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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56화 (56/203)

<휘운객잔 56화>

무림신성대전을 위해 수많은 장문인과 문주, 가주들이 자리를 비웠다.

물론 수많은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조직적인 정천맹의 공격에 무너져 버리는 곳이 속출했다.

무림신성대전에 참여했던 이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다행이라면 웬만한 거대 문파와 세가들은 큰 피해가 없다는 것인데, 단 한 곳 제갈세가는 거의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야겠소. 미안하오. 객주.”

제갈중천은 제갈세가가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평소에 제갈세가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듯 지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제갈세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세가가 무너졌다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제갈이라는 성을 가지고 할 일이 아니었다.

“기다려라 중천. 같이 가자.”

곽휘운이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제갈중천을 제지했다.

그리고 내뱉은 같이 가자는 말.

“객잔은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오?”

지금 휘운객잔과 백리세가는 정천맹과 지척에 놓여 있었다.

곽휘운이 자리를 비운다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아마 한동안은 그들이 어쩌지 못할 것이다. 절강성의 성주님이 절강성 내에서 일체의 모든 싸움을 금하셨거든.”

절강성 성주 서무제는 한동안 절강성에서 모든 싸움을 금하도록 명령했다.

이유는 황제의 딸, 즉 공주가 절강성에 방문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이는 황명을 어긴 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고, 그곳은 관군에 의해 벌을 받을 터였다.

정천맹이 제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관군을 상대로 싸울 수는 없었다.

“가주님. 제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객잔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열심히 할게요.”

곽휘운이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이유는 백리화를 믿기 때문이었다.

백리화 혼자서도 충분히 휘운객잔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도 가지.”

“저도 갈게요.”

그때 아직 객잔에 남아 있던 남궁태산과 위하윤이 동행을 하겠다고 나섰다.

남궁세가는 이번 정천맹의 습격에서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만큼 힘이 있는 곳이기도 했고, 또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남궁태산은 세가로 돌아가지 않고, 일단은 휘운객잔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위하윤은 이미 무림맹주이자 아버지인 천무제 위강천에게 백리세가의 식객으로 머물겠다고 한 뒤 계속해서 머물고 있었다.

“나도 되나?”

여기에 장도웅까지 간다고 나섰다.

“흠.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제갈세가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최대한 많은 고수가 함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었다.

“주학아. 맡겨도 되지?”

“그럼요. 걱정 마세요. 추삼, 춘삼이도 이제 실력이 많이 올라서 취객들 정도는 문제없어요. 거기에 절정고수 백리 가주님도 계시는 걸요.”

사실 남주학도 따라가고 싶었다.

제갈중천과 앙숙처럼 다투지만, 누구보다 제갈중천을 생각하는 친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두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는 지금 곽휘운과 함께하는 이들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따라나서는 것을 포기했다.

“정말 감사하오.”

정중하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제갈중천.

자신을 위해 나서주는 이들이 고마웠다.

“간단하게 짐만 챙겨서 출발하도록 하지요.”

* * *

어두운 밤.

모두가 잠든 이 어둠을 틈타, 재빠르게 움직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온 몸을 검은 흑의로 감싼 무리.

그들은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였고, 잘 짜여 진 조직처럼 한 몸으로 움직였다.

제갈세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그들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폭(爆).”

흑의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명령을 내리자, 품에서 꺼낸 것을 제갈세가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폭음.

콰쾅!! 쾅!!

마치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과 같은 굉음과 함께, 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그들이 던진 것은 화탄.

진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제갈세가였지만, 화탄의 힘 앞에 진법은 모조리 파훼되었고,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땡! 땡! 땡! 땡! 땡!

제갈세가안에서 정적을 깨는 커다란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적의 습격을 알리는 다섯 번의 울림.

“모두 대비하라!”

진법은 깨졌다.

제갈세가 무인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삼삼오오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어진 진법을 뚫고 제갈세가로 들어오는 수많은 흑의인들.

제갈세가는 순식간에 치열한 전장으로 변했다.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운도 급히 합류하여, 흑의인들을 막는 것에 동참했다.

제갈운의 일 검이 움직일 때마다 흑의인 하나가 명을 달리했다.

“이런……. 끝도 없군…….”

베어도, 베어도 수가 줄지 않는 것 같은 흑의인들.

거기에 이 흑의인들의 힘이 상당해,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속속들이 주검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최대한 아이들과 여인들을 데리고 도망치거라! 이곳은 나와 장로들이 막을 테니!”

“가주님!”

“어서 가라!”

제갈운과 장로들은 힘을 쥐어 짜내어 흑의인들을 베어 나갔다.

무림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인 제갈세가의 장로들이기에, 나름 수월하게 흑의인들을 막아 나갈 수 있었다.

“이놈들! 모두 용서하지 않겠다!”

제갈운을 중심으로 뭉친 제갈세가 무인들의 기세는 대단해서, 흑의인들이 더 이상 함부로 달려들지 못했다.

“독(毒).”

제갈세가의 기세에 잠시 주춤하던 흑의인들은 품안에서 저마다 암기와 주머니 같은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던져지는 수많은 암기와 독들.

