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운객잔 62화>
곽휘운과 장도웅의 수련.
곽휘운은 이번이 장도웅의 실력을 다시 한번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리를 마련했다.
곽휘운은 장도웅이 지금 앞으로 나아가기 직전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곽휘운은 장도웅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네가 가르쳐 주었던 그 힘. 더 강해질 수 있나?”
지난번 자신이 가르쳐 주었던 진동의 힘을 더욱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물어오는 장도웅.
“물론 가능합니다.”
“!!”
“잘 보십시오.”
스윽.
천천히 올라와 장도웅의 눈앞에 멈춘 곽휘운의 검.
장도웅의 눈이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커졌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간을 가만히 있는 것 같던 검이 다시금 검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바로 초진동(超震動)입니다.”
“…….”
아무런 대답도 없이, 멍하니 서 있는 장도웅,
환희가 일었다.
지금 장도웅의 머릿속에는 방금 곽휘운이 보여 주었던 초진동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일견 아무런 움직임도 없던 것 같은 곽휘운의 검이었지만,
장도웅은 곽휘운의 검에서 퍼져 나오는 엄청난 진동을 느꼈다.
분명히 느꼈다.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도 없는 소리를 내며,
주변의 모든 것을 갈아버릴 듯한 엄청난 진동.
장도웅은 열망을 느꼈다.
‘저것이다.’
저런 초진동이라면, 가르지 못할 것이 없을 터.
그렇다면 ‘파천거령도’가 본래의 위력을 십 할 발휘할 수 있을 터였다.
아직 이것으론 부족하다.
“다시, 다시 한 번만 더.”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초진동을 보여 주는 곽휘운.
그저 보여 주는 것뿐이지만,
장도웅은 금방 어떻게 초진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알아내었다.
곽휘운의 안목이 통한 지점이었다.
그라면 바로 알 것 같았기에 보여 준 것.
‘조금 더 내공과 내공을 잘게 쪼개어 세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저 진동을 일으킬 때는 많은 양의 내공을 진동 시켰지만,
곽휘운이 보여 준 초진동은 무조건 많은 양의 내공을 진동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실을 뽑아내듯 하나, 하나 세밀하게 내공을 쪼개어 진동을 시켜야 했다.
하나 하나 머릿속에 입력하는 장도웅이었다.
그리고 이런 것을 하기에는 제갈세가로 오면서 했던 수련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곽휘운은 내심 감탄했다.
‘이 사람도 누구 못지않은 천재군.’
곽휘운이 보는 장도웅은 누구와 비해도 부족하지 않을 천재였다.
하긴 승상을 지낸 장호악의 핏줄이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이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더구나 많은 시간이 필요치도 않아 보였다.
* * *
제갈중천이 향한 북문 방향.
그곳에서는 권귀가 제갈중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권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쯧. 제일 약한 놈인가?”
권귀는 제갈중천을 보고는 불만족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넘치는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남궁태산을 노렸는데,
이번에 이곳으로 온 곽휘운 일행 중 가장 약하다고 평가받는 제갈중천이 상대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을 약골로 취급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끝내자는 생각뿐.
“빨리 죽이고, 다른 놈을 죽이러 가고 싶은데, 남아 있으려나 모르겠군.”
제갈중천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말하는 권귀.
하지만 제갈중천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제갈중천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고요한 분노가 담긴 눈으로 권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갈이라는 성씨를 죽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펑!
주절거리는 권귀를 향해 일권을 내지른 제갈중천.
권귀가 고개를 틀어 제갈중천의 일권에서 뿜어져 나온 권격을 피했다.
하지만 피하는 게 살짝 늦었다.
머리카락 끝이 권격에 날아가 버린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기른 머리인데…….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권귀가 기운을 하나로 모았다.
곧바로 검게 물들어가는 권귀의 피부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함께 권귀의 주먹이 뻗어 나왔다.
펑! 펑! 펑! 펑!
제갈중천의 주변에서 연신 터지는 엄청난 권격.
제갈중천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멀리서 날아오는 권귀의 권격을 피해 나갔다.
생각만큼 맞히지 못하는 상황에 권귀는 짜증이 일었다.
아직도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쥐새끼 같이 피하는군.”
스슷.
그때 제갈중천의 신형이 일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나타낸 곳은 권귀의 코 앞.
“입 좀 다무시오.”
퍼어억!
지근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제갈중천의 거력금강권.
권귀는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에, 급하게 팔을 교차해 제갈중천의 공격을 막았다.
쿠구구국.
깊게 흔적을 남기며 뒤로 쭉 밀려난 권귀.
그의 옷소매가 모조리 찢겨 날아가 있었다.
생각만큼 허접은 아니구나.
기대보단 재미있겠어.
“크큭. 그래도 재미는 볼 수 있겠어.”
권귀는 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오히려 웃음 지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좋구나! 아주 좋아!
아주 싱겁게 끝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라면 재미를 볼 수 있을 듯싶었다.
콰아아아.
강렬한 기운을 내뿜는 권귀.
“어디 제대로 시작해 볼까.”
