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나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오늘은 결심하고 왔으니까 피할 생각일랑 마.”
“흥, 누구 맘대로.”
두 남녀는 옆 탁자에 들리지 않을 만큼 목소리를 조절한 채 말을 나누었다. 사내의 목적은 여인과 동침하는 것이었으나 여인은 그리 호락호락 넘어갈 기세가 아니었다.
“내 부하 녀석들이 얼마나 비웃는 줄 알아?”
“왜 비웃죠? 그리고 당신은 왜 남의 시선을 의식하죠? 여자를 만나 얼마나 빨리 그 여자와 잠자리를 하느냐가 남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건가 보죠? 흥, 당신은 진짜 남자다운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군요. 전 이만 일어나겠어요.”
여인이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톡 쏘듯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내는 잠시 놀란 채 입만 벌릴 뿐 이치에 합당한 여인의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여인이 일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걷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사실 이 사내는 양치파(佯痴派)의 부두목인 부양배였다. 그는 한 가지 목표를 정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추진력과 함께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은 투지로 서른아홉 살의 나이에 양치파의 부두목 자리에 오른 터였다.
개봉에는 총 다섯 개의 폭력 세력(暴力勢力)이 있는데, 그중 양치파는 두 번째로 큰 규모와 실력을 자랑했기에 부양배의 존재는 사실 개봉에서는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제 한 여자를 마음에 두게 되었는데 여자를 대하는 것은 조직 간의 거친 싸움보다 훨씬 어려워 도대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 지 몰라 미칠 것만 같았다.
여인이 거침없이 계단을 중간 정도 내려갈 쯤 부양배가 황급히 달려와 손을 붙들었다.
“잠깐 기다려! 이렇게 가면 어떡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놔요!”
여인의 얼굴은 싸늘했고, 목소리는 크고 날카로웠다. 그 때문에 일층과 이층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계단 중간의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 손님 중에는 부양배의 얼굴을 아는 이가 드물어서 그저 남녀 간의 사랑 싸움이려니 생각했지만 객잔의 주인과 점소이들은 부양배의 지위와 성깔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은근히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너 정말 이러기야?”
부양배도 목소리가 커졌다.
“어서 이 손 놓지 못해요!”
“못 놔!”
“이 짐승, 오직 생각하는 건 그것뿐이지. 당장 이 손 놓지 못해!”
여인이 거칠게 손을 뿌리치고는 총총히 계단을 내려서자 부양배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게 변했다. 그저 둘이 속삭이듯 ‘짐승’, 혹은 ‘육체적 탐욕’에 대한 내용의 말이 오갔다면 그나마 이해해 줄 수 있으련만 사람들이 모두 듣겠끔 큰 소리를 지르자 부양배는 자신의 존재감이 붕괴되는 것을 느끼고는 우당탕 달려 내려가 그대로 손을 뻗어 여인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아야야! 이게 뭐야! 이거 놓지 못해!”
“이게 아주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네? 네 몸뚱이는 무슨 금덩이로 만들어졌냐? 네년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부양배가 말하는 사이 여인은 머리를 움켜쥔 손을 떼내려는 동시에 부양배를 마구 할퀴려 들었지만 그녀가 부양배의 힘을 감당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였다.
부양배는 뒤 머리채를 잡아 빙글 돌리더니 그대로 손을 들어올려 뺨을 때릴 태세를 갖추었다. 딱딱하고 두툼한 손바닥이 정통으로 작렬한다면 여인의 조막만한 얼굴은 한순간 짓뭉개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부양배의 손은 여인의 얼굴과 만나지 못했다.
“풋!”
아주 작은 소리.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귀에 쏙 파고드는 한줄기 비웃음이 부양배의 귀는 물론이고 객잔 안의 모든 사람의 귓구멍을 감아 돈 때문이었다.
“어떤 새끼냐?”
부양배가 쌍심지를 켜고 객잔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쭉 훑어갔다. 아래층 손님들은 모조리 그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부양배의 눈이 쓱 하고 심온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왔다. 심온만이 한껏 등을 기대고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 느긋이 부양배의 분노한 시선에 눈웃음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부양배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쥐고 있던 여인의 머리채를 내려놓더니 성큼거리며 심온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네가 일명 정의의 사도로구나. 이봐, 어린 친구. 책을 너무 많이 읽으셨나? 영웅 행세를 하려면 젖비린내라도 씻고 다녀야지, 젖내 풀풀 풍기면서 이러면 좀 곤란하지.”
부양배는 심온의 이마를 검지로 툭툭 누르듯 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어린 놈아, 너는 오늘 몸으로 좀 배워야겠다. 함부로 어른들 일에 끼어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말로 해선 금세 잊어버리거든. 이런 것은 뼛속 깊이 아로새겨야 오래가지.”
급기야 부양배는 앞에 놓인 탁자를 거추장스럽다는 듯 오른발을 들어 내리찍기로 두 동강 내고 이어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건 마치 너도 조만간 탁자처럼 박살날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심온의 몸이 곧바로 반응했다.
