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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92화 (92/203)

<휘운객잔 92화>

최근 본 위하윤의 실력이라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다.

서린이라는 여자는 위험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결승! 백씨세가 검화 위하윤! 과 대검파파 삭화풍(削花風) 서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어디인지 약간은 들떠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삭화풍.

꽃을 자르는 바람.

이번 봉황전에서 붙은 서린의 별호였다.

정화와 혜화가 그녀에게 잘려나갔다.

그녀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별호라 할 수 있었다.

“정말 운도 좋네요? 부전승도 하고?”

“…….”

비꼬는 말투로 이야기하는 서린.

위하윤은 그런 서린의 도발에도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저 가만히 서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뎅~~!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우와아아!!!

그와 동시에 커다란 함성이 일괄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가 큰 경기였다.

-비연신검-주세

먼저 움직인 것은 위하윤.

쾌속한 일격.

서린도 얼른 검을 빼어들었다.

-챙.

“정말, 넌 짜증나는 년이야.”

위하윤은 서린의 말을 무시하며, 곧바로 다음 공격으로 넘어갔다.

-비연신검-평세(平世)

서린의 주위를 감싸는 수많은 검의 환영.

서린은 자신의 주위에 벌레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할 만큼 촘촘한 검의 그물을 만들었다.

-카캉! 캉!

서린의 검과 위하윤의 검이 부딪치며 연신 소리가 터져왔다.

-캉!!!!

큰 소리가 터져나옴과 동시에 서로 조금씩 거리를 벌린 둘.

위하윤은 좀 전과 같이 차분한 모습이었고, 서린의 얼굴은 잔뜩 찡그러져 있었다.

남궁소소와의 대결 후 아직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쳇……. 내가 부전승이었으면…….”

“저만 멀쩡하다면, 공정하지 않은 것이겠죠.”

-핏.

스스로 자신의 허리에 검상을 내는 위하윤.

허리에서 조금씩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 그런다고 내가 고마워 할 줄 알아?”

“그저 부전승으로 인해 이겼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예요. 당신은 고마워 할 필요 없어요.”

“아주 건방지네? 네 방금 행동 후회하게 해줄게.”

다시 비무대 위로 불어오는 바람.

남궁소소와의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그것이었다.

위하윤은 바람에 맞추어 검을 움직였다.

-비연신검-용세

아주 은밀한 서린의 공격이었지만, 위하윤의 용세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용세를 부수기 위해 점점 더 빨라지고 거칠어지는 서린의 바람.

소리 없는 싸움이 계속 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조금씩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위하윤이 침착하게 서린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었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위하윤.

이 거리라면, 위하윤이 더욱 우세할 터였다.

“호호, 가까워지면 네가 더 유리할거라 생각한  거야?”

위하윤의 생각을 읽었음일까?

뾰족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하는 서린.

“큰 착각이야.”

일순간 바람이 멈추어버렸다.

서리의 공격도 그와 함께 멈추어버린 듯 했다.

“무풍(無風).”

서린의 작은 속삭임.

-핏.

그리고 그와 함께 위하윤의 어깨에서 튀어 오르는 핏줄기.

위하윤도, 구경꾼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전과 같이 보이지 않는 일격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검이 움직이면 바람이나, 기운이 움직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위하윤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고, 서린의 공격을 대응하려 했다.

-서걱.

-핏.

하지만 옷자락이 잘려나가고, 작은 상처들이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네 년의 옷을 모두 조각내, 여기 남자들에게 눈요기나 시켜줘야겠어. 호호.”

위하윤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움직이는 위하윤의 검.

-비연신검-치세(治世)

위하윤의 주위를 가득 채워 나가는 검영.

서린은 조금 전 평세와 같은 초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것이 자신의 크나큰 오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하윤 주위를 가득 채운 검영이 일제히 서린에게로 쇄도했다.

서린은 검으로 자신의 주위를 촘촘히 메워, 위하윤의 공격에 대비했다.

지금 자신의 무풍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위하윤의 검이 멈추리라…….

“엇!”

서린의 방어초식이 무풍으로 더 강해졌음에도, 위하윤의 검영이 들이닥치자 그대로 방어가 뚫려버렸다.

검영 하나, 하나가 모두 검기를 머금은 초식.

서린은 이 공격에서 이미 빠져나가기는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최소화라도.’

그렇다면 피해를 최소화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있는 내공을 전부 끌어올려, 몸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콰쾅!

검기와 사람의 몸이 만난 것 치고는 엄청난 굉음.

“아악!”

서린의 옷 이곳저곳이 찢겨져있었고, 그 사이로 피가 새어 나왔다.

꽤나 큰 상처들.

더 이상 비무를 진행하기에는 무리였다.

“우승! 백! 화! 린!!!”

“와!!!”

“위하윤! 위하윤!”

위하윤을 연호하는 사람들.

서린은 초점없는 멍한 눈으로 비무대에 주저앉아있었고, 위하윤은 서린에게 짧은 목례를 한 뒤에 비무대를 내려가려했다.

그때.

“안돼……. 안돼…….. 안돼!!!”

혼자 중얼거리던 서린이 갑자기 발작이라도 난 것처럼 뛰쳐 일어나, 위하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인데다, 주위의 함성 소리 탓에 위하윤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다.

“죽어!!!”

서린의 괴성에 위하윤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서린의 검.

방비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웠다.

“어어??!!”

함성을 지르던 사람들도 그제야 사태를 인지했다.

위하윤이 그대로 서린의 검에 꿰뚫리기 직전.

“추하군.”

서린의 검을 맨손으로 잡고 있는 곽휘운.

곽휘운의 눈은 서린을 차갑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익…….!”

서린은 곽휘운의 손에서 검을 빼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다.

하지만 조금의 미동도 없는 검.

“힘 낭비하지 마라.”

“닥쳐!!”

서린은 연검을 놓아버리고, 맨몸으로 위하윤에게 재차 달려들었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은 누가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다.

곽휘운도 예상치 못한 서린의 무서운 집념.

“이런!”

위하윤도 깜짝 놀라 몸을 최대한 뒤로 피했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촤악.

위하윤의 곱디고운 얼굴에 새겨진 상처.

곽휘운이 곧바로 서린을 제압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가녀린 목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

깊지 않은 얕은 상처였지만, 그래도 흉이 질지 몰랐다.

“어서 치료를.”

“호호호…….. 호호호호홋!!!”

곽휘운에게 제압당해있는 중에도 미친 듯이 웃는 서린.

광인의 모습이었다.

“뭐가 좋지?”

“저년의 얼굴에 상처가 생기니까 너무 좋아서 그런다! 호호호!!”

서린의 말을 들은 곽휘운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화기.

곽휘운은 이대로 서린을 그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그러지 마세요.”

곽휘운의 팔을 살짝 잡는 위하윤.

그리고는 그러지 말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곽휘운이 손을 쓸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괜히 손을 더럽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으으……. 으어억!!”

괴상한 소리를 내는 서린.

서린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곽휘운과 위하윤이 전에도 본적 있는 모습이었다.

폭혈공.

“아가씨!”

곽휘운은 재빠르게 위하윤을 와락 끌어안고, 신벽을 펼쳐냈다.

-펑!!!

폭발해버린 서린의 몸.

지난번 혈영대의 폭발보다 훨씬 강한 위력이었다.

“으아악!!”

“도망쳐!!”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 * *

서린이 폭혈공으로 폭발하기 조금 전.

비무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악무진과 혈의인이 서있었다.

“쳇. 쓸모없는 년이 내 장난감에 상처를 내버렸군.”

서린이 위하윤의 얼굴에 상처를 내어버린 순간이었다.

“적혈. 같이 폭발시켜버려. 흥미를 잃었다.”

상처 난 장난감은 필요 없었다.

“존명.”

악무진의 명령에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어 부는 적혈.

피리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피리를 부는 순간 서린의 몸이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이것으로 우리의 존재를 모두 알게 되겠지. 크하하하!”

* * *

서린의 몸이 비수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흡.’

더욱 견고해지고 완벽해진 신벽으로 인해 거의 다 막아내었지만,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게다가 위력은 혈영대의 배 이상이었다.

폭발하는 이의 내력이 강한 만큼 위력이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곽휘운은 등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내며, 일단 위하윤이 무사한지 확인했다.

“과, 곽대주님!”

다행히 위하윤은 무사했다.

그러나 그녀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곽휘운의 등에서 쉴 새 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게 어떻게 괜찮은 거에요!”

곽휘운은 속으로 자신을 자책했다.

서린이 혈교와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했는데, 폭혈공을 예상 못한 건 명백한 실수였다.

어쩌면 최근 상승된 자신의 무공을 과신했을지도 몰랐다.

“의원!! 의원!”

일련의 사태에 우왕좌왕하는 의원을 불러 세우는 위하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그렇게나 짐이 되기 싫었는데, 자신 때문에 곽휘운이 다치고 말았다.

“저보다 아가씨를 먼저……. 윽.”

“무슨 소리에욧! 어서 먼저 치료받아요.”

의원이 곽휘운의 상처를 만지자, 고통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 와중에도 자신보다 위하윤을 먼저챙기는 곽휘운.

위하윤은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정말! 저 같은 거 그냥 두고 피하면 되지! 왜! 무리하세요!”

“제가 평생 지켜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화린아!!!!!”

그때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위무악.

남궁소소 옆을 지키고 있던 위무악은, 비무대에서 큰 일이 났다기에 달려왔다.

“화린아! 괜찮으냐? 얼굴에 상처가..!! 뭐야! 곽휘운 너는 왜그래!”

“저를 지키시려다…….”

위무악은 위하윤의 얼굴에 난 상처에 곽휘운을 다그치려다, 심각해 보이는 곽휘운의 상태에 말을 삼켰다.

“좀 어지럽군.”

“일단 응급치료만 하였습니다. 의각(醫各)으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서는 의각으로 가서 치료하는 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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