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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39화 (39/203)

<휘운객잔 39화>

장도웅 역시 개파 대전이 있기 전 곽휘운과 마주섰다.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장도웅.

그는 무언가를 빙빙 돌려서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제가 한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묵도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게 뭐지?”

곽휘운은 대답 대신 검을 꺼내어 들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한번 보여 주는 것이 빠를 테니 말이다.

키이이잉.

곽휘운의 검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느껴지는 강렬한 진동.

곽휘운은 전에 장거웅이 보여 주었던, 파천거령도의 초식을 최대한 따라서 일 검을 내질렀다.

콰카가가각.

연무장의 땅이 무언가에 찢긴 듯 거칠게 파였다.

장도웅은 그 모습에 몸을 가늘게 떨었다.

자신이 원하던 파천거령도의 모습이 바로 저것이었다.

“그저 조금 흉내만 낸 것이니, 묵도께서 하시면 더욱 강한 위력이 나올 것입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군.”

장도웅은 곽휘운을 보며 놀람과 감탄의 경지를 벗어났다.

그는 이미 자신과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다.

하늘 위의 하늘이었다.

“자자. 제가 세세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해 주는 이유가 뭐지?”

같은 문파에 있는 사람 간에도 이렇게까지 알려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런 것을 가르쳐 준다니?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끄덕.

장도웅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휘운이 살짝 미소 지었다.

“여러분이 압도적으로 개파 대전에서 이겨야, 객잔도 세가도 편해질 테니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정도는 저에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어쩌면 굉장히 광오한 말일 수 있었다.

하지만 곽휘운에게 이 정도 일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공의 운용만 조금 바꾸면 될 뿐인 것이니 말이다.

곽휘운의 말을 들은 장도웅이 작게 중얼거렸다.

“정천맹은 상대를 잘못 골랐군.”

* * *

키이이이잉.

기세가 바뀐 장도웅의 거도에서 예사롭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거력귀도 그 소리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더욱 더 내공을 끌어올렸다.

“하압!”

장도웅의 짧은 기합성과 함께 움직이는 거도.

- 파천거령도. 제 일초. 거령이격(巨令異擊).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날아가는 장도웅의 도격.

거력귀는 그대로 언월도를 휘둘러 도격을 막아 내었다.

카가각. 카각.

“흡!”

장도웅의 도격을 막아 내던 거력귀의 입에서 당황스러움이 담긴 기합성이 나왔다.

방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

엄청난 진동이 언월도를 타고 거력귀의 손에 전해져 왔다.

저릿.

거력귀는 저려오는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

언월도를 놓치면 그대로 대결 종료였으니 말이다.

쿵.

이번에는 거력귀가 달려들었다.

엄청난 풍압과 함께 언월도의 환영들이 장도웅을 뒤덮었다.

환영 하나 하나가 모두 거력을 담고 있었다.

- 파천거령도. 제 사초. 거풍회천(巨風回天).

장도웅의 도가 크게 휘돌기 시작했는데, 순간적으로 거대한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거기에 진동이 더해진 장도웅의 바람은 거력귀의 환영들을 모두 찢어 버리고도 여력이 남아 거력귀를 향해 쇄도했다.

카가가가각. 캉!

촤아아악.

거력귀가 사력을 다해서 막아 냈지만, 몸이 뒤로 밀려 나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거력귀는 자신의 손을 내려 보았다.

뚝. 뚝.

언월도를 잡은 손에서 피가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꽤나 크게 손아귀가 찢어졌다.

거력귀는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일격에 승부를 내야 했다.

“하아아압!”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흩날릴 정도로 내공을 끌어올린 거력귀.

거기에 더해 더욱 더 붉어진 피부는 그를 한층 더 무시무시하게 보이게끔 만들었다.

장도웅도 그에 맞추어 내공을 끌어올렸다.

키이이이이잉!

장도웅의 거도가 더욱 강렬하게 울기 시작했고, 주변의 공간이 그 진동에 일그러질 정도가 되었다.

서로가 이 일격에 승패를 걸었다.

- 파천거령도. 제 삼초. 거혼참격.

주위를 압박하는 것이 아닌, 주위를 찢어발기며 나아가는 장도웅의 도격.

그에 맞서는 거력귀의 언월도는 거대한 강기가 쇄도해 날아왔다.

콰카가가각. 쾅!

엄청난 힘의 격돌에 폭발이 일어나며 자욱하게 흙먼지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흙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는 비무대를 보며 누가 이겼을지 예측하기 바빴다.

휘이잉.

때마침 바람이 불어오면서 흙먼지를 걷어 내었고, 비무대 위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쩡히 도를 들고 있는 장도웅과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는 거력귀.

승패는 가려졌다.

“와아아! 또 신성대가 이겼다!”

연이은 신성대의 승리.

개파 대전에 초대받은 무림맹측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정천맹 측 인물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들은 지금 무림맹을 버리고 정천맹이라는 새로운 배에 탄 상황.

그런데 지금 그 배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보시오. 정천맹주.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지부장 중 한명이 다급하게 정천맹주에게 소리쳤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그림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니 그럴 만했다.

“아직 대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시지요.”

여유롭게 대답하는 정천맹주였지만, 속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그도 오귀가 이렇게 쉽사리 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니 말이다.

‘썩었어도 무림맹이란 것인가.’

정천맹주는 역시 오랜 세월동안 축적된 무림맹의 힘은 측정하기 힘든 것이라 생각했다.