파르르르, 덜덜덜덜.
여유롭던 미소는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고, 그 대신 두려움이 가득 들어섰다. 심온이 학질에 걸린 사람마냥 바들거리자 구경하던 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나서는 모양새가 꽤 자신만만하여 강호의 신진고수가 아닐까 했는데 순 겁쟁이였던 것이다.
덜덜덜덜.
“크크. 뭐야, 이 애송이! 이거 이러다 쉬라도 할 판인걸? 푸하하하!”
공포에 질려 떠는 모습에 부양배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어 젖혔다. 그러다 문득 부양배가 심온을 보면서 눈을 깜박거렸다. 심온이 손을 입 언저리에 대고 귓속말로 슬쩍 들려줄 말이 있다는 시늉을 했기 때문이다.
눈동자에 거절하기 힘든 간절함이 묻어난 데다 이미 공포에 질린 터였기에 부양배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몸을 약간 숙여 귀를 내밀었다. 심온이 몸을 일으켜서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부양배의 귀에 댔다.
“하아~ 하아~ 하아~”
심온은 말은 한마디도 없이 그저 귀에 뜨거운 바람을 세 번 불어넣고는 슬그머니 의자에 앉아 다시금 파르르 몸을 떨어댔다.
부양배의 몸은 석상처럼 굳어졌고, 그의 얼굴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멈추고 그사이 뜨거운 여름 해변에서 얼굴을 검게 태우고 다시 돌아온 사람마냥 먹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 광경에 객잔 주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은 도대체 젊은 청년이 무슨 말을 했기에 한순간에 부양배의 피부색이 변한 것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부양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애송이가 설혹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라 해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글거리는 눈길과 함께 그의 주먹이 뒤로 한껏 당겨졌다가 그대로 심온의 얼굴로 짓쳐들었다.
이 거침없는 동작에 모두는 애송이의 코뼈가 으스러지고 말 것이라고, 탁자처럼 작살이 나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사람은 내일 일을 알 수 없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 이 상황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홀연히 찾아왔다. 부양배의 주먹이 거의 중간 정도를 지나칠 무렵이었다.
“야!”
쩌엉!
누가 소리를 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누가 소리를 질렀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조차 없었다. 한줄기 외침은 객잔 안을 휘어 돌면서 파동을 일으켰고, 모든 사람과 사물 사이의 공간을 물컹거리게 만들었다.
탁자 위에 얌전히 놓인 술잔의 술이 음파에 놀라 소리없이 떠오르며 허공에 방울을 수놓았고, 사람들의 피부가 바깥으로 밀리며 출렁거렸으며, 이명(耳鳴) 현상으로 인해 귀는 하염없이 위잉 하는 울림에 시달렸다.
머어어엉~
그러다 한순간 모든 것이 잠에서 깨어나듯 정상으로 돌아왔다.
떠오른 술이 고스란히 술잔으로 돌아가고, 밀렸던 피부와 옷자락이 다시 원상 복귀되었으며, 귀의 울림은 서서히 잦아들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느끼는 순간 모두는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져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서 있던 자나 앉아 있던 자나 각기 원래 있던 위치에서 많게는 석 자(약 1미터)에서 작게는 한 자(30센티)가량 이동해 있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움직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연히 눈에 띄는 변화는 도대체 언제, 어떻게 나타난 것인지 모를 거구의 사내가 부양배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는 점이었다. 두 체구의 차이가 어찌나 극심한지 아까까지만 해도 공포의 화신인 양 군림하던 부양배는 한순간에 큰 나무에 매달린 매미마냥 초라해져 버리고 말았다. 부양배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는 이들조차도 안쓰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광경이었다.
부양배와 마주 선 건 엄장이었다. 그가 팔짱을 끼고 호랑이눈을 치켜떴고, 마주한 부양배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감히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녕 부양배가 곧바로 대들지 않은 것은 참으로 바른 처신이라 할 수 있었다. 양치파의 부두목으로 그나마 고수를 분별하는 눈을 지닌 것이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너, 어젯밤에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꿨냐?”
엄장이 진지하게 물었고,
“꿈 안 꾸었습니다만…….”
부양배가 최대한 공손히 답했다.
“그래? 근데 왜 그랬을까? 갑자기 세상이 살기 싫든? 자살이 하고 싶었진 거야?”
“저, 전 오래 살고 싶습니다.”
부양배는 대답을 하고선 슬쩍 심온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상대의 물음 속에서 자신이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는 뜻을 읽었기 때문이다.
‘애송이가 설마 고수?’
그의 눈빛이 한순간 요란하게 꿈틀거렸다.
‘뭐, 뭐냐?’
그의 눈빛에 비친 심온은 여전히 바들거리며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그랬을까? 뭐, 어쨌든 너는 주먹을 날리는 중이었으니까 한판 붙어봐야겠지?”
엄장이 팔짱을 풀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자 부양배의 안색은 새파란 하늘처럼 질려서는 마구 손을 내저었다.
