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흑문주 심온-8화 (8/125)

# 8

“그렇습니다. 이 친구에게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당장에라도 만나고 싶다고 하여 이처럼 함께 오게 된 것입니다.”

심온의 말은 사실이었다. 뭔가 적염선자를 위로할 길이 없을까를 생각하던 심온은 문득 여자와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해 죽으려 했던 비약구를 떠올렸고, 화명운이 그의 아버지와 함께 떠나고 나자 비약구의 거처를 수소문하여 적염선자를 배필로 맞는 것이 어떻겠냐고 그의 의중을 물었던 것이다.

심온은 적염선자의 나이가 많고 뚱뚱한 것이 마음에 걸려 혹시 싫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비약구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심온에게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어떤 여자와도 맺어지지 못할 줄 알았던 그였기에 적염선자와 같이 적극적인 여자가 기다린다 생각하니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며 미칠 것만 같이 되고 만 것이다.

“자, 그럼 간단히 혼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심온이 품에서 붉은 초 두 개를 꺼내자 적염선자와 비약구의 눈은 순식간에 별빛이 찰랑이는 눈으로 변했다.

“저, 정말 혼례를 치러주겠다는 겁니까?”

비약구의 말이었고,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적염선자의 물기 어린 말이었다.

특히 적염선자의 감동은 더욱 정도가 심했는데, 어떻든 간에 그녀도 여자인지라 일평생을 살면서 혼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건만 이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자 설레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 옷을 입으십시오.”

심온이 물에 젖을까 봐 기름종이로 감싸서 가지고 온 옷을 건네자 그녀는 살며시 홍조를 띠고는 후닥닥 동혈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붉은 촛불이 밝혀지자 주변은 온통 붉은빛으로 출렁거렸다.

심온이 잔잔한 음성을 발했다.

“서로는 다른 개체로 만나게 되었으나 오늘 부부의 연을 맺게 됨으로 인해 이젠 하나가 됩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배움이 다르며 생활 양식이 다를지라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에겐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두 분 모두 오늘 이날의 설렘과 감동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갈등과 번민이 인다 해도 오늘 이날을 떠올린다면 번민은 더 이상 번민이 아니고 더욱 큰 결속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심온의 축사는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처럼 멋들어졌다.

사실 이 축사에도 사연은 있었다. 혼례식이라곤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심온이었기에 어떤 절차로 진행되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유생 하나가 길을 지나는 것을 붙들고는 축사를 읊어보라고 반 협박하여 얻어낸 것이었다.

축사가 이어지는 중에 두 사람의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자, 이제 끝으로 두 사람이 평생 동안 고락을 함께할 부부가 되었음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이윽고 심온이 혼인을 선언하자 두 사람은 서로를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심온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입맞춤이 끝나면 인사라도 하고 돌아갈 양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도통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허, 좀 기네.’

어느덧 두 사람의 입맞춤은 긴 정도를 넘어 거의 무아지경으로 몰입되어 갔다. 혀가 제멋대로 상대방의 입 안으로 들락거리고 입술을 깨무는가 하면 어찌나 격한지 가끔 이가 따닥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완전히 서로의 입을 통째로 뜯어 먹겠다는 기세였다.

‘허허, 거참, 그렇게 좋을까.’

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급기야 두 사람은 심온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 서로의 옷을 찢듯 벗겨내고는 그대로 자빠져 한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심온은 엄청나게 철저히 소외되었다. 심온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이 되어 입술을 깨물었다.

‘아주 난리가 났네, 난리가 났어. 이봐, 나 아직 안 갔어!’

그런 심온이야 뭐라고 씨부리든 간에 두 사람은 오로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뿐이었다.

***

5. 여자의 변신은 무죄

심온은 장원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장기가 돌아 객점에 들었다.

간단히 식사를 주문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생각했다.

의뢰가 들어온 것은 세 건에 불과했지만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금 이 시간도 기연을 얻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뿌리를 잘라야 해. 기연 서적을 만들어 배포하는 놈들을 찾아야겠어.’

만약 그대로 둔다면 기연을 찾아 떠난 자식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끊이지 않을 터이고 어쩌면 일평생 그 일만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사를 제쳐 놓고 그놈들을 찾아야겠다.’

그 와중에 점소이가 음식을 놓고 물러갔기에 심온은 식사를 하면서 그놈들을 잡게 되면 어떻게 해야 분이 풀릴지를 여러 각도로 연구했다.

손가락을 부러뜨릴 것인지, 아니면 어디에 감금시키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심온은 귓가를 간질이는 한 소리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야, 저기 봐봐. 저 사람, 꽤 괜찮게 생겼다. 그치?”

“어디? 누구?”

“저기 깨작거리며 밥 먹고 있는 저 사내 말야.”

심온은 처음엔 자신을 지칭하는 것인 줄 모르고 있다가 주변에 깨작거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흘깃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반대편 벽 모퉁이 자리에 빼어난 미모를 지닌 세 여인이 앉아 있었다.

