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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79화 (79/203)

<휘운객잔 79화>

생사회가 끝나고 막사에 돌아오자, 웬일인지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 제 선물이에요.”

음식들은 하나같이 천소소가 손수 만든 것이었다.

천소소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말했다.

“지금 당장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성의는 이것밖에 없어요. 부디 맛있게 드셔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런 천소소의 모습을 보고 남궁태산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자, 그럼 맛있게 먹자. 다같이!”

“네.”

다들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밖에서 일어나는 생사회와는 완전 동떨어진 듯한 분위기가 났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곽휘운은 이런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정말로요. 천 소저. 다음에는 제가 할게요.”

“맛있게 드셔 주니까 제가 다 감사하네요.”

밝게 웃는 천소소.

지금 보니 정말 웃음이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저 웃음에 남궁태산이 반한 것이리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남궁태산의 말처럼 이제 곧 결승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일이면 결승에 갈 두 명이 정해질 것이다.

그럼 결승은 바로 다음 날.

상당히 빠른 일정이었다.

“일단 우리가 서로 만난다면, 한 명은 기권하는 것으로 하세.”

“그래.”

“네!”

곽휘운과 남궁태산, 남주학은 아직 셋 다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 생사회에서 일찍 떨어지기에는 너무나 강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만약 생사회에서 서로 만난다면 기권을 하기로 했다.

서로 싸워서 힘을 깎아먹을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적진 한복판에서 밑천 다 드러낼 필요는 없지.’

어떻게 보면 이곳은 적진이었다.

이런 곳에서 모든 패를 다 내놓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

하나라도 더 숨기고 감춰야 이기는 것이었다.

[그래.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내보이면 안 되는 법이다.]

* * *

“자! 그럼 결승에 올라갈 이를 가릴 생사회를 시작하겠소.”

다시 생사회의 아침이 밝았다.

생사회에 이제 남은 인원은 네 명뿐.

곽휘운과 남궁태산, 그리고 사마적과 풍마전이었다.

남주학은 곽휘운과 맞붙게 되어, 이미 기권을 한 상태였다.

“먼저 남궁태산, 사마적! 올라오시오!”

처음은 남궁태산과 사마적이었다.

어쩌면 운명과도 같은 만남.

천소소로 얽힌 두 사람간의 대결이었다.

“죽어도 날 원망하지는 마라.”

“흥. 검성이란 알량한 미명에 우쭐하지 마라.”

휘오오오!

둘의 기세가 맞부딪치는 중간에서 강렬한 바람이 일정도.

사람들은 사마적이 남궁태산과 대등한 힘을 보이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들을 하였다.

하긴 아무래도 무림에서 검성이라 칭송받는 남궁태산 보다, 사마적의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으니 말이다.

탓!

잠시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끝내고 먼저 움직인 쪽은 남궁태산.

쾅!!

가볍게 휘두른 일 검.

그런데 그 여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큭!”

사마적이 세 걸음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눈빛으로 남궁태산을 바라보았다.

‘더 강해진 것인가?’

사마적도 나름 남궁태산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었다.

분명 그에게 정보가 전달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일 검을 막아보니, 전달받은 정보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익!!”

이를 악물고, 폭발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리는 사마적.

그의 눈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흑마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

“죽여주마!”

사마적의 검에서 피처럼 붉은 강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붉은 강기가 사마적의 검을 따라 연신 남궁태산을 공격해 갔다.

쉬지않고 이어지는 사마적의 공세.

사마적은 계속해서 남궁태산이 방어만 하고 있자, 기세가 한껏 올랐다.

‘역시 마혼단(魔魂丹)은 최고다.’

자신을 키워낸 이가 주는 단약인 마혼단.

사마적은 이 마혼단의 힘으로 지금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 그 힘을 이용해 남궁태산을 이리 압박하니 마혼단에 대한 믿음이 더욱 올라갔다.

“흐하하하!!”

아주 통쾌하게 웃어 대는 사마적.

하지만 남궁태산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하고 진지했다.

‘태산은 지금 사마적을 가늠해 보는 거겠지.’

남궁태산은 지금 사마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곳은 보는 눈이 많았다.

모든 밑천을 다 내보일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스윽.

드디어 방어만 하던 남궁태산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남궁태산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

콰가가각!

남궁태산의 검이 사마적의 강기를 그대로 갈라버리며, 사마적을 향해 날아왔다.

“제, 젠장!”

남궁태산의 공격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쏟는 사마적이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서걱.

촤아악!!

“크아악!”

그대로 사마적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피가 나오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지는 사마적.

사람들은 당연히 남궁태산의 승리를 예상했으니,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생사회를 지켜보던 향초아와 풍마전은 조금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사마적이 이렇게 쉽사리 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남궁태산은 제 힘을 발휘하지도 않았는데 지다니!’

남궁태산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제 실력을 다 발휘하지도 않았다는 것.

그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절대로 이렇게 사마적이 쉽게 지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찰칵.

남궁태산은 사마적의 목숨까지는 거두지 않고, 검을 회수한 채 비무대를 내려왔다.

