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09화 (109/203)

<휘운객잔 109화>

사마세가로 찾아오기 전.

남궁태산과 곽휘운의 비무.

슈우우우우웁.

남궁태산의 모든 기운이 빨려 들어가면서, 검에 집중되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폭발 직전의 상태와 같은 모습.

-남궁태산류 무적제왕검강. 오의. 공간참(空間斬).

곽휘운은 정말 공간을 가르듯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공격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굉장하군!’

예전의 자신이라면 막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만큼 엄청난 위력의 남궁태산의 공격.

-진 휘운검법. 오의. 무극.

스으으으윽.

남궁태산의 공간참을 휘감은 휘운.

그리고 그대로 삼켜지듯 사라져 버렸다.

“네가 사람이냐?”

“물론이네.”

[솔직히 너는 이미 사람을 조금 벗어나기는 했다.]

* * *

사마준은 지금 어안이 벙벙했다.

사마적과 풍마전의 강함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얼마 전 수련을 끝마친 둘의 힘은 그가 보기에 전율 그 자체였다.

‘놀랍고 또 놀랍다.’

이렇게 단기간에 엄청난 실력 향상을 보인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맞지 않았다.

사마준은 그동안 자신이 노력했던 것들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마교에 붙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사마준은 향초아가 마교의 사람이란 것을 알고도 손을 잡았다.

사실 향초아를 만나기 전의 사마세가는 세력을 점점 확장하고 있었지만, 다른 천하오대세가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때 향초아가 나타나 손을 내밀었다.

‘나는 천마신교의 향초아라고 한다. 내가 너희를 최고로 만들어 주마.’

평소 야심가였던 사마준은 주저 없이 향초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인 사마적을 향초아에게 보냈다.

그리고 향초아의 힘으로 사마세가는 순식간에 세력을 불려 나가 강서성의 패자가 될 수 있었다.

‘이제 한걸음 남은 것인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제 곧 향초아와 함께 강서성을 제패하고, 마교와 함께 무림의 주인이 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시작도 전에 망해 버릴 위기가 와 버렸다.

“네 이놈들!!”

챙!

사마준은 검을 뽑아 들고 곽휘운과 남궁태산에게 달려들었다.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신의 아들을 잃었다는 분노도 섞여 있었다.

“참으로 모자란 것들이구나.”

서걱.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사마준의 목이 잘렸다.

툭.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사마준의 머리.

곽휘운도, 남궁태산도 검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했단 말인가?

탓.

가벼운 발걸음으로 곽휘운과 남궁태산의 앞에 나타난 인형.

바로 향초아였다.

“이렇게나 모자랄 줄은 몰랐는데, 정파 놈들은 늘 나를 실망시키는 구나.”

향초아는 살짝 인상을 쓰고, 이미 죽어 버린 사마적과 풍마전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나름 공을 들인 아이들인데, 너무나도 쉽게 죽어 버렸다.

향초아는 이 모습에 깔끔하게 강서성에서의 모든 것을 접는 판단을 내렸다.

“떠나기 전에 너희는 모두 여기서 죽이고 가야겠다.”

콰아아아아아아!!

향초아의 몸에서 항거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크그그그그극.

주변의 공기가 떨어 울리고, 땅이 흔들렸다.

거기에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마기.

향초아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각. 쾅.

남궁태산은 순식간에 자신의 목전에 날아온 검격을 간신히 막아 내었다.

하지만 몸이 뒤로 날아가 전각에 몸이 그대로 틀어박혔다.

“커헉!!”

피를 토하는 남궁태산.

방금 전 사마적을 상대하면서 사용한 공간참 때문에 내공이 많이 소모된 탓도 있었지만, 지금 향초아의 일검이 무지막지하게 강했다.

그저 일검을 막은 것뿐인데, 온몸의 내장이 다 상한 듯했다.

“호오? 죽지 않았으니, 칭찬해 주마.”

너무나 여유로운 향초아의 목소리.

단 일검으로 남궁태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원이 다른 강함.

