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노제강을 비롯한 단주들이 도대체 이 작자들이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또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 없어 입술을 깨물며 바라볼 때 십삼 인의 복면인 중 이마 부분에 하얀 별 문양을 한 복면인이 씩씩대면서 강표절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소저, 이거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오? 그렇게 말을 했건만 왜 자꾸 수하 부리듯 반말을 찍찍거리는 거요? 그리고 애들이라니? 애가 여기 어디 있다는 거요? 내가 애면 니는 대체 뭐요?”
울분을 토해낸 이는 후흑문의 형벌당주 좌염(座捻)이었고, 강표절로 역용한 사람은 담유설이었다.
사실 처음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아니, 노인장이 형벌당주?”
담유설이 좌염을 보고 놀라 내뱉은 말이었고,
“소저, 이번에 함께 가는 거요?”
형벌당주 좌염의 반가운 물음이었다.
담유설이 놀란 건 그녀가 처음 심온을 만나기 위해 화월루로 가는 길에 아들 집을 찾아간다면서 길을 묻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여태 기억하고 있는 것은 노인이 흰 눈썹을 길게 늘어뜨린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미루어 그녀는 면담이 있기 전 후흑문에서 모종의 접촉을 통해 자신의 심성을 시험해 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길을 물었던 일 외에 뚜렷히 다른 일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어쩌면 한두 번 다른 방법으로의 시험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한 그녀였다.
한편 좌염의 반문 속엔 이번 여정이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다. 좌염은 그녀에 대해 들리는 이야기들이 ‘완전 꼴통’이란 말들 뿐이었지만 뭐, 그 정도야 자신은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자부했다. 다들 여자를 다룰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자부심은 이틀째가 되면서 완벽히 붕괴되고 말았다.
아리따운 여인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쭈글쭈글한 할망구가 연신 고개를 힘겹게 저어대면서 담유설의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형벌당에 속한 십이령(十二靈) 중 하나가 뜬금없이 웬 노파가 무리 중에 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대체 누구냐고,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가 신임 당주도 제대로 못 알아본다고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노파로 변한 담유설은 이 모습이 자신의 본래 용모와 나이라면서 형벌당주 좌염과 십이령에게 반말을 찍찍 해대고 가끔 욕설에 손찌검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십이령들도 각기 한 성질 하는지라 몇 대씩 얻어맞자 이런 경우는 살다 살다 처음이라며 몰래 죽여 버리자는 의견을 낼 정도로 분개했지만 문주의 당부, 그래도 정상인 너희들이 참아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며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그렇게 모진 시간을 보낸 후 필사방에 이른 일행은 예상했던 대로 이곳이 기연 서적을 만드는 곳임을 알아채고 소리없이 제압해 가기 시작했다.
그런 후에 담유설이 갑작스럽게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자신이 들어가서 수뇌들에게 호통 쳐야 한다고 우겨 경비 무사로 역용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원래 담유설이 안쪽에서 보낼 신호는 ‘이제들 나오시게’였다. 그 약속은 몇 번이고 좌염이 확인하였고, 담유설도 한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정작 때가 되자 담유설은 ‘얘들아, 나와라’라고 부르니 좌염을 비롯한 십이령은 울화가 치밀어서 나가지 않고 있다가 적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혹시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몸을 날린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좌염이 울화를 터뜨리자 잘한 것 하나도 없는 담유설이 꽥 하고 소리쳤다.
“이 늙은 뼈다귀가 어디다 대고 소리치고 지랄이야!”
“뭐? 늙은 뼈다귀? 너, 말 다했냐? 이게 아주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아주 못 오르는 나무가 없네?”
“그럼 싱싱한 뼈다귀라고 해주랴? 그리고 내가 어딜 올랐다구 그래? 니가 무슨 나무냐? 너 설마 고목나무였던 거야?”
“어휴, 미치겠네! 내 이걸 그냥 확!”