‘흐름을 바꿔야겠어.’

이쯤에서 자신들 쪽으로 흐름을 가져올 필요가 있었다.

정천맹주는 오귀에게 슬쩍 신호를 보내었다.

그리고 그 신호와 함께, 검귀가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일순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가만히 서있는 검귀였는데, 모두들 그가 범상치 않은 자라는 것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기운으로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내가 간다.”

남궁태산이 몸을 풀며 앞으로 나섰다.

지금 그는 딱 좋은 상태로 흥분해 있었다.

비무대 위에 오른 검귀가 상대로서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니까.

“검성인가.”

남궁태산이 나오는 것을 본 검귀는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새 검을 뽑아 손에 쥐고 있었다.

고오오오.

주변을 감싸는 묘한 기류.

비무대에 오른 남궁태산도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뒤덮는 거대한 존재감.

과연 검성이라는 이름이 부족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시작하시오!”

대전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검귀의 검이 모습을 감추었다.

소리도 그림자도 없이 사라진 검.

서걱.

옷이 잘리는 소리와 함께, 남궁태산의 어깨 부분의 옷이 조금 잘려나갔다.

“호오?”

남궁태산은 검귀의 무공에 이채를 띄웠다.

옷이 잘리기 직전까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나마 바로 직전 느껴진 날카로운 기척에 몸을 틀지 않았다면, 아마 그대로 팔이 잘려 나갔을지도 몰랐다.

‘재밌어.’

남궁태산은 위기감보다 흥미가 더 동했다.

그는 언제나 무공에 진심이었으니까.

- 무적제왕검강. 제 일초. 제왕일로(帝王一路).

촤아악.

남궁태산이 검을 찔러 넣음과 동시에 검귀의 팔에서 피가 조금 튀어 올랐다.

검귀가 반응해서 몸을 틀었어도 늦었을 만큼의 속도였다.

“자. 이걸로 빚은 갚았고.”

말과 함께 남궁태산의 신형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것은 검귀의 바로 앞.

카캉!

검귀가 재빠르게 검을 들어 올렸고, 남궁태산의 검격을 막아 내었다.

쉴새없이 초 근접한 거리에서 주고받는 검격.

남궁태산은 검귀의 공격에 대한 해법을 초 근접전으로 풀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기척 없는 검격에 당할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다.

“자자. 어서 실력을 전부 보이라고.”

남궁태산은 검귀에게 숨겨둔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척 없는 공격이 막혔음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검을 움직이는 모습.

아니나 다를까.

스슥.

다시 검귀의 검이 사라졌고, 남궁태산은 급하게 뒤로 몸을 날렸다.

촤자자자작.

방금 전 남궁태산이 서 있던 자리에 엄청난 수의 검격이 작렬했다.

비무대가 모조리 갈려 버릴 정도의 위력.

뒤로 물러났던, 남궁태산이 다시 앞으로 움직였다.

- 무적제왕검강. 제 오초. 제왕이형.

둘로 늘어난 남궁태산의 신형.

좌우에서 동시에 검귀를 공격해 들어갔다.

서로 다른 초식을 펼치는 남궁태산의 신형 둘.

카가가각!

푸욱.

남궁태산의 일 검이 검귀의 다리를 꿰뚫었다.

“이만 하지.”

검귀를 향해 타올랐던 남궁태산의 흥미가 식었다.

생각보다 강하기는 했지만, 무언가 그 이상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남궁태산은 역시 곽휘운같은 상대는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멈춰.”

비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남궁태산을 불러 세우는 검귀.

하지만 남궁태산은 듣지도 않고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흥미가 식은 상황에서 더 이상 싸울 생각은 없는 남궁태산이었다.

스슥.

뒤돌아있는 남궁태산에게 검귀가 검을 날렸다.

뒤를 공격하는 것은 비무에서는 금기.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금기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만 하자고 했을 텐데?”

막 남궁태산의 등 뒤에 검귀의 검이 닿을 것 같았을 때.

검귀의 바로 뒤에서 남궁태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등을 보이고 있었는데, 어느새 검귀의 뒤로 신형을 움직인 남궁태산.

그리고 검귀의 목에 남궁태산의 검이 올려져 있었다.

“…….”

검귀는 자신이 완전히 패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실력엔 꽤 자신이 있었는데,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전까지 남궁태산과 비슷하게 싸운 것이 아니라, 남궁태산이 비슷한 수준으로 싸워 준 것이었다.

“이런.”

정천맹주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믿고 있던 검귀마저 검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져버리고 말았다.

이 자리에서 힘을 보여 줘야 했던 정천맹이건만, 힘은커녕 오히려 무림맹을 도와주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림맹을 벌하기 위해서는 힘을 더 끌어모아야 했다.

지금 여기서 더 힘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앞으로의 일이 힘들어질 터였다.

‘내가 나서야 하나?’

젊은 무인들간의 대결로 암묵적인 규칙이 세워졌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맹주는 가만히 있으시게. 내가 나설 테니.”

정천맹주가 고민하고 있을 때.

항주 지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칫.

대전을 지켜보던 정천맹의 그 누구도 항주 지부장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들 흠칫 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흘흘.”

다른 지부장들의 눈이 항주 지부장에게 집중되어졌다.

그들은 오늘 처음으로 항주 지부장을 보는 것이었는데, 그가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휘리릭.

항주 지부장은 몸을 날려 비무대로 걸어 나갔는데, 그는 허공을 밟으면서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허공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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