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73화>
곽휘운은 곧바로 휘운으로 광노의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이어서 광노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콰각. 촤악!
엄청난 속도로 곽휘운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광노.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어깨에 피가 솟구쳐 올랐다.
“크히히히. 아프다. 아퍼!”
광노는 단 일 합에 곽휘운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크히히히. 다음에. 보자.”
그리고는 갑자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고장 난 무릎으로 쫓아가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
‘이런 놓쳤군,’
[아주 재빠른 놈이구나.]
곽휘운은 일단 근처의 개방 분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무림맹 항주지부가 당했다는 것과 곽휘운이 본 광노의 특징들을 상세히 말해 주었다.
모든 것을 전해 주고, 개방 분타를 빠져나온 곽휘운.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생사회를 얼마 안 남겨 둔 이 시점에서 갑자기 저런 인물이 날뛴다?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생사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공교로운 시기에 나타난 광노.
심지어 무림맹의 한 지부를 몰살시키기까지 했다.
당연히 이 생사회를 주목하고 있던 무림맹의 눈이 분명 광노에게 돌아갈 터였다.
그렇다면, 시선이 거두어진 순간 무언가를 준비하고 기획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가 될 터였다.
이를 느낀 곽휘운의 눈이 반짝이며 이채를 띠었다.
* * *
드디어 흑룡상단의 주최하는 생사회가 열리는 날 아침.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네. 끝났어요.”
원래는 곽휘운만 가기로 한 생사회였지만, 자신도 직접 지켜보기라도 하겠다는 백리화와, 오랜만에 힘을 쓰고 싶다는 남주학의 요청으로 결국 셋이 같이 생사회에 가기로 하였다.
객잔은 그동안 백리화에게 착실히 배운 황혜린이 잠시 총관을 맡기로 하였다.
“그럼, 가시지요.”
“네!”
“네에~”
그렇게 결정되자, 곽휘운과 백리화, 남주학은 곧바로 흑룡상단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이 정말 많네요.”
백리화는 흑룡상단으로 향하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살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로 인해 한 발짝 걷는 것도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백리화와는 다르게, 곽휘운은 다른 의미로 거리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수상한 자들이 적군.’
곽휘운은 흑룡상단으로 향하는 길에 주변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걸었는데, 흑룡상단으로 향하는 거의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범한 무인들이었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모습.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지.’
이들이 정확히 무엇을 준비했는지 알 수 없으니,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생사회에는 고관대작들도 지켜보기 위해 참석하기에, 화 탄이나 지나친 살육극은 벌이지 못할 것이라는 거였다.
“곽휘운. 너도 참여하냐?”
그때 곽휘운의 귓가에 들리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
남궁태산이었다.
“음? 수련은 끝이 난 것인가?”
“그래. 딱 수련이 끝나자마자 여기 생사회를 지켜보라는 임무를 받고 방금 도착했다.”
남궁태산은 폐관 수련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무림맹으로부터 이 생사회를 조사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때마침 오랜 수련의 성과를 보고 싶었던 남궁태산이이기에, 그는 지체 없이 임무를 수락하고 항주로 달려온 길이었다.
[호오? 저 아이도 꽤나 대단하구나. 너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본좌의 왼팔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은 재능이다.]
천홍은 남궁태산을 보고 살짝 감탄했다.
자신이 신세 지고 있는 곽휘운에 비해서 부족할 뿐이지, 분명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일단 같이 움직이세.”
“그래.”
* * *
그렇게 남궁태산까지 추가된 일행은 개회식이 열리는 비무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이것 봐라? 아주 작정했나 본데?”
개회식이 열리는 비무대가 있는 곳.
그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아니, 꽤나 본격적인 모습.
본래 정천맹이 만들어 놓았던 비무대에다, 그 옆에 몇 개의 비무대들이 새롭게 생겨나 있었다.
흑룡상단이 애초부터 이 생사회를 열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곽휘운 일행은 비무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일단 자리를 잡고 섰다.
“우오오오!!!”
“와아아아!!”
“우오오오!!!”
“와아아아!!”
그때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서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텅 비어 있던 단상에 한 사람이 올라왔다.
흑룡상단 항주지부장이자 개최자인 향초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흑룡상단 항주지부를 맡고 있는 향초아라 합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별것 아닌 단순한 인사였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향초아의 인사에도 열광적으로 호응을 했다.
“길게 이런저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스윽. 탁.
향초아가 보따리를 단상 위에 있던 탁자에 올려 놓았다.
일순 모든 시선이 그곳에 집중되었고, 그 모습을 본 향초아는 작게 미소 지으며 보따리를 풀었다.
사라락-
그러자 그 안에 있던 물품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나의 서책과 하나의 목갑, 그리고 하나의 검.
때가 탄 낱장들, 묵직하고 고고한 색을 발하는 나뭇결, 뽑지 않았어도 그 예기가 느껴지는 듯한 겉모습.
하나같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이번에 흑룡상단이 부상으로 내건 파천신공, 자하신단, 백화신혼검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우오오오!!!”
“우오오오!!!”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함성.
사람들의 눈이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그들의 눈에는 탐욕이란 감정이 점점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분이, 이것을 모두 취할 수 있을 겁니다.”
향초아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의 눈은 탐욕과 욕망으로 더욱더 채워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탐욕과 욕망이 절정에 다 달았을 때.
“그럼 생사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 * *
짧은 개회식이 끝나고, 흑룡상단은 생사회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시간이 꽤나 흘러도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줄.
그만큼 이 생사회에 참여하는 무인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후우. 저도 신청했어요. 객주님.”
곽휘운, 남주학 모두 참가를 신청했다.
백리화는 곽휘운과 지켜보기로만 약속했기에, 참가 신청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남궁태산도 신청을 완료하고 일행에게 다가왔다.
“생사회가 개최되는 동안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하니까, 일단 근처 막사에 자리부터 잡자.”
“그러세.”
생사회가 진행되는 동안 생사회에 참여하는 자들은 모두 이곳 흑룡상단에서 머물러야 했다.
그래서 흑룡상단은 주변에 수많은 막사를 준비해 두었다.
아마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묵게 될 터였다.
곽휘운 일행도 일단 막사 두 개를 잡았다.
생사회의 본격적인 시작은 내일부터.
그래서 오늘은 일단 가볍게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색을 해 보기로 하였다.
혹시 이들이 준비한 것이 무엇일지 알 수 있을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럼 내가 주학이 놈이랑 가고, 휘운 네가 백리 가주님이랑 가면 되겠다.”
남궁태산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들은 2인 1조로 해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고, 두 덩어리로 나뉘었다.
곽휘운과 백리화가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이따 다시 보자고.”
“알겠네.”
곽휘운은 그렇게 백리화와 단둘이 흑룡상단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파로 정신없었지만, 최대한 무언가의 단서를 잡기 위해 열심히 둘러보고 또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이 조금도 없는 한적한 곳에 당도했다.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인기척에 곽휘운은 주위를 둘러보다 백리화에게 입을 열었다.
“객주님. 아무래도 깊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다시 돌아…….”
하지만 곽휘운은 끝까지 말을 맺지 못했다.
옆쪽 담장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보통은 아니군.’
느껴지는 힘이 꽤나 강대했다.
이 정도면 전의 남궁태산과 비슷할 정도.
“무슨 용무가 있으십니까?”
곽휘운은 기운이 느껴지는 쪽을 바라보고 말을 했다.
“하하하! 이거 너무 얕보았나 보군.”
그러자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담장 위에서 하나의 인형이 나타났다.
매우 화려한 장신구를 온몸에 두르고 있는 청년.
곽휘운이 알고 있는 인물 중에는 이런 자는 없었다.
“생각보다 실력이 괜찮은 놈인가 보군.”
곽휘운을 향해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는 청년.
물론 곽휘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여간 사치 좋아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싹수가 없구나.]
“누구십니까?”
“그건 네 놈이 알 거 없다.”
청년은 곽휘운은 완전히 무시한 채로, 오리지 백리화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놈 말고, 내 품에 안기는 것이 어떠냐?”
이번에는 다짜고짜 백리화에게 자신의 품에 안기라는 청년.
그 말투와 행동에서 오만방자함과 거만함이 묻어 나왔다.
“거절하겠습니다.”
당연히 단호하게 거절하는 백리화.
꼭 백리화가 아니더라도 열에 아홉은 청년과 같이 제안을 한다면 거절할 터였다.
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더욱 빳빳하게 말을 꺼냈다.
“내 것이 된다면, 평생을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거절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음음. 그래 그렇게 튕기는 맛이 있어야 더욱 좋은 법이지. 두고 봐라, 어차피 넌 내 것이 될 것이다.”
청년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살짝 몸을 움직여 그런 청년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벌렸다.
“이제 그만 서로 갈 길을 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곽휘운은 처음부터 큰 소란을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적당히 정리한 뒤 이만 길을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을 찌푸리며 뱉어 낸 청년의 성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건방지게 끼어드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