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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49화 (49/203)

<휘운객잔 49화>

아직 무림신성대전이 시작하기 전 임에도 지금 백리세가의 연무장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무당파와 백리세가의 비무.

무림인들에게 최고의 여흥이지 않겠는가?

“그럼 비무를 시작하세.”

비무는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되었다.

‘생각만큼 주목을 많이 받는 군. 좋아.’

곽휘운은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만큼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이 정도는 모여야 사람들에게 백리세가의 이름을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

무당파 쪽을 바라보니, 그들도 많은 인파에 만족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춘삼. 먼저 가 봐.”

“네.”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비무대 위로 오르는 춘삼.

사람들은 그런 춘삼을 보며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어이. 지금 올라온 사람 점소이 아니야?”

“응? 어어! 맞네. 휘운객잔 점소이.”

“어쩐지 빠릿하게 움직이더니, 무공을 배웠나 보구만.”

“그런데 점소이가 나와서 이거 되려나?”

사람들은 춘삼이 무공을 배워 봤자 별 볼일 없는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점소이나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거기에 상대는 구파일방의 수좌를 다투는 곳인 무당파.

무당파의 가장 배분이 낮은 제자가 나와도, 점소이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을 터였다.

다들 이번 비무는 백리세가 측에서 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호창. 나가 봐라.”

“예!”

무당파 측에서 한 명이 튀어나와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어제 춘삼을 발로 찼던 자였다.

“춘삼이라 합니다.”

“관우석이다.”

무당파의 삼대제자인 관우석은 이번 무림신성대전에 따라나선 무당파의 제자 중 가장 배분이 낮았다.

그는 지금 자신에게 생에 두 번 없을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저놈을 완전히 박살내 놓으면, 이대제자로 승급할 수 있을지 몰라.’

이번 비무를 할 때 장로인 천호창이 말하기를 상대를 완전히 박살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러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겠다면서 말이다.

무당파의 장로이자 십절검객이라 불리는 천호창이 내리는 보상이 정확히 무엇일지 모르겠지만, 관우석은 어찌되었건 최소한 이대제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무엇일 터였다.

무공이든, 영약이든 뭐든 말이다.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던지.”

관우석은 춘삼을 완전히 얕잡아 보고 있었다.

어제 관우석의 동료가 한 대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방심했을 뿐.

그래봐야 객잔에서 일하는 점소이일 뿐이니 말이다.

탓. 탓.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우석에게 쇄도하는 춘삼.

관우석은 그때까지도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흥. 나름 움직임은 좋군. 하지만 그래봐야 검법은 삼류겠지.’

- 십화환검(十花幻劍). 제 일초. 일화(一花).

춘삼의 검에서 뻗어 나오는 하나의 검영.

관우석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춘삼의 검영을 막아내었다.

- 십화환검. 제 이초. 이화(二花).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춘삼의 검이 두 개의 검영을 만들어 내었다.

좌우에서 찔러 들어가는 검.

관우석은 춘삼의 실력에 약간 놀랐지만, 여기까지라 생각했다.

캉. 휙.

허초 하나와 실초 하나.

재빠르게 좌우로 검을 휘둘러 실초를 막아 내었다.

춘삼의 공격을 막아낸 관우석은 이제는 자신이 공격해 들어갈 차례라 생각했고, 춘삼을 향해 검을 내뻗으려 할 때였다.

- 십화환검. 제 삼초. 삼화(三花).

춘삼의 검이 세 개의 검영을 만들어 내었다.

어느 것이 허상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검영.

“엇!”

관우석의 입에서 당황을 담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영 두 개로도 충분히 놀랄 만했는데, 세 개의 검영이라니?

관우석은 급히 공격을 거두어들이고, 수비를 위해 자세를 고쳐 잡았다.

휙. 휙.

두 개의 검영은 허초.

남은 하나가 진짜 실초이지만, 아직 미처 쳐내지 못한 관우석이었다.

타탓.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한 관우석은 재빠르게 뒤로 몸을 뺐다.

하지만 춘삼의 검은 집요했다.

서걱.

관우석의 옷이 조금 잘려나갔다.

“이익.”

계속해서 밀리기만 해서 화가 난 관우석은 이를 악다물고 춘삼에게 검을 휘둘렀다.

비무라는 목적을 잊어버린 듯, 상대를 죽이겠다는 일념이 가득 들어간 일검이었다.

휘익.

하지만 관우석이 목표로 했던 춘삼은 이미 옆으로 몸을 피한 상태.

관우석의 검이 허공을 갈랐고,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만큼 관위석의 자세가 크게 흔들렸다.

퍽!

그리고 그런 관우석의 배에 작렬하는 춘삼의 발차기.

춘삼은 어제 자신이 맞은 것을 그대로 갚아 주었다.

“컥.”

크게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배를 부여잡으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관우석.

그는 오늘 아침에 먹었던 음식을 게워 내면서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으억. 커어억.”

승부가 가려졌다.

춘삼이 가볍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잘했다.”

곽휘운은 춘삼이 가볍게 이길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동안 남주학과 제갈중천에게 배운 것들이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더해 상대는 춘삼을 완전 밑으로 보고, 방심한 상태.

춘심이 질 이유가 없었다.

“멍청한 것.”

다른 무당파 제자에 의해 들려나가는 관우석.

그를 향해 무당파는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었다.

첫 비무에서 제대로 무당파의 체면이 구겨져 버린 것이다.

겨우 점소이나 하는 놈에게 일방적으로 졌으니, 제대로 체면이 구겨졌다.

“다음 나오시오.”

다음 차례는 황혜린.