각자의 무공으로 최대한 막아 나갔지만, 수가 많아도 너무나 많았다.

“사천당가의 암기구나!”

이렇게 많고 다양한 암기와 독을 가진 곳은 무림에 몇 곳 없었다.

제갈운은 지금 이들이 던지는 것들이 사천당가에서 만든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체는 정천맹 소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으으으.

“큽.”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암기에 찔리고, 독에 중독되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제갈세가의 주축이 되는 고수들을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 굳건히 버티고 서서 흑의인들을 베어 가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들과 무공을 모르는 여인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후욱. 후욱.”

제갈운은 슬슬 흑의인들의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힘에 부쳤지만, 끝이라 생각하고 힘을 내었다.

“다들 비켜.”

그때였다.

제갈세가 무인들을 공격하던 흑의인을 가르며 나타난 다섯 인영.

정천맹의 정천오귀였다.

제갈운은 한 번에 그들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졌음을 느꼈다.

‘이런. 내일은 보지 못하겠군. 남은 이들이 제갈세가를 이어 가 주기를.’

제갈운은 오늘이 마지막임을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자, 오히려 더욱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섯이나 우리에게 보낸 것을 보면, 우리가 무섭긴 했나보군.”

“무섭다? 아니지, 그저 제일 귀찮은 것들을 가장 확실하게 없애기 위해 우리 다섯이 온 것이지.”

정천오귀 중 암귀가 앞으로 나서서 제갈운을 비웃었다.

다른 곳과 다르게 제갈세가에 가장 많은 인원과 화탄, 그리고 정천오귀 다섯이 모두 투입되었다.

이유는 제갈세가를 완전히 멸문시키기 위해서였다.

무림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곳을 꼽는 다면, 제갈세가를 첫손에 꼽는 곳이 많을 터였다.

그만큼 그들의 진법은 일반 무인들이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것이었다.

“자. 끝을 보자구.”

정천오귀와 남은 제갈세가 무인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서걱.

쾅!

푸욱.

일방적인 도살.

정천오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제갈세가 무인들이 썰려 나갔다.

압도적인 실력차이.

예전 정천오귀와는 차원이 다른 힘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놈들!!!”

제갈운은 커다란 고함과 함께 정천오귀에게 달려들었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칠 정도로 내공을 끌어올린 제갈운.

그의 검에서 강렬한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서걱.

하지만 그런 제갈운의 목이 그대로 잘렸다.

제갈운을 벤 이는 정천오귀 중 하나인 검귀.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서있었다.

“제갈세가는 약하군.”

그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제갈세가가 완전히 초토화 되어 버렸다.

* * *

제갈세가로 향하는 길.

소빙룡 곽휘운, 검성 남궁태산, 비화룡 위하윤, 묵도 장도운, 괴력권 제갈중천.

인원은 다섯이었지만, 그 면면을 보면 엄청난 행렬이었다.

이 다섯이면 웬만한 문파 이상의 전력이었다.

“중천아 멀었냐?”

“이제 거의 다 왔소.”

남궁태산은 제갈중천에게 제갈세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었다.

평소 다른 세가를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남궁태산이니, 제갈세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아주 미약하게 공기의 흐름이 다른 것을 느끼고, 거의 다왔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말이다.

“야. 곽휘운. 근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거 맞냐?”

“물론이네. 단 시간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걸세.”

남궁태산은 제갈세가로 향하는 동안에도 수련을 쉴 수 없다는 의견을 내었고, 다들 그 의견에 동의했다.

제갈세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이런 시간을 아껴서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했다.

곽휘운은 일행에게 한 가지 수련법을 제시했고, 일행은 이미 곽휘운에 대한 믿음이 거의 신봉 수준이기에 곧바로 받아들였다.

“후욱. 후욱.”

“하악. 하악.”

곽휘운과 남궁태산을 제외하고는 다들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하는 수련.

길을 가는 내내 무기에 내공을 가득 주입한 상태로 걷고 있었다.

무기에 내공을 가득 싣는 것은 싸울 때, 그것도 상대를 격살할 때만 발휘하는 것이다.

내공이 많은 장도웅, 위하윤, 제갈중천이라 해도 금방 한계는 찾아오기 마련이었고, 그를 반증해 주듯이 지금 셋은 거친 호흡과 함께 몸에서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내공이 바닥을 드러낼수록 당연히 몸에 가해지는 피로도 커진다.

이미 이 수련을 한지 꽤나 시간이 지났으니, 아마 지금은 발을 한 발짝 떼는 것도 고역일 터였다.

하지만 셋은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수련을 이어 가고 있었다.

‘다들 정신력이 대단해.’

이 수련은 그저 내공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수련이었다.

그런데 일행 중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고 있었다.

남궁태산도 계속해서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고 말이다.

지금은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겠지만, 계속해서 내공을 소모하고, 유지함으로서 비약적으로 내공을 쓰는 효율이 늘어날 터였다.

거기에 더해 단전이 텅 빌 때까지 내공을 쓰면서, 내공의 회복력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저기 드디어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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