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70화 (70/203)

<휘운객잔 70화>

“이렇게 초대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곽휘운은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서 인사를 했다.

“지부장님께서 특별히 모시라 했으니,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자, 올라가시지요.”

“예.”

그렇게 관주평의 안내를 받으며, 몇 개의 층을 지나 최상부에 위치한 곳으로 이동했다.

개방형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닌, 각각의 방이 위치한 폐쇄적인 공간.

곳곳에 위치한 장식품들조차 교묘하게 퇴로를 막는 것을 보아서는 매복이나 이런 것들을 준비하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

‘아주 작정을 했군.’

“이곳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 최상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넓은 방.

부유층을 위한 방인지, 방 내부에 있는 물건 하나, 하나가 모두 최고급이었다.

드르르르륵.

이윽고 방의 문이 다시 열리고, 화려한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그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끌지 않는 음식이 없었다.

산해진미(山海珍味).

이 정도라면, 황제가 먹는 식사도 부럽지 않을 듯싶을 정도였다.

[허허. 본좌도 몸이 있었다면, 한입 먹어보고 싶을 정도구나.]

그 말을 뒤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예를 표했다.

“이 음식들을 보니, 오늘 초대에 응하기를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나름 정성스레 준비한 것이니, 모쪼록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예. 그럼 맛있게 먹겠습니다.”

곽휘운은 그대로 가까운 음식부터 먹기 시작했다.

‘맛있군.’

확실히 음식의 맛은 훌륭했다.

황중식과 비교를 해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듯싶었다.

이 정도라면 황궁숙수를 했던 이가 숙수에 있는 것일 터였다.

하지만.

‘산공독이라…….’

훌륭한 음식 맛에 가려져 있는 독 기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일순 내공이 흩어지려 하는 것을 보면 산공독이 분명했다.

[천신지체를 가진 자에게 산공독이라니, 멍청한 놈들이구나.]

아쉽게도 주변의 내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천신지체에게 산공독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독이었다.

거기에 축령신공까지 익혔다면, 산공독은 매운 고춧가루보다도 못한 독이 된다.

“음식 맛이 정말 훌륭합니다.”

“좋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음식을 먹는 곽휘운을 바라보며, 일순 날카롭게 눈을 빛내는 관주평.

그렇게 잠시 지났을 무렵. 관주평은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스슥. 탁.

관주평이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슬쩍 건드렸다.

* * *

푹. 푸부부북.

푹. 푸부부북.

푹. 푸부부북.

그러자 갑자기 바닥은 물론, 사방의 벽에서 검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모두 곽휘운을 노린 공격이었다.

“이런. 음식이 아깝군요.”

하지만 수없이 쏟아지는 공격에도 너무나 태연하게 말을 하는 곽휘운.

어느새 곽휘운을 둘러싼 구름이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슈와아아악.

- 휘운검법. 제 일 초. 파.

구름이 방안에 가득 퍼지고, 곽휘운을 향해 날아오던 검과 함께 주변에 숨어있던 살수들이 그대로 모조리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단 일 초만으로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 버린 장내.

관주평은 이 모습에 당황하는 것 같더니, 재빠르게 어디론가로 뛰쳐나갔다.

툭툭.

그리고 곽휘운이 있던 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의 문을 두 번 두드리고는 객잔 아래로 빠르게 도망쳐 사라졌다.

곽휘운은 쫓을까 하다가 포기하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관주평이 두드린 문 뒤, 방안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살기가 어느새 방문을 넘어 그를 향해 넘실대고 있었다.

* * *

“형님. 저희가 저런 어린놈 하나를 상대로 움직여야 합니까?”

“그러게 말이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하나를…….”

“어허. 교에서 시킨 일이니 해야지 어쩌겠느냐?”

이윽고 방 안에서 나타나는 세 명의 노인.

그들은 전혀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상당히 귀찮아하는 듯했다.

“천하의 잔혈삼마가 저딴 어린놈을 죽이기 위해, 셋 다 나섰다는 소문이 돌면 세상이 비웃을 거요.”

세 노인의 정체는 바로 잔혈삼마였다.

마치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두 눈을 본다면 절대 평범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살기와 혈기로 번들거리는 두 눈.

웬만한 자들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오줌을 지릴 만한 눈이었다.

“비웃음을 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세 분 다 이곳에서 살아 나가시지는 못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곽휘운은 그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걱정부터 날려 주었다.

그런 그의 말에 잔혈삼마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놈! 주둥이는 살아 있구나.”

“곱게 죽기 싫은 모양이구나.”

그 순간, 잔혈삼마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진한 미소를 지었다.

“어서 죽입시다. 오랜만에 젊은 놈 피 맛 좀 보고 싶소이다!”

그리고 잔혈삼마 중 한 명이 먼저 튀어 오르듯 곽휘운에게 쇄도했다.

그의 손에 서 피어오르는 무시무시한 강기.

우악스럽게 사방을 점하며 퍼져 나가는 기운은 굳이 당해보지 않아도, 그 위력이 엄청난 것임을 짐작게 했다.

“이제부터는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곽휘운의 말과 동시에.

