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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35화 (35/203)

<휘운객잔 35화>

괴불룡 장각은 눈앞에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곽휘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장각은 예전에 우연찮게 곽휘운의 숨겨진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장각은 자신이 얼마나 거만하고 바보 같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주변에서 떠받들어 주는 것에 취해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놈인 줄 알았다.

검성이라 불리는 남궁태산도 머지않아 자신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곽휘운의 실력을 본 후로는 이 모든 생각이 부서졌다.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벽을 느꼈다.

‘확인해 보고 싶다.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각운은 이번 임무에 얼마나 들어오고 싶었는지 몰랐다.

곽휘운을 다시 만나고, 그와 대련을 하고 싶어서 말이다.

“전력을 다해도 상관없겠소이까?”

“흐음. 건물은 부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조절하겠소이다.”

각운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고요하지만 거대한 내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뻗어지는 각운의 일 권.

- 백보신권(百步神拳). 제 일초. 격타(隔打).

쾅!

분명 제자리에서 뻗어진 공격이었는데, 순식간에 곽휘운의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다만 어느새 나타난 곽휘운의 흰 구름이 각운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저를 죽이실 생각이신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곽 대주라면 이 정도는 막을 줄 알았소이다.”

“이런, 이런.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소? 자. 다시 가외다.”

각운은 모든 힘을 다해 곽휘운에게 공격을 가했다.

과연 소림사의 무공이다 싶을 정도의 웅장함과 힘이 느껴지는 권격들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중 단 일격도 곽휘운에게 닿지 못했다.

마치 어린아이와 어른의 싸움과도 같은 모습.

묵도 장도웅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그답지 않게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었다.

‘소빙룡의 실력이 저 정도란 말인가!’

분명 남궁태산이 말을 하기에 무림에 알려진 것보다 강할 것이란 건 짐작했다.

하지만 이건 그 차원을 넘어선 강함이 아닌가?

‘도대체 왜 실력을 감추고 다녔단 말인가?’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무림맹에서 그런 모멸을 당하면서 지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장도웅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대련을 보면서 몸 안에서 무인을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강함을 시험해 보고 싶은 욕망이 타올랐다.

“헉헉…….”

공격만 하던 각운은 거친 숨을 내쉬며 공격을 멈추었다.

내공이 완전히 바닥이 나버린 상황.

그에 반해 곽휘운은 너무나도 멀쩡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난 여기까지 하겠소이다. 고맙소이다. 곽 대주.”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각운은 곽휘운의 말은 듣지도 못한 채로 재빠르게 별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공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무공을 펼치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빨리했다.

“다음은 내가 하지.”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묵도 장도웅이 앞으로 나섰다.

보통 사람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키에 단단한 체격의 사내.

그리고 그 키만큼이나 거대한 묵색의 도는 보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묵도님과는 처음 이렇게 마주 보는 것 같습니다.”

“…….”

장도웅은 아무런 말도 없이, 거도를 꺼내어 손에 주었다.

그와 동시에 퍼지는 강력한 기운.

주변에서 구경하던 백리세가 식구들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간다.”

“언제든지.”

쿵.

묵직한 진각과 함께 장도웅이 곽휘운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거도가 겉모습과는 다르게 쾌속무비하게 움직였다.

- 파천거령도(破天巨靈刀). 제 삼초. 거혼참격(巨魂斬格)

주변을 모두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과 함께 장도웅의 거도가 곽휘운에게 떨어졌다.

곽휘운은 여전히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떨어지는 거도를 똑바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 휘운검법. 제 오초. 반(反).

곽휘운의 구름이 휘돌며 맹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대로 장도웅의 거도를 향해 쏘아져 날아갔다.

크그그극.

텅!

구름들이 그대로 거도에 갈라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엄청난 반발력과 함께 거도를 튕겨 냈다.

“흡!”

자신이 내려친 힘 그대로 반발력에 밀려난 장도웅은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 보았다.

뚝. 뚝.

살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 두 손.

장도웅은 도대체 얼마 만에 손이 찢어진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사실 도를 놓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만큼 방금 곽휘운이 쏘아 보낸 구름의 반발력이 굉장했다.

“더 하시겠습니까?”

“아니. 충분하다.”

장도웅은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깨달았다.

손까지 찢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련은 의미가 없었다.

단 일합이었지만, 장도웅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일격을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올랐다.

“그럼 이제 나랑 하자.”

장도웅이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남궁태산이 앞으로 나섰다.

장도웅도 잠시 생각을 접고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검성과 소빙룡의 대련.

당연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네.”

곽휘운이 전과는 다르게 검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그리고 주위의 구름들이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촤자자작.

