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흑문주 심온-4화 (4/125)
  • # 4

    “뭐, 뭐야? 이 친구, 살아 있었군.”

    기가 막힐 일이었다. 추락자는 다름 아닌 허융이었던 것이다.

    허융은 이미 추락하는 와중에 정신적 충격을 받은 탓인지 눈을 희멀겋게 뜬 채 해롱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온은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이 되고 말았다.

    ‘씨바, 정신 좀 차리게 해줘야겠군.’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심온은 그대로 몸을 날려 강물을 발로 차내는 동시에 허융의 몸을 강물에 푹 담갔다가 빼내면서 다시 솟구치고 또 하강하여 물에 담갔다가 솟구치면서 강변 쪽으로 이동했다.

    수상비(水上飛)를 통한 물 고문인 셈이었다.

    차가운 강물 탓에 허융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서는 자신의 몸이 솟구쳤다가 다시 물속으로 푹 빠지고, 다시 위로 들렸다가 물에 담가지자 죽기를 각오하며 뛰어내렸던 것과는 달리 살려달라고 난리를 쳐댔다.

    이윽고 심온이 지면에 이르러 허융을 내려놓자 그제야 허관걸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아보고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부둥켜안았다.

    그는 비록 심온이 자신의 아들을 물에 담그는 행위를 했지만 살려낸 은인이랄 수 있었기에 개의치 않고 아들과의 상봉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녀석아, 어찌 그리 어리석은 게냐? 아비다, 아비야. 흑흑흑.”

    허융은 입으로 거푸 물을 뱉어내면서 겨우 아버지를 알아봤다.

    “아, 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이 녀석아, 널 찾으러 온 것 아니냐.”

    격정의 눈물을 흘리며 허관걸은 아들의 볼을 매만졌다.

    사랑이란 이런 것인가? 진정 누구라도 곁에서 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을 수 없는 가슴 뭉클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때 기가 막히게도 허융이 아버지 허관걸의 뒤통수를 갈겨 버렸다.

    “아버지, 저 기연 못 얻은 건가요? 저를 구하시면 어떡해요? 왜 그러셨어요? 이러시면 곤란하죠! 왜요? 왜?”

    뜨거운 재회의 기쁨과 감동에 젖어 있던 허관걸에겐 그야말로 찬물이 한 바가지 쏟아지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심온과 노인도 마찬가지여서 ‘황당’이라는 이름의 바다에 빠져 버린 것만 같았다.

    기쁨과 감동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빈자리로 울화와 분노가 밀려들었다.

    “이런 망할 놈의 자식, 내가 널 잘못 가르쳐도 단단히 잘못 가르쳤구나! 그래, 그렇게 죽고 싶으면 이 아비가 죽여주마!”

    허관걸은 다정한 아버지이길 포기하고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로 변신했다. 맹렬한 주먹은 허융의 얼굴을 난타했고, 이어 일어나서 발로 짓밟으며 괴성을 질러댔다.

    “차라리 죽어라, 이놈아! 죽어! 네놈이 나와 네 어미의 심장을 몇 번이나 찔렀는지 아느냐? 꼭 칼로 찔러야 죽이는 것인 줄 아느냔 말이다, 이 못된 놈의 자식아!”

    심온은 그 광경을 말릴 생각도 없이 팔짱을 끼고 바라봤다.

    본시 모든 부모가 자식을 잠깐이나마 잃은 후에 찾게 되면 뜨겁게 안는 동시에 왜 함부로 나다니느냐고 마구 때리는 것과 같은 이치였던 탓이다. 게다가 만약 허관걸이 때리지 않았다면 자신이 나서서 패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 허관걸의 외침 사이로 안타깝게 중얼거리는 다른 목소리에 심온이 흘깃 노인을 바라보니 노인은 온갖 아쉬움이 서린 얼굴을 한 채 입을 놀리고 있었다.

    “내 돈, 내 돈, 내 돈, 내 돈, 내 돈. 내 돈이 날아갔네!”

    심온의 얼굴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아휴, 늙다리! 저거 확 패버릴까?’

    ***

    3. 초월적인 힘

    만학서고.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심온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저만치 서고 주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심온이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후후, 오른쪽에 두 명, 왼쪽에 세 명, 천장에 한 명이라……. 이 정도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소?”

    주인 이항이 놀란 얼굴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곧바로 종이를 마구 구겨놓은 것처럼 되었고, 그런 이항을 향해 심온이 다시금 거만하게 뇌까렸다.

    “피를 보고 싶진 않소이다.”

    “야아, 이 미친놈아!!”

    이항은 심온을 향해 미친놈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사실은 자신이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지난번에는 은전을 우그러뜨리는 척 지랄을 하더니 오늘은 또 뜬금없이 매복이 있다고 염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숨어 있긴 누가 숨어 있다고 지랄이야?”

    이항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지면서 저놈이 필시 강호협사들의 이야기책을 많이 읽고는 현실과 환상을 혼동하는 얼빠진 놈이라고 규정지었다.

