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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4화 (14/203)

<휘운객잔 14화>

그때 제갈중천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가 간이로 설치해 둔 진에서 누군가 진 안으로 들어왔다는 알림을 보내 왔다.

침입자가 순수한 목적으로 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는 여기서 기다려.”

“아니. 내가 가겠네.”

제갈중천이 바로 몸을 날렸다.

바로 뒤따르는 남주학.

“내가 간다니까!”

“닥치게. 내 진법에 걸린 것이니 내가 처리하겠네.”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제갈중천과 남주학이 객잔 뒤편에 도착하니 하나의 인영이 보였다.

기다란 창을 들고 오연하게 서있는 중년인.

탈혼창 하주오였다.

그는 곽휘운을 따라나선 절강삼악과 떨어져서, 휘운객잔으로 바로 향했다.

어차피 소빙룡은 절강삼악으로 충분할 터.

자신은 객잔에 있는 놈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다.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이 하나 있다더니, 다른 놈도 하나 더 있군.”

탈혼창이 받은 정보에 의하면, 객잔에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젊은 무인이 하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기생오라비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밤중에 체조라도 하러 오셨소?”

“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요즘 놈들은 역시 개념이 없어.”

“밤중에 창을 들고 침입해온 놈이 개념을 찾으니 참으로 웃기지 않소?”

제갈중천의 말에 탈혼창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자. 창을 들고 오신 것을 보니, 한바탕 하시러 온 모양인데, 뭘 망설이고 계시오?”

“주둥이로 명을 재촉하는 구나.”

“그럴 리가 있겠소?”

타앗!

탈혼창이 벼락같이 창을 쭈욱 내뻗었다.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오는 창끝.

이대로라면 제갈중천의 가슴팍에 구멍이 뚫릴 판이었다.

파악!

가슴팍에 닿기 직전 가볍게 주먹으로 창을 쳐낸 제갈중천.

탈혼창은 예상보다 강렬한 반발력에 얼른 창을 거두어들였다.

가볍게 창을 친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창을 쥐었던 손이 떨려온다.

“나는 들어갈 테니까. 네가 처리하고 알아서 들어와라.”

“알겠네.”

남주학은 탈혼창의 일 수를 보고는 흥미가 식어, 객잔으로 돌아 들어갔다.

“방해꾼도 사라졌으니, 제대로 해 보십시다.”

“이놈!!”

탈혼창은 내공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눈앞의 놈을 빨리 쳐 죽이고 저기 사라져가는, 다른 놈까지 죽이기 위해서였다.

고오오오.

옷자락이 살짝 펄럭일 정도의 내공.

탈혼창도 나름 절강성에서 이름을 날린 고수다.

- 탈혼십이창. 제 팔초. 천하멸멸.

탈혼창이 지금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초식.

제갈중천의 앞을 가득 메운 수많은 창영.

그 창영이 일제히 제갈중천을 향해 쇄도해 왔다.

- 거력금강권. 제 삼초. 파천.

제갈중천의 주먹에 거대한 기운이 모이고, 그대로 탈혼창의 초식을 향해 뻗어나갔다.

쾅!

중간에 만난 두 기운이 부딪쳐 굉음을 내고는 상쇄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상황인 것은 아니었다.

뒤로 다섯 장정도 쭈욱 밀려나있는 탈혼창.

내공의 확실한 우위가 들어난 순간이었다.

‘이런. 무슨 저런 놈이!’

탈혼창은 속으로 아연실색하였다.

너무나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다.

소빙룡도 아닌 처음 보는 자였는데 말이다.

“이름이 뭐냐.”

“제갈중천이라 하오.”

“괴력권!!”

괴력권 제갈중천.

보통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검법이나, 선법, 지법 등을 주로 익힌다.

하지만 제갈중천은 특이하게 권법을 익혔다.

그것도 조금 여리한 몸과는 다르게,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하는 권법을 말이다.

사람들은 제갈중천을 제갈세가의 괴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 무식해 보이는 별호는 썩 좋아하지 않소.”

제갈중천은 괴력권이라는 별호를 썩 좋아하지 않았다.

뭔가 무식하게 힘만 강해 보이는 별호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제대로 적수를 만났구나!”

“흠. 그렇진 않을 것이오.”

탈혼창은 진원지기까지 동원해 모든 힘을 전부 끌어올렸다.

머리카락이 하늘 위로 흩날리기 시작하는 탈혼창.

그리고 그의 창에서 강렬한 기운이 회돌기 시작했다.

“주변에 피해가 가면 안 되니 미안하오.”

제갈중천이 탈혼창에게 달려들었다.

탈혼창의 공격을 막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필히 주변에 피해가 갈 것이다.

소리야 이미 진법을 쳐 두었기에 막을 수 있었지만, 아직 진법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 거력금강권. 제 이초. 압살.

제갈중천의 주먹이 그대로 지근거리에서 탈혼창에게 뻗어나갔다.

탈혼창도 재빨리 창을 제갈중천에게 찔러 넣었다.

퍽.

크지 않은 소리.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무슨……?”

탈혼창의 진원지기까지 머금은 창이 부셔져 있고, 탈혼창의 가슴팍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보통의 내공도 아니고 진원지기까지 끌어올린 힘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부셔질지는 몰랐다.

“적진에 쳐 들어갈 때는 조금 더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오.”

* * *

천수검문의 습격이 있은 후로 시일이 꽤나 지났다.

혹여 더 있을지 모를 습격에 대비한 곽휘운이었지만, 무슨 일이 있는지, 아니면 이제 포기한 것인지 더 이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건물들이 모두 완공됩니다.”

