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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운객잔-6화 (6/203)

<휘운객잔 6화>

곽휘운의 검에서 검기가 뿜어져 나와 곽휘운의 사방을 얇은 막으로 감쌌다.

완전한 구형으로 곽휘운을 감싼 검기의 막.

쾅!

천주호와 광랑도의 공격이 곽휘운에게 작렬했지만, 애꿎은 주변 땅만 파였을 뿐. 곽휘운 아무런 피해도 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확실한 무공의 고하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나름 온 힘을 다해 펼친 합공이었는데, 조금도 소용이 없었다.

천주호와 광랑도가 채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도 전에 곽휘운이 먼저 움직였다.

“이번엔 제가 갑니다.”

탓.

곽휘운이 가볍게 발을 찼고,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천주호와 광랑도는 곧바로 반격할 태세를 취했다.

그들도 나름 고수라 불리는 무인.

공격을 거두어들이고, 반격하는 것까지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가 곽휘운이라는 것이다.

그들보다 아득히 위에 있는 고수.

스슥.

“목숨을 살려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시길.”

곽휘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천주호의 바로 앞.

나름 대비를 하고 있던 천주호가 재빨리 검을 휘둘렀지만, 그가 벤 것은 곽휘운의 허상이었다.

퍽!

곽휘운은 천주호의 검을 피하고, 그대로 허리에 내공을 실은 발차기를 날렸다.

천주호의 몸이 반으로 접힌 채 뒤로 십여 장을 날아갔다.

“크어억!”

배를 부여잡고, 입에서 신물을 게워 내며 바닥을 구르는 천주호.

온몸의 내장이 모두 구겨진 느낌.

천주호는 엄청난 고통에 멀어지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천주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곽휘운의 신형은 광랑도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도는 새로 사셨나보군요.”

“놈!”

그래도 광랑도는 천주호가 어떻게 당하는지 보았기에, 무작정 도를 휘두르지 않고, 단단히 방어태세를 취하였다.

곽휘운은 이번에는 검을 휘둘렀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리도록 차가운 한기.

캉카가가가강!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곽휘운의 검이 광랑도의 도를 때리기 시작했다.

광랑도는 직감적으로 전처럼 자신의 도를 부수기 위한 공격이란 것을 느끼고, 있는 힘껏 도에 내공을 주입해 도를 보호했다.

“그때는 체면을 생각해서 조금 봐드린 겁니다.”

하지만 내공을 가득 주입했음에도 도는 얼어붙기 시작했고, 여지없이 광랑도의 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 휘운검법. 제일 초. 파.

결국 곽휘운의 초식에 그대로 도가 부셔졌다.

“허…….”

허망한 눈으로 얼어서 부셔진 자신의 도를 바라보는 광랑도.

압도적인 내공의 차이.

광랑도는 자신이 지금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

천수검문에 식객으로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조금 전 소빙룡을 보았을 때 도망쳤어야 했었다.

멍하니 서있던 광랑도의 복부에 곽휘운의 발길질이 그래도 작렬했다.

“컥!”

천주호와 똑같이 신물을 게워내며 바닥을 구르는 광랑도.

너무나도 쉽게 천주호와 광랑도를 제압해 버린 곽휘운이었다.

한기를 견디며, 틈을 보고 있던 천수검문 문도들은 넋이 나간 채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있는 천주호와 광랑도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서봐야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들 그냥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계세요.”

남주학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주학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득한 살기에, 천수검문 문도들은 아예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피를 보고 싶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습니다.”

차분히 말하는 듯하지만 말 속에 칼이 있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곽휘운의 말은 피를 보기 싫다면, 이 이상 나서지 말고 조용히 돌아가란 소리였다.

아직 객잔 문도 안 열었는데, 벌써부터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가겠…… 다!”

한참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천주호가 돌아가겠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품에서 혈사비를 던졌다.

워낙 부지불식간에 던진 것이라, 멀찍이서 지켜보던 남주학도 깜짝 놀랐다.

‘놈. 죽어라!’

천주호와 광랑도가 처음 생각한대로 틈을 만들어서 던지지는 못했지만, 그 누구도 지금 천주호가 혈사비를 던진다는 것을 예상치 못한 상태였다.

무조건 명중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객주님! 뒤에!”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남주학은 천주호의 손에서 혈사비가 방출되는 것을 제일 먼저 보았다.

다급하게 곽휘운에게 위험을 알리는 남주학.

“나를 못 믿어서 그러냐?”

하지만 남주학의 다급한 외침이 무색하게,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혈사비를 낚아채는 곽휘운.

그 모습을 본 천주호의 표정이 그대로 뜨악하게 변했다.

숨겨왔던 마지막 수까지 모두 막혀버린 것이니 말이다.

이제 모든 게 끝이었다.

“혈사비라…… 오랜만에 보는군. 이런 선물을 주셨으니, 저도 선물을 드리지요.”

탓.

곽휘운이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곽휘운이 다가간 목표는 당연히 천주호였다.

퍼억!

곽휘운의 발이 그대로 천주호의 얼굴을 걷어찼다.

천주호가 얼굴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끄어억!”

얼굴을 감싼 손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

손을 부들부들 떨며 천주호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고, 그대로 얼굴이 드러났다.

“헉!”

앞니가 모두 부셔져버린 처참한 몰골.

천수검문 문도들뿐만 아니라, 광랑도도 그 모습에 오한을 느꼈다.

“모두 밥 씹고 싶으시면, 지금 돌아가십시오.”

“예, 예!”

서슬퍼런 곽휘운의 경고에, 천수검문 문도들은 재빨리 천주호를 등에 없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 뒤를 광랑도가 재빨리 뒤따랐다.