“야, 여기 쳐다본다.”

“우리 말을 들은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저 치가 무슨 개야, 우리 소릴 듣게?”

“하긴 곱상하니 서생 같은걸.”

그녀들은 나름대로 최대한 소곤거리고 있었으므로 결코 심온이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온은 비록 여인들의 말 중간에 ‘귀 밝은 개’라는 말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흠모가 담긴 내용이었기에 은근히 우쭐함에 젖어들었다.

‘흐흐, 그래도 보는 눈들은 있어 가지구.’

세 여인의 심온 평가하기는 계속 이어졌다.

애인이 있을까, 무공은 전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내가 보호해 주면 되지, 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너무 귀엽다 등등 목소리를 조금만 더 키운다면 접시 서너 장은 가볍게 깨뜨릴 정도의 수다였다.

세상에 칭찬을 듣고 기분 나빠할 사람이 없었기에 심온은 기분이 좋아져 그녀들의 말을 반찬 삼아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

“합석하자고 해볼까?”

“에이, 무슨.”

“뭐, 어때서? 남녀가 서로 끌리는 건 본능적인 거야.”

“지금은 때가 좋지 않아. 왕언니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흠, 그렇긴 그러네.”

“앗, 호랑이다!”

문 쪽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던 한 여인이 막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여인을 보고는 도둑질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호랑이라고 한 것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라는 말을 대입해서 한 말이었다.

“이크!”

심온은 의자에 기대고 목을 푸는 것처럼 하고선 은근슬쩍 들어오는 왕언니라 불리는 여자를 살폈다.

‘오!’

그녀의 미모는 세 명의 여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거의 달빛과 반딧불의 차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상황만 허락되었다면 펄쩍 뛰어올라 ‘최고야!’를 외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각 같은 얼굴에 군더더기없는 몸매, 거기에 등에 걸린 장검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성싶은데도 묘한 대조를 이루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왕언니는 세 여인들에게로 가 합석하며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웅크리고 무슨 작당을 하고 있었던 게냐?”

“우리는 그냥 이 집 음식 맛이 좋아서 어떻게 맛을 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답니다.”

맞은편에 앉은 여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흥, 그러셨어? 또 어떤 사내놈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러자 세 여인이 일제히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우리 왕언니는 보지 않고도 어찌 그리 잘 알까?”

“이 정도면 돗자리 깔아야 하지 않아요?”

“귀신이야, 귀신.”

“너희들의 얼굴이 화색이 돌 때는 남자밖에 더 있겠냐?”

“에구, 그래도 저기 저 남자는 정말 잘생겼다구요.”

“누구 말이냐?”

“저쪽 반대편 귀퉁이에 앉은 사람 말이에요.”

그녀들의 목소리는 소곤거리는 것보단 더 커져 있었는데, 심온을 필시 무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저기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녀석 말이냐?”

순간 심온은 막 국을 삼키려다 하마터면 분수처럼 뿜어낼 뻔했다.

“저런 건 수레로 가져다 줘도 처분하기 귀찮을 뿐이야. 너희들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단 말이냐?”

왕언니는 은근히 수준 운운하며 자존심을 자극하는 심리 전법을 구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세 여인은 자신들의 수준이 떨어질 수는 없다는 듯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흠, 자세히 보니 사내 녀석이 박력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러게. 저렇게 혼자 처량하게 밥을 먹고 있는 걸 보면 어딘가 부족한 게 분명해.”

“아무렴. 저런 흐리멍덩한 책벌레는 우리 화화궁(花花宮)과 격이 맞질 않지.”

한참 기분 좋게 식사하던 심온은 그만 체할 것 같은 기분 나쁜 거북함으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화화궁이라 이거지? 이것들이 예쁘다 예쁘다 해줬더니 아주 갈 데까지 가는구나. 내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순 없지!’

모욕을 당하고도 속으로 분을 삭이는 건 후흑문의 규율을 심각히 위반하는 행위였다.

―한 대 맞으면 다섯 대를 갚지 않으면 파문이다.

착실한 문주는 규율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심온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계산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다. 그 와중에도 여인들의 재잘거림이 이어졌다.

“쟤, 나간다, 나가.”

“설마 우리가 하는 말을 들은 건 아니겠지?”

“개같이 생기진 않았잖느냐!”

왕언니가 도장을 찍듯 확실히 안심시키자 세 여인들이 깔깔거렸다.

“호호호, 그러게요. 개처럼은 보이지 않네요.”

“후후후.”

“그래요, 견(犬) 서생은 아닐 거예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객잔을 나선 심온은 벽을 따라 몇 발짝 걸어 그녀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서는 살짝 휘파람을 불었다.

지붕 위에서 작고 검은 것이 심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흑묘였다.

심온은 작지만 엄숙한 목소리로 흑묘에게 명했다.

“흑묘는 문주의 명을 받들어라.”

흑묘가 눈을 말똥말똥 뜨다가 귀찮다는 듯 앞발을 들어 이마를 비벼댔다.

