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10화 (110/203)

<휘운객잔 110화>

휘운객잔과 백리세가에 쳐들어온 수많은 무인들.

그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은색 가면을 쓴 이들이 대다수였고, 금색 가면을 쓴 이가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가면?’

백리화는 분명 정천맹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이 가면을 쓴 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분명히 정천맹은 와해되었다.

‘흑룡상단도 가면을 쓰는 건가?’

일단은 이런 의문은 모두 접어 두어야 할 때였다.

“저와 장 호위님, 남 호위님, 그리고 위 소저가 막고, 황 소저는 다른 식구들을 지켜 주세요.”

“네!”

일사분란하게 지시를 내리는 백리화.

지금 그녀는 백리세가의 가주였다.

가면인들의 힘이 생각 이상이니, 실력이 조금 부족한 다른 식구들은 뒤로 대피시키고, 황혜린이 지키게끔 하였다.

카캉!

바로 싸움이 시작되었다.

치열하게 진행된 싸움.

개개인의 실력은 단연 백리세가의 식구들이 앞섰지만, 상대 무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거기에 더해 그들은 다양한 합격진으로 식구들을 압박해 왔다.

쾅!

“후우. 후우.”

장도웅의 일격에 결국 금면인 마저 쓰러졌다.

다행히도 객잔과 백리세가에 피해는 없었다.

“일단 주변을 정리하고, 이들의 신원을 알아보죠.”

백리화는 점점 백리세가의 가주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었다.

* * *

사마세가의 일이 끝난 후.

큰 부상을 입은 남궁태산은 강서천가에 머물며 요양을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혹시나 남아 있을 사마세가의 잔당을 막기 위함도 있었다.

“객주님 얼굴 뵙기가 힘든 것 같네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휘운객잔으로 돌아온 곽휘운은 간단한 인사와 함께, 객잔에 있었던 일들을 전해 들었다.

곽휘운이 사마세가에 가있는 동안 쳐들어온 이들은 모두 사마세가의 무인들이었다.

‘왜 사마세가에 무인들의 수가 적은가 했더니, 이런 이유였군.’

사마세가에 있던 무인 수가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광노와 함께 객잔을 공격하기 위해 나눴기 때문에 적었던 모양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객잔에 집중하겠습니다.”

곽휘운은 이제부터 웬만하면 객잔을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객잔 식구분들의 무공을 확 끌어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곽휘운은 이번에 향초아를 만나고, 정국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상상 이상으로 강해진 식구들이었지만, 더욱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강제로라도 더 강해지게 할 필요가 있겠어.’

이제는 무언가를 가릴 시간이 없었다.

곽휘운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식구들을 모두 강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객주님, 저희 무림 정복이라도 할 건가요?”

“하하하. 그것도 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백리화도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그녀도 지금 무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느꼈으니 말이다.

* * *

무림에 뿌려진 파천신공과 자하신단.

힘을 합쳐 사마세가와 공동파를 공격하려던 이들은 파천신공과 자하신단의 등장에 일순 와해되었다.

탐욕에 불타오르는 무림.

그 시간 동안 공동파는 감숙성을 완전히 장악해 쉽게 손대기 힘든 거대한 세력이 되어 버렸고, 예상과 다르게 사마세가는 갑자기 완전히 멸문 당해 버려 무림에서 지워졌다.

‘대혼란.’

지금 무림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검을 겨누기 위해 바빴고, 또 그 복수를 하기 위해 바빴다.

그 동안 감숙성의 공동파는 계속해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들을 공격하기 위해 나섰던 이들은 모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무림맹이 최대한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그것이 일을 더 키워 버렸다.

‘무림맹이 보물을 독차지하려 한다.’

사람들은 무림맹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무림맹을 배척하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무림이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을 때.

드디어 신강의 그들이 움직였다.

천마신교.

‘천마와 소교주, 그리고 100명의 고수.’

결코 많지는 않은 인원.

하지만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감숙성을 발판 삼아 신강을 벗어난 그들.

공동파가 그들의 선봉이 되어 그들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그제야 정파 무림은 자신들이 마교의 간계에 놀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무림맹주 천무제 위강천의 간곡한 외침에 다시금 모이는 무인들이었지만, 이미 깨져 버린 신뢰는 다시금 돌아오지 못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하나가 되지 못한 정도 무림은 천마신교의 노도와 같은 힘을 막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천성과 섬서성을 정리해 버린 천마신교.

사천당가, 아미파, 청성파, 화산파, 종남파가 차례로 천마신교에 무릎을 꿇었다.

‘압도적인 힘.’

그들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림맹은 뒤로 연신 밀려나고 있었다.

절대적인 고수의 부족.

무림맹에 소속된 무인들 중 천마신교의 무인들을 상대할 만한 절대적인 고수가 부족했다.

어중간한 무인들 보내 보았자, 바닥에 흘리는 피만 늘어날 뿐.

결국 무인들 간의 싸움은 얼마나 더 많은 고수를 보유했냐의 싸움이었는데, 천마신교의 무인들의 강함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평화에 찌들고, 사분오열된 무림맹이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움을 요청합시다.’

결국 무림맹은 자신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새외 세력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였다.

무림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새외 세력은 둘.

운남의 오독문(五毒門)과 북해의 빙궁(氷宮).

무림맹은 그 두 곳에 현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였다.

* * *

곽휘운은 무림이 지금 어지러운 상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천마신교가 이곳 절강성까지 당도하려면, 멀고도 멀었으니 말이다.

