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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05화 (105/203)

<휘운객잔 105화>

“아니요. 어머니는 어떻더라도 제 어머니에요. 저는 지금의 어머니가 더 자랑스럽고 좋아요.”

모용혜를 꽉 끌어안는 남궁소소.

남궁소소는 그동안 모용혜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또 다시 슬픔이 차올랐다.

모용혜는 자신을 위하는 딸이 너무나 기특하고 고마웠다.

서로 꼭 끌어안고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해 주는 모녀.

“계속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야 돼. 엄마.”

“그래, 알았다 우리 딸.”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듯이 친근하게 부르는 남궁소소.

모용혜도 그때처럼 남궁소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엄마…… 아직은 아빠를 위해서 울지 않을게…… 남궁세가를 되찾으면…… 그때, 그때 울게…….”

“그래…….”

남궁소소는 자신의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지만, 지금은 슬퍼하고 있을 수 없었다.

정말로 아버지를 위한다면 슬픔에 잠겨있는 것은 뒤로 미루고, 세가를 다시 찾는 것이 아버지를 위하는 것이었다.

결심을 한 남궁소소의 눈빛은 더없이 굳은 다짐으로 빛나고 있었다.

* * *

일행이 머물고 있는 객잔에서 약간 떨어진 공터에 도착한 위무악, 곽휘운, 풍호혁.

해가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사방에 깔려 있었지만, 이들에게 큰 장애는 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만 말할게.”

“그래.”

“너, 지금 경지가 어느 정도냐?”

더없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의 위무악.

평소 그의 얼굴에 많이 있던 장난기가 보이지 않았다.

곽휘운도 그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대답해 주기로 하였다.

“글쎄…… 정확히 어느 정도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음…… 아마 지금 너네 둘이랑 싸워도 지지는 않을 자신은 있는 정도?”

“허…….”

곽휘운의 말은 둘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무림맹주의 아들인 위무악과 마교의 소교주인 풍호혁 둘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니……

위무악이 생각했던 것 보다 곽휘운의 경지가 훨씬 높았다.

“그 정도냐……? 하아…… 이거 정말…….”

분명 위무악과 풍호혁은 이번에 풍진혁에게 혹사(?)를 당하면서 한 단계 더 강해졌다.

하지만 둘이 강해지는 동안 곽휘운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곽휘운에게 중요했던 것은 육체적인 수련이 아니라 정신적인 수련이었기에, 여행을 하는 도중에 끊임없이 정신수련을 하여 더욱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냥 그거나 물어보려고 이 밤에 나온 건 아닐 테고…….”

“너 나랑 한번 붙어보자.”

“뭐? 지금?”

사방에 어둠이 깔린 캄캄한 밤.

서로의 무공을 겨루기에 썩 좋은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부탁한다.”

위무악의 눈빛을 본 곽휘운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알았다.”

안 들어주려야 안 들어 줄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에게도 해가 될건 없었고, 오히려 큰 득이 될 것이 분명했다.

아까 전 남궁세가에서 느꼈던 그자를 상대하려면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너랑 싸우는 건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러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착실하게 몸을 푸는 곽휘운와 위무악.

풍호혁은 살짝 떨어진 곳에서 그런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야,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뭐, 뭐?”

말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달려드는 위무악.

곽휘운은 허겁지겁 흑사편을 꺼내 들어 위무악의 공격을 방어했다.

-카캉.

채찍과 검이 만났는데, 마치 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위무악의 검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곽휘운를 향해 휘둘러졌다.

마치 생사대적을 만난 듯 공격하는 위무악.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있었다.

곽휘운도 ‘빙화신룡편’을 운용하면서 맞상대 해 주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공격하는 위무악과는 달리 곽휘운은 아직 여유로운 표정으로 위무악의 공격을 막아나갔다.

누가 보아도 우위는 확실해 보였다.

“으아아!!”

-쾅!

괴성을 지르며 혼신의 일격을 날린 위무악.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위무악.

그리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분명 너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뭐? 예전부터 이 몸이 더 나았지. 크크.”

“지X. 너 예전에 나한테 얻어 터진거 생각 안하냐?”

“글쎄 모르겠는데?”

곽휘운와 위무악이 한창 시답지않은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랑도 한번 싸우자.”

어느새 곽휘운 옆으로 다가온 풍호혁이 말을 걸어왔다.

위무악과 곽휘운의 싸움을 보고 있던 풍호혁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이 달아올랐다.

자신도 한번 붙어보고 싶었다.

“에…….? 하아…… 알겠어요.”

진지한 풍호혁의 눈을 마주한 순간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말 편하게 해라.”

“어…… 그래.”

바로 검을 빼어들고 달려들 준비를 하는 풍호혁.

“간다.”

달려오는 풍호혁.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아마 한동안 대련상대 하느라 힘들겠네…….’

둘의 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 한동안은 계속 될 것이 뻔했다.

* * *

전 남궁세가의 가주실.

그 안에서 사마청은 누군가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근방에 있는 객잔에 머물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그 자식들을 전부 죽여 버릴 방법은 없나?”

분노로 타오르는 사마청의 눈빛.

그는 평생에 이런 굴욕을 몇 번 맛보지 못했었다.

