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휘운객잔-1화 (1/203)

<휘운객잔 1화>

1. 서장

“어디로 갈 거냐?”

“항주로 갈 겁니다.”

무림맹주 위강천은 항주로 갈 거라 말하는 곽휘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멸마대 대주 곽휘운.

멸마대는 무림맹에서 가장 험한 일을 많이 하는 부대였다.

무림맹에서 가장 이탈자, 부상자, 사망자가 많은 곳.

곽휘운은 그런 곳에 어린 나이부터 들어가서,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남아 대주라는 자리까지 올라간 아이였다.

‘멸마대가 아니었다면, 무림의 신성으로 불렸을 아이인데…… 아쉽구나.’

멸마대는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을 만큼 무림맹에서 대우가 안 좋은 곳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출신 때문이었는데, 보통 천애고아나 힘없는 문파의 문도 출신이었다.

물론 곽휘운은 멸마대에 들어갈 만큼 출신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멸마대에 자원해 들어갔다.

곽휘운이 멸마대가 아닌, 대외적으로도 이름 높은 신룡대나 천호대에 들어갔다면, 무림의 신성으로 불리며 무림에 이름을 날리고 있을 터였다.

“항주에 가서 무얼 하려고?”

“객잔집 아들이 뭘 하겠습니까? 당연히 객잔을 해야지요.”

“객잔을? 허헛.”

위강천은 객잔 일을 하겠다는 곽휘운의 말에 너털웃음을 흘렸다.

곽휘운의 말처럼 분명 객잔 주인의 아들이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버지 쪽의 직업이고, 어머니 쪽을 본다면…….

“그냥 여기서 무공 선생이나 하는 것은 어떠냐? 너라면…….”

“이 다리로 무슨 선생을 합니까? 절대로 안 합니다.”

위강천의 말이 끝나기 전에, 딱 잘라 거절하는 곽휘운.

위강천도 사실 너무나 아쉬워서 내뱉어 본 것뿐이다.

‘아쉽구나. 아쉬워.’

위강천은 곽휘운의 오른쪽 다리에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

가만히 서 있을 때야 모르지만, 걸음을 걸을 때보면 약간 다리가 부자연스러운 것이 보였다.

얼마 전 있었던 일 때문에 오른쪽 무릎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일상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 했지만, 무인으로서는 아주 치명적인 상처.

“그래 뭐 네 뜻이 그렇다면 잡을 수도 없지. 성대하게 송별회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

“송별회는 무슨. 돈이나 제대로 주십시오.”

“돈은 금가전장에 넣어 놓았으니, 찾아서 쓰면 된다.”

“예. 그럼 믿고 가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밝은 태양이 되길 바라 마.”

멸마대의 대주로 평생 음지에서 살아온 아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밝은 양지에서 이름을 날리기를 바랐다.

“예. 거기서는 최고가 되어 보렵니다.”

곽휘운의 얼굴에 아주 진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중에 항주에 가게 되면 들르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럼 이만.”

곽휘운은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맹주실을 벗어났다.

홀로 남은 위강천은 한동안 가만히 곽휘운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항주에 상처 입은 용이 갔으니, 한바탕 난리가 나겠어.”

무릎을 다쳤다고 해도, 곽휘운은 용이다.

곽휘운은 조용히 지내고 싶겠지만, 분명 주변에서 조용히 지내게 두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항주’라면 더더욱 조용히 지내기는 힘들 것이다.

아버지는 더 이상 계시지 않지만, 아직 객잔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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