‘흠. 이것을 익혀 볼까?’

[궁술? 본좌가 살아 있을 때도 궁술로 이름을 날린 자가 있기는 했지.]

곽휘운은 지난번에 백연상단의 상행을 도와주었을 때, 궁수를 처치하고 가져온 활과 화살을 들었다.

무릎이 다친 후 재빠르게 도망치거나, 멀리 있는 적을 상대하는 것에 조금 무리가 따랐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곽휘운은 궁술을 익혀 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해 보자.’

제대로 된 궁술을 익혀 본 적은 없지만,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었다.

슝.

쿡!

곽휘운이 가볍게 쏜 화살이 쏜살 같이 날아가, 먼 거리에 떨어진 과녁에 그대로 명중했다.

슝슝슝.

이번에는 연달아 세 개의 화살을 날렸다.

마치 하나의 화살처럼 날아가는 모습.

쿡쿡쿡.

화살의 꼬리에 화살이 박히고, 그 꼬리에 또다시 화살이 박혔다.

‘흠. 이제 내공을 담아 볼까.’

곽휘운은 동시에 세 개의 화살을 활에 걸었다.

슝!

쿡. 쿡. 쿡.

동시에 날아간 세 개의 화살은 각기 다른 과녁에 정확히 명중했다.

그리고 또 다시 세 개의 화살을 건 곽휘운.

슝!

쿠욱!

이번에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하나의 과녁에 세 개의 화살이 모두 박혔다.

‘나쁘지 않군.’

곽휘운은 활을 쏘는 것에 살짝 재미를 느꼈다.

항상 검만 잡아 오다 활을 쏘니 무언가 새로웠다.

거기에 이 정도라면, 충분히 곽휘운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실현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휘운검법을 녹여 볼까.’

곽휘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활을 이용한 무공까지 만들 생각을 하였다.

기본 바탕은 휘운검법으로 해서 말이다.

슈우우우욱.

곽휘운의 주변을 휘감는 휘운.

그리고 그 휘운이 곽휘운의 팔을 타고, 들고 있는 활과 화살을 휘감았다.

슝.

쩌저저저적.

화살이 날아가는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곽휘운의 손에서 화살이 날아감과 동시에 과녁이 얼어붙었다.

‘역시. 괜찮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곽휘운.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분명 위력적인 무공이 될 것이란 걸 느꼈다.

‘틈날 때마다 수련을 해야겠어.’

* * *

곽휘운은 객잔이 문을 닫은 저녁 모든 식구들을 연무장으로 불렀다.

다들 무슨 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모여,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객잔에 오는 손님들마다 모두 현재 무림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저희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준비를 해야만 훗날 근심이 없을 터.

말을 마친 곽휘운은 하나의 상자를 식구들 앞에 꺼내었다.

딸칵. 딸칵.

상자의 문이 열리자 안에서 영험한 빛을 내뿜는 단약들이 눈에 보였다.

“제가 직접 만든 단약입니다.”

“예?”

단약을 만드는 재주도 있었단 말인가?

“시간 날 때 배워 둔 것입니다.”

시간 날 때 배울 수 있을 만큼 단약을 제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객잔 식구들은 곽휘운이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곽휘운이 보여 준 것에 비하면, 단약 만드는 것을 익혔다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나를 드시면, 꽤나 많은 양의 내공이 한 번에 늘어나실 겁니다. 무공 고하를 막론하고 말이지요.”

무공 실력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당연히 단약과 영약들로 얻을 수 있는 내공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런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많은 양의 내공을 얻을 수 있다니?

“어떻게 만든 건가?”

독고영이 질문을 던졌다.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은 단약이었다.

분명 보통의 방법으로는 만들 수가 없는 것일 터.

교마에게 마령단을 받아 본 독고영은 그것을 제일 잘 알았다.

‘저 정도라면 마령단의 수 배는 넘는다.’

저 정도의 단약이라면, 절대로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내공을 끌어 모아 축적시켰습니다.”

[축령신공이 그렇게 이용될 줄은 몰랐다.]

* * *

곽휘운은 객잔 식구들에게 줄 단약을 만들기 위해 약방을 돌며 재료를 사고, 탕약기를 사서 직접 단약을 제조했다.

그리고 완성된 단약에 내공을 축적시키기 시작했다.

방법은 바로 축령신공에서 착안해 왔다.

‘주변에 흩어진 내공을 몸에 쌓는 축령신공을 이용하면, 분명 단약에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곽휘운의 생각은 적중했다.

슈아아아아아.

곽휘운이 단약을 들고 축령신공을 이용해 단약에 내공을 주입하자, 곽휘운의 몸에서 나온 내공이 단약에 쌓이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주변의 내공을 끊임없이 축령신공으로 몸 안에 쌓은 후, 다시금 단약에 불어넣어 내공을 쌓았다.

“어느 정도인지 내가 먼저 먹어 봐야겠지.”

곽휘운은 일단 완성된 단약을 하나 섭취했다.

화아아악!

몸 안에 들어가자 거대한 내공이 그대로 바람처럼 온 몸을 휘돌기 시작했다.

본래 이정도의 내공이 한 번에 몸 안에 들어온다면, 이리저리 날뛰기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좋아. 이거면 단시간에 실력 향상이 되겠어.’

내공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면, 나머지는 자신이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물론 다들 고생은 좀 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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