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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10화 (10/203)

<휘운객잔 10화>

“늦은 시간이라 차도 대접해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는 이만 가볼 테니, 오늘 일은 잊으시고, 푹 쉬시기 바랍니다.”

“하하. 제가 금방 해결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곽휘운은 백리화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흠.”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

곽휘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천수검문 무리들과 처음 엮일 때에 이런 일들이 생길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살수들까지 보낼 것이란 생각까지는 못했다.

살수까지 보냈다는 것은 끝을 보겠다는 것이고, 어느 한 곳이 망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싸움이 될 터였다.

그렇게 되면 백리화, 황중식, 점소이들이 가장 문제였다.

그들이 표적이 된다면 상당히 곤란해졌다.

‘바로 내일부터 시작해야겠어.’

곽휘운이 백리화를 총관으로 선택했을 때 생각했던 계획을 바로 실행해야 할 듯했다.

“별 일 없었지?”

“네. 아무 일 없었어요.”

객잔에 도착한 곽휘운은 남주학에게 별일 없었는지 가장 먼저 물었다.

자신을 습격했으니, 객잔까지 습격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왜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습격을 하더구나.”

“예에? 그럼 그 천수검문인가 하는 곳이요?”

“아마 그럴 거다.”

“지금 가서 완전히 없애 버릴까요?”

“그들이 했다는 물증이 없으니 안 된다. 괜히 일만 복잡해진다.”

천수검문은 나름 명문 정파로 분류되는 곳.

그렇다면 무림맹에 가입했을 터다.

그런 곳을 심증만 가지고 공격하면, 상당히 일이 복잡해진다.

아직은 그저 수비만 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한동안 너랑 나랑 돌아가면서 주변을 항상 감시해야겠다.”

“뭐, 항상 하던 일이니까요.”

“그래, 고맙다.”

흔쾌히 대답하는 남주학.

곽휘운은 그런 남주학이 언제나 고마웠다.

곽휘운의 말에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는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테니, 잘 지키고 있어라.”

“네.”

객잔이 멀쩡함을 확인한 곽휘운은 곧장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바로 움직여야했다.

탓.

순식간에 점으로 변해 사라지는 곽휘운의 신형.

사람이 많이 없는 한적한 밤이라 거칠 것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천통문이었다.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십니까?”

곽휘운이 도착하자 바로 마중 나오는 천통문도.

곽휘운은 금화 주머니를 천통문도에게 건네었다.

“최대한 빠르게 객잔 옆에 전각들을 지어 줄 사람들을 고용해 주십시오.”

휘운객잔 주변에 있는 넓은 공터.

그 공터들을 미리 모두 사들인 곽휘운이었다.

새롭게 전각들을 짓기 위해서였다.

“알겠습니다.”

곽휘운은 대략적인 전각들의 크기를 말해 주고는 천통문을 나왔다.

천통문도의 말로는 내일 아침 새벽부터 바로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것만으로는 안 되지.”

그저 옆에 전각을 짓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다.

앞으로 먼 미래를 보면,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 놈을 불러야겠지.”

새로운 전각들에 조치를 취해 줄 수 있는 인물.

곽휘운이 아는 선에서 그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학이에 그놈까지 오면 골치 아픈데.”

그 당사자가 남주학 못지않은 놈이라는 것에 있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곽휘운이 아는 그 분야 최고였으니까.

곽휘운은 다시 천통문으로 돌아가, 그들에게 쪽지 하나를 전해 주고, 이것을 인편으로 전해 달라 부탁했다.

모든 것을 끝내고 객잔으로 돌아가는 길.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더니.”

멸마대 대주로 있을 때도 쉽지는 않았는데, 객주란 것도 마냥 쉽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이래저래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아니면,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겠지?”

첫날부터 일이 꼬이고, 매일 매일 새로운 일들이 터져 나온다.

곽휘운은 혹 자신의 팔자가 사나워서 일이 이렇게 많은 건 아닌지 고민해 봤다.

곽휘운의 고민과 함께,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 *

제갈세가.

천하오대세가 중 한 곳.

그들은 무공도 뛰어났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머리로 무림에 이름을 날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제갈세가 인물들은 무림맹에서 참모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절대 무공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검법, 선법, 지법 등 여러 무공에서 일류에 달하는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갈세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들이 가진 진법이었다.

제갈세가의 진법은 신묘하고, 위력적이라 무림에서 견줄 곳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나에게 쪽지가?”

제갈천웅은 자신에게 인편으로 쪽지가 왔다는 말에 의아함을 느꼈다.

예전에 멸마대에 있을 때를 빼고는 늘 방안에 틀어박혀 있던 자신이다.

누군가가 인편으로 쪽지를 보낼 인맥이 없었다.

“어디보자.”

조심스레 쪽지를 펼쳐 읽어보는 제갈천웅.

그리고 쪽지를 다 읽자마자, 곧바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쿠당탕. 쿠당.

“사공자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제갈천웅의 방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에 하인이 재빨리 다가왔다.

“집을 떠날 것이네. 짐은 다 꾸렸으니 자네가 가족들에게 좀 알려 주게.”

