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48화 (48/203)

<휘운객잔 48화>

“이놈이 감히!”

퍽!

옆에 있던 다른 무당파 제자가 춘삼을 강하게 걷어찼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음에 놀라고 있던 춘삼은 그대로 발차기에 맞았고, 바닥을 뒹굴었다.

“커, 컥. 컥.”

내공이 가득실린 발차기를 가슴팍에 허용해 버린 춘삼.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지 연식 컥컥대었다.

“일부런 이런 후진 곳까지 와서 식사하려한 우리가 멍청했군. 점소이가 손님을 때리는 객잔이라니!”

본래 무당파가 숙소로 삼은 곳은 월영루였다.

하지만 그들은 일부러 휘운객잔으로 아침을 먹기 위해 찾아왔다.

아니, 아침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곽휘운이 운영한다는 객잔에 어제의 보복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스슥.

혹시나 무슨 일이 터질까 봐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던 남주학은 춘삼이 갑작스러운 공격을 맞고 바닥에 쓰러지자 급히 나타났다.

툭. 툭. 툭.

이리저리 남주학이 점혈을 하자 그제야 춘삼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너는 돌아가서 잠깐 쉬고 있어.”

남주학은 춘삼을 돌려보내고, 무당파 제자들 앞에 섰다.

“미면귀가 이딴 객잔에서 호위나 하고 있다니.”

무당파 제자들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서 사태를 관망하던 전후종이 몸을 일으켰다.

허리춤에는 새로운 검을 차고 있었는데, 어제의 일은 잊었는지 얼굴에는 비열한 웃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내가 호위를 하던 점소이를 하던 당신이 참견할 바는 아니고, 괜히 시끄럽게 분란 일으키지 말고 이만 나가는 게 어때?”

“점소이도 문제가 있더니, 호위도 문제가 많군 그래. 세상에 이런 곳도 객잔이라고 운영을 한단 말인가?”

“그냥 가라.”

남주학은 당장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은 것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전후종의 막말은 더욱 심해졌다.

“객잔 주인이라는 놈이 제대로 관리를 못하니 다들 이 모양이겠지.”

스릉.

결국 남주학이 검을 뽑았다.

다른 것은 참아도 곽휘운을 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남주학이 막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주학. 그만해라.”

곽휘운이 나타났다.

곽휘운은 남주학을 말리고서 다른 곳으로 보낸 후, 전후종의 앞에 섰다.

“용건이 뭐지?”

곽휘운은 전후종이 단순히 보복을 위해 이 아침부터 객잔에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겨우 이런 보복으로 복수를 끝낼 자들이 아니니 말이다.

“내일 네 놈들 셋이랑, 우리 무당파의 제자들 셋이랑 비무를 제안하러 왔다.”

‘뻔하군.’

무당파가 삼대 삼 비무를 제안하는 이유는 뻔했다.

공식적으로 무당파의 체면을 올리면서, 상대를 망가트리기 위해서였다.

무당파는 현재 백리세가의 전력을 자신들보다 아래라 판단했다.

비무를 하는 동안 살생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부상은 허용될 터였고, 무당파는 그것을 이용해 백리세가의 식구들을 망가트릴 생각이었다.

“좋아. 수락하지. 그럼 비무 방식은 어떻게 할 거지?”

곽휘운은 무당파의 속셈을 알면서도 비무 제안을 수락했다.

그들이 뒤에서 음습하게 일을 꾸미는 것보다 오히려 이렇게 나오는 것이 훨씬 나았다.

“너희가 먼저 비무자를 내보내면, 우리가 그에 맞춰 비무자를 내보내 주는 방식으로 하는 것을 제안하시더군.”

‘수준에 맞춰 준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물론 어느 정도는 비슷해 보이는 수준의 무인을 비무자로 내보낼 것이다.

하지만 저 방식은 조금이라도 더 강한 이를 선택해서 내보내려는 수작이었다.

“그것도 받아들이지.”

“크크. 좋아. 그럼 내일 보자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휘운객잔을 벗어나는 전후종과 무당파의 제자들.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며, 그들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객주님! 어떻게 하시려고 그걸 수락하셨어요?”

멀찍이서 지켜보던 남주학이 대번에 달려와 곽휘운에게 물었다.

그가 보기에 방금 전 무당파가 제안한 비무는 거절하는 것이 맞았으니 말이다.

“나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서 수락했다.”

“예?”

“이번 비무는 분명 우리에게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거다.”

* * *

무당파와 백리세가간의 삼대 삼 비무에 관한 소문은 순식간에 항주에 퍼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모여서 이 비무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떠들어 대었다.

무림신성대전이 시작되기 전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에는 최고의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곽휘운은 딱 세 명을 연무장에 불렀다.

춘삼, 황혜린, 남주학.

이 셋이 이번 무당파와의 비무에 나설 인원이었다.

“제, 제가 과연 나가도 될까요?”

춘삼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곽휘운에게 물었다.

황혜린과 남주학은 그렇다고 쳐도, 자신은 무공을 배운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이처럼 사람들 앞에서 비무를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무당파라는 엄청난 곳과 비무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너는 그냥 평소 수련하던 것처럼만 하면, 어렵지 않게 비무를 이길 수 있을 테니까.”

“정말 그럴까요?”

“물론이지.”

곽휘운의 말에 조금은 걱정이 풀리자 춘삼은 속에서 묘한 흥분과 기대감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아까 무당파의 제자들과 마찰이 있었을 때, 혼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춘삼이었다.

