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81화 (81/203)

<휘운객잔 81화>

카가가가각!!

쾅!!

풍마전의 검이 엄청난 기운을 뿌리며 백리화의 공격을 막아 나가기 시작했다.

백리화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꽃잎들이 움직이며 풍마전을 덮쳤다.

조금의 틈도 없이 모든 방위를 감싸고 들어오는 백리화의 공격.

도저히 적당히 해서는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이익!”

결국 풍마전도 모든 힘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펑!

풍마전의 검에서 핏빛의 거대한 기운이 터져 나왔고, 일순간 모든 꽃잎이 흩어져 버렸다.

풍마전의 주위를 감싸고도는 자욱한 핏빛 안개.

풍마전의 무공인 ‘운무구검’이 혈기와 만나서 바뀐 무공이다.

이 핏빛 안개가 바로 풍마전의 검기였다.

어찌 보면 곽휘운의 휘운검법과 매우 유사한 무공이었다.

풍마전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크흐흐흐. 제대로 놀아보자고.”

풍마전이 막 백리화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거대한 괴성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쿠르르릉…… 쾅!!

쿠르르릉…… 쾅!!

쿠르르릉…… 쾅!!

그 모습을 본 풍마전의 표정이 구겨졌고, 뒤에 가만히 있던 수하가 풍마전에게 다급히 다가왔다.

“이만 물러나셔야 합니다.”

“제길! 아까워 죽겠군!”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알고 있다!”

부하의 재촉에도 풍마전은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부하의 말대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풍마전은 백리화를 한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불길을 본 백리화와 남주학은 따라갈 생각은 하지 못했고, 불길을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저기 있군.’

저 멀리 일행이 보이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불길이 가까워 온 것을 보고,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힘을 끌어 올렸다.

엄청난 기세로 퍼지는 휘운.

슈와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일행을 향해 나가오던 불길이 휘운을 만나고, 그대로 휘운은 수증기가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곽휘운이 불길을 막고 있을 때.

“자. 이 틈에 나가시기 바랍니다!”

불길은 약해졌고, 흑의인들은 모두 처리되었다.

“어, 얼른 나가자고!”

“빨리 나가!”

사람들은 재빠르게 흑룡상단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며 네 사람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남궁태산, 천소소, 백리화, 남주학이 벗어난 것을 보고는 곽휘운도 흑룡상단에서 빠져나왔다.

“객주님!”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 곽휘운을 안아 주는 백리화.

얼마나 힘들었는지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말없이 사라지셔서 걱정했어요.”

“하하…… 죄송합니다.”

곽휘운을 중심으로 일행이 모이기 시작했다.

남궁태산부터 남주학, 천소소까지.

“어딜 갔던 거냐?”

“그것이…….”

남궁태산의 물음에 곽휘운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남궁태산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진법을 파훼해도 유지되는 진법이라. 조사가 필요하긴 하겠네.”

화르르르르륵.

쉬이이이이이.

흑룡상단을 태우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태울 것이 없기에 자연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멀쩡한 것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흑룡상단의 모습.

‘그래도 일행이 모두 멀쩡해서 다행이다.’

꽤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들 무사한 것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객주님이 제일 고생하셨죠.”

“일단. 휘운객잔으로 돌아갑시다.”

* * *

흑룡상단의 일이 터지고 돌아온 휘운객잔.

일행은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완전히 뻗어 버렸다.

내공이 뒤틀린 상태로 불길과 흑의인들, 그리고 풍마전까지 상대했으니 그럴 만했다.

“가주님. 이거 받으십시오.”

“네?”

그때 곽휘운이 백리화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백화신혼검.

곽휘운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흑룡상단을 빠르게 뒤져서 백화신혼검을 챙겨 온 것이었다.

백리화는 감격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손을 내밀었다.

“가, 감사해요.”

소중하게 백화신혼검을 받아드는 백리화.

드디어 백리세가의 가보가 백리세가로 돌아온 것이었다.

백리화는 그대로 백화신혼검을 가주실에 걸어 두었다.

그러곤 곽휘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객주님. 제가 언젠가 이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날이 올까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강제로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 * *

흑룡상단의 일이 있은 후, 곽휘운과 남궁태산은 멀쩡했지만, 백리화와 천소소는 꽤 큰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천소소의 간병은 남궁태산이 도맡아 하였고, 백리화의 간병은 곽휘운이 도맡아 하였다.

객잔에서 그나마 가장 한가한 사람이 곽휘운이었으니 말이다.

“저…… 객주님.”

“예.”

“저, 객주님 멸마대 시절 이야기를 조금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네?”

갑자기 곽휘운의 멸마대 시절 이야기를 해 달라는 백리화.

그녀는 이렇게 곽휘운과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김에, 조금 더 곽휘운에 대해 알고 싶었다.

