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흑문주 심온-10화 (10/125)

# 10

노제강의 시선이 섭외단주(涉外團主)에게로 향했다. 그의 눈길엔 은은한 노기가 서려 있었다.

“금율, 잡아오라는 글쟁이들은 어찌 되었느냐?”

섭외단주 금율(金律)이 하는 일은 명칭은 섭외(涉外)였지만 사실은 강제로 글쟁이들을 데려다 감금하고는 글을 쓰게 하는 일이었다. 영문을 모르고 잡혀온 작가들은 햇볕도 들지 않는 지하 석실에서 필사방주이 제시한 내용대로 책을 완성해야만 했는데 결과물이 신통치 않을 때는 갖은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금율의 얼굴에 순간 난처함이 떠올랐다.

“속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만악문(萬惡門)의 후예(後裔)를 쓴 금헌영(金獻永)과 포로공주(捕虜公主)의 초후석(超厚析)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처럼 묘연하기만 합니다. 후흑문에 의뢰를 맡기기까지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쪽에선 아무 연락도 없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속하, 포기하지 않고 전심 전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립니다.”

마음이 담긴 속죄의 말에 방주 노제강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네가 근저에 미뢰도(美雷刀)를 쓴 목정연(木正蓮)과 타락무림(墮落武林)의 호성화(昊星華)를 잡아온 것은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태졌다곤 해도 이번 새로운 기획들을 따라 책을 내기엔 턱없이 손이 모자란 형편이다. 금헌영과 초후석은 글쟁이라기보다는 폐인에 가깝지만 원체 희한한 놈들이니만큼 특별한 기획에 크게 보탬이 될 터이니 너는 좀 더 역량을 발휘하여 꼭 그놈들을 찾아오도록 하라.”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기획에 대해 논의토록 한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차세대 기획안을 각자 생각하여 회의 때 의견을 내도록 방주의 지시가 있었던 터라 수뇌들은 한 사람씩 염두해 둔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수호단주(守護團主) 장송수(張訟手)였다. 그는 감금된 글쟁이들을 감시하고, 간혹 게으름을 피우는 작가들이나 신통치 않은 글을 낸 자들을 고문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제 소견엔 새로운 기획도 기획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기연에 대해 쓸 것이 많다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기연 서적의 방향은 무공 쪽에 비중을 두었으나 앞으로는 영약이나 영물 쪽으로 책을 내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내는 싸늘한 한기로 뒤덮였다.

그중 서늘함이 절정에 이른 건 방주 노제강의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은 너무도 차갑게 변해 도리어 옅게 미소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장송수는 곧바로 방주가 저런 표정일 때는 대재앙이 임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을 움츠리며 슬그머니 의자에서 일어나 뒤쪽 공간에 자진하여 머리를 박았다.

“쯧쯧쯧, 저건 도대체 언제 사람이 되려나. 혹시 너, 글 읽을 줄 모르냐? 이 답답한 인간아, 이미 두 달 전에 ‘기연(奇緣)과 영약(靈藥)’, ‘영물(靈物)의 서식처(棲息處)’가 나오지 않았느냔 말이다. 저러고도 단주라고. 아이고, 속 터져.”

“죄, 죄송합니다.”

“회의 끝날 때까지 계속 박고 있어!”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수정단주(修正團主) 묵해영(墨海影)이 답답한 속을 풀어드리겠다는 듯 시원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글쟁이들이 맹렬히 써놓은 책의 오타를 수정하는 일을 하는 이들의 수장이었다.

“말해 봐.”

“세상엔 절대 불황을 타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유아 관련 용품으로 그건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신은 비록 굶을지라도 자식에게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용 용품인데 여인들은 용모를 꾸미는 데 결코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 그래, 옳은 말이야.”

“기연 서적의 성공은 뭇 남성들의 영웅에 대한 꿈을 자극한 것이 주효하였던 바 이제는 여인들의 미(美)에 대한 욕구를 자극, 더 아름다워지고 늙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이용한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 기연에 이은 미녀연속기획(美女連續企劃)이라……. 그거 괜찮군.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건 있느냐?”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아 여러 가지를 구상하진 못했습니다만 한 가지 생각해 둔 것을 말씀드리자면 ‘미녀(美女)와 특산물(特産物)’이라는 주제로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책의 내용은 각 여인들마다 자신이 원하는 얼굴의 특정 부위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어느 지방의 어떤 특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싣는 겁니다. 결과야 어떻든 특산물을 먹어서 몸에 해될 것은 없으니 나중에라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아주 훌륭한 발상이다. 허황된 여인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니만큼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 같구나. 게다가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특산물이 나는 지역을 책에 기록하면서 그 지역의 특산물 재배자들에게 책에 실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챙긴다면 돈은 거저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니겠느냐!”