“대인, 전 사실 싸움을 싫어합니다! 어릴 적부터 항상 말로 하라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흠, 말로 한다? 말로 한다? 거참, 괴이하군. 말로 하다니…….”
“대인께서도 말로 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느껴보시면 그 기쁨을 아실 겁니다.”
그 소리에 엄장이 도끼눈을 치켜떴다.
“뭐? 나보고 말로 하라고?”
“그, 그렇습니다. 조물주께서 입보다는 귀를 높이 두신 건 말하기보단 듣기를 먼저 하라는 뜻이고, 손과 발보다 입을 더 높은 곳에 두신 것은 말로 하라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이놈 아주 웃기는 놈일세? 어떻게 사내가 되어 말로 할 수 있단 말이냐? 여자로라면 몰라도 말이다. 너 아주 취미가 고약하구나.”
엄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지만 정녕 머리가 복잡해진 건 부양배였다.
“그, 그게 뭐가 어렵단 말입니까?”
“그럼 너는 말로 할 자신이 있단 것이냐?”
“그렇습니다. 백 번, 아니, 천 번이라도 말로 할 수 있습니다.”
“허허, 이거 살다 살다 이렇게 황당하긴 첨이로군.”
엄장이 어이가 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문득 웃음을 지우고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진지한 낯빛으로 말했다.
“너는 틀림없이 말로 할 수 있다고 했으렷다?”
“무, 물론입니다. 저는 늘 수하들에게도 되도록 꼭 말로 하라 이르곤 했습니다.”
엄장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수하들에게까지? 음, 좋다. 네가 정녕 그러하다면 너는 말로 하는 것이 좋겠다.”
부양배의 얼굴이 환히 빛났고, 객잔의 주인이나 손님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야기 내용과는 달리 엄장은 곧바로 부양배의 멱살을 쥐곤 번쩍 들어 올려서는 객잔 입구로 향했다. 사람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약속과 다른 행동에 부양배는 왜 그러시냐고, 말로 하자고 통사정했다.
“대인,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약속을 지키셔야죠. 말로 하자고 하셨잖습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죽은 사람의 소원도 들어준다는 말이 있거늘 어찌 이처럼 무정하단 말입니까?”
“말로 하겠다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순진한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라. 그리고 죽(粥:곡식을 끓여 묽게 한 음식)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 생각해 봐라. 죽(粥)이 어떻게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겠느냐? 정화수 대신 죽(粥)을 떠놓고 빌면 소원이 이루어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니 죽(粥)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막 문을 나서며 엄장이 한 말을 부양배는 물론이고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니. 그러다 자꾸 그 말을 되새겨 보는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허허, 그런 거였나? 맞아. 죽(粥)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지.”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아니, 그럼 말로 하겠다는 것은 뭐야?”
“아니, 설마… 말[馬]로?”
“지금 마구간으로 가는 거 아냐?”
“정말 그러려나 보군. 말[馬]로 하게 하려는 거야.”
“우리도 어서 가봅시다그려!”
마지막 말을 한 것은 심온이었다.
심온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사람들이 우르르 엄장의 뒤를 따랐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엄장은 말[馬]로 하겠다는 부양배의 원을 들어줄 심산인 모양인지 마구간의 문을 열고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는 중이었다.
“살려주십시오! 말하고 하기 싫습니다! 말로 하기 싫습니다! 제발요! 살려주세요!”
그제야 사태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깨달은 부양배가 발광하듯 외치는 소리가 마구간 밖까지 울려 퍼졌고,
“가만히 있어라. 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부욱, 찌익~
급기야 옷이 찢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마구간은 난리도 아니었다. 부양배는 목이 터져라 살려달라고 외쳐 댔고, 말들은 느닷없는 소란에 저마다 앞발을 높이 쳐들고 휘이잉, 휘잉 소리를 뿜어댔다.
“네놈이 말로 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느냐? 비록 바깥에 사람들이 있지만 크게 부끄러워할 것 없다. 사람이 소신이 있어야지.”
“안 돼요! 안 돼!!”
“걱정 말래도.”
사람들은 이 엽기적인 사태에 할 말을 잃고, 차마 나섰다가 덩달아 마구간 안으로 잡혀 들어갈까 봐 주먹을 입으로 깨물면서 발만 동동 굴렀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아무리 세상이 험하다 해도 어찌 사람이 그런 괴상한 짓을 한단 말이냐! 나 강두, 비록 나이 많고 힘이 없다 해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강 노인?”
사람들 무리 속에서 함께 발을 동동 굴리던 심온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강 노인의 말은 충분히 큰 소리였기에 순간 마구간 안에서 엄장이 반가운 표정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물론 오른손에는 아랫도리가 훤히 드러난 부양배가 들려 있는 채였다.
“하하하! 반갑소이다, 강 노인!”
강 노인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부양배의 삶은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엄장이 부양배를 죽이진 않았겠지만 부양배 스스로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고 자결하든지 미쳐 버리든지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