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07화 (107/203)

<휘운객잔 107화>

사마세가.

강서성에 터를 잡고 있는 명문 세가.

본래는 천하오대세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백리세가의 망해 버리면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오랜 검의 명가로 실리적이고, 날카로운 검법이 특징인 곳이었다.

“일은 잘 준비되고 있느냐?”

사마세가의 가주실.

그곳에는 사마세가의 가주가 아니라, 향초아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년인.

그가 바로 이 사마세가의 가주인 추명검(追命劍) 사마준이었다.

“예. 현재 강서성에 있는 대부분의 문파들을 수중에 넣었습니다.”

“그래. 감숙성에서는 공동이 장악을 끝냈다고 하더구나.”

향초아는 오래전부터 공동파와 사마세가의 장악을 준비해 왔다.

감숙성은 천마신교가 무림으로 나올 길이 될 것이고, 이곳 강서성은 뒤에서 무림맹을 압박할 전초기지가 될 터였다.

“강서천가는 어찌 되었느냐?”

“금룡남가 때문에 일이 틀어졌습니다. 몇 차례 협박을 해 보았으나, 아무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흠. 아쉽구나.”

강서성에서 사마세가 다음으로 가장 큰 세력이 강서천가였다.

그래서 자금줄을 틀어쥐고, 확실하게 수중에 넣으려 했지만, 최근 금룡남가의 자금 지원으로 인해 일이 틀어졌다.

“놔두면 거치적거릴 터이니 없애 버리거라.”

“예. 그런데……. 지금 강서천가에 남궁태산과 곽휘운이 도착해 있다고 합니다.”

“아. 벌써 왔나 보구나. 그럼 그들이 이곳으로 올 테니, 그때 한 번에 처리하면 되겠다.”

“알겠습니다.”

향초아가 초대한 곽휘운.

남궁태산은 초대한 자는 아니지만, 어차피 처리해야 할 자였으니 오히려 호재였다.

그 둘을 처리한 뒤, 강서성을 완벽히 휘어잡으면 될 터였다.

“현재 무림맹의 상황은 어떠냐?”

“예. 향초아님의 예상대로, 자기들끼리 분열했습니다. 저희와 공동파에 직접 복수를 하겠다고 많은 문파들이 무림맹에 탈퇴를 선언했다고 합니다.”

마교가 무림진출을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정도 무림의 단합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교마도, 향초아도 모두 정도 무림의 단합력을 부수기 위해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파천신공과 자하신단을 조용히 다시 그들에게 던져 주거라. 그럼 또다시 그들끼리 검을 겨눌 테니 말이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탐욕과 욕망 그리고 분노.

가장 쉽게 서로를 분열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사마적과 풍마전은 어떻게 되었느냐?”

“예. 지금 새로운 마혼단을 먹고 다들 수련 중입니다. 아마 보름 내로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알겠다. 이만 나가 보거라.”

“예.”

* * *

본래는 객잔에서 지내려던 곽휘운과 남궁태산이지만, 천후철의 배려로 강서천가에서 머물게 된 둘이었다.

“야. 나랑 비무 한번만 하자.”

“그럼 어디 야산으로 가세. 여기가 박살날 수도 있으니 말일세.”

곽휘운은 남궁태산의 비무 요청에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남궁태산과 비무를 하다가는 이곳 강서천가가 멀쩡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래.”

탓.

강서천가를 나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야산.

다행히 비무를 하기에 딱 좋을 만큼의 공터가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비무를 하자는 건가?”

물론 남궁태산은 언제나 비무를 하자고 떠들고는 하였지만, 지금은 그 눈빛이 달랐다.

그래서 곽휘운이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심상치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 어디까지 수준인지 알고 싶다.”

“흐음. 나로 시험해 보려는 겐가?”

“그래.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 너니까.”

남궁태산이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곽휘운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보고 괴물, 천재라고 하지만 남궁태산이 아는 진짜 괴물은 바로 곽휘운이었다.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곽휘운이었는데, 제갈세가의 일과 흑룡상단의 일에서 곽휘운은 남궁태산의 짐작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을 보여 주었다.

“이번 폐관수련 때 깨달은 것이 있는데, 아직 써 본 적이 없거든.”

남궁태산은 이번에 폐관수련을 할 때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의 무공을 다시금 손보았다.

새롭게 만들어낸 자신만의 무적제왕검강.

하지만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 주진 못했다.

“너라면 보여 줘도 괜찮을 것 같다.”

“으음. 이걸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영광이지.”

자세를 잡는 남궁태산.

그의 몸에서 거대하지만, 자유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

곽휘운은 미소를 지으며, 휘운을 불러내었다.

‘이건 정말로 제대로 안하면, 큰일 날 수도 있겠군.’

“자. 간다.”

* * *

약속의 날.

곽휘운과 남궁태산은 사마세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의 위세를 보여 주듯 엄청난 크기의 사마세가.

봉문을 한 뒤라 그런지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는데, 곽휘운과 남궁태산이 나타나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크기만큼이나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문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마세가 무인이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이끌었다.

저벅. 저벅. 저벅.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걷는 발걸음.

곽휘운은 걸으면서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흠. 딱히 매복은 없는 것 같은데…….’

[매복을 안 해도 될 만큼 자신 있다는 것 아니냐? 방심치 마라.]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없었다.

천홍의 말처럼 방심은 금물이었다.

이곳은 적지.

저들이 어떤 준비를 했을지 모르니 말이다.

“어서 오시게.”

곽휘운과 남궁태산이 사마세가 무인을 따라간 곳은 사마세가의 거대한 연무장.