방주 노제강의 말에 수뇌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발했다.

“탁월한 안목이십니다.”

“방주님의 혜안에 감복할 따름입니다.”

노제강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묵 단주에게 말했다.

“그럼 미녀연속기획은 묵 단주가 세밀히 연구하여 기획서를 제출하도록. 한 달의 시간을 주겠다.”

“네. 속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번번이 방주 노제강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노제강의 시선이 홍보단주(弘報)團主) 정포(鄭布)에게로 향했다. 이제껏 어떤 건의도 없이 혼자서 뭔가를 꼴똘히 생각하고 있는 모습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실렸다.

“정포, 생각한 것이 있다면 어서 말해 보라.”

정포가 송구스럽다는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아직 말씀드리기엔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현재까지의 제 생각이나마 말씀 올리겠습니다. 기연 서적의 성공에 대해서 방주님께선 고정관념을 벗어 던졌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설마 기연서를 보고 찾아 나설 얼간이가 한 명이라도 있겠는가 하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필사방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고정관념을 벗으면 거대한 시장이 보이고 황금의 밭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연 서적이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자극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으나 결과는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처럼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구매자들로 ‘악인’들을 맞아들이자는 것입니다. 악인들을 위한 책, 악인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책, 악인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책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장포의 열정적인 의견 제시가 끝났을 때 좌중은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수뇌들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번득거리며 방주 노제강의 다음 반응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노제강이 의자를 뒤로 밀치고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를 악물었는지 그의 양볼은 굳은 선이 내비쳤다.

이윽고 노제강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는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 짝… 짝짝짝짝!

띄엄띄엄 치던 박수가 점점 빨라지면서 노제강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리자, 그제야 눈치를 살피던 수뇌들도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갈채를 보냈다.

“훌륭한 생각이다. 바로 그거다! 발상의 전환은 곧 황금 마차와 같은 것이다. 정포 너에겐 조만간 큰 상을 내리도록 하겠다.”

곧이어 회의실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방주 노제강이 열을 올리며 독려한 까닭에 단주들은 속속 기발한 생각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수정단주 묵해영은 제목을 ‘악인 지침서’로 하자고 했고, 이어 포장단주 감원은 누군가를 추격할 때는 절대로 절벽 쪽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보단주 정포는 거기에 덧붙여 만일 어쩔 수 없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좋으니 무조건 찾아내야 하고 그래도 찾지 못했다면 아예 진천뢰 등의 폭약을 대거 사용하여 아예 산을 통째로 날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의 내용으로는 강호에 새롭게 떠오르는 청년 고수가 있다면 일단은 포섭하되 포섭이 실패했을 경우 앞뒤 가리지 않고 죽여야 한다는 것과 죽일 때는 어줍잖게 부하들을 보낼 것이 아니라 최고위층의 우두머리가 직접 나서서 숨통을 끊어놓아야 뒤탈이 없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나왔다.

특히 방주 노제강의 칭찬을 받은 내용으로는 평상시 은거고수들의 행적을 은밀히 살피고 있다가 그들이 새롭게 제자를 거두진 않았는지, 어느 날 갑자기 내공을 상실하진 않았는지를 파악하여 만일 내공을 건네주었다면 초기에 놈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로도 각종 재기발랄한 착상들은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솟아났다.

필사방주 노제강은 연신 ‘그렇지’, ‘아주 좋아’, ‘바로 그거야’를 연발하며 독려했고, 단주들은 도저히 평범한 인간으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기발함으로 악인들이 뭇 영웅들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비법을 쏟아냈다.

그들의 대화가 한없이 이어지며 악인 지침서 다섯 권 분량을 채울 만큼 진행되었을 때 문득 한줄기 변화가 찾아들었다.

쿵!

회의실 입구 양쪽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집중되었고, 좌중은 곧바로 그가 호위를 맡고 있는 강표절(姜剽竊)임을 알아보았다.

“무슨 일이냐?”

방주 노제강은 호통을 치며 물었지만 거의 동시에 대답이 불필요하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강표절의 동공이 맥없이 풀려 있고, 얼굴은 분을 바른 듯 새하얀 것이 필시 중상을 입은 것이 확실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서 피하…….”

