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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9화 (19/203)

<휘운객잔 19화>

곽휘운은 객잔에서 손님들을 쫓아낸 장본인들 앞에 섰다.

진득한 살기를 내뿜고 있는 두 명의 무인.

곽휘운은 백리화를 포함해 객잔 식구들까지 전부 밖으로 내보내고 홀로 객잔에 남았다.

“천수검문에서 왔습니까?”

“그래. 네가 소빙룡이냐?”

보통의 검보다 조금 더 긴 검을 들고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고 있는 중년인.

천수검문의 일장로인 단목종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농도 짙은 살기를 흘려대고 있는 또 다른 중년인.

그가 바로 항주에서 손에 꼽는 고수 중 한 명인 혈우검 양봉악이었다.

천주룡의 명을 받고, 곽휘운과 휘운객잔을 없애버리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제가 소빙룡이 맞습니다만.”

휘익.

다짜고짜 일장로의 기다란 검이 곽휘운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워낙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객잔의 다른 이들은 보면서도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탁.

하지만 곽휘운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단목종의 검을 손으로 잡아채었다.

“인사치고는 조금 과한 것 같습니다.”

“음!”

일장로는 목을 베지는 못해도 상처는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간단히 검이 잡혀 버리자 조금 당황했다.

“역시 괜히 소빙룡이라 불리는 건 아닌가 보구나.”

“하하. 과찬이십니다.”

스릉.

옆에서 살기만 내뿜던 혈우검도 검을 뽑아 들었다.

곽휘운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객잔에 상처가 나지 않아야 할 텐데.”

“네놈 목숨이나 걱정해라!”

탓.

탓.

미리 합이라도 맞춘 듯 동시에 움직이는 일장로와 혈우검.

양방향에서 동시에 찔러 들어오는 공격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곽휘운이 얼마나 강할지 대충 짐작했기에, 조금의 방심도 없는 공격이었다.

캉! 캉!

곽휘운의 검이 뽑혀져 나옴과 동시에, 둘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

마치 동시에 친 것과 같은 속도.

곽휘운은 객잔 안에서 싸움을 길게 할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슈우우우욱.

객잔을 뒤덮는 하얀 구름.

일장로와 혈우검 모두 이 구름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합!”

“흐읍!”

단전에서 내공을 끌어올리는 일장로와 혈우검.

일순간 주변의 구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보통내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곽휘운은 그들이 구름을 지워나감에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모습에 더욱 더 입가의 미소가 진해졌다.

“이제 끝을 보지요.”

“놈! 건방…….”

- 휘운검법. 제 삼초. 압.

“으윽!”

“헙!”

일장로는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갑자기 온 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압력에 입을 닫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혈우검도 상황은 마찬가지.

둘은 꼼짝하지도 못하고, 내공을 끌어올려 이 압력에 대항하고 있었다.

“자. 일단 객잔 안에서 피를 볼 수는 없으니, 얌전히 계십시오.”

곽휘운은 그런 둘에게 다가가 순식간에 온몸의 혈도를 점해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혈도를 점혈 당해 꼼짝도 못하는 일장로와 혈우검을 들쳐 업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주학아. 객잔 잘 지키고 있어라.”

“네!”

곽휘운은 남주학에게 객잔을 맡기고는 그대로 천수검문을 향해 내달렸다.

손님들이 있는데 와서 이런 짓을 벌인다면, 이것은 선을 넘은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곽휘운이 천수검문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던 그때, 곽휘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세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네놈이 소빙룡인가?”

곽휘운의 앞을 막아서는 세 인영.

마치 동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듯한 목소리로 곽휘운을 향해 물었다.

셋 모두 철로 만든 듯한 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었는데, 그 기운들이 실로 범상치 않았다.

‘살기가 너무 짙군. 웬만한 마두들 저리가라야.’

세 개의 철가면들에게서 느껴지는 살기는 지금까지 곽휘운이 상대했던 마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맞습니다만.”

“그렇군.”

스슥.

더 이상의 말도 없이 철가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곽휘운은 일장로와 혈우검을 한쪽에 던져 두고, 검을 뽑아 들었다.

이쪽은 인적이 없는 곳.

곽휘운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가면을 쓴 수상한 자들이 천수검문을 도와 습격한다라. 재미있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짙은 구름이 곽휘운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이 구름에 뒤덮여 버렸다.

쩌저저적.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얼어 버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준의 빙공.

철가면들은 무엇 하나 해 보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 낸 조각상처럼 가만히 서 있는 철가면 셋.

- 휘운검법. 제 일초. 파.

파파팡.

퍼서석.

곽휘운의 검이 철가면들을 건드리자, 그대로 산산이 부셔져 내렸다.

실로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점혈 당해 구석에 쓰러져 있던 일장로와 혈우검은 이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알려진 소빙룡의 무공 실력은 결코 이정도가 아니다.

이 정도의 무용이라면, 무림팔왕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 다시 갑시다.”

곽휘운은 일장로와 혈우검을 들쳐 업고 다시금 천수검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천수검문은 지금 비상경보가 떨어졌다.

문주를 찾아왔다는 자를 막아선 이들 모두가 지금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거기에 놀라운 것은 그가 천수검문의 일장로와 식객인 혈우검을 들쳐 업고 왔다는 것이었다.

천수검문에 있는 모든 무인들이 나왔지만, 그의 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가 문주인 천주룡이다!”

그때 드디어 천주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주룡은 급하게 들려온 부하의 보고에 달려오는 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분명 일장로에게 그것도 줘서 보내었고, 거기에 회에서 온 세 명의 무인도 같이 보내었다.

