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흑문주 심온-5화 (5/125)

# 5

“울지 마오. 벌써부터 약한 마음을 먹으면 어쩌자는 게요.”

남편의 위로에 부인은 남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흐흑… 흐흑… 흑흑…….”

심온은 사람들이 슬픔에 젖어 울 때면 흐흑, 흐흑 하는 것이 꼭 후흑(厚黑)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그때마다 자신이 꼭 나서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는데, 지금도 그러했다.

“자, 그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심온은 손 위에 앉은 흑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조성이 입던 옷을 코에 들이댔다. 고양이의 후각 능력이 비록 개와 비교할 바는 아니겠으나 고양이 또한 매우 발달하였기에 흔적이 남았다면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게다가 흑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고양이가 아니었다.

“자, 가라, 흑묘!”

야옹~

흑묘가 대답을 하는 듯 한차례 울더니 절벽 아래로 거침없이 뛰어내렸다.

“앗, 고양아!”

“보통 고양이가 아닙니다. 안심하십시오.”

부인이 깜짝 놀라 달려들려 하자 심온이 손으로 가로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부인의 얼굴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저 느긋하게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리던 일행 앞에 흑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약 일 식경(30분)이 지난 뒤였다. 흑묘의 입에는 천 조각과 넝쿨이 물려 있었다.

흑묘는 앞발로 천 조각과 심온이 냄새를 맡게 했던 의복을 차례로 짚었고, 이어 넝쿨을 마구 흩트렸다.

심온은 대번에 뜻을 간파하고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찾은 것 같습니다. 아마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바람에 휩쓸려 넝쿨에 걸려 묶인 듯합니다.”

찾았다는 말은 부부 내외의 마음에 기쁨을 안겨주었지만 그것이 도에 지나쳐 부인은 순간적으로 광적인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다.

“어, 어디요? 내가 찾겠어요.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이 어미가 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면 헤엄칠 줄 모르면서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다 둘 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하곤 하는데, 지금 부인의 행동이 딱 그 상황이었다.

“부인, 이러면 안 되오!”

그나마 차분함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던 남편이 뒤에서 부인의 어깨를 붙들었다.

하지만 부인은 무슨 힘이 어디서 솟아났는지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는 무작정 절벽 아래로 달려갔다.

“안 됩니다! 물러서십시오!”

심온은 급히 절벽 끝 자락에서 부인의 앞을 가로막고는 양어깨를 견고히 붙들었다.

“어서 비키시오! 난 내 아들을 보러 가야겠소!”

“그건 제가 할 일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방법… 허걱!”

심온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심온의 발은 이미 허공에 뜬 상태였고, 밑으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어머니라는 존재의 초인적인 힘에 의해 심온이 뿌리쳐져서 그만 절벽 아래로 내던져져 버린 것이다.

순간 아주 찰나였지만 추락하기 직전 황당함에 젖은 심온의 눈과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부인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으아아악!!”

심온이 비명과 함께 추락하자 부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안 돼요. 어, 어떡하지? 내가… 내가… 이 일을 어째…….”

속절없이 추락하던 심온은 허공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는 암벽 쪽을 향해 격공섭물(隔空攝物)을 펼쳐 암벽을 끌어당겼다. 당연히 거대한 암벽이 심온의 손으로 끌려올 리는 만무했기에 심온의 몸이 쭉 암벽 쪽으로 끌려갔다.

암벽은 단단하고 경사는 거의 살인적이라 붙들 만한 것이 없었지만 심온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은 무슨 두부에라도 틀어박히듯 암벽을 뚫어버렸다. 심온은 절벽 중간 정도에 한 팔로 대롱거린 채로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 허허거렸다.

‘이건 도대체 뭐지? 아니,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내가 밀려날 수 있었던 거지?’

그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간단히 자신을 떠밀어 버릴 순 없는 일이었다. 더욱이 조성의 어머니는 무공(武功)의 무(武) 자도 모르는 보통의 어머니일 뿐이다. 무공을 감추고 있다가 한순간 힘을 썼다는 건 하나마나 한 소리였다. 만일 이렇게 밀어낼 정도의 무공이라면 굳이 의뢰를 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자기 힘으로 아들을 찾아 나설 만한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허허, 그런데 내가 밀려났다 이거지. 이게 바로 어머니란 존재의 힘일까?’

이 순간 심온은 익히 알고 있는 세상에 존재하는 힘 외에 도저히 이론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심온은 ‘어머니의 눈물’을 마신 적이 있었다. 당시 받은 감동의 무게는 태산과 같아서 잊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오늘 이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한 체험을 하고 나니 그때의 감동이 다시금 온몸으로 퍼져 갔다.

그는 어쩌면 어머니의 자녀를 향한 사랑의 힘은 대자연의 심오한 힘마저 초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대롱거린 채로 상념에 잠겨 있던 심온이 정신을 차린 건 위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 뒤였다.

“내가 죽였어. 내가 죽인 거야. 흐흑흑.”