황혜린이 비무대에 올라서자, 무당파 측에서도 여인이 나왔다.

무당파의 이대제자인 서주란이었다.

‘서주란이라면 믿어도 되겠지.’

서주란은 무당파의 이대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실력이 뛰어났다.

삼대제자와 이대제자의 실력 차이는 넘을 수 없을 만큼 크다.

처음은 방심에 방심이 더해져 어이없게 패배했다지만, 두 번째 부터는 어림없었다.

“황혜린이라 합니다.”

“서주란이라 합니다.”

간단한 인사 후 자세를 잡는 두 여인.

도와 검.

둘 사이에 첨예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로가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눈치 챈 상황.

섣불리 먼저 움직일 수는 없었다.

탓.

그때 먼저 움직인 사람은 황혜린.

황혜린의 도에 거대한 기운이 서렸다.

- 백호도하도(白虎渡河刀). 제 일초. 백호도약(白虎跳躍).

백호가 강을 뛰어넘는 것을 보고 창안했다고 알려진 도법.

하북팽가에 전해지는 수많은 도법 중 한 가지인데, 황혜린의 어머니인 팽현옥이 황혜린을 위해 가져온 무공이었다.

하북팽가의 ‘혼원벽력도’나 ‘오호단문도’에 비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도법이었다.

카앙!

황혜린의 도와 서주란의 검이 맞부딪치자 강렬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치이익.

뒤로 세 발짝 밀려나는 서주란.

그녀는 지금 검을 타고 전해지는 강렬한 떨림에 깜짝 놀랐다.

대비를 하고 막았는데도 이 정도의 위력.

‘막지 말고 흘려야겠어.’

서주란은 황혜린의 공격을 막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타탓.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검법을 펼치는 서주란.

무당파의 진중하면서도 부드러운 검법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강렬한 황혜린의 공격을 부드럽게 흘려내는 서주란.

사람들은 이 모습에 과연 무당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보기에는 서주란이 황혜린의 공격을 쉽게 흘려보내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흣.’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것 같았지만, 점점 더 날카롭고 무거워지는 황혜린의 공격에 힘이 부치는 서주란이었다.

- 백호도하도. 제 삼초. 백호도운(白虎蹈雲).

황혜린의 도가 서주란의 팔방을 점하면서 압박해 왔다.

그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는 서주란의 검.

카각.

카가가각!

부드럽게 흘려내는 듯싶은 서주란이었으나, 황혜란의 강렬한 힘에 밀리기 시작했다.

“으윽.”

캉!

챙그랑!

결국 황혜린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손아귀에서 검이 날아가 버린 서주란.

이로서 승패가 정해졌다.

“후아.”

엄청난 집중력으로 비무에 임한 황혜린은 비무가 끝나고 나서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분명 아주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예전의 황혜린이었다면, 분명 졌을 터였다.

하지만 최근 장도웅과의 수련으로 인해 황혜린은 실력이 크게 늘었다.

“어때요? 저 잘했죠?”

“예.”

비무대를 내려온 황혜린은 곽휘운보다 장도웅에게 먼저 다가갔다.

최근 들어 사이가 가까워진 황혜린과 장도웅이었다.

‘잘 어울리는 군.’

곽휘운은 그런 둘을 바라보며,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올라오시오.”

“다녀올게요!”

“그래.”

마지막 비무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남주학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무당파 측에서는 역시나 예상한대로 청검수 전후종이 나왔다.

* * *

무당파는 연이은 패배에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들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제안한 비무였는데, 결과는 참패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당이 언제부터 이리도 약해졌단 말이냐!”

“죄, 죄송합니다.”

천호창의 호통에 무당파 제자들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무당파 장문인인 현검객 장영천은 아무 말 없이 있을 뿐이었지만, 그의 표정이 지금 그가 심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현재 무당파는 두 명의 십객을 배출했지만, 이천 팔왕 중 아무도 배출하지 못했다.

무림에 아직 무당파가 건재함을 보여주어야 할 때인데, 아무것도 아닌 백리세가의 무인들을 못 이겨서야 되겠는가?

“제가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전후종이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곽휘운에게는 크게 망신을 당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방심해서 그렇게 당한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싸운다면 그렇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다.

게다가 지금 비무대에 올라온 상대는 미면귀 남주학.

곽휘운보다는 한참이나 떨어지는 상대였다.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 검을 가져가라.”

그때 장영천이 자신의 검을 전후종에게 건네었다.

무당파 장문인이 검을 건넨다는 것.

그것은 차기 장문인으로 생각한다는 것과도 같았다.

“네가 이긴다면 그 검은 네 것이고, 진다면 다시 돌려놓으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전후종은 떨림과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장영천의 말은 여기서 이긴다면, 차기 장문인 후보로 인정해 주겠다는 것과 같았다.

‘크하하. 내가 드디어!’

전후종은 드디어 자신에게 기회가 왔음에 속으로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다.

미면귀를 이기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자신이 수련동에 쳐박혀 있는 강경산을 밀어내고 장문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후종은 장영천의 검을 가지고 당당한 걸음으로 비무대 위로 올랐다.

* * *

사람들은 남주학과 전후종의 비무에 몹시 달아올랐다.

미면귀와 청검수.

이미 무림에서도 꽤나 유명한 두 젊은 무인들 간의 대결이니 당연했다.

“남주학이라 해요.”

“전후종이라 한다.”

둘 다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

“어떻게 제가 먼저 갈까요?”

“마음대로.”

스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주학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곳은 전후종의 바로 뒤.

캉!

전후종은 가볍게 몸을 돌려 남주학의 일검을 막았다.

- 귀혼신공. 제 삼초. 귀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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