“일단 하나부터 끝내고.”

스윽.

다시 향초아의 검이 움직였다.

확실하게 남궁태산의 숨을 끊어 놓으려는 검격.

“그렇게는 안 되겠습니다.”

캉!

하지만 곽휘운이 향초아의 검격을 가로막았다.

너무나 가볍게 막아 낸 향초아의 일검.

남궁태산과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그래. 너는 확실히 다른 정파 놈들과는 다르구나.”

향초아는 흑룡상단에서부터 곽휘운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았다.

“칭찬은 감사합니다.”

곽휘운은 지금 눈앞의 향초아가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했던 자들 중에서도 강자에 속하는 자라는 것을 느꼈다.

“너라면, 싸울 맛이 나겠구나.”

콰아아아아아!!!

더욱 더 향초아의 기세가 거세어졌다.

“천마신교 서열 21위 향초아라 한다.”

[저 정도가 21위라? 많이 약해졌구나.]

정식으로 천마신교의 출신임을 밝히고, 서열까지 밝혔다.

이것은 정말로 눈앞의 상대와 생사를 가르겠다는 의지의 표현.

곽휘운도 그에 맞추어 더욱 더 강하게 휘운을 둘렀다.

“휘운객잔의 객주 곽휘운이라 합니다.”

“재미있구나.”

스슥.

향초아의 신형이 벼락같이 곽휘운에게 달려들었다.

향초아의 검이 요사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윽.

듣는 이의 정신을 흔들리게 하는 울음.

이것이 향초아의 무공인 ‘귀곡사령검(鬼哭邪靈劍)’이었다.

상대의 정신을 흔들어 내공을 흐트러트리는 사술이 가미된 검법.

그리고 그 위력을 증명해 주듯 곽휘운의 휘운이 속절없이 흩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곽휘운을 향해 베어 오는 향초아의 검.

카각.

하지만 이내 곽휘운의 휘운에 의해 막혀 버렸다.

곽휘운의 주변에 있는 휘운은 향초아의 귀곡사령검에도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흐으으으으윽.

흐으으으으윽.

계속해서 더욱 크게 우는 향초아의 검.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휘운은 흩어지지 않았다.

-귀곡사령검. 오의. 지옥가(地獄歌).

사방을 가득 채우는 향초아의 검.

그리고 그 검들이 동시에 끔찍한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이 공격에 굳건하던 휘운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들어난 곽휘운의 신형.

그리고 그 신형을 향해 향초아의 수많은 검영이 쏟아져 내렸다.

씨익.

하지만 곽휘운은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한 곽휘운의 미소.

-진 휘운검법. 오의. 무극.

곽휘운의 검이 너울 너울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다시금 휘운이 따라 나왔다.

그리고 곽휘운을 향해 쏟아지던 향초아의 검영들을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처음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듯 향초아의 모든 검영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건 무슨 무공이냐?”

“휘운검법이라 합니다.”

“대단하구나. 너는 신교에 와도 서열 10위 안에도 가능하겠다.”

“하하…….”

촤아아아악!

향초아의 몸이 베어졌다.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상처.

보통이라면 그대로 몸이 동강 났을 테지만, 마지막에 향초아가 혼신의 호신강기를 둘렀기에 몸이 동강 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왜 교마가 실패를 했는지를 알겠구나. 쿨럭. 그래도 내가 마지막으로 객잔에 선물을 보내 둬서 다행이다.”

향초아는 곽휘운이 객잔을 비워 두는 동안, 객잔에 선물을 하나 보내었다.

“화탄을 보내셨습니까?”

“쿨럭. 광노와 무사들을 보내었다.”

“아. 그 정도라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광노는 신교로 가도 서열 100위에 들어갈 실력이다. 쿨럭. 일개 객잔이 막을 수는 없을 거다.”

“일개 객잔이라면 그렇겠지요.”

“자만하…….”

털썩.

향초아는 마지막 말을 끝맺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두었다.

