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83화 (83/203)

<휘운객잔 83화>

곽휘운은 천천히 몸을 풀어 갔다.

그 사이 곽휘운의 지척까지 다가온 부하 셋.

그들은 자비 없이 검을 휘둘러 왔다.

금방이라도 곽휘운의 몸이 검에 절단 날 것 같은 상황.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퍼억. 퍼억. 퍼억.

순식간에 들려온 세 번의 타격음.

“으악!”

“악!”

“으아악!”

그리고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는 고통스러운 비명.

부하 셋이 하나같이 아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닥을 뒹굴었다.

장평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쓰러져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장평이 보았을 때는 곽휘운이 검에 베이기 직전이었고,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엄살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얼른 일어나시죠.”

곽휘운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장평과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장평은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되었다.

자신들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것을 말이다.

상대는 진짜 고수였다.

“처, 철…….”

“이익!!”

장평이 급히 철수라고 말하려는 순간!

부하 셋은 다시 힘을 내서 곽휘운에게 달려들었다.

빈틈없이 세 방향에서 동시에 찔러 들어가는 공격.

“개자식, 죽어라!!”

“하압!”

“흐아앗!”

꽤 대단한 기합.

그들은 욕설을 내뱉으며 곽휘운을 분쇄해 버릴 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곽휘운은 중얼거리며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아직 죽긴 이른 나이입니다만.”

슈우우우우우.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곽휘운의 주변에 옅은 구름이 피어올랐고, 그대로 구름이 튕기듯 쏘아져 나가며, 부하 셋을 무차별 타격했다.

“끄아아악!!”

“크아악!”

“커어억!”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세 명.

셋은 뼈마디를 울리는 고통에, 눈물까지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곽휘운은 그 정도로 그들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가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장평은 도망치기 위해 문 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였다.

자신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다행히 아직까지는 자신에게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으니, 지금이 기회였다.

그렇게 장평이 문 쪽에 다다랐을 때였다.

“멈추십시오.”

“으헉!”

장평의 바로 앞에 나타난 곽휘운.

장평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기겁했다.

분명 꽤 떨어져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자신 앞에 있단 말인가!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 *

“교육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익! 이 자식이!”

쉭.

장평은 어차피 도망가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하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정도로 꽤 빠른 속도의 권격.

하지만 곽휘운에게는 한참이나 느려 보였다.

“느립니다.”

곽휘운은 고개를 살짝 트는 것으로 장평의 공격을 피했다.

“제길!”

농락당한 것에 분노한 장평은 다시금 공격을 시도했다.

온몸의 힘을 쥐어짜서 공격하는 장평.

파락호답지 않게 꽤 짜임새 있는 초식을 펼쳐 내며 공격했다.

묘한 느낌에 장평의 공격을 유심히 바라보며 피하던 곽휘운은 곧 그 느낌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게 파락호가 익히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

‘대호십이권?’

대호십이권이 아무리 대검파의 기본 무공이라 해도, 동네 파락호가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대검파가……? 그럴 리가.’

곽휘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구파일방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어도, 나름 유서 깊은 대 명문정파였다.

아마 대검파의 파문제자였던지, 많은 기부금을 내고 배웠던지 할 터였다.

설마 대검파와 동네 파락호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허억…… 허억…….”

곽휘운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혼자서 열심히 공격을 퍼붓던 장평은 이제 힘이 다했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곽휘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다시금 움직이는 구름.

“자, 잠깐!! 잠깐 이야기 좀 들어 주시오!”

다급하게 소리치는 장평.

곽휘운은 구름을 잠깐 멈추며 턱짓을 했다.

“돈도 드리고, 객잔 청소도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장평은 다급히 허리춤을 뒤적였다.

그러곤 얼른 돈뭉치를 꺼내 바쳤다.

곽휘운은 돈을 받아 들고는 능숙하게 돈을 세었다.

“흐음.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장평은 다급히 다른 곳을 뒤져 돈을 꺼내 바쳤다.

“더, 더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재빠르게 돈뭉치를 챙기는 곽휘운.

한두 번 넣어 본 솜씨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없으니, 저희가 나가서 더 가져오겠습니다.”

“일단 청소부터.”

“옙.”

장평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는 부하들을 다그쳐서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최대한 빠르게 청소를 시작했다.

곽휘운은 네 사람이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왜 대호십이권이…… 바로 물어봐야 하나? 아니야, 괜히 얘기가 들어갈 수도 있어.’

장평이 쓴 대호십이권이 걸렸다.

‘아니지. 지금은 생각지 말자.’

곽휘운은 애써 머릿속에서 대검파에 대한 생각을 밀어내고, 앞으로 어떻게 이 지부를 이끌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부터 구해야겠어.’

