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41화 (41/203)

<휘운객잔 41화>

곽휘운은 흥미로운 눈으로 팽도혁과 정천맹주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특이한 무공을 쓰는군.’

화려한 움직임과 쾌속무비한 공격들은 그저 눈속임에 지나지 않았다.

쌍검의 손잡이 끝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얇은 실이 매달려 있었다.

팽도혁조차 감지하지 못하듯 싶지만, 곽휘운은 정확히 발견해 내었다.

‘저 실이 무공의 본체.’

쌍검의 움직임에 오감이 집중되면 그 사이를 얇은 실이 헤집어 놓는다.

저 실의 정체를 발견치 못한다면, 꽤 힘든 싸움이 될 터였다.

물론 발견한다 해도, 쉽게 막기는 힘들 것 같아 보였지만 말이다.

쾅!!

팽도혁의 도와 정천맹주의 쌍검이 부딪쳤다.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굉음.

주변에 있던 돌덩이들이 굴러갈 정도의 강렬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뚝뚝.

팽도혁의 양팔과 양다리에서 피가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깊지는 않지만, 깔끔하게 베어진 상처.

“내가 졌네!”

팽도혁이 패배를 인정했다.

팽도혁은 정천맹주가 쓰는 무공의 정체를 알아내었지만, 팔과 다리의 힘줄 근처를 모두 베인 이상 자신의 패배였다.

실전이었다면, 이미 팔과 다리가 모두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정천맹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했지만, 속에서는 내장이 모두 뒤틀리는 고통을 참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라도 거도왕 팽도혁과의 충돌에서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크게 내상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 사람들의 뇌리에 자신과 정천맹의 이름을 남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와아아!”

멀쩡해 보이는 정천맹주의 모습에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무림에서 신예나 다름없는 정천맹주가 무림맹의 부맹주를 이긴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그저 무림맹의 부맹주라는 직함만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 무림팔왕 중 한 명인 거도왕 팽도혁을 이긴 것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곽휘운은 팽도혁의 패배 선언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방금 대전으로 인해 앞선 무림맹의 승리가 모두 묻혀 버렸다.

이렇게 되면 곽휘운이 원했던, 무림맹이 승리하는 그림과는 엇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개파 대전을 이만 끝내겠습니다!”

빠르게 끝을 선언하는 정천맹.

정천맹은 여기서 끝을 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급하게 끝을 내었다.

그렇게 개파 대전이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흩어지는 사람들.

사람들의 대화 주제 중 가장 많은 것은 단연 정천맹주와 팽도혁의 대결.

곽휘운은 이 상황에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조금 더 귀찮아지겠어.’

정천맹의 세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휘운객잔과 백리세가가 힘들어지는 것은 자명했으니 말이다.

* * *

그렇게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온 정천맹의 개파 대전이 막을 내린지도 수 일.

개파 대전에 관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온 무림으로 퍼졌고, 아직까지도 어디를 가든 개파 대전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여기 객잔의 객주가 그 소빙룡이라면서?”

“내가 그 날 개파 대전을 가까이서 봤는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군.”

그리고 개파 대전이 있은 후.

휘운객잔은 곽휘운을 보기 위해 찾는 손님이 부쩍 많아졌다.

곽휘운이 개파 대전에서 활약했다는 이야기가 퍼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객잔에 무림인 손님이 많아졌는데, 그에 따라 곽휘운에게 대결을 신청하러 오는 이도 많아졌다.

“소빙룡이 그렇게 강하다던데, 나와 자웅을 겨뤄보자!”

그리고 대결을 신청하면서 날뛰는 이가 많아진 만큼 남주학이 매우 바빠졌다.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좀 가면 안 될까요?”

“뭐시라!”

남주학은 위하윤 사태에 이어 곽휘운 사태까지 겹치자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일이 없는 것보다야 좋았지만, 이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제갈중천은 별채 호위를 핑계로 조금도 도움을 주지 않았으니, 남주학 혼자 객잔에 찾아오는 불청객들을 모두 처리해야 했다.

“객주님. 사람 좀 더 뽑아 주세요.”

결국 남주학은 곽휘운에게 호위를 한 명 더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곽휘운은 사실 진즉부터 호위를 하나 더 뽑을 계획이었다.

객잔을 조금 더 확장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청송객잔과 월영루만 남았군.’

정천맹의 힘일까?

항주에 있는 객잔들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그리고 청송객잔은 지금 어마어마한 속도로 규모를 늘려가고 있었다.

규모만 보자면 월영루를 이미 넘어선 수준.

거기에 정천상단이 최상의 물품만을 납품하니, 지금 사람들은 청송객잔을 항주 제일 객잔이라 부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질 수는 없지.’

지금 이대로 만족 할 수는 없었다.

항주제일객잔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이미 백리화와는 상의가 끝난 상태였다.

“오! 누구로 뽑으실 거예요?”

“한 명 이미 뽑아 놨지.”

“벌써요?”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인영이 하나 들어왔다.

“어? 묵도님이 왜?”

방금 들어온 인영의 정체는 묵도 장도웅.

다른 신성대는 모두 무림맹으로 돌아간 참이었다.

위하윤이야 돌아온다 했으니 다시 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묵도를 다시 볼 줄은 생각지도 못한 남주학이었다.

“묵도님이 이번에 새롭게 호위를 하실 분이다.”

“네에?”