“자만이 아닙니다. 자신감과 믿음일 뿐이지요.”

* * *

휘운객잔을 찾아온 광노.

“크히히히. 너희가 무림맹이냐?”

“무슨 소리신지?”

광노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독고영이 앞으로 나섰다.

광노의 몸에서 불길한 기운과 함께, 진한 혈향이 흘러 나왔으니 말이다.

“그럼 다 죽여야지. 크히히히.”

슈악!

순식간에 독고영의 가슴팍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광노의 검은 강기가 둘러진 손.

팟.

쾅!

독고영은 나름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살짝 물러나며 쌍검으로 광노의 손을 쳐내었다.

‘음.’

생각 이상으로 강렬한 충격이 쌍검을 타고 전해져 왔다.

확실히 보통이 아니었다.

“크히히히. 죽어!”

광노의 양손이 더욱 더 진하고 거대한 강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엄청난 속도의 공격.

쾅! 쾅! 쾅! 쾅! 쾅!

광노의 파상공세에 연신 뒤로 밀리는 독고영.

독고영은 광노의 공격을 막으면 막을수록 내공이 들끓는 것을 느꼈다.

‘보통 무공은 아니군.’

독고영의 생각대로 광노가 익힌 무공은 희대의 마공인 ‘광혼흑수공(狂魂黑手功)’.

검은 강기는 위력뿐 아니라, 상대의 몸에 침투해 상대의 내공을 들끓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광노의 공격을 막으면 막을수록 독고영에게 불리해지는 싸움이었다.

“빨리 끝내야겠어.”

독고영도 길게 끌면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칵.

쌍검을 검집으로 넣은 독고영.

독고영은 과감히 ‘봉익쌍검술’을 버렸다.

그리고 쌍검의 끝에 있는 실을 뽑아내었다.

도검으로도 잘리지 않는 실인 ‘천잠사(天蠶絲)’였다.

-신주만라사(神蛛滿羅絲). 오의. 천라삭망(天羅削網).

광노를 완전히 둘러싼 독고영의 천잠사.

신주만라사가 바로 독고영의 진짜 독문 무공이었다.

“크히히히. 이게 뭐냐? 다 찢어 주마.”

광노는 독고영의 천잠사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도망칠 곳은 없었기에, 광노는 실의 그물을 찢어 버리려 하였다.

-광혼흑수공. 오의. 광노격세(狂怒格世).

콰가각. 콰가가가각.

엄청난 기세로 독고영의 천잠사를 타격하는 광노.

천잠사가 출렁이기는 했지만, 결코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찢길 정도로 내 수양이 낮지는 않지.”

카각. 카가각. 카각.

점점 더 광노를 조여 오는 독고영의 천잠사.

“이게 뭐냐? 이, 이게. 크히히히.”

당황하는 광노.

내공을 더욱 더 끌어 올렸음에도 천잠사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끼이이익. 끼익.

광노는 이번에는 손으로 잡아 찢기 위해 천잠사를 잡았다.

기이한 소리가 나는 광노의 손.

챠아악. 촤악!

독고영의 천잠사를 잡았던 광노의 손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끝이다.”

“크히히히. 크히히히히히히!”

촤아아악!

광노는 손부터 잘려나가, 결국 온몸이 잘려 나갔다.

죽기 마지막까지 괴기한 웃음을 흘리는 광노였다.

“쿨럭.”

광노가 쓰러지고 나서, 독고영은 검게 죽은피를 왈칵 뱉어 내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광노가 독고영의 천잠사를 때릴 때마다 내상을 입은 독고영이었다.

“독고 호위님. 괜찮으세요?”

백리화가 얼른 독고영에게 다가왔다.

땀과 피로 얼룩진 백리화의 모습.

휘운객잔과 백리세가를 쳐들어온 무인들과 싸우느라 묻은 피였다.

분명 지금 백리화도 완전히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아아. 괜찮네. 상황은 끝이 났나?”

“네. 피해 없이 막았어요.”

“다들 대단들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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