    심온이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답했다.

    “뭐, 아니면 말고.”

    이항은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이번엔 또 뭘 물어보려는 게냐?”

    심온이 빙긋 웃으며 품에서 두 장의 그림을 꺼내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

    각 그림 아래로 조성(曹星)과 화명운(華明雲)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두 사람에겐 어느 곳을 추천하셨소이까?”

    칠흑같이 어두운 밤, 골목 어귀에서 후흑문주 심온과 총관 오교가 은밀히 만났다.

    심온이 문주의 신분으로 본산에 가지 않고 따로 오교를 부른 데는 순전히 면사녀 담유설 때문이었다.

    첫 면담이 있던 날, 천장을 뚫고 탈출한 심온은 도대체 담유설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여러 가지로 고민을 했었다. 왜 그리 경솔하게 성급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하였는지 후회가 막심했다.

    그나마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추악한 외모가 사실은 가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역용의 귀재이니 마땅히 그녀 또한 역용에 능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진짜 얼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치기도 힘들었다. 여자란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지길 갈망하고 또 아름답게 보이길 바란다.

    그런 점에 비추어보자면 그녀가 평범한 외모나 아름다운 외모 대신 굳이 추녀로 역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문제였다. 게다가 면사를 썼다는 것은 본래의 모습일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어때?”

    심온의 물음에 오교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여전히 이상합니다.”

    “이상해?”

    “그게… 얼굴이 변했습니다.”

    “어떻게?”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오, 그럼 사실은 아름다운 얼굴이었던 게로군!”

    “그렇지 않습니다.”

    “뭐?”

    “다음날은 또 추녀로 변했고, 그 다음날은 경국지색으로 변했답니다. 그렇게 매일 하루씩 추녀에서 미녀로, 미녀에서 추녀로 바뀌는 것이지 뭡니까.”

    “그건 또 뭐야? 무슨 저주라도 받은 건가?”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녀가 추녀의 얼굴일 때는 술을 가져오라고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일삼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틀에 한 번씩은 추녀가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뒤 보란 듯이 미녀의 얼굴로 사흘을 지내고, 얼마 전부터는 수수하고 차분한 외모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제길, 알 수가 없군. 하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진전을 물려받은 것만은 틀림없군. 혹시 변왕님으로부터 소식은 없었나?”

    “글쎄요, 아직까진…….”

    심온의 물음에 총관 오교가 애매하게 말꼬리를 흐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변왕이라면 다녀갔다고 해도 못 알아볼 게 뻔한 것이다.

    그때였다. 문득 심온과 오교가 자리한 골목으로 한 사람이 들어섰다. 투박한 발걸음에 잿빛 의복, 평범한 용모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십대 후반 정도 돼 보이는 사내였다.

    그는 뚜벅거리며 두 사람을 막 지나치는가 싶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심온과 오교는 낯선 사내가 지나가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생각으로 잠시 입을 닫고 있었는데 사내가 우뚝 걸음을 세우고는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들이밀고 곁에 서자 잠시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이건 또 뭐야?’

    ‘뭐냐? 어서 갈 길이나 가라.’

    심온과 오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비는 하고 있었지만 상대방의 몸에서 무공을 익힌 흔적이나 살기, 또는 작은 살의도 포착되지 않은 고로 그저 뚱하니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때 낯선 사내의 입이 열렸다.

    “두 사람, 오랜만일세.”

    순간 심온과 오교의 몸이 무슨 귀신마냥 스르륵 뒤로 물러나 낯선 사내로부터 이 장여의 간격을 벌렸다. 그것은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두 사람은 물러선 직후 서로를 마주 보다가 거의 동시에 입을 벌리고 탄성을 발했다.

    “아, 변왕님!”

    “불쑥 찾아와서 미안하네.”

    낯선 사내는 옅게 미소 지으면서 존재를 시인했다.

    변왕(變王) 담천변!

    강호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일곱 사람을 칠대기왕(七大奇王)이라 칭했는데, 그중 담천변은 변왕이라는 별호처럼 변신(變身), 역용(易容)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였다.

    강호에서 유전되고 있는 변왕에 대한 말은 크게 두 가지였다.

    ―변왕의 진짜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변왕 스스로도 자신의 본래 얼굴이 어떤 것인지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온과 오교가 변왕이라고 짐작한 것은 변왕이 딸의 거취 문제로 한 번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너무도 태연히 바라본 사내가 전혀 낯선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섬뢰수(閃雷手) 자넨 어찌 된 게 더 젊어진 것 같군.”

    섬뢰수는 총관 오교의 별호였다. 그가 펼치는 섬뢰장법은 강호일절로 통하며 번개같이 빠르고 파괴적인 무공으로 이름 높아 강호에서는 그를 섬뢰수라 칭하게 된 것이었다.