좌염은 물론이고 뒤쪽에 선 십이령까지 살기등등하게 쏘아보자 담유설이 다리를 폴짝거리면서 외쳤다.
“오냐! 다 덤벼라, 자식들아! 다 덤벼!”
“으아악! 도저히 못 참아!”
좌염은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는 담유설쪽이 아닌 필사방주와 단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팍! 팍팍! 파파파팍!
한쪽 구석에서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걸 안절부절못하고 지켜보던 필사방주와 단주들은 느닷없이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며 주먹과 발이 날아들자 끙끙거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맞았다.
잠시 후, 뜰 가운데로 필사방 무리들과 지하 석실에서 구출된 글쟁이들이 좌우로 자리를 잡고 섰다.
거의 백여 명에 이르는 필사방인들의 얼굴은 거의 죽을상이었고, 오십여 명의 글쟁이의 얼굴엔 감사와 기쁨이 일렁였다. 개중엔 너무 감격한 나머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필사방주와 단주들을 패버린 것으로 어느 정도 마음을 다스린 형벌당주 좌염이 중앙 앞쪽에 서더니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차르륵 소리와 함께 두루마리를 펼친 그가 엄숙한 어조로 그 속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두루마리의 내용은 문주 심온이 직접 작성한 것이었다.
“네 이놈들! 이 천하의 버르장머리없는 악당들아! 귀를 씻고 들어라! 흠흠!”
좌염은 형벌당주로서 이런 글귀를 읊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언제나 읽을 때면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그 이유는 글귀에 ‘흠흠’이라는 단어까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약간 상기된 낯빛으로 계속 읽어갔다.
“…네놈들은 크게 두 가지 죄를 지었다. 첫째는 살인이요, 둘째는 죄도 없는 이들을 감금하고 노동을 착취한 것이다. 기연 서적의 허황된 말만을 믿고 분별력없는 이들은 절벽 아래로 거침없이 떨어져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소중한 목숨의 대가로 너희는 호위호식하였으니 어찌 너희들의 죄를 적다 할 수 있겠느냐! 너희를 벌함에 있어 나는 하늘의 법도(法道)와 이치(理致)인 심은 대로 거둔다라는 뜻을 적용하겠노라 약속하는 바이다!”
거기까지 읽은 좌염이 이번에는 글쟁이들 쪽을 바라보며 글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아무 까닭 없이 잡혀와 고생한 글쟁이들에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어차피 그대들의 삶 자체가 폐인의 길이라 평상시대로 있으나 이렇게 잡혀서 강제로 글을 쓰나 크게 다를 것도 없겠지만 고생한 것만은 사실일 터, 애썼다.”
구출받은 것에 감동해 있던 글쟁이들의 눈이 순간 퀭하니 변했다.
냉정히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다. 좌염의 낭독이 계속 이어졌다.
“그대들은 무엇보다 가족이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과의 상봉의 기쁨도 잠시, 가족들은 그대들의 끊임없는 뻗댐과 뒹굴거리기에 지쳐 차라리 예전처럼 눈에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들으면서 글쟁이들은 완전 의기소침해져서는 입을 쩝쩝거리기도 하고 눈을 감고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연신 침을 뱉어내기도 했다.
“…그리하여 본인은 글쟁이들을 환대하는 이를 소개할까 한다. 그대들은 가족들과 기쁨의 상봉을 한 후엔 너무 오래 머물지 말고 청어장주(靑於莊主) 서공석 대인을 찾도록 하라. 그는 글쟁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자이니 그 가운데서 마음껏 원하는 글을 쓴다면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상, 복면인들의 두목으로서 안녕을 고한다.”
필사방인들과 글쟁이들은 ‘안녕’이라는 인사를 받고 멍해지고 말았다. 나타난 복면인들은 괴상하기 그지없었지만 이들의 두목이라는 자는 그저 괴상하다고만 표현하기엔 감당하기 벅찬 기괴함을 내뿜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작다!”