* * *

묵도 장도웅은 정천맹의 개파 대전이 끝난 후 조용히 곽휘운을 찾았다.

“나를 더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줘.”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하는 장도웅.

장도웅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중한 부탁이었다.

그는 신성대를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곽휘운에게 배움을 얻고 싶었다.

“저는 무림맹처럼 지원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무림맹 신성대에게는 두둑한 돈과 갖은 영약, 그리고 무공서들이 지원된다.

무림맹에서 가장 지원이 두둑한 곳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곽휘운은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올 수 있는가에 대해 말했다.

“이제 그런 것은 쓸모없지.”

장도웅은 무림맹에서 받는 지원보다, 곽휘운을 통해 얻는 깨달음이 훨씬 더 값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고 말이다.

곽휘운에게 지도를 받은 장도웅은 지금 자신의 실력이 한 단계 이상 뛰어올랐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아마 이번에 같이 온 각운도 이곳에 머무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림사를 등에 지고 있었기에 신성대를 나올 수 없을 터였고, 자신은 그런 것에 얽매이지는 않아도 되기에 이렇게 남을 수 있었다.

“흠. 마침 일손이 필요하던 참인데 잘 되었습니다. 묵도님께서 객잔 호위로 지내주신다고 하면 제가 간간히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좋다.”

장도웅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곧바로 수락했다.

“좋습니다. 객잔 호위 일에 대한 건 주학이에게 배우시면 되고, 아직 건물이 완공되려면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무공을 다듬어 볼까요?”

아직 새로운 객잔의 완공이 조금 남은 시점.

곽휘운은 그 시간 동안 장도웅의 무공을 손봐 줄 생각이었다.

* * *

며칠 후.

휘운객잔의 바로 옆에 새로운 전각이 하나 들어섰다.

단 한 층으로 되어 있지만, 꽤나 넓은 크기의 전각.

이 새로운 전각이 바로 휘운객잔의 새로운 사업장이었다.

객잔 식구들은 모두 궁금하다는 눈으로 곽휘운을 바라보았다.

곽휘운과 백리화를 제외하고는 이 곳이 어떻게 운영될 것인지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스르륵.

부드럽게 객잔의 문이 열리고,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방 바로 앞에 있는 긴 탁자가 눈에 가장 들어왔다.

다들 이 탁자가 도대체 무슨 용도일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일정 값을 지불 하면, 이곳에서 음식을 알아서 가져가도록 할 것입니다.”

“네? 그게 될까요?”

음식을 알아서 가져가게 한다니?

그렇다면 분명 다들 지불한 값 이상의 음식을 가져가려 할 것이고, 객잔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터였다.

“음식의 재료들의 값을 잘 조절한다면 문제없을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니까요.”

곽휘운이 무림맹에 있을 때에 무림맹 식당이 바로 지금 곽휘운이 말한 것처럼 음식을 놓아 두고 알아서 가져가 먹는 체계였다.

그리고 그때 지켜본 바로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간혹 예외도 있었지만, 예외는 언제나 예외일 뿐.

대다수의 사람은 많이 먹지 못했다.

“그럼 혹시 음식을 잔뜩 퍼가고 다 남기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음식을 남기면 추가 요금을 받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과연 잘 따를까요?”

분명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 나올 터였다.

거기에 무림인이라면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건 여기 묵도님이 해결해 주실 겁니다.”

묵도가 맡아서 호위를 할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번 개파 대전으로 묵도에 대한 소문이 항주에 쫙 퍼졌을 터.

감히 그가 있는 곳에서 날뛸 사람은 별로 없을 터였다.

“그럼 숙수도 한 분 더 오시는 건가요?”

객잔에는 황중식과 천종하 두 명의 숙수가 있었지만, 아직 천종하의 위치는 보조 숙수이었으니, 이곳 주방을 맡을 숙수가 필요할 터였다.

“아니요. 이곳은 천 숙수님이 맡아서 하실 겁니다.”

“예?”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천종하가 예상치 못한 곽휘운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신이 이곳을 맡는다니?

“이미 황 숙수님과 이야기는 끝내었습니다. 천 숙수님이면 믿고 맡겨도 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천종하의 물음에 황중식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황중식이 본 천종하는 이제 혼자서 주방을 맡아도 될 만했다.

꾸준한 무공 수련으로 체력은 넘쳐흘렀고, 요리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웬만한 객잔이라면 대 숙수의 자리에 있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럼 천 숙수님이 여길 맡으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예!”

그렇게 객잔 식구들은 새로운 전각을 모두 둘러보고 백리세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기 전 곽휘운은 잠깐 백리화를 만났다.

“객주님. 아무래도 일할 사람을 더 뽑아야 할 것 같아요. 객잔이 커진 만큼 말이에요.”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지금 항주에는 정천맹 측의 인물들이 쫙 깔려있을 터였다.

이 상황에서 무턱대고 사람을 뽑으면, 정천맹측의 인물이 위장 취업을 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필히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객잔에 적지 않은 타격일 올 것이 뻔했기에, 사람을 뽑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저, 객주님.”

“예.”

“제가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그분들을 고용하면 되겠습니다.”

백리화가 아는 자들이라면, 고용해도 큰 탈은 없을 터였다.

“근데 그게 문제가 있어서요…….”

곽휘운이 흔쾌히 수락했음에도 말에 뜸을 들이는 백리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요. 아니, 잡혀있다고 해야 할 거예요.”

소정, 소윤 자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