄아아악!”
“크어억!!”
남은 무인들은 저항을 해 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일방적인 학살.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살아있는 무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자.”
“예.”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철마와 추종자들.
뒤에는 잔혹하게 짓이겨진 시체들이 가득했다.
* * *
백리화에게 쇄도하는 주연희.
캉! 캉! 캉! 캉!
주변을 가득 채운 백리화의 백화검강을 쳐 내며 다가오는 주연희.
천해한빙공의 힘에 백화검강으로 만들어 낸 꽃들마저 얼어붙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백리화는 이대로 있다가는 그대로 당한다는 것을 알기에, 내공을 조금 더 끌어 올렸다.
파사사삭. 파삭.
꽃모양이던 백화검강이 깨지듯 부셔지고, 꽃잎이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서 은은한 꽃향기까지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휘이익. 캉!! 휘익. 카가강!!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모든 꽃잎이 진짜 백화강기 같았으며, 또한 가짜 백화강기 같았다.
완벽히 주연희의 감각을 속이고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주연희는 백리화의 무공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무공이라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우며, 그저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위력적이었다.
사아아아아악.
주연희의 한기가 더욱 더 강렬해졌다.
쩌저저저적.
순식간에 엄청난 한기가 비무대를 휩쓸기 시작했다.
‘이건 상상 이상이군.’
빙궁의 궁주인 신혜설보다도 차가운 한기.
곽휘운은 주연희를 다시 바라보았다.
보기 힘든 새하얀 머리카락.
분명 무언가 특이한 체질임이 분명했다.
[극음의 체질을 가진 모양이구나.]
빙공은 당연히 음기를 강하게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강한 위력을 낸다.
북해에 있는 자들은 다들 이 음기를 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주연희는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신혜설은 그런 주연희의 자질을 보았기에, 빙궁으로 주연희를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런 체질을 가진 신혜설이 지금 극성으로 천해한빙공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 천해한빙공. 오의. 빙하세계.
쩌적. 쩌적.
백리화의 모든 백화강기가 얼어붙었다.
거기에 더해 조금씩 백리화의 손끝 발끝이 얼어가기 시작했다
빙하세계라는 말 그대로 지금 주연희의 주변이 모두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백리화가 그대로 얼음 조각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 백화환영검. 오의. 만개(滿開).
파사사사사삭.
얼어붙었던 백리화의 백화강기가 다시금 화려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더욱 더 화사하고, 밝게 피어나는 백화강기.
일견 보아도 그 위력이 범상치 않음이 느껴졌다.
“자. 여기까지만 하시지요.”
곽휘운은 대련을 여기서 멈추기로 하였다.
지금 이 이상 한다면 분명 큰 부상이 나올 듯하였으니 말이다.
지금은 서로 대련하며, 수련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승패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쯤 하는 것이 맞았다.
“백리 가주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네? 아니에요.”
백리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백리화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이번에 깨달았다.
특히나 처음부터 백리화를 봐온 이들은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공을 제대로 배운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보통의 다른 무인들에게는 하나의 경지를 깨우치기에도 턱없이 짧은 시간.
그런데 그 시간동안 삼류를 약간 벗어나있던 실력의 백리화가, 무림에서도 손꼽힐 만큼의 고수가 된 것이다.
곽휘운이 분명 많은 힘을 보탠 것은 맞지만, 깨달음을 얻어 경지를 올라가는 속도의 차원이 달랐다.
“주 소저도 대단하셨습니다.”
“감사해요.”
곽휘운이 주연희에게 말한 대단하다는 말도 진심이었다.
솔직히 그대로 대련이 계속 이어졌으면, 아마 주연희의 승리로 끝이 났을 터였다.
자신의 체질에 꼭 맞는 무공에, 어릴 때부터 착실하게 쌓은 내공의 힘은, 빠르게 경지에 오른 백리화보다도 안정적이었으니 말이다.
“다음은 주학이 네 차례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앞으로 나서는 남주학.
남주학은 지금 앞의 대련들을 보며, 몸이 조금은 달아오른 상태였다.
모두들 예상을 뛰어넘는 강함을 보여 주었다.
남주학은 그들에게 밀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짐이 될 수는 없지.’
곽휘운에게 짐이 되는 것은 결단코 사양이었다.
짐이 되는 것은 예전 한 번이면 족했다.
“그런데 저는 누구랑 해요?”
황혜린과 대련을 하기에는 꽤나 수준 차이가 심했고, 그렇다고 다른 이들은 지금 다들 대련을 한 후였다.
그렇다면 누구와 한단 말인가?
“내가 한다.”
“객주님이 또요?”
“그래. 대신 이번에는 이것으로 대련을 해 보려 한다.”
곽휘운은 말을 하며 흑궁을 꺼내어 손에 들었다.
독고영과는 휘운검법으로 대련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남주학과 휘운궁법으로 대련을 할 생각이었다.
남주학과 대련도 하고, 궁술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이번 방위준과의 싸움에서 깨달은 것들이 몇 가지 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