“그건 실수였을 뿐이니 진정하시오.”

‘아이쿠야!’

심온은 혹시나 죄책감 때문에 몸이라도 던질까 덜컥 겁이 났다.

“저 살아 있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려서 살아났으니 울음을 그치십시오!”

“네? 정말입니까?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다행이군요. 다행이에요.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하나이다. 감사하나이다.”

두 내외의 음성에는 사형수가 사면을 받은 듯 안도와 기쁨이 서려 있었다.

“네, 천지신명께서 도우셨나 봅니다.”

“다친 곳이 없으시다면 제 아들을 구해올 수 있겠습니까?”

“네, 제가 암벽 등반 경험이 많으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심온은 후흑문의 특별한 규율상 무공 실력을 들먹이지 않고 답했다. 사실 이처럼 어이없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쯤 밧줄을 붙들고 힘겹게 내려가는 시늉을 하고 있을 심온이었다.

심온은 안력을 돋우어 넝쿨이 많은 곳을 찾았다.

약 삼십여 장 너머에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난 곳이 보였다. 워낙 무성한 탓에 사람이 걸려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거기 외에 다른 곳은 듬성듬성 넝쿨이 있을 뿐이라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 할 수 있었다.

‘가볼까.’

심온은 절벽에 박힌 손가락을 쑥 빼내고는 거미인간마냥 깎아지른 암벽을 빠르게 이동해 어느새 무성한 넝쿨 쪽에 이르렀다.

“윽!”

넝쿨에 거의 다다랐을 때 심온은 한순간 밀려오는 가공할 악취의 공격을 받고 한 손으로 코를 움켜쥐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는 악취로 그야말로 똥 냄새와 오줌 냄새, 그리고 뭐가 어떤 식으로 썩었는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무성한 넝쿨 탓에 조성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씨바, 온몸이 썩어가는 것 같네.”

후흑문은 본시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신념 아래 개파되었지만 그렇다고 코의 감각까지 둔감한 것은 아니었다.

심온은 호흡을 중단하고 수북이 자란 넝쿨을 젖혀보고선 곧바로 허탈해지고 말았다.

“허허, 미치겠네.”

안쪽으로 비쩍 마른, 조성일 것이 틀림없는 괴인이 넝쿨에 친친 감긴 채로 묶여 있었는데 몰골이 엉망진창이었다.

가랑이 아래쪽으로는 뭘 먹고 싸댔는지 똥이 천지였고, 누런 오줌태가 바위에 엉겨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개방에서 최고로 추접한 놈이라 해도 결코 따를 수 없을 만큼의 추접스러움의 극치였다.

“에이, 추접스런 새끼!”

심온은 오만상을 찡그리고 바짝 다가가 생사를 확인했다.

“어라?”

설마 하고 맥을 짚어본 것이었는데 의외로 맥박이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몰골로 봐서는 최소한 한 달 반 이상은 이 상태로 꼼짝 못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여태 살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고래 힘줄이라도 씹어 먹은 거야?”

문득 의아해하던 심온이 조성의 입 주위에 널린 잎사귀들을 보곤 다시금 허허거렸다.

“산삼이네. 나 참내, 끝내 이렇게 매달리고서 기연을 얻긴 얻었군. 아주 신났겠구먼, 신났겠어.”

산삼 잎은 의외로 많았다. 재수 좋게 넝쿨에 걸려 살아나더니 또 재수가 더해져 마침 넝쿨에 묶인 곳에 산삼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수분은 비가 올 때나 아침 이슬이 넝쿨에 맺히면 그것으로 보충했으리라. 하지만 산삼을 복용했다 하더라도 이제껏 버티는 데 다 소진하고 말았을 것이니 기연은 이미 소멸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 형! 정신 차리시오, 조 형!”

심온이 조성의 뺨을 살짝살짝 갈기자 조성이 희미하게 눈을 떴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 살아 있소’라는 뜻에 불과해 그는 곧바로 다시 눈을 감고 축 처지고 말았다.

“어쨌든 살아 있으니 다행이오.”

심온은 곁에 있던 넝쿨을 뜯어내 조성을 등에 묶고는 사사삭거리며 절벽 위로 나아갔다.

거의 정상에 가까웠을 무렵에서야 심온은 억지로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힘겹게 올라서는 척했다. 어느새 이마엔 구슬땀이 연신 흘러내렸고, 옷은 땀에 젖어 강물에라도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 같았다.

“끙끙, 끄으으응~”

심온이 조성을 등에 업고 나타나자 두 내외는 잠시 아들을 못 알아보다가 이윽고 아들임을 깨닫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이 녀석아, 흐흑흑,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선생, 사, 살아 있는 거지요? 흐흑, 그렇지요?”

“진정 하늘의 도우심으로 아드님은 무사합니다.”

심온이 조성을 내려놓으며 하는 말에 아버지, 어머니는 악취에 찌들고 마른 장작이나 다를 것 없는 아들을 끌어안고 볼을 비벼댔다.