지금쯤이면 소빙룡은 물론 휘운객잔까지 없어졌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천수검문을 휘젓고 있는 소빙룡이 눈앞에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일장로와 혈우검은 그렇다고 해도, 회에서 온 자들은…….’

천주룡은 회에서 온 철가면을 쓴 세 명의 무인을 직접 만났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필히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무인들이었다.

그런 자가 셋이나 갔는데, 아무리 무림오룡이라지만 새파란 애송이인 소빙룡에게 당했다니?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길이 엇갈렸나?’

지금 천주룡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없겠군.’

지금 다른 이들이 소빙룡을 막아 봐야, 전력만 깎아먹는 꼴이다.

천주룡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문주님 처음 뵙겠습니다. 곽휘운이라 합니다.”

“무슨 일로 이리 난동을 부리느냐!”

“하하. 이분들이 저희 객잔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셔서 말이죠.”

곽휘운은 천주룡의 앞으로 아직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일장로와 혈우검을 보내었다.

천주룡은 재빠르게 그들의 점혈을 풀어주었지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점혈을 당해 있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감히 우리 천수검문의 무인을 이렇게 만들고 무사히 돌아갈 생각은 말아라!”

“하하하! 감히 저희 객잔을 건들고, 무사히 넘어갈 생각은 마시기 바랍니다.”

슈와아아악.

구름이 천수검문을 뒤덮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천주룡.

“모두 멀리 물러나라!”

챙!

천주룡이 검을 들고 곽휘운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가는 천주룡.

그의 검이 수없이 많은 검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 천수검법. 제 육초. 만천밀밀(滿天密密).

빽빽하게 곽휘운의 사방을 가득채운 천주룡의 검기.

과연 항주에서 손꼽히는 고수라 불릴만한 절기였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천수검문의 문도들은 과연이라 생각하며, 천주룡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괜찮은 공격입니다.”

곽휘운은 확실히 천주룡이 항주에서 만났던 무인들 중, 서무제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자라 생각했다.

항주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은 되었다.

- 휘운검법. 제 사초. 막.

하지만 천주룡의 공격은 너무나도 손쉽게 곽휘운의 검막에 의해 모두 막혀 버렸다.

단 하나의 검기도 곽휘운의 옷자락에 조차 닿지 못했다.

천주룡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다음 초식을 준비했다.

- 천수검법. 제 칠초. 합일쇄혼(合一殺魂).

수없이 많던 검기가 하나로 합쳐지고, 그대로 곽휘운을 향해 쏘아져 나아갔다.

모든 검기를 하나로 합쳐, 단 하나의 목표만을 격살하는 초식.

방금과 같은 검막으로는 막을 수 없는 초식이었다.

- 휘운검법. 제 삼초. 압.

콰각.

천주룡의 검기가 곽휘운에게 당도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두 눈으로 보고도 못 믿을 광경.

검기가 압력에 눌려 땅에 처박힌다니?

- 휘운검법. 제 이초. 참.

서걱.

챙강.

천주룡의 검이 잘려나갔다.

눈이 커질대로 커진 천주룡과 천수검문 문도들.

검객의 검이 잘렸다.

이것은 목이 잘린 것과 같은 상황.

천수검문 문도들은 곽휘운이 얼마나 강한자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더 하시겠습니까?”

“원하는 것이 뭐냐?”

“다시는 저희 객잔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십시오.”

“네가 지금 벌집을 건들인 것은 알고 있느냐?”

“흐음. 혹여 뒤에 있는 세력을 믿고 그러시는 겁니까?”

“!!”

“이곳에 오기 전에 철가면을 쓴 자 셋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당신이 말하는 세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자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겨우 그 정도로는 턱도 없을 겁니다.”

천주룡은 회에서 온 무인들이 곽휘운과 못 만난 것이 아니라, 이미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무인 셋을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죽이고, 이곳에 온 것이란 말인가?

게다가 저렇게 멀쩡한 상태로?

“그들은 회에서도 말단이다. 회는 그들…….”

쉬이익.

“컥!”

그때 천주룡의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비도가 천주룡의 목을 관통했다.

곽휘운이 반응하고 움직이려 했지만, 급박하게 움직이려니 망가진 무릎이 말썽이었다.

“혀, 혈우검……?”

천주룡은 자신에게 비도를 던진 혈우검을 바라본 채로 숨을 거두었다.

일순간 정막에 휩싸인 장내.

“혈우검! 이게 무슨 짓이냐!”

“비밀을 더 나불거리기 전에 죽인 거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혈우검.

그리고 그런 혈우검의 손에는 검은 쇠공하나가 들려있었다.

“깔끔하게 모두 죽는 거다! 파천혈래(破天血來)!”

곽휘운은 혈우검의 손에 들린 쇠공이 폭뢰라는 것을 알아채었다.

“모두 조심!”

쾅!!

곽휘운의 외침과 동시에 터진 폭뢰.

곽휘운은 모든 내공을 동원해 몸을 보호했다.

‘흡!’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서 터진 폭뢰.

물론 이 정도에 어떻게 될 정도로 약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런……!”

폭발의 여파가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멀쩡한 것이라고는 곽휘운밖에 없었다.

주변 일대가 완전히 날아가 버리고, 시체는 형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이 정도의 위력의 폭뢰라면, 진천문의 진천뢰 정도밖에 없었다.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폭뢰를 터트리다니.’

곽휘운은 천주룡의 말에서 그들이 ‘회’라고 불린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리고 자신이 죽인 철가면들이 제일 말단 이라는 것도 말이다.

‘파천혈래라…….’

혈우검이 폭뢰를 터트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외친 말.

하늘을 부수고 피를 부른다.

누가 들어도 무림 전복을 꿈꾸는 곳이 외칠만한 말이었다.

‘응?’

그때 멀리서 하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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