“종과득과(種瓜得瓜: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나고), 종두득두(種豆得豆:콩을 심으면 콩이 난다)!”
“더 크게!”
“종과득과, 종두득두!”
“거머리가 목구멍에 붙은 거냐? 더 크게!”
“종과득과, 종두득두!!”
이곳 대별산 소천봉 정상에서 담유설은 군기반장이 되어 필사방의 무리들을 혹독하게 몰아갔다. 이들이 당할 형벌은 뿌린 대로 거두는 이치에 따라 ‘기연 서적에 나온 대로 실천하기’였기에 종과득과, 종두득두를 외치라고 다그치는 중이었다.
“이것 봐라, 이것 봐! 빠져가지고 자식들! 어? 지금 반항하는 거냐?”
담유설은 도열해 있는 무리 사이로 어슬렁거리다가 필사방주 노제강을 보고는 싸대기를 날렸다.
쫘악!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아주 형편없어! 계속 똑바로 안 할 거야?”
곧장 뺨이 뻘겋게 부어오른 노제강은 머리털을 다 뽑아서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울화와 서글픔이 밀려들었지만 개겨봐야 몇 대 더 맞는 것뿐임을 오는 길에 누차 경험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
“똑바로 하겠습니다!”
우렁찬 음성이었지만 그 속엔 미약하나마 작은 떨림이 담겨 있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현재 담유설은 처음 필사방의 회의실에 나타났을 때와 다름없이 경비 무사인 강표절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방주 노제강으로서는 더욱 비참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잘한다고 말은 잘하지. 똑바로 해라!”
담유설은 노제강의 머리를 툭툭 아주 기분 나쁘게 후리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자, 이제 대충 준비가 된 것 같구나. 앞으로 너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인장이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복면을 벗은 지 오래인 형벌당주 좌염은 이젠 희망을 완전히 접었는지 이맛살을 찡그리거나 화내는 기색도 없이 필사방의 무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왜 이곳에 서 있는지 모두들 잘 알 것이라 믿는다.”
필사방인들은 이미 종두득두를 외치면서 자신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할 운명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제 확정적으로 선포되자 얼굴이 거의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사실 너희에게 절벽에서 뛰어내리라 하는 것은 순전히 너희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란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너희는 백이면 백 이곳에서 뛰어내리는 날엔 기연을 얻어 천하무적의 무공을 얻는다 했으니 필시 복수에 성공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개중에는 재수가 없는 놈도 있을 것이다. 저 밑 흐르는 강에는 송곳처럼 뾰족이 뻗어난 암초가 있는데, 아마도 죽어야 할 놈이라면 이번 고공 낙하로 저승 사자와 기쁨의 상봉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좌염의 말이 이르게 되었을 때였다.
느닷없이 한 그림자가 도열한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탈출을 기도했다.
“난 못해! 난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안 돼!”
그는 거의 실성한 듯 외치면서 신형을 날렸지만 어느새 그 앞을 가로막은 십이령 중 하나인 섬천(贍泉)의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제야 필사방 무리들이 누군가 하고 살피니 그는 다름 아닌 필사방주 노제강이었다.
“안 돼요! 이렇게 죽을 순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섬천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그가 발악하듯 통사정할 때, 불쑥 노제강의 위로 그림자 하나가 덮치는가 싶더니 그대로 밟아대기 시작했다.
“이 자식아, 어디서 도망치려고 들어? 니가 아주 죽으려고 작정을 한 게로구나!”
담유설이었다. 그녀는 고기를 다지듯 아주 자근자근 밟아버렸고, 그 광경을 보는 필사방인들은 도망치려 했던 마음을 차분을 떨쳐 내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노제강이 이마가 찢어지고 코피가 줄줄거리고, 절룩거리면서 본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처연히 위치를 잡고 서자 좌염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음,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이씨, 이런 제기랄.”