그의 두 눈이 검게 물들었다.
“자. 간다.”
권귀의 주먹이 천천히 앞으로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미 수없이 많은 권격이 제갈중천을 향해 시간의 차를 두고 쏟아져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탈혼이격권(奪魂離隔拳).’
권귀가 익힌 무공.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마두인 잔혼마(殘魂魔)의 독문무공이었다.
탈혼이격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권격이 시간의 차이를 두고 연속해서 쏟아지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대처를 잘해야 한다.
그래서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무공이었다.
“하압!”
콰앙!!
제갈중천은 권귀가 내뻗은 모든 권격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힘찬 기합과 함께 정면으로 내공을 가득 담은 일권을 내질렀다.
권귀의 권격들을 파훼하며 앞으로 뻗어나가는 제갈중천의 일권.
제갈중천의 생각은 적중했다.
하지만.
퍼벅.
“큭!”
대부분의 공격은 파훼했지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몸 안으로 파고들어와 내장을 공격하는 권귀의 공격.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제갈중천은 입으로 피가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있다가는 권귀의 무공에 먹이가 될 뿐이니 말이다.
스슷.
다시 한 번 더 놀라운 속도와 움직임으로 권귀의 앞에 당도한 제갈중천.
하지만 권귀도 이미 한 번 당했던 수법에 또 당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미리 공격에 대비해 내공을 잔뜩 팔에 끌어올렸다.
퍼어억.
하지만 이번 공격은 그대로 권귀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쿨럭!”
입에서 신물을 내뱉는 권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제갈중천을 바라보았다.
‘분명 똑같은 수법이었다.’
주먹의 방향과 움직임 모두 조금 전에 자신에게 날렸던 일격과 동일했다.
그런데 이번 공격은 얼굴이 아닌 자신의 복부를 때렸다.
“이상한 수를 부리는군.”
“능력이라고 해 주시오.”
“반드시 네놈을 뭉개 주지.”
투두둑. 투둑.
더욱 더 힘을 끌어올리는 권귀.
근육과 힘줄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듯했다.
마치 근육이 터질 듯 꿈틀 거리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뻗어내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슉.
제갈중천의 사방을 가득 메운 권귀의 권격.
피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 방법뿐이다!”
제갈중천은 돌파를 선택했다.
콰앙! 콰앙! 콰앙!
권귀의 권격들을 모조리 주먹으로 파훼하며 나아가는 제갈중천.
권귀는 그 모습을 보고는 조금 놀랐지만, 이내 속으로 미소 지었다.
‘지나치게 단순하군.’
이미 투로는 모두 보였다.
투로가 단순한 공격은 제 아무리 위력이 강하다 해도 피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예상이 가능할 뿐이다.
‘가까이 왔을 때가 네놈의 끝이다.’
권귀는 제갈중천이 지근거리에 다가왔을 때를 노렸다.
그가 일권을 뻗었을 때 그 틈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 줄 생각이었다.
퍼엉!
권귀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제갈중천.
강력한 힘이 담긴 권귀의 공격을 모조리 파훼하고 와서 그런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제갈중천은 다시 힘을 냈다.
슈욱.
제갈중천의 주먹이 뻗어 나왔고, 권귀는 지금이 딱 기회라고 생각했다.
퍼억!
무언가 둔탁하게 맞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뭐지…….”
그리고 제갈중천에게 일격을 날리려고 했던, 권귀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허억. 허억. 언제나 뒤를 조심하셔야 하지 않겠소?”
쓰러져 있는 권귀의 뒤통수가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 * *
제갈중천과 마주선 곽휘운.
“중천. 해답은 찾았느냐?”
“흠. 찾기는 하였소.”
곽휘운은 제갈중천에게 해답을 찾았냐는 질문을 하였다.
제갈중천은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뚜렷한 해답은 내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는데, 이번에 해답을 찾은 듯싶었다.
시일은 걸렸지만 본인 스스로 찾았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었다.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 그럼 나에게 보여 봐라.”
“알겠소.”
곧바로 거력금강권을 펼쳐 보이는 제갈중천.
전에 곽휘운에게 보여 주었듯이,
같은 자세에서 뿜어져 나오는 완전히 다른 위력의 초식은 꽤나 위력적이었다.
그 점이 제갈중천의 장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하나 더 새로운 것이 추가되었는데, 바로 같은 자세로 내뻗는 전혀 다른 투로의 공격이었다.
“좋구나.”
모두 얼굴을 향하는 공격 같았지만, 머리 일 때도, 복부 일 때도, 다리 일 때도 있었다.
도저히 어느 곳을 날아올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마치 변초 같았다.
“한 가지 더 있는데, 이건 객주님도 조심하시오.”
“그래.”
같은 자세에서 날아오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공격.
그런데 뒤쪽에서 하나의 공격이 더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슈우우욱.
펑! 펑!
곽휘운의 구름이 피어올라 제갈중천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구름을 피어 내지 않으면, 막지 못했을 터였다.
“하하하! 상대를 격살시키기에 최고의 공격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