“저쪽도 하십시오.”

곽휘운은 확실하고 깨끗하게 청소를 진두지휘해 나갔다.

* * *

“저…… 청소 끝났습니다.”

곽휘운에게 다가와 최대한 비굴한 모습으로 말을 하는 장평.

“이제 가 보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자!”

장평은 혹시나 곽휘운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객잔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갑자기 장평을 불러 세우는 곽휘운.

장평은 몸을 흠칫 떨며, 제자리에 섰다.

“왜, 왜 그러시는지…….”

“잊지 말고 남은 돈은 내일 가지고 오십시오.”

“후우…… 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장평.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네놈! 내일이 제삿날이 될 것이다.’

속으로 복수의 칼을 갈며, 장평은 재빠르게 객잔에서 벗어나 사라졌다.

“내일은 부하들을 잔뜩 데리고 오겠군.”

곽휘운은 장평이 순순히 돈을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분명 부하들을 대동하고 와서 위협을 할 터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파락호, 자신에게 위협이 될 리는 없었다.

“사람을 구해야겠어.”

곽휘운은 장평과 부하들의 노고로, 제법 깨끗해진 전각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해가 산에 살짝 몸을 걸쳐 있는 시간.

“이런. 해가 지겠군.”

곽휘운은 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찾아야 할 곳이 있기에,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어디 보자…… 저기 있군.’

곽휘운은 금세 원하는 곳을 찾아내었다.

더러워 보이는 집 한 채.

청해성에 있는 개방 분타였다.

개방 분타 답게 주위에는 거지들이 꽤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이구, 곽휘운 님 아니십니까?”

근처에 다가가 인사를 하자 바로 알아보는 거지.

과연 개방이라 할 만했다.

곽휘운은 그런 그와 인사를 주고받고는 부탁했다.

“무림맹 지부를 다시금 운영하려는데, 일할 사람들을 좀 알아 봐 주십시오.”

“내일 아침에 찾아오시면, 알아 봐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보료는…….”

그의 말에 거지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정보료는 무슨. 그냥 나중에 저희 거지들 보면 잘 좀 봐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겠습니다.”

“들어가십쇼.”

개방도의 인사를 끝으로, 곽휘운은 분타를 벗어났다.

느긋한 걸음으로 어두워진 거리를 걸으며, 청해 지부로 가는 곽휘운.

이제 막 객잔에 도착한 날이었는데, 하루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참으로 다사다난한 하루라고 할 만했다.

돌아가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이런. 대검파에 대해서도 물어볼걸 그랬군.’

청해성에 자리를 잡은 이상 대검파에 대해 알아 두어서 나쁠 건 없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온 이상 다음에 물어보면 될 터.

저벅. 저벅.

곽휘운이 객잔에 도착했을 때는 휘영청 밝은 달이 온 세상을 비출 때였다.

달빛에 희미하게 비춰지는 ‘청해 지부’라 쓰인 간판.

‘내일은 간판도 새로 해야겠군.’

곽휘운은 내일도 바쁜 하루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기 위해 자신의 처소로 들어갔다.

곽휘운마저 들어간 거리는 환한 달빛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적막한 청해성 지부가 소란스러워졌다.

“어이! 이놈아! 나와 보거라!”

기세등등한 장평의 외침.

장평의 뒤에는 서른 명이나 되는 부하들과 특별히 모셔온 고수가 있었기에, 어제의 굴욕은 잊고 한껏 기세등등해 질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나와서, 싹싹 빌면 죽이지는 않아주마. 쿠헤헤.”

장평이 스스로 만족스러우면서도 비열한 웃음을 흘릴 때였다.

객잔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나타나는 곽휘운.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금 목소리를 낮춰 주시면 좋겠습니다.”

“괜찮은 척해 봐야 소용없다, 이놈아!”

장평은 곽휘운이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고수라 해도, 저 젊은 나이에 이룰 수 있는 성취는 뻔했다.

자신 뒤에 있는 서른 명과 특별히 모셔온 고수까지 이기지 못할 터였다.

“돈은 가져오셨습니까?”

“흥!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그렇게 주둥이를 놀리는 것도 끝이다.”

장평이 고개를 까딱거리자,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곽휘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뒈져!”

“죽어라!”

“이놈, 어제 나를 그렇게 팼겠다!”

흉흉한 말과 함께 내질러지는 수많은 무기들.

곽휘운의 몸이 벌집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슈우우우우.

곽휘운의 주변에 구름이 피어올랐다.

* * *

쩌저저저적.

“크어억!”

“커, 커억,!”

제일 앞에서 달려들었던 부하들이 그대로 얼음 조각이 되어 갇혀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