“흠흠, 좋아. 자세 편하게 하고 들어라. 객잔 안에 들어가면 네 여자가 한 탁자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일 거야. 너는 가서 그냥 콱 할퀴어주면 돼. 알겠냐?”

야옹~

흑묘는 뉘 집 강아지가 짖느냐는 듯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길게 하품을 늘어놓았다.

“아이씨, 이거 정말 영물 맞아? 확 이걸 그냥!”

심온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땅바닥에 객잔을, 그리고 사람 모양 네 개를 그리고 동그라미를 마구 치며 말했다.

“여기에 가서 막 휘저어버리란 말이다.”

야옹~

흑묘가 비로소 이해했는지 부드럽게 소리를 내면서 날듯이 객잔 안으로 달려들어 갔다.

흑묘는 바닥을 사사삭 소리없이 점하며 나아가다 한순간 훌쩍 왕언니라 불린 여인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흑묘는 워낙 가볍고 빨랐기에 왕언니는 ‘뭐지? 머리에 뭐가 묻었나?’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도리어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은 주변에 있는 세 여인이었다.

“고, 고양이다!”

“왕언니, 고양이야!”

“도대체 뭐야, 이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왕언니가 비명을 내지르면서 흑묘를 쳐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움직였을 때 이미 흑묘는 맞은편에 앉은 여인의 머리로 뛰어오른 뒤였다.

흑묘는 뛰어오르면서 발톱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로 솟구치는 순간 힘을 풀었기 때문에 왕언니의 머리는 삽시간에 산발로 변해 버렸다. 연이어 잡으려고 손짓하던 여인들의 머리 위를 흑묘가 차례로 순례하자 여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산발이 된 네 여인의 검은 날카롭기 그지없었지만 흑묘는 그 특유의 유연함과 신속함으로 칼날을 빗겨내면서 지상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어깨를 딛고 머리를 넘어 뛰어내리고 그 옆 탁자 쪽으로 이동하곤 했다.

삽시간에 객잔 안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죽여 버린다고 고함을 치는 네 여인이 흑묘를 쫓아 날아다니며 검으로 마구 찌르고 베는 바람에 식사 중이거나 식사를 거의 끝낸 손님들 대부분이 음식 값도 지불하지 않고 와르르 빠져나갔다.

주인장과 점소이가 이게 무슨 일이냐고 지르는 고함에, 여인들의 함성, 그리고 흑묘가 가끔씩 날리는 야옹 소리가 범벅이 되어 객잔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커억! 언니, 저예요.”

“네가 왜 거기 서 있는 거야?”

“야, 이년아, 날 찌를 뻔했잖아!”

“누가 거기 서 있으라고 했어?”

“고양이 너, 거기 서지 못해!!”

“꺄악! 내 머리카락!”

혼란에 빠진 여인들은 흑묘가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는 바람에 가끔씩 서로에게 검을 겨누는 경우가 생기며 옷을 베기도 했고, 신형이고 뭣이고 발휘할 상황이 아니라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음식물들이 옷에 튀기기도 하여 꼴이 말이 아니게 되고 말았다.

은밀한 시선으로 객잔 안의 혼란을 바라보던 심온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좀 약한 것 같기도 했지만 여인들에게 있어 가장 곤란한 상황이란 자신의 몸가짐이 흐트러진 것이었기에 이 정도면 적당한 보복이라고 생각했다.

‘아, 아름답다!’

흑묘도 이젠 충분히 저어버렸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빼내 객잔을 벗어났다.

“게 서지 못해, 이 미친 고양이야!”

“가만두지 않겠다!”

“한 그릇도 안 되는 녀석, 넌 오늘이 제삿날이다!”

“가죽을 벗겨주마! 썅!”

그녀들은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자신들의 몰골이 얼마나 흉측하게 변했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흑묘가 객잔을 빠져나와 ‘파팍’ 하며 객잔의 지붕 위로 뛰어오를 무렵, 여인들이 분노를 머금고 우르르 달려나오다 심온을 발견하고는 짐짓 신형을 멈췄다.

방금 전까지 애송이네, 기생오라비네 떠들던 것이 생각나 아주 찰나였지만 부끄러움이 밀려든 것이다.

심온은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심온은 곧바로 자신에게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이란 것을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

지붕 위에 있던 흑묘가 느닷없이 심온의 품으로 파고든 것이다.

야옹~

순간 네 여인의 시선이 심온에게 고정되었는데, 그 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너!”

네 여인은 거의 동시에 ‘너!’를 외쳤고, 심온은 얼떨결에 흑묘를 안아 들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팽개치고는 변명했다.

“으게게게! 이 고양이가 미쳤나? 왜 내게 달라붙고 난리야!”

흑묘를 얼른 떨쳐 내고 애써 모르는 고양이란 듯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 다시금 흑묘가 훌쩍 뛰어올라 심온의 품 안에 안겼다. 이번에는 고향에라도 돌아온 듯 다정하게 얼굴을 심온의 가슴에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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