“예에?”

“자. 그럼 가네.”

“자, 잠시만!”

재빨리 자리를 떠나려는 제갈천웅을 붙잡은 하인.

지금까지 밖에도 나가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제갈천웅이 갑자기 집을 떠난다니?

게다가 제갈천웅은 제가세가의 직계 핏줄이다.

이렇게 호위하나 없이 나가게 둘 수는 없었다.

“호위를 붙이겠습니다.”

“필요 없네. 급하니 이만 가겠네.”

“공자님! 어디로 가시려고 그러십니까!”

“항주! 항주로 가네!”

팟!

제갈천웅의 신형이 사라졌다.

황망히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하인.

그때 하인 옆에 중년인 한 명이 불쑥 나타났다.

“곽휘운 그자가 불렀나 보군.”

“으헉! 가, 가주님!”

하인 옆에 나타난 중년인.

그는 바로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운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막내아들을 찾아오는 길이었는데, 얼굴도 못보고 뒷모습만 보았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아. 저 놈을 움직이려면 그자 말고는 없으니.”

가장 비범한 재능을 가졌음에도 자기의 세계에 빠져서 방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막내아들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움직이게 하기 위해 멸마대에 억지로 집어넣었었다.

그 시도는 조금 성공적이었는지, 멸마대에 금방 녹아들어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멸마대의 대주인 곽휘운이 대주직을 내려놓자, 자신의 막내아들은 다시금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다시금 움직이게 하기 위해 이렇게 찾아온 것인데, 자신보다 먼저 곽휘운이 선수를 쳤다.

“가주님. 항주로 사람을 보낼까요?”

“응? 그럴 필요 없다. 곽휘운이 있는데, 거추장스러운 호위는 필요 없지.”

제갈운은 몸을 돌려 제갈천웅의 방 앞을 떠났다.

그리고 제갈운의 입가에는 아주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전각을 짓기 위해 온 인부들이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객주님 이게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백리화는 이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벌써 객잔의 확장을 하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어서였다.

“아, 모두가 함께 지낼 전각을 짓는 중입니다.”

“예?”

“아무래도 다 같이 모여 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백리화는 잠깐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말인데, 백리 총관님도 저 전각들이 완성이 되면 같이 지내시는 건 어떻습니까?”

“!!”

백리화는 그제야 곽휘운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어요.”

“신세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예?”

“저는 지금 백리화라는 사람에게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백리 총관님께서는 백리세가를 다시 일으킬 것이라 하셨지요?”

“네.”

“그럼 그 초석을 제가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곽휘운이 생각한 계획은 바로 휘운객잔을 중심으로 백리세가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휘운객잔이 커지면 커질수록 큰 울타리가 필요할 것이고, 그 울타리를 백리세가가 담당하면 된다.

물론 지금은 오히려 휘운객잔이 백리세가의 울타리가 되어 주겠지만 말이다.

“왜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시는 거예요?”

백리화의 물음은 당연했다.

이제 만난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벌써 곽휘운에게 받은 것들이 넘칠 정도로 많았다.

오랜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빚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것은…….”

* * *

곽휘운은 백리화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백리 총관님을 이용해 말씀드렸던 꿈을 이뤄 볼까 합니다.”

“항주제일이요?”

“예. 맞습니다.”

“그것과 백리세가의 부흥에 투자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백리세가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투자를 받는다 해도, 언제 다시금 성세를 회복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곽휘운이 하려는 것은 어쩌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일지도 몰랐다.

“보통 그 지역에서 최고라 불리는 객잔들은 관이든 무림세가든 어느 한 곳을 등에 업고 있지 않습니까?”

“네.”

곽휘운의 말처럼 현재 항주제일이라 불리는 월영루는 남궁세가를 등에 업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항주에서 조금 크다 하는 객잔들은 모두 저마다 무림문파나 세가를 등에 업고 있다.

“저는 그 거리를 가깝게 하려는 겁니다. 언제든 바로 힘을 쓸 수 있게 말입니다.”

“네?”

“월영루 때도 보셨겠지만, 항시 남궁세가의 무인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광랑도라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쩔쩔 멘 것이고요. 하지만 객잔 바로 옆에 세가가 있다면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이해는 가지만, 백리세가에는 그럴 힘도, 사람도 없어요. 사람이라고는 이제 저밖에 없는 걸요.”

“그래서 제가 투자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리세가에 저와 주학이 그리고, 점소이 친구들까지 모두 백리세가로 들어가면 되지 않습니까?”

백리화는 곽휘운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깊고 맑게 빛나는 두 눈.

지금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객주님이 아주 큰 손해를 보실 수 있어요.”

“백리 총관님은 자신 없으십니까?

“자신…… 은 있어요.”

갑작스러운 엄청난 호의.

백리화는 이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 백리화가 지금 무언갈 가릴 처지가 아니다.

지금 세상 그 누구도 곽휘운처럼 백리세가에 호의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 백리화에게, 백리세가에게 둘도 없을 기회였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이제 저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로 소문이 하나 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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