다음 대목이 생각이 나지 않아 울화가 치민 좌염이 노제강의 앞으로 확 다가가서는 뺨을 시원하게 올려붙였다.
쫘악!
“또 헛짓하면 아주 죽인다!”
“저… 송곳 같은 암초까지 말씀하셨습니다.”
그 바로 곁에 있던 수호단주 장송수가 하는 말에 좌염의 얼굴은 완전히 일그러져 버렸다.
“이런, 막 생각해 냈는데 네가 말하면 어떡하냐, 이 자식아! 꼭 네가 가르쳐 준 것 같잖아!”
쫘악!
장송수도 뺨을 시원하게 얻어맞고는 침통한 안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 그래. 좋아. 암초, 꼬치구이까지 했지?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는 말아라. 솔직히 너희가 기연을 만나지 못하고 또 암초에 꽂혀 죽지도 않는다면 그건 더욱 불행한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나중에는 차라리 왜 그때 죽지 못했을까 후회할지도 모르거든. 음, 그리고 혹시 몰래 도망칠 생각일랑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곳곳에서 지켜보다 도망가려는 몸짓이 보이면 패버린 후에 밤새 뛰어내리게 할 테니까 말이다. 자, 그럼 긴말 집어치우고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게야. 열흘 동안 한 사람당 오백 회 추락을 채우려면 하루 오십 번을 채워야 하니 게으름 피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설명이 끝나자 담유설은 필사방 무리들을 노제강부터 시작해서 쭉 일렬로 줄을 서게 했다.
“야, 거기 똑바로 서! 야, 넌 뭐야? 거기 줄 삐뚤어졌잖아! 뒈질래?”
험악하게 열을 맞춰놓은 담유설이 제일 앞에 선 노제강에게 물었다.
“자, 뛰어내리기 전에 각자 좋아하는 것을 외치도록 한다. 그것은 너희를 두려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자, 가라!”
노제강이 잠시 망설이며 입을 옴지락거리자 담유설이 실실 비웃음을 지었다.
“하긴 네가 좋아하는 건 돈밖에 없을 텐데 돈을 외치자니 쪽 팔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거지?”
노제강의 안색이 순간 싸늘해지는가 싶더니 담유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야, 이 개 같은 놈아!”
그러고는 곧바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날려 버렸다.
“헉!”
담유설은 순간 온몸에서 침착이 소멸되는 것을 느끼며 눈에 불을 켜고 땅바닥을 뒤지다 짱돌을 잡아 들고는 한참 추락 중인 노제강을 향해 내던졌다.
노제강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면 살지 죽을지 모르는지라 욕이나 하고 죽자는 심정으로 쏘아준 것이었다. 그는 추락의 끔찍함 속에서 작게나마 만족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욕을 처먹고 담유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살짝 위를 올려다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담유설이 내던진 짱돌이 정확히 그의 이마에 명중했고, 즉시 노제강은 정신을 잃고 하늘거리면서 추락했다.
끝없이 곤두박질치던 노제강이 정신을 차린 건 어마어마한 속도와 충격으로 물속에 빠져든 때였다.
푸앙!
꼬르륵꼬르륵.
적어도 보통 사람이 삼 일 정도 먹을 정도의 물을 한꺼번에 마셔대고서야 노제강은 수면 위로 오르려 힘겹게 두 발을 열심히 차냈다.
숨이 턱까지 막히며 호흡을 참기 힘든 지경이었지만 다행히 수면이 지척에 이르고 있었기에 희망을 붙들고 연신 발을 움직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노제강은 물속에 있어도 벼락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큰 덩어리가 엄청난 속도로 물을 뚫고 그를 덮쳐 버린 것이다. 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다음 차례로 뛰어 내린 홍보단주 정포였다. 기껏 온 힘을 다해 올라왔던 노제강은 그대로 눌려 다시 깊이 가라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