곽휘운의 말처럼 자신이 무당파의 사람과 비무를 해서 이긴다면 더없이 신날 것 같았다.

“황 소저는 묵도께서 그동안 많이 지도해 주셨으니,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라버니. 제가 그 무당파놈들을 완전히 박살을 내주고 올게요.”

황혜린은 장도웅이 객잔에 머문 뒤에도 계속해서 함께 수련을 했다.

때문에 지금 그녀의 실력은 몰라보게 성장했고, 확실히 또래 중에는 적수가 많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그래서 곽휘운은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해야 될 것은 마지막에 나설 남주학이었다.

“필히 네 상대는 청검수가 될 거다.”

곽휘운의 예상대로 앞의 비무에서 모두 승리를 하면, 무당파로서도 최고의 패를 꺼낼 수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분명 청검수 전후종이 비무에 나설 터였다.

전후종이 곽휘운에게는 속절없이 당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자였다.

곽휘운이 예상하기로는 남주학과 비슷하거나 조금 위의 실력.

‘주학이 지금 꽤나 실력이 올랐지만, 그래도 조금 힘들 수 있겠어.’

최근 곽휘운이 제갈중천과 함께 많이 다듬어 준 남주학이었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불안한 감이 있었다.

“객주님. 걱정 마세요. 저 절대로 안 져요.”

자심감으로 빛나는 눈으로 곽휘운을 바라보며 말하는 남주학.

곽휘운은 그 눈을 보고는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음을 느꼈다.

“그래. 믿으마.”

곽휘운은 분명 남주학이 준비한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멸마대에 있을 때에도 언제나 깜짝 놀라게 하고는 했지.’

남주학은 언제나 새로운 수를 숨겨 두었다가, 극적인 순간에 꺼내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는 했다.

저 자신감으로 빛나는 눈을 보니, 이번에도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춘삼. 이거 받아라.”

곽휘운은 춘삼에게 검을 하나 건네었다.

지금 이 셋을 부른 것은 이야기를 해 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비무를 하기 전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이, 이게……?”

“앞으로 네가 쓸 검이다. 뽑아 봐라.”

“감사합니다.”

스릉.

춘삼은 곽휘운의 말에 검집에서 검을 뽑아보았다.

구름이 멋들어지게 양각되어 있는 검집에서 뽑혀 나온 검은 날카로운 예기를 주변에 흩뿌렸다.

검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예리한 검이었다.

“자. 이건 황 소저의 도입니다.”

똑같이 구름이 양각되어져 있는 도집.

그 안에 들어있는 도는 역시나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고 있었다.

“와. 정말 좋은 도예요.”

황혜린이 지금 차고 있는 도도 북경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산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 듯싶었다.

그만큼 곽휘운이 건넨 도는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주학. 이건 네 검이다.”

남주학의 검은 춘삼의 검보다 조금 검신이 얇았는데, 은밀함이 생명인 귀혼신공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검이었다.

다만 검신이 얇아지면 그만큼 강도가 약해지기 마련이었는데, 곽휘운이 건네 준 검은 강도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객주님 이거 설마 한철(寒鐵)로 만든 거예요?”

“그래. 맞다.”

한철은 그 강도가 일반 철의 수십 배에 달하며, 내공을 아주 잘 흡수해, 병장기를 이용하는 모든 무림인이라면 한철로 만든 무기를 가지고 싶어 할 정도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하기 힘들 만큼 희귀했다.

“그런데 이렇게 제련할 수 있는 곳이 없었을 텐데요?”

한철은 강도가 단단한 만큼 완벽하게 제련할 수 있는 대장장이가 온 무림을 뒤져도 몇 없었다.

그런데 곽휘운이 나누어 준 무기들은 모두 날카로운 예기를 내뿜을 정도로 제련이 잘 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무림신성대전이 정해진 날에 ‘신철방’에 부탁했다.”

“예? 거기서 이걸 해 줬다고요?”

* * *

신철방(神鐵方).

대장장이들이 모여서 만든 곳으로, 무림에서 가장 좋은 무기를 만드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 다면 단연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이었다.

신철방에서 나온 무기들은 다른 곳에서 나온 무기들에 비해 훨씬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예기를 자랑했기에, 너도나도 이 신철방의 무기를 가지기위해 혈안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품질은 오히려 신철방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이들의 무기를 노리고 침입하는 무림인들은 수없이 많았고, 거기에 아예 이들을 납치해 자신들의 전속 대장장이로 쓰려고 하는 세력도 있었다.

‘다시는 무기를 만들지 않겠다.’

결국 신철방은 오로지 농기구만을 만드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물론 이 선언을 한 뒤로도 수많은 무림인들이 찾아가 돈을 내밀고, 협박도 해 보았지만 이들은 절대로 무기를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무림에 남아 있는 신철방의 무기들은 부르는 것이 값일 정도로 가격이 치솟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신철방에서 무기를 만들어 왔다고 하니, 남주학이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신철방과 조금 인연이 있어서 가능했다.”

신철방이 조금 있는 인연으로 이런 것을 만들어 줄 곳이 아님은 남주학도 알았다.

하지만 워낙 이런저런 인연이 많은 곽휘운이기에 남주학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오늘은 다들 이만 잠을 청하고, 내일 사람들을 한번 놀래켜 봅시다.”

“예.”

“네! 오라버니.”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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