    오교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제가 날고 긴다 한들 변왕님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지금 변왕 담천변의 용모가 사십대 초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하하, 그렇게 되었나? 하하하하!”

    담천변은 유쾌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심온과 오교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 지 모를 표정이 되고 말았다.

    황당하게도 웃는 와중에 담천변의 얼굴이 출렁이면서 계속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음이 그쳤을 때 담천변은 어느새 건장한 노인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따님 때문에 오셨습니까?”

    심온이 물었다.

    “뭐, 그렇지.”

    “선배님, 소원 하나 들어주는 셈 치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따님의 얼굴이 정녕 어떻습니까?”

    심온은 어떻게든 진실을 알고 싶었다. 심온에게 있어 여자는 어쨌든 간에 얼굴이 중요했다.

    “글쎄, 하도 자주 바뀌니 나도 어떤 얼굴이 본 얼굴인지 이젠 기억이 안 나는군. 그러나 그게 뭐 대수겠나? 사람의 얼굴이야 사실 별거 아니지. 성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보다야 차라리 얼굴이 자주 바뀌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따님은 성격도 자주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

    “그럴 리가. 내 딸아이만큼 참한 여자가 어디에 있다고 그러나? 자네 너무 눈이 높은 거 아닌가? 하하하! 하하하하!”

    담천변은 정녕 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숙녀라고 생각하는 듯 자랑스럽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에 심온은 이를 악물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굳이 원망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면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부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정작 변왕에게 딸을 후흑문으로 들어오게 하라고 바람을 넣은 작자가 바로 사부였기 때문이다.

    “뭐, 심심친 않을 걸세. 내가 온 건 좋은 인재를 보내준 것에 대해 혹시나 자네들이 축하나 감사의 말을 하고 싶어할지도 몰라서였어. 역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럼 난 이만 감세.”

    담천변은 손을 들어 살짝 흔들고는 어두운 골목길로 걸어갔다. 역용의 눈부신 빠름만큼이나 퇴각 또한 빨랐다.

    “선배님, 아무 때나 또 들러주십시오. 언제나 환영입니다!”

    심온이 급히 인사를 건넸고,

    “밤길 조심하십시오.”

    총관 오교도 인사말 같지 않은 인사말을 전했다.

    담천변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는 몸을 돌려 씨익 웃었다. 그는 어느새 노인의 모습 대신 삼십대 중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딸아이는 이미 구성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적절히 잘 활용해 보길 바라네. 그리고 오교 자네는 낮길도 조심해야 할 거야.”

    그 말과 함께 담천변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심온과 오교는 한동안 멍하니 빈 공간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입을 쩝쩝거렸다.

    이렇게 변왕이 직접 나서서 못을 박듯 말하고 가니 담유설을 받아들이는 건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셈인 것이다.

    심온은 턱을 어루만지며 한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뭔가 결정한듯 입을 열었다.

    “일단 강력한 수면 약을 사용해서 담 낭자의 진짜 얼굴을 확인해 봐.”

    “네? 그래도 그건… 좀…….”

    “잘 들어.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야. 총관이 생각할 때 변왕의 나이가 얼마 정도일 것 같아? 적어도 일흔 살은 넘지 않았겠냐구. 그러면 그 딸의 나이는 어떻겠어? 만약 삼십대 후반이나 마흔 살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한다면 이건 낭패지. 안 그래? 우리 문파의 규율을 잊은 거야?”

    “헉! 정말 그러네요.”

    오교도 그것까진 생각지 못했다는 듯 갑자기 얼굴이 심각해졌다.

    “어이쿠, 머리야! 어쨌든 그 일은 총관이 알아서 하고 나도 이만 가봐야겠어.”

    “흑묘(黑猫) 먹이 주는 것 잊지 마십시오.”

    흑묘란, 일개 짐승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나 실은 영물에 가까워 후흑문에서는 조직의 일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검은 고양잉였다 흑묘는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들었는지 위쪽에서 야옹 하는 울음소리를 냈다.

    “그건 걱정 말고 얼굴이나 확실히 밝혀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흑!”

    “그래, 후흑! 가자, 흑묘!”

    심온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흑묘 또한 어둠 속에서 그 뒤를 좇았다.

    * * *

    평운산(平雲山) 선인봉(仙人峰)에 이른 조성의 아버지, 어머니는 자식 걱정으로 온통 얼굴이 상해 있었다. 그동안 밥이 넘어갔겠으며 잠이 왔을 리 만무했다.

    아들이 남긴 한 장의 서신에는 짧게 ‘영웅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자녀가 벼락에 맞을 확률만큼이나 희박한 가능성에 목숨을 걸고 영웅이 되려는 것을 기뻐할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부모는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는 것으로, 평범하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주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한다는 사실을 철없는 자식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두 분의 염원이 간절하므로 하늘이 아드님을 보호하고 있을 겁니다.”

    심온은 속으로는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애써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꼭 좀 찾아주시구려, 꼭 좀.”

    조성의 