‘내 다시는 항주 근처에도 오지 않으리라!’

광랑도는 속으로 다짐을 하며, 천수검문 무리와 헤어져 멀리 달아났다.

곽휘운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천수검문 무리.

“객주님 언제부터 그렇게 마음이 넓어지셨어요?”

남주학은 천수검문 무리들을 곱게 돌려보내 주는 곽휘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전의 곽휘운이었다면, 천수검문 무리들을 삭초제근을 해야 한다면서, 모조리 베어버렸을 사람이다.

그런데 무림맹을 나오고 마음이 넓어졌는지, 살려서 도망칠 기회를 주었다.

“저자들이 마두가 아니지 않느냐. 게다가 이제 무림맹 소속도 아닌데 다짜고짜 죽일 수는 없지.”

“분명 복수하려고 올 거예요.”

“나도 안다. 그때는 그때 가서 처리를 생각하면 되지.”

곽휘운도 남주학의 말처럼 이렇게 혼쭐을 내줬지만, 아마도 저들이 복수를 위해 또 다시 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소빙룡이란 사실을 알았으니, 대놓고 움직이거나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대낮부터 아주 한탕 하셨나보군. 곽대주.”

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곽휘운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려 인사했다.

그곳에 서있는 중년인 한 명.

“어서 오십시오. 황 숙수님.”

곽휘운이 객잔을 열기 위해 특별히 모셔온 숙수인 황중식이 도착한 것이다.

* * *

곽휘운은 황중식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얼굴의 잔주름이 많고, 피부가 조금 검은 모습을 한 황중식.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몸은 마치 무공을 수련한 무인들처럼 아주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등에 멘 커다란 봇짐.

웬만한 사내는 들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봇짐을 메고 있었다.

“하하. 곽 대주가 직접 나온 것인가?”

“원래라면 조금 더 빨리 가려했는데, 보셨다시피 조금 일이 있었습니다.”

“뭐, 곽 대주가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 바로 객잔으로 가 보세.”

황중식은 대수롭지 않게 방금 전의 싸움을 넘기며, 객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곽휘운이 이런 일은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런 문제는 황중식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도 앞으로 조금 시끄럽겠어.”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황중식의 말처럼 아마 앞으로 크고 작은 소란이 계속 있을 터였다.

하지만 황중식도 곽휘운도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항주에서 제일로 자리를 잡으려면 이런 소란들을 안 거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걷자 눈앞에 보이는 휘운객잔.

“저 객잔인가? 음. 나쁘지는 않군.”

휘운객잔은 이제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는 단계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곽휘운이 처음 온 날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오래되어 보이던 곳은 새 것처럼 바뀌었고, 멋들어진 구름 모양도 새겨지고 있었다.

“주방부터 가 보세.”

황중식은 객잔으로 들어서자마자,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화로 말고는 텅 빈 주방.

정말 아무것도 없이 횡 했다.

냄비부터 모든 것을 새로 구해야했다.

“호오? 화로는 아주 좋군. 이런 훌륭한 화로는 오랜만이야.”

주방을 둘러보던 황중식은 화로 앞에 멈춰서 이리저리 보더니 감탄을 했다.

“요리의 생명은 재료와 불이라고 하시면서, 거금을 들여 만든 것입니다.”

곽휘운의 아버지는 객주이면서 동시에 숙수이기도 했다.

숙수에게 불은 생명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당시에 상상도 못할 거금을 들여 만든 화로였다.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짐부터 풀고.”

황중식은 등에 메고 있던 무거운 봇짐을 풀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식칼들과 몇몇 냄비들.

기본적인 요리 도구들은 모두 들어 있었다.

“남은 기구들은 내가 시장에 가서 사오겠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이것들을 채우기 위해 시장을 한 번 둘러봐야 했다.

황중식은 자신이 쓸 물건은 직접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혹시 모르니 주학이와 같이 가시지요.”

“음. 알겠네.”

곽휘운은 혹시나 모를 상황이 생길까 싶어서, 남주학을 호위로 붙였다.

천수검문 무리들이 황중식의 얼굴을 보았을 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렇게 황중식과 남주학이 시장으로 떠나고, 곽휘운 혼자 남았다.

“자, 그럼 나는 객잔이나 둘러 볼…….”

곽휘운이 새롭게 바뀌어 가는 객잔을 둘려 보려던 그때, 아주 익숙한 인영이 객잔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곽 객주님!”

“아, 오셨습니까. 백리 총관님.”

* * *

인영의 정체는 백리화였다.

딱 봐도 무언가 할 말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그때 주신 그거…… 정말 영양단 맞아요?”

“예. 분명 저는 영양단이라고 들었습니다.”

곽휘운은 정말 영양단으로 알고 있었다는 듯 대답했다.

“객주님께서 주신 건 영양단이 아니라, 내공이 증진되는 영단이었다구요!”

“영양단이나 영단이나 거기서 거기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내공이 순식간에 늘었다니까요. 이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화는 잘되셨습니까?”

“예? 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총관님. 너무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만큼 하실 일이 많으니까요.”

백리화에게 곽휘운이 영양단이라고 준 것은, 영양단이 아니라 엄청난 영단이었다.

백리화는 상한다는 말에 그날 저녁 바로 먹었는데, 그 순간 엄청난 내공이 몸속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내공을 억누르느라 하루를 꼬박 운기 했다.

그리고 운기가 끝나자마자, 곽휘운에게 달려온 백리화였다.

도대체 왜 자신에게 영단을 주었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누가 열심히 일하라고 이런 영단을…….”

“사실대로 말하면, 그거 소환단입니다.”

“네에?”

그런데 그 소환단을 어제 자신이 꿀꺽 삼켜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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