사마적의 목을 베어서 검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타닷. 타닷.

흑룡상단측의 인물들이 재빨리 나타나, 쓰러져있는 사마적과 잘린 오른팔을 들고 사라졌다.

“다, 다음!”

다음 차례는 곽휘운과 풍마전.

* * *

“드디어 만났구나.”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곽휘운을 바라보는 풍마전.

그래도 조금 전 사마적이 당한 것을 봐서 그런지, 약간은 긴장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무서운 것이겠지.’

남궁태산이 예상외의 힘을 보여주었다.

풍마전이 보기에 곽휘운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을지 몰랐으니, 당연히 긴장이 될 만 했다.

“내가 이기면 그 년을 데려가겠다.”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흐흐흐. 네 친구가 강하다고 네가 강한 것은 아니지.”

“계속해서 말씀이 길어지시는 것을 보니, 두려우신가 봅니다.”

“뭐라! 하!”

두려움에 휩싸이면 사람은 말이 많아진다.

만약 풍마전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면, 이미 출수를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빨리 끝내겠습니다.”

“이런 건방진!”

쾅!

강렬한 진각과 함께 풍마전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었다.

일견 보기에는 그저 무식하게 달려드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굉장히 침착하고, 신중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실력을 헛으로 쌓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슈와아아악.

곽휘운은 싸움을 길게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길게 시간을 끌어봐야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테니 말이다.

촤자자자작.

구름이 얼어붙고 휘운이 되었다.

풍마전은 이 빛나는 구름이 심상치 않은 것이란 것쯤은 온몸으로 느꼈다.

슈우욱.

콰아아아!

풍마전의 두 팔에서 강렬하게 회전하는 기운이 앞으로 쏘아져 나왔다.

일순 휘운이 흩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무슨? 헛!”

곽휘운의 휘운이 이 정도에 파훼될 수준이었다면, 곽휘운은 무림맹에 있을 때 진즉 명을 달리했을 터였다.

캉!

“이쯤 하지.”

풍마전을 향해 나아가던 곽휘운의 휘운이 누군가에 의해 막혔다.

풍마전은 막을 수 없을 터.

풍마전의 앞을 막고 서있는 여인.

향초아였다.

그녀가 곽휘운의 휘운을 막아낸 것이다.

“... 제가 이긴 것입니까?”

“그러네.”

곽휘운의 휘운을 막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향초아가 범상치 않은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곳 비무대까지, 정말 순식간에 나타난 향초아였다.

[본좌가 봐왔던 여인들 중에도 손에 꼽을 만큼 강하겠다.]

사마적이 당했을 때, 동요를 하더니, 아무래도 지금은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듯 했다.

‘일단 물러나야겠군.’

향초아가 직접 나선 이상, 여기서는 한발짝 물러나는 것이 맞았다.

어차피 승리는 챙겼으니 말이다.

“결승은 바로 내일 시작하겠소.”

* * *

“흐음…….”

향초아는 가만히 자신의 소맷자락을 바라보았다.

언제 잘렸는지도 모르게, 소맷자락이 잘려나가 있었다.

소빙룡 곽휘운.

향초아는 왜 교마가 가장 걸림돌이라고 했는지, 왜 제거 계획이 실패했는지 납득이 갔다.

‘이번에 확실히 제거를 해야겠어.’

향초아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곽휘운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 더 강해진 것 같다?”

“멈춰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남궁태산은 조금 전의 곽휘운의 휘운을 보고, 곽휘운이 더욱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괴물 같은 놈.’

자신이 한 발짝 다가가려 하면, 두 발짝 멀리 앞서나갔다.

도저히 실력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잠시 나갔다 오겠네.”

말을 마치고 곽휘운은 혼자 막사를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부산스러운 상황에서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분명 이런 상황에서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음? 뭐지?’

그때 곽휘운은 무언가 주변의 기운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주변의 기운.

조금씩이지만 불안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지?’

곽휘운은 이 불안정한 기운을 만들어내는 진원지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흑룡상단의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는 불안정한 기운.

곽휘운은 최대한 은밀히 움직여, 중심부로 들어갔다.

‘진법?’

흑룡상단의 중심부에 무언가 거대한 진법이 그려져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불안정한 기운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웬 놈이냐!”

그때 곽휘운의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고, 순식간에 수많은 무인들에게 포위당했다.

“살!”

그들은 곽휘운을 보자마자 일사분란하게 달려들었는데, 그 기세들이 나름 훌륭했다.

거기에 더해 나름 짜임새 있는 합격까지 해왔다.

슈와아아악.

곽휘운의 휘운이 장내를 모두 뒤덮었고, 달려들던 무인들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그렇게 무인들을 정리한 곽휘운이 바닥에 놓인 진법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멸혼진 발동.”

후우우웅!

진법과 이어진 전각의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동시에 주변의 기운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서걱.

곽휘운은 재빨리 진법을 파훼하기 위해 바닥에 있던 모든 진법을 지워버렸지만, 조금도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히려 점점 더 넓게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일단은 대피부터 시켜야겠어.’

곽휘운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바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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