서걱.

달려들던 잔혈삼마 중 하나의 목이 달아났다.

이어서 깔끔한 단면을 보이며 미끄러지듯 날아가 바닥을 구르는 머리.

제대로 일 합을 싸워 보지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었다.

“!!”

“!!”

남은 두 잔혈삼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리고는 재빨리 모든 내공을 끌어올렸다.

이제야 곽휘운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일제히 흘러나오는 마기.

곽휘운은 느껴지는 마기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마교군.’

[천마신교라…… 그리운 이름이구나.]

곽휘운이 마교라고 말하자, 무언가 깊은 회상에 젖은 천홍.

푹 젖어 있는 그 말투에서 무언가 사연이 있는 듯했지만, 지금은 일단 묻지 않기로 했다.

당장은 눈앞의 남은 잔혈삼마가 먼저였다.

“우리가 복수를 해 주마!”

“뒈져라, 이놈!”

기성을 내뱉으며 동시에 곽휘운을 향해 달려드는 둘.

둘의 전신에서 엉켜 나오는 맹렬한 기세는 폭풍이 되어 방안을 몰아쳤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강의 초식을 펼치는 중이었다.

“아직 죽기에는 조금 이른 나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서걱. 서걱.

하지만 남은 잔혈삼마의 목도 너무나 쉽사리 떨어졌다.

잔혈삼마를 모두 처리한 곽휘운은 곧바로 몸을 돌려 흑룡객잔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객잔을 향해 몸을 틀었다.

‘아마 객잔에도 무언가 술수를 부렸을 것이다.’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었다.

* * *

악혈조는 지금 자신의 상황에 속으로 불같이 분노를 내뿜었다.

‘그저 간단히 객잔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기만 하면 된다더니!’

별다르게 위협이 될 만한 자는 없다는 이야기에, 살육의 여흥이나 즐기려는 마음으로 가볍게 왔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자신보다 강한 실력자가 있었다.

카캉! 캉! 캉!

카캉! 캉! 캉!

카캉! 캉! 캉!

“그래도 당신을 처리하면, 밥값은 할 수 있겠군.”

“젠장!”

악혈조를 연신 압박하고 있는 자는 바로 독고영이었다.

독고영은 객잔을 지키는 호위로써 처음 활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악혈조를 상대하고 있었다.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고, 번갈아 가며 날아드는 검격.

사방을 점하는 공격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악혈조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자신을 압박하는 독고영의 쌍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 여흥은 이쯤하고, 끝내도록 하지.”

“여흥?”

여흥이라니?

지금까지 자신을 밀어붙인 것이 그저 여흥에 불과하단 말인가?

순간 그의 미간에 핏줄이 서며 이 사이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허세 부리지 마라! 아직 내 힘을 모두 보여 준 것이 아니다.”

악혈조는 말과 함께 몸 안의 마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악혈조의 옷이 펄럭일 정도의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빨리 내공을 끌어올리지 그랬나.”

스스슥.

그러나 그때 독고영이 쌍검을 강하게 당겼고, 그와 함께 악혈조의 주위에 있던 실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순간적으로 위화감을 느낀 악혈조가 손을 휘둘러 독고영의 실을 막아 내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서거걱.

깔끔하게 악혈조의 머리가 잘렸다.

촤아아악!

그리고 피가 뿜어져 나오며 바닥에 쓰러지는 악혈조의 신형.

그 모습을 보던 독고영은 허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청소를 해야겠군.”

악혈조의 피로 얼룩져버린 객잔의 문앞.

가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깨끗하게 지워 둬야 할 터였다.

“흠. 아무래도 흑룡상단도 마교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그렇다면 분명 또다시 이곳 항주가 시끄러워지겠군.”

열심히 핏자국을 지우며, 혼자 이래저래 중얼거리는 독고영.

이미 마교와 일을 해 본 적이 있는 독고영이기에, 무언가 일이 생길 것이란 것은 예상이 갔다.

하지만 그도 정확히 무슨 일이 생길지까지는 알 수는 없었다.

“독고 호위님이 처리를 하신 것입니까?”

독고영이 깔끔하게 뒤처리를 다 했을 즈음.

곽휘운이 객잔으로 돌아왔다.

독고영은 그런 곽휘운을 보고 멋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하. 나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 * *

신강에 위치한 천마신교의 교주전.

그곳에 두 명의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교마였고, 상석의 거대한 의자에 앉아있는 중년인이 바로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天魔) 제석천이었다.

“교마. 여흥은 즐거웠나?”“예.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제석천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 대답하는 교마.

“향초아가 자네를 이겨 보겠다고 며칠 전에 연락을 취해 왔었네.”

“흘흘. 아직도 그러는 것을 보면, 한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에 그의 입에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흘러 나왔다.

교마는 향초아가 자신을 언제나 의식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물론 크게 신경은 쓰지는 않았지만, 그런 향초아를 볼 때마다 조금은 자극이 되는 교마였다.

“이번에 자네랑 석종이를 교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이제 슬슬 무림 진출을 해 볼까 해서 불렀네.”

“아아! 드디어!”

무림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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