“흐음. 알겠습니다. 못 해 드릴 것은 없지요. 제가 전에 멸마대를 한 번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곽휘운의 멸마대 시절 이야기보따리가 풀려 나왔다.

백리화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 * *

멸마대(滅魔隊)

무림맹에서 가장 험한 일을 많이 하는 부대였다.

무림맹에서 가장 이탈자나 부상자는 물론 사망자도 많은 곳.

그러다 보니 충원되는 수도 많았다.

그렇게 손실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요인 암살, 요인 호위, 마두 척살 등 무림맹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임무를 다 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멸마각.

멸마대 대원들이 머무르는 숙소로,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있어, 언제나 소란스러운 곳이었다.

“아니 대주님! 정말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실 거예요?”

“그래.”

“왜요? 왜요? 왜 그만두시려는 건데요?”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는 곽휘운의 옆에서 계속해서 말을 거는 남주학.

곽휘운은 재잘거리는 남주학을 바라보지도 안은 채 짐을 꾸리는 일에 열중했다.

남주학은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 진짜! 대주님이 그만두면, 누가 멸마대를 이끌어요?”

하지만 곽휘운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너나 중천이 잘할 거라 믿는다.”

“대주님!!”

남주학은 남의 일처럼 말하는 곽휘를 향해 소리를 크게 질렀다.

“귀는 아직 정상이다.”

“정말 무책임하게 가실 거예요? 저희 다 끌어들여 놓으시고!”

“미안하다.”

“정말!”

차분하게 미안하다 말하는 곽휘운의 모습에 남주학은 더 이상 뭐라 하지 못했다.

곽휘운의 말이 진심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대주님 평생 안 볼 거니까! 나가서 혼자 잘 먹고, 잘 사세요!”

울분을 토하듯 곽휘운에게 소리치고 사라지는 남주학.

뒷모습에서도 지금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껴졌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곽휘운이 말했다.

“중천. 네가 잘 챙겨 줘라.”

“알겠소. 대주.”

한편에서 가만히 서 있던 제갈중천이 곽휘운의 말에 대답했다.

“그런데 정말로 영영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오?”

떼를 쓰듯 말하던 남주학과는 다르게 침착하게 물어 오는 제갈중천.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도 진한 아쉬움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그래. 너에게도 미안하다.”

“미안해할 게 뭐 있소? 그저 이렇게 갑자기 떠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오.”

“나도 아쉽다. 하나 어쩔 수가 없구나.”

제갈중천과 대화를 나누던 사이 이미 짐을 다 꾸린 곽휘운.

“이제 간다. 대원들에게 일일이 인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해 주고.”

“조심히 가시오. 대주.”

“나중에 한번 보자.”

곽휘운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빠르게 멸마각을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더 멸마각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는 못 올 곳이기에, 조금 더 눈에 새겨 두고 싶었다.

‘잘들 지내라.’

속으로 인사를 마친 곽휘운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무림맹을 벗어났다.

그의 첫 번째 목적지는 청해성.

무림맹이 있는 이곳 호남성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늦지 않아야 할 텐데.’

곽휘운은 최대한 빨리 청해성에 도착하기 위해 극성으로 경공을 발휘해 달렸다.

* * *

“헤헤, 남 대인. 어차피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바로 일을 진행하시지요.”

청해성의 하급관리 중 한 명인 금정팔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중년인에게 비굴한 웃음을 흘렸다.

금정팔에게 남 대인이라 불린 중년인.

그는 바로 청해성 삼대 상단 중 하나인 금화상단의 상단주를 맡고 있는 남주호였다.

남주호는 청해성의 성주와도 인연이 깊은 자로서, 현의 일개 관리인 금정팔이 어찌해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저 지금처럼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주호는 그의 말에 쉽게 넘어가 주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소. 정해진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요.”

남주호가 평생을 지키며 살아온 자신의 신념이었다.

금정팔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신조 좋아하고 자빠지셨네.’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남주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예예,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입죠.”

어차피 지금까지 오지 않은 것을 보면, 무림맹도 포기한 것이 분명할 터인데, 뭣 하러 시간 아깝게 이렇게 기다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어휴. 더워 죽겠네, 그냥 빨리 일 처리하고 쉬면 좋으련만…….’

금정팔은 얼른 일을 처리하고 편안히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밑에 것들을 시켜서 일을 처리하시면 되지, 어인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어차피 보내야 할 시간이니, 금정팔은 내심 궁금하였던 점을 물어보았다.

사실 이런 일에 상단주가 직접 움직이는 일은 드물었다.

밑에 휘하로 두고 있는 사람을 시켜도 될 터인데, 직접 나온 것이 의아했다.

“대검과 관련된 일이요.”

“아! 대검파.”

대검파와 관련된 일이라면 남주호가 직접 나설 만했다.

청해성에서 대검파와 척을 지고도,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곳은 관과 곤륜파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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