“이놈아, 이 못난 놈아! 흑흑흑.”

“흐흑, 내 새끼야!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절벽 위에는 어느덧 조성의 몸에서 풍기는 악취로 오염이 짙어지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을 덮고도 남을 정도의 따스함이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나와 주변을 감싸 안았다.

심온은 그런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부모에게 자녀란 이만큼 소중한 존재다. 하아, 그나저나 도대체 아까 그 힘은 어떻게 표출될 수 있었을까?’

***

4. 기연 후유증

“그 아이는 어릴 때 이미 총명이 지나칠 정도였고 용모가 빼어나 주위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오. 마을의 뭇 여인들은 아들 녀석이 지나갈라 치면 가던 길을 멈추고 눈을 떼지 못했을 지경이었소. 그러나 그 녀석은 학업에 정진할 뿐 여자에 관해선 돌을 보듯 할 뿐이었다오. 하아, 그런데 남몰래 기연을 꿈꿔왔을 줄은 내 짐작도 못했소이다. 흐흑, 못된 녀석, 지금쯤 무슨 고생을 하고 있을는지…….”

홀로 융중산(隆中山)의 간강봉(姦强峰)을 오르던 심온은 화명운의 아버지 화소묵이 아들에 관해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이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함께하겠노라고 하여 융중산까지 따라왔는데 오십 보를 걸으면 일 다경(약 15분)을 쉬어야 할 정도로 지쳐 심온은 객방에서 머물 것을 겨우겨우 설득하고는 신형을 날려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노인장, 염려 마시구려. 내 꼭 찾아내고 말겠소. 그리고 그 못된 놈을 아주 시원하게 패버릴 테니 염려는 붙들어놔요.’

심온은 속으로 중얼거린 후 부지런히 몸을 날려 어느덧 간강봉의 정상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컥! 저건 또 뭐야?”

심온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절벽 끝 자락에 한 사람이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한 뼘만 내디뎌도 곧바로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 지경이었기에 심온은 신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내달렸다.

“이봐! 뛰어내리면 안 돼!”

그러나 사내는 심온의 외침을 뛰어내리라는 출발 신호로 들었는지 그대로 몸을 던졌다.

슈아악~

심온이 바람을 뒤로하고 공간을 열어젖히며 빛살같이 나아가 손을 쭉 뻗었다.

뿌드득!

“으아악!!”

절체절명의 순간 심온의 손이 사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자 머리가 잡힌 사내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와락 움켜쥔 머리카락의 절반가량이 뛰어내리는 기세에 의해 상당 부분 뽑혀지면서 사내에게 말로 형용키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었고, 천 길 낭떠러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머리카락만으로 버티는 있는지라 잘하면 머리 뚜껑이 확 벗겨져 버릴 판국이었다.

심온은 유능한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아채듯 손목을 위로 꺾으며 사내의 몸을 끌어 올렸다.

사내를 내려놓은 심온의 손아귀에는 머리털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다.

혹시나 화명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내의 나이는 거의 사십이 가까운 중년인이었다.

“아니, 이 양반이 죽을려고 환장을 했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구먼 무슨 놈의 기연을 얻겠다고 이 난리를 치는 거요?”

심온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하는 말에 사내가 지지 않고 눈을 부라렸다.

“왜 괜한 일에 끼어드는 거냐? 그리고 또 기연은 또 뭐냐? 난 그냥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니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순간 심온은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이미 허융과 조성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생명을 경홀히 여기는 걸 겪은 터라 더욱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온의 눈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네 이놈! 내 말을 똑바로 들어라! 사람의 생명은 자신이 원해서 난 것이 아니니 또한 자신 스스로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사는 날 동안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터인데, 어찌 노력도 하지 않고 포기하려 하느냐?”

가히 천상에서 내려온 장군의 호령 같은 기세가 심온에게서 풍겨 나오자 사내는 압도당하여 주눅 든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울상을 지었다.

“나, 나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네놈은 누굴 죽이기라도 한 거냐?”

“그게 아니라…….”

사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심온은 다그치지 않고 그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몇 번인가 입을 벌렸다 닫으며 말을 하려다 말기를 거듭하던 사내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나를 좋아하는 여자가 아무도 없어. 나도 남들처럼 여자와 손도 잡고 싶고, 밥도 함께 먹고, 반찬도 떠먹여 주고 싶고, 결혼도 하여 함께 잠자리에 들고 싶은데 모든 여자들이 나를 싫어하니 내가 살아서 뭐 하겠냐? 아무도 내 고통을 몰라! 나는 아직도 숫총각이란 말이다!”

숫총각이란 말을 할 때는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심온은 너무 의외적인 말이었기에 순간적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제야 사내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확실히 호감이 가는 얼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송충이 두 마리를 올려놓은 것 같은 눈썹에 곰보 자국이 양볼에 넓고 선명히 자리했고, 턱은 사각으로 각이 져 있어 강인해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는 무뚝뚝해 보이고 어떤 쪽에선 무섭게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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