그곳에는 사마세가의 무인들과 사마준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초대에 응해줘서 고맙네.”

고맙다고 말하지만 눈빛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얼마나 성대하게 잔치를 준비했나 봅시다.”

“하하하! 그럼 보여 줘야지.”

슥.

사마적이 손짓하자, 사마세가 무인들이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감싸기 시작했다.

“겨우 이 정도 준비가 끝은 아니겠지?”

씨익 웃으며 말하는 남궁태산.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다.

“낙룡멸성진을 발동해라.”

사마준의 명령에 사마세가 무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곽휘운과 남궁태산의 사방을 완전히 에워쌌다.

틈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붙어 있는 모습의 합격진.

합격진이 완성되자 거대한 기운이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낙룡멸성진(落龍滅星陣).’

사마세가에서 만들어낸 합격진.

다수의 무인으로 소수의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합격진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내공을 보완해 주고, 그 거대한 내공으로 상대를 짓누르는 합격진.

지금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합격진이라 해도 무방했다.

“티끌이 모여 봐야 티끌이지.”

“내가 우측을 맡겠네.”

곽휘운과 남궁태산은 각각 좌우를 나누어서 처리하기로 했다.

슈와아아악.

쿠우우우웅.

넓게 퍼지는 곽휘운의 구름과 사방을 장악하는 남궁태산의 기세.

“공격해라.”

사마준의 명령에 사마세가 무인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척. 척. 척.

하나의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사마세가의 무인들.

움직임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대단한 힘이 느껴졌다.

“자. 부셔볼까?”

남궁태산은 지금 상황이 재미있는 듯했다.

쾅!!

남궁태산이 합격진을 향해 가볍게 일검을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른 것 같았는데, 그 위력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합격진을 짠 사마세가 무인들이 함께 공격을 막아 내었는데, 굉음이 터져 나왔다.

“호오?”

보통이라면 방금 전 남궁태산의 일검에 사마세가 무인들 서넛은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합격진을 짠 사마세가 무인들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이것이 낙룡멸성진의 위력.

힘을 하나로 연결함으로 거대한 힘을 분산시켜 받을 수 있었다.

고오오오오.

그리고 지금 포위당한 남궁태산과 곽휘운에게는 저들의 합쳐진 내공이 만들어내는 가공할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처저적.

이번에는 사마세가 무인들이 먼저 공격을 해왔다.

동시에 모두 같은 동작을 하며, 단 한 명의 무인이 일검을 내뻗어 왔다.

쾅! 콰가가가각.

남궁태산에게 쏟아진 강렬한 공격.

강력한 충격에 남궁태산의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

수십이 모여 만들어 낸 검격은 확실히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것 봐라?”

남궁태산은 흥미가 동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더욱 더 강렬한 기운이 남궁태산의 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짓누르던 합격진의 기운을 밀어버릴 정도의 강렬한 기운.

탓.

합격진으로 달려드는 남궁태산.

사마세가 무인들은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힘을 합쳤다.

“이것도 막으면 인정해 줄게.”

남궁태산의 눈에 일순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그리고 횡으로 그어지는 단순한 일검.

수많은 검기도, 화려한 불꽃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횡 베기.

하지만 결과는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서거거거거걱.

합격진을 짜고 있던 사마세가 무인들의 몸이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듯, 남궁태산의 검을 막기 전과 같은 표정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휙. 찰칵.

뽑았던 검을 다시금 검집에 착수하는 남궁태산.

그의 앞에 있던 사마세가의 무인들이 모두 반으로 갈라져 쓰러져 있었다.

“못 막았으니, 인정은 못 해 주겠다.”

그리고 남궁태산은 곽휘운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자네는 대단하네.”

곽휘운이 맡기로 한 쪽은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휘날리는 얼음 가루들만이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란 걸 알려줄 뿐이었다.

“대단은 개뿔. 너 나 놀리냐?”

* * *

사마세가 무인들의 합격진을 마주한 곽휘운.

곽휘운은 한 번에 낙룡멸성진의 원리를 알아보았다.

‘그럼 저들이 감당할 수 있는 힘보다 더 큰 힘을 보여 주면 되겠군.’

촤쟈쟈쟈쟈작.

구름이 얼어붙고, 빛나는 구름인 휘운이 되었다.

이곳은 적지.

싸움을 길게 끌어서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 휘운검법. 제 일초. 파.

콰아아아아.

노도와 같은 기세로 합격진을 덮친 휘운.

사마세가 무인들은 곧바로 힘을 합쳐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했다.

쿠우우우우.

합쳐진 내공의 힘으로 곽휘운의 공격에 대응해 나가는 사마세가 무인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하였다.

쩌저적. 쩌적.

다리부터 점점 얼어붙기 시작하는 사마세가 무인들.

그들이 합친 내공보다 곽휘운의 힘이 앞서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모습.

합쳐서 아무리 대항해 보아도, 절대적인 한기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거기에 다리부터 얼어붙었기에, 흩어지거나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

“하아아아압!!”

그들은 있는 힘껏 내공을 모두 끌어 올렸다.

그러자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한 얼음.

“여러분의 힘은 잘 보았습니다.”

쩌저저저적.

곽휘운의 말과 함께 조금씩 녹아내리던 얼음이 그대로 순식간에 온몸을 얼려 버렸다.

퍼버버버버벙.

그리고 곽휘운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얼어붙어 있던 그들은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날려 버렸다.

그야말로 전율적인 강함.

[아무리 천신지체라지만, 어찌 이런 괴물이 태어났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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