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108화>
‘이렇게 허망하게 낙룡멸성진이 깨어져 버리다니.’
나름 공을 들인 낙룡멸성진이었다.
실제로 실험을 해 보기도 하였는데, 그때의 결과는 대성공.
하지만 지금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상대로는 완전히 실패였다.
완전히 이기는 것은 몰라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크크. 그래. 연회는 이제부터다.”
슥.
슥.
사마준의 양옆으로 나타는 두 개의 인영.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홀연히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남궁태산.”
“오늘 아주 운이 좋아. 죽이고 싶은 놈이 이렇게 찾아왔으니 말이야.”
나타난 둘은 바로 흑룡상단에서 만났던 사마적과 풍마전이었다.
곽휘운도 남궁태산도 본능적으로 둘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른팔이 멀쩡하군.’
곽휘운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사마적의 오른팔이었다.
분명 남궁태산에게 잘린 것을 보았는데, 지금 보니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서 좋은 거라도 주워 먹었나 봐?”
“크크크. 그래. 아주 좋은 걸 먹었지.”
이미 사마적과 풍마전의 눈은 완전히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강렬한 마기.
확실히 무언가 일이 있긴 한 듯싶었다.
“어떻게, 둘이 한 번에 덤빌래?”
남궁태산의 도발.
둘 정도는 혼자서 상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자만하지 마라.”
후웅.
어느새 남궁태산의 코앞에 나타난 사마적.
그의 검이 남궁태산의 머리카락을 스쳐지나갔다.
투두둑.
몇 가닥 잘린 남궁태산의 머리카락.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던 남궁태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재미는 있을 것 같네.”
조금 전 사마적의 일검을 머리를 틀어서 피한 남궁태산이었다.
근처에 왔을 때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일검.
남궁태산은 생각보다 이곳에서의 싸움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너와 나도 일을 끝내야지?”
이번에는 풍마전이 곽휘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풍마전은 향초아에 의해서 한번 빚을 졌고, 백리화를 갖지 못함으로 두 번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그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일이었다.
“보석은 새로 사셨나 봅니다?”
전보다 더욱 화려해진 풍마전의 장신구의 보석.
“부러우냐?”
“그럴 리가요. 그저 분에 넘치는 것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크큭. 지금이라도 많이 지껄여 둬라.”
자신감이 넘치는 풍마전의 모습.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 * *
흑룡상단의 일이 있은 후, 사마세가로 돌아온 향초아, 사마적, 풍마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다.
“아직 너희가 부족한 것 같구나.”
“죄, 죄송합니다.”
“크윽.”
풍마전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고, 사마적은 이제는 텅 비어 버린 오른팔을 보며 이를 갈았다.
검성 남궁태산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것이 완전히 깨져 버렸다.
압도적인 실력차이.
단 일검에 팔이 잘려 나갔다.
“너희에게 기회를 주마.”
툭. 툭.
풍마전과 사마적 앞에 떨어진 목갑 두 개.
두 사람은 대번에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마혼단이다. 그것도 이번에 비무대에 흘린 피를 모아 만든 특별한 것이다.”
“!!”
“!!”
사마적과 풍마전의 눈이 커졌다.
그냥 마혼단을 먹기만 해도, 놀라울 정도의 실력 향상이 있는데, 특별한 마혼단이라면 도대체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곽휘운 그놈을 이번에 이곳으로 부를 것이다. 아마도 그 남궁태산이란 놈도 같이 오겠지. 그때까지 이것으로 힘을 키우거라. 알겠느냐?”
“예! 물론입니다.”
“예.”
풍마전은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목갑을 바라보고 있었고, 사마적은 분노에 불타는 눈으로 목갑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 다 나쁜 눈은 아니군.’
향초아는 탐욕과 분노가 사람을 분열하게 만들면서도, 사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이 만혼단을 섭취한 후의 풍마전과 사마적은 분명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있을 터였다.
‘오혈랑(五血狼)’
향초아가 키워낸 오혈랑.
그들은 교마가 키워 낸 정천오귀들과는 애초에 질이 달랐다.
급하게 만들어 낸 정천오귀와는 다르게, 향초아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키워낸 것이 바로 오혈랑이었다.
지금 오혈랑 중 셋은 감숙성에서 공동파와 함께 일을 진행 중이었고, 남은 두 혈랑 사마적과 풍마전은 향초아와 함께 이곳 강서성에서 일을 진행시킬 것이었다.
“이만 돌아가, 수련을 시작하거라.”
“예!”
“예.”
* * *
싸움의 시작은 풍마전과 곽휘운이었다.
워낙 성격이 급한 풍마전이 먼저 곽휘운에게 공격을 날렸다.
쿠우우우웅.
콰아아아아!
풍마전의 양 팔에서 엄청난 기세로 회전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난번 생사회에서 보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
풍마전의 무공인 ‘표풍파류장(飄風波流掌)’이었다.
내공을 강하게 회전시켜 회오리바람처럼 방출시키는 장법.
워낙 내공을 많이 잡아먹는 무공이었지만, 그 위력 하나만큼은 뛰어났다.
슈와아아아악.
콰가가가가각.
하지만 상대는 곽휘운이었다.
곽휘운의 휘운이 그대로 풍마전의 표풍파류장을 막아내었다.
강렬한 힘에 휘운이 걷히는 듯싶었지만, 오히려 더욱 짙어지며 손쉽게 공격을 막아 내었다.
“하하하!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싸워 볼 만하지.”
풍마전은 자신의 공격이 쉽게 막혔음에도 시원하게 웃었다.
어차피 지금은 자신도 제 힘의 반도 쓰지 않은 것이었다.
“이제부터 진짜다.”
콰아아아아!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마기 그리고 그와 함께 피처럼 붉어지는 피부.
피부가 검어지는 흑마화는 달랐다.
[요즘 무림은 색 놀이가 유행인가? 본좌가 보기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야.]
팡!
가볍게 진각을 밟은 것 같은데, 주변의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곽휘운의 코앞까지 당도한 풍마전.
풍마전의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끝이다 놈!’
슈와아아아악.
이미 강렬한 회전을 하고 있는 내공이 풍마전의 두 손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곽휘운이 미쳐 반응을 하기도 전에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 표풍파류장. 오의. 폭풍진천탄(暴風振天彈).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곽휘운을 향해 쏘아져 나간 풍마전의 장법.
어디로도 피할 수 없을 터.
이 대결의 승자는 자신이었다.
- 진(眞)휘운검법. 오의. 무극(無極).
“아직 싸워볼만 하다고 하기에는 머신 것 같습니다.”
서걱.
풍마전이 쏘아낸 폭풍진천탄이 마치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 듯 곽휘운의 휘운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깔끔하게 풍마전의 목이 떨어졌다.
몸에서 떨어진 풍마전의 부릅떠진 두 눈은, 도저히 지금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싶었다.
“사람은 언제나 발전하는 법이지요.”
축령신공을 익히고, 제중혁과의 비무에서 깨달음을 얻어 더욱 더 강해진 곽휘운.
그래서 곽휘운은 이번에 스스로 휘운검법을 손을 보았다.
그렇게 탄생한 ‘진 휘운검법’.
그동안 쌓여 왔던 모든 깨달음이 녹아든 무공이었다.
* * *
같은 시각.
남궁태산과 사마적의 대결도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 이긴 자가 천소소를 갖게 되겠군.”
“내가 이길 거니까, 헛된 망상품지 말아라.”
“크큭. 그것은 보면 알겠지.”
슉!
벼락같이 남궁태산을 찔러오는 사마적의 일검.
뻗었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남궁태산의 목 앞에 도착해 있었다.
캉!
하지만 남궁태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마적의 검을 막아 내었다.
사마적도 이 공격에 남궁태산이 어떻게 되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저 경고의 의미로 한번 날려 준 것일 뿐.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콰아아아아!
붉게 물들어가는 사마적의 몸.
그리고 그보다 더 붉은 강기가 검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마세가의 독문 무공인 ‘적룡추혼검(赤龍追魂劍)’.
붉은색의 강기가 특징으로 적룡추혼검은 집요하게 상대를 쫓아 격살시키는 검법.
너무나도 살기 짙은 공격이 많은 무공이기에, 무림에서도 정파의 무공이 아니라 사파의 무공에 가깝다는 평이 자자한 무공이었다.
캉!! 쾅!!
이번에는 확실히 남궁태산이 연신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사마적의 파상공세.
‘무거워지긴 했네.’
사마적의 일검, 일검이 굉장히 무거워졌다.
“검성 나으리. 힘을 좀 더 내보시지 그래?”
“그래야지 그럼.”
쾅!!
남궁태산이 검을 휘두르자 일순, 남궁태산과 사마적 사이의 거리가 벌어졌다.
팟.
- 적룡추혼검. 오의. 추혼멸세(追魂滅世).
사마적의 검에서 거대한 검강이 뿜어져 나오며, 마치 용과 같은 모습을 하였다.
캉! 캉! 캉!! 캉!!!
집요하게 남궁태산을 노리는 사마적의 검.
도저히 남궁태산이 검을 휘두를 틈도 없을 만큼 빠르고, 집요한 공세.
사마적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번과는 자신이 봐도 차원이 틀린 힘이었다.
“너나 힘 좀 더 내봐.”
“입으로 검성을 땄나 보군. 크크.”
사마적이 보는 남궁태산은 지금 여유가 없었다.
그의 소맷자락은 이미 터져 나가고 있었으며, 연신 뒤로 밀려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놈 허세는!’
“허세가 아니란 것을 보여 줘야지.”
마치 사마적의 생각을 읽은 듯한 남궁태산의 말.
그리고 남궁태산의 기세가 변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웁.
사방을 짓누르고 있던 기세를 완전히 몸 안으로 흡수하는 남궁태산.
콰가가각. 서걱.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마적의 용의 모습을 한 검강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보이는 반쯤 잘려나간 사마적의 검.
완전히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칼 좀 좋은 거 써라.”
“!!……. 이, 이게…….”
사마적은 자신의 검강과 검이 잘려나간 것을 믿지 못했다.
이렇게 쉽게 잘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검기도 아니고, 검강이다!’
검기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경지에 있는 자들만이 뿜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검강이었다.
자신은 이미 검기의 단계는 넘었고, 검강에 단계에 이르고, 이번 마혼단으로 더욱 더 견고한 검강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검강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것이다.
“끝내자.”
스윽.
- 남궁태산 류 무적제왕검강. 오의. 공간참(空間斬).
너무나 단순한 일검.
하지만 사마적은 아무런 제대로 된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일검.
어디로 피해야 할지도 몰랐다.
서걱. 촤악.
나름 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 보려 했지만, 그대로 검과 함께 몸이 갈라졌다.
팔은 붙였다고 해도, 잘린 몸까지는 어쩌지 못하리라.
‘아직 완전하지 못하군.’
남궁태산은 지금의 일검을 내지른 후,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내공의 소모.
내공이 많은 남궁태산이라도 몇 번 무공을 발휘하면 단전이 바닥이 날 정도의 내공이 소모되는 초식이었다.
‘저 괴물 같은 놈은 이것도 막아 냈단 말이지.’
남궁태산은 풍마전을 처리하고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서있는 곽휘운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