그저 구름이었던 것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그리고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형태로 변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

이것이 휘운검법의 진짜 모습이었다.

남궁태산은 저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았다.

“좋아. 좋아.”

남궁태산은 정말 진심을 다하는 곽휘운의 모습에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남궁태산의 몸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땅이 흔들릴 정도의 위압감.

백리세가 식구들의 눈이 너도나도 커졌다.

지금까지 느껴 본 적 없는 거대한 위압감에 놀라서였다.

“자. 간다.”

그 말과 동시에 남궁태산이 딱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런데 그 한걸음과 동시에 어느새 곽휘운의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움직임.

- 무적제왕검강. 제 오초. 제왕이형.

그리고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을 남궁태산이 보여 주었다.

둘로 늘어난 남궁태산의 신형.

“무슨!”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두 깜짝 놀라 소리를 내질렀다.

단순히 분신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형태의 초식을 둘로 늘어난 남궁태산이 펼쳤다.

그저 분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특수한 무공을 익히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분신이 다른 움직임을 하며, 진짜와 같은 기운을 내뿜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일을 남궁태산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 주고 있었다.

“지난번보다 훨씬 대단해졌군 그래.”

하지만 정작 공격을 당하는 곽휘운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무공이었으니 당연했다.

- 휘운검법. 제 일초. 파.

지금의 압은 평소 구름 상태일 때의 압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빛나는 구름은 빛나는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모두 내공을 잔뜩 머금은 칼날과 같다.

거기에 더해 닿는 순간 상대를 얼려 버릴 만큼 차갑기도 했다.

촤자자작.

남궁태산을 휘감은 구름이 그대로 남궁태산을 얼려 버리려 했다.

하지만 남궁태산도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 무적제왕검강. 제 이초. 제왕평세.

남궁태산의 검에서 가공할 검기가 휘둘러져 나옴과 함께 주변의 구름이 일순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구름을 걷어 낼 수는 없었다.

찌익.

남궁태산의 옷이 조금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 부분이 곧바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렇지 이거지. 이거야.”

남궁태산의 눈이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마 무림에서 무공광(武功狂) 순위를 나열한다면 필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한 남궁태산이었다.

그는 지금 이 짜릿한 순간이 너무나 좋았다.

자신을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으니,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다.

캉!

카캉!

쉴 새 없이 검과 검이 오갔다.

이제 무공을 배운 춘삼과 추삼부터 장도웅에 이르기까지 서로 보이는 것은 달랐지만, 이 대련이 지금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은 모두 똑같이 인지했다.

곽휘운의 빛나는 구름이 남궁태산을 공격하고, 그것을 파훼하며 곽휘운을 향해 다가가는 남궁태산.

“오늘은 이만 하는 게 어떤가? 하윤 소저도 아직 남아 있으니.”

한창 대결이 진행되던 중 곽휘운이 말을 꺼내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아침까지 싸워도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아직 대련을 하지 않은 위하윤이 남아 있었다.

“흠. 그래.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남궁태산도 곽휘운의 말에 검을 거두었다.

무공광이지만 이성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공과 사는 구분할 줄은 알았다.

“고맙네.”

승패가 없는 것 같은 둘의 대련 같았지만, 대련이 끝난 뒤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너무나도 멀쩡한 곽휘운의 모습에 비해, 남궁태산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옷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검성 남궁태산이 또래의 무인에게 밀렸다?

세상이 알면 믿지도 않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었고, 직접 보았으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다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백리화와 장도웅은 특히나 생각이 많아졌다.

‘말도 안 돼.’

백리화는 곽휘운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강하다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저런 사람과 함께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백리화는 왠지 곽휘운이 조금은 멀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가갈 수 없을 만큼 저 먼 곳에 있는 사람 같았다.

‘정말 같은 사람인가?’

그리고 장도웅은 곽휘운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장도웅은 언제나 강자를 동경하고,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또래 중에서는 적수가 많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장도웅은 새로운 목표로 남궁태산을 지목하고 노력해 오고 있었는데, 오늘 새로운 목표를 만났다.

지금까지 봐 왔던 그 누구보다 장도웅의 피를 끓어오르게 했다.

“자. 하윤 소저 차례입니다.”

그때 곽휘운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위하윤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백리화와 황혜린의 시선이 집중되어졌다.

사뿐사뿐.

위하윤의 아주 가벼운 걸음.

마치 깃털이 움직이는 듯했다.

“저도 진심을 다해 보겠습니다.”

“하하. 얼마든지요.”

휘이이잉.

어디선가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과 함께 위하윤의 신형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곳은 곽휘운의 등 뒤.

- 비연신검(飛燕神劍). 제 삼초. 회류(回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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