그가 가지고 싶은 것은 항상 가졌고, 싫어하는 것은 완전히 없애버렸다.

사마청은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당연히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지고, 자신에게 굴욕을 남긴 것들은 없애 버릴 것이다.

“그들의 전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관아에 걸리지 않고 처리할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그놈들이 머물고 있는 객잔 주인 놈을 사로잡아 독을 푸는 것은 어떤가?”

“지금 저희가 가진 독으로는 그들에게 피해를 주기는 힘들 것입니다. 적어도 사천당가의 칠대극독은 되어야…….”

“젠장.”

“어차피 그들은 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겠습니까? 그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놈들을 죽이고 싶단 말이다!”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는 사마청.

그의 이런 모습에 보고를 하던 자는 살짝 인상을 썼다.

아무리 안하무인이라지만 너무 철이 없었다.

‘사마세가의 앞날도 불투명하군.’

“장로님의 도움 없이는 힘이 듭니다.”

“제길, 제길, 제길!”

사마청은 분했지만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장로와 장로가 데리고 있는 무사들은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들을 죽일 수는 없지만 괴롭힐 방법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

관심을 보이는 사마청.

어서 말해 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곳 안휘성은 저희의 세력이 강하니, 저희가 가진 힘으로 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지 못하게 만들고, 그들이 편하게 머물 수 없도록 상인들이나 객잔 주인들을 협박한다면 그들을 충분히 괴롭힐 수 있을 것입니다.”

굉장히 치졸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확실히 괴롭힐 수 있을 만한 방법이었다.

“당장 시작하도록 해. 크흐흐.”

물론 사마청은 그런 치졸함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위인이었다.

“예.”

대답을 하고 가주실을 빠져나가는 부하.

가주실에는 사마청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들이 이곳에 오는 날 처참히 밟아주마.”

사마청은 분노를 터트리며, 어떻게 곽휘운 일행을 처참히 밟아야 좋을지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위하윤, 남옥영, 곽혜령, 남궁소소는 자신들도 무언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보호만 받는다는 것은 무림의 여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네 명은 바로 풍진혁을 찾아갔다.

“어르신. 저희를 강하게 해 주세요.”

“음?”

여자 네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부탁하니, 안 들어 줄 수도 없는 풍진혁이었다.

물론 거절할 마음도 없었다.

이런 재미있는 일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클클. 좋다 내가 너희를 강하게 해 주마.”

안휘성까지 오는 동안 위무악과 풍호혁을 수련시키면서 이것저것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는데 마침 이렇게 실험체(?)들이 와주니 기뻤다.

“자,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시작하자꾸나.”

“넷!”

남자 세 명이 수련하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네 명의 여인과 풍진혁은 마주보고 섰다.

“일단 너희 내력을 정확히 알아야겠구나. 한명씩 앞으로 나오거라.”

풍진혁 정도 되면 상대의 내력을 알 수 있었지만,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한명씩 내력을 알아보기로 했다.

“제가 먼저 할게요.”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선이는 남궁소소.

아마 이 넷중 그녀가 가장 절박하고, 가장 조급할 것이었다.

그리고 남궁세가를 수복할 때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남궁세가인으로서 안되었다.

“좋아. 네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서 나를 공격해 보거라.”

“네.”

말을 하고는 뒷짐을 지고 가만히 서있는 풍진혁.

남궁소소는 풍진혁이 뒷짐을 지고 있자, 공격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뭐 하고 있는 게냐? 공격하지 않고?”

“그치만…….”

“허허. 내 걱정은 말고 공격하거라.”

풍진혁의 말에 자신의 기를 끌어모아 공격할 준비를 하는 남궁소소.

그녀의 머리카락이 기파에 위로 솟구쳐 올랐다.

“갑니다!”

“그래.”

- 무적제왕검강. 제왕현현(帝王顯顯).

현재 남궁소소가 할 수 있는 최강의 초식.

그녀의 일검은 주위의 공간까지 짓누르며 풍진혁을 압박해 나아갔다.

남궁소소의 검이 풍진혁의 코앞까지 다가갔고, 이대로라면 풍진혁이 반으로 갈릴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 쾅!

폭음과 함께 바닥에 있던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남궁소소는 혹여 풍진혁이 잘못되었을까 얼른 먼지를 헤치고 풍진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 했다.

“흐음…… 제왕검법에 힘이 많이 부족하구나. 아마 양기가 부족한 탓이겠지. 무적제왕검강은 아무래도 남성에게 맞춘 검이니.”

먼지 속에서 들려오는 풍진혁의 목소리.

바람이 살짝 불어 모든 먼지가 걷어내어졌다.

풍진혁의 모습은 방금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뒷짐을 진채로 가만히 서있는 모습.

심지어 그의 옷에는 방금 피어오른 먼지가 비켜간 듯 아주 깨끗하였다.

“일단 다음 나오너라.”

차례대로 풍진혁에게 일검을 날린 여인들.

풍진혁은 그때마다 그녀들의 부족한 점을 짚어내었다.

“이제, 너희들의 부족한 점을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하자꾸나.”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수련.

풍진혁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걸려 있었고, 그걸 본 네 명의 여인은 왠지 모를 오한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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