많은 돈을 쏟아 부어서일까?

정말 엄청난 속도로 건물들이 완공되어져 갔다.

제갈중천의 진법들은 진즉 완성이 되었고, 건물도 가장 크게 짓는 가주전을 제외하고는 완공이 되었다.

“와아.”

백리화는 지금 눈앞의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가장 앞에 휘운객잔이 존재해있고, 그 뒤와 옆으로 넓게 지어진 전각들.

이 전각들이 앞으로 백리세가가 될 것이다.

다른 천하오대세가에 비하면, 아직은 아주 작고 초라한 크기지만, 백리화는 지금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드디어 정말 무림세가 같은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흑흑.”

결국 백리화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지난 힘들었던 나날이 떠올랐고, 곽휘운에 대한 고마움이 북받쳐 올랐고, 번듯한 모습을 갖추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곽휘운은 옆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군.’

곽휘운은 객잔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단순한 객잔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거대한 집합체를 계획했다.

물론 그 계획에 이렇게 백리화가 들어오고, 백리세가가 들어올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항주에 와서 백리화를 만나고 계획이 수정되었고, 백리세가를 다시금 부흥시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저 계획을 조금 수정한 것뿐인데, 백리화가 저리 감동하는 것을 보니 계획을 수정하길 잘 했다 싶었다.

“정말…… 정말 감사해요. 객주님.”

“고맙단 말을 너무 많이 하십니다. 하하.”

지금 백리화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고맙다는 말 뿐이었다.

이 고마움은 앞으로 그녀가 열심히 노력해서 갚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가주전이 완성되면, 저희끼리 잔치를 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은 또 오늘 일을 해야지요.”

“네!”

눈가에 남은 물기를 닦고 힘차게 대답하는 백리화.

곽휘운은 그 모습을 보고,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객주님!”

그때 점소이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 그것이 개, 객잔에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꼭 객주님을 뵙고 싶다고 하셔서…….”

“??”

곽휘운을 찾아올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천수검문 사람인가?’

그럴 수는 있었다.

곽휘운은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벌어질까 싶어서 얼른 객잔으로 달려갔다.

백리화도 황급히 곽휘운의 뒤를 따랐다.

휘익. 탓.

마치 바람처럼 객잔에 나타난 곽휘운.

그리고 곽휘운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볼 수 있었다.

“현 총관님……?”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곽 객주님.”

곽휘운을 찾아온 손님은 바로 명월루의 총관인 현소월이었다.

* * *

현소월은 곽휘운이 광랑도에 맞서 자신을 지켜준 그날 곽휘운에게 진한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노리개도 선물로 건네어 주었고 말이다.

현소월은 그때부터 한시도 곽휘운을 잊지 않았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휘운객잔과 곽휘운에 대한 이야기를 빠지지 않고 들어왔다.

‘드디어 만날 수 있어.’

현소월은 공적으로 명월루 루주의 허락을 받고 휘운객잔에 올 수 있게 되었다.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친구가 일을 한다는데, 제가 와봐야지요.”

“아. 백리 총관님을 뵈러 오셨군요.”

명월루에 갔을 때 백리화와 현소월이 오랜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현소월이 백리화를 만나러 오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날 보러 왔다고? 너 그런적…….”

“호호. 곽 객주님 자리를 안내해 주시겠습니까?”

현소월은 백리화가 뭐라 하려하자 급하게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곽휘운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아. 그래야지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곽휘운은 객잔에서 가장 크고 좋은 자리로 현소월을 안내했다.

그리고는 황중식에게 부탁해 가장 고급 요리를 직접 현소월에게 가져다주었다.

한 젓가락 음식을 맛본 현소월의 눈이 조금은 커졌다.

“와! 너무 맛있습니다.”

“저희 숙수님이 솜씨가 대단하신 분이라 그렇습니다.”

“명월루의 숙수님보다도 더 솜씨가 좋으신 것 같습니다.”

정말로 명월루의 숙수보다 맛이 훌륭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 이 요리들은 곽휘운이 부탁했기에 황중식이 제대로 솜씨를 부린 요리다.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었다.

“이거 정말로 명월루가 긴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긴장해야지! 으흠.”

백리화가 대신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새로 지어지는 전각들 중에는 휘운객잔의 별채들도 속해있었다.

모두 완공이 되면 규모면에서도 명월루에 크게 밀리지는 않을 터였다.

정말로 이대로 가면 조만간 명월루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너는 일 안하고 여기에 있을 거니?”

“아,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

백리화는 현소월의 말에 얼굴이 조금 빨개지더니,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둘만 남게 된 곽휘운과 현소월.

“혼자 먹기 적적한데, 같이 드시지요.”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여인 혼자 외롭게 먹게 두실 겁니까?”

곽휘운은 결국 현소월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모습에 현소월은 생긋 웃으며,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곽휘운도 현소월이 어색하지 않게, 조금씩 음식을 입에 넣었다.

“그런데 제가 드린 것은 잘 가지고 계십니까?”

“아! 예. 여기 이렇게 잘 지니고 있습니다.”

곽휘운은 품에서 현소월이 주었던 노리개를 꺼내었다.

현소월이 준 그날부터 항상 품안에 지니고 다녔다.

“제 선물을 소중히 대해 주시니 다행입니다.”

“하핫…….”

“그 노리개는 저희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제게 주신 것입니다. 네가 마음에 드는 사내가 있으면 주라고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푸웁.”

곽휘운은 갑작스러운 현소월의 말에 물을 마시다가 조금 앞으로 뿜었다.

마음에 드는 사내에게 주라고 한 것을 왜 자신에게 준단 말인가?

“아, 아니 그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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