강표절은 말을 다 맺지 못하고 비틀하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아니, 분명히 허물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표절은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고 버텨냈다. 바라보는 모두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문이 열리고 지금 막 강표절이 쓰러지려 한 데까지는 찰나적인 시간에 불과했다. 그런 까닭에 좌중은 중상을 당한 강표절이 비틀거리자 당연히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 후에 신형을 날려 강표절의 몸을 살피고 바깥의 동태를 살피려 했다.

그러나 순간 강표절이 쓰러지려 하다가 힘겹게나마 몸의 균형을 잡자 잠시 좌중은 그 광경을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쩐지 아직 움직여서는 안 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가 내전을 휘감고 있었다.

“으윽…….”

강표절은 다시금 비틀거리며 옆으로 네 걸음을 출렁이다가 갑자기 허리를 활처럼 뒤로 꺾었다가 숙이면서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모두는 이제 곧 강표절이 무릎 꿇은 자세 그대로 얼굴을 쿵 하고 바닥에 찧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강표절은 무릎을 후들거리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는 ‘으윽!’, ‘커억!’, ‘허억!’ 등의 각종 신음성을 질러대면서 곧 쓰러질 듯 쓰러질 듯하면서 계속 꿈틀거렸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던 방주와 단주들의 안색은 차츰 떨떠름하니 변하고 말았다. 분명히 저건 중상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 그저 지랄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저, 저 새끼, 왜 저러냐? 야, 너, 지금 뭐 하자는 거냐?”

방주 노제강의 호통에 한참 비틀거리며 온갖 신음을 내지르던 강표절이 허리를 옆으로 꺾다가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철면피도 이 정도면 십이성에 달한 것일 터였다. 지금껏 온갖 지랄은 혼자 다 해놓고서 ‘왜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표절은 언제 중상을 당했었냐는 듯 정자세로 서서는 포권의 예를 취했다.

“많이 놀라셨습니까? 혹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건 아닐까 해서 결례를 무릅쓰고 연극을 해 보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방주 노제강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이 되어 그저 작은 소리로 허허거렸고, 단주들의 얼굴은 푸르락누르락해져서는 요절을 낼 기세였다. 그러나 벼락은 곧바로 그들 모두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라고 말할 줄 알았다면 그건 너희들의 오산이다. 하하하하하!”

강표절이 한껏 비웃음을 담고 하는 말에 급기야 방주와 단주들의 분노가 폭주하고 말았다.

“아니, 저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자식, 오늘 널 지옥 불구덩이로 보내주마!”

“사지를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같으니!”

“미쳐도 제대로 미쳐야 할 것이 아니냐!”

“모두 달려들어 짓이겨 놓아라!”

그때 강표절이 한 손을 쭉 뻗으며 말했다.

“잠깐!”

방금 전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음성이었다. 마치 어떤 명령이라도 내리려는 듯 명쾌하고 뚜렷한 것이었기에 신형을 날리려던 이들이 잠시 멈칫했다.

“애써 발악할 필요 없다. 이미 바깥은 우리 애들이 접수한 지 오래다. 그러니 네놈들도 순순히 투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흐흐흐, 볼 테냐? 자, 얘들아, 모두 나와라!”

필사방 무리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강표절은 분명 강표절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강표절로 역용한 적이 이처럼 천연덕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건 녀석의 말처럼 바깥 상황이 이미 적의 수중에 넘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적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준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무거운 침묵은 내부를 가득 메우고 시간의 흐름마저 멈추게 하는 것 같았다.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들이닥칠 무리를 기다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필사방의 수뇌들에겐 억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심장이 피를 뿜어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긴장 속에서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지만 ‘애들’이 나타나야 할 시간은 충분히 넘어선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애들’은 보이지 않았다.

강표절도 그걸 느꼈는지 당당하던 표정 대신 흘깃거리며 뒤쪽을 연신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얘들아, 어서 나오래두! 얘들아!!”

그래도 애들은 어디에 숨어버렸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표절의 귀밑가로 땀 한 방울이 슬그머니 흘러내렸다.

“허허, 얘들아!!”

애들이 나타나지 않고 혼자 지랄하는 모습을 보자 노제강과 단주들은 모든 것이 허풍이라고 판단하고는 신형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슈욱~

공기를 가르는 한줄기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제일 가까이에서 신형을 날려 막 강표절을 덮치려던 홍보단주 정포의 몸이 뒤로 밀려나면서 그대로 거꾸러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흑의에 복면을 두른 십삼 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들’이 나오고 만 것이다.

복면을 뒤집어쓴 ‘애들’의 위용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여서 나름대로는 한가락 한다고 자부하던 필사방의 수뇌들은 거의 개처럼 두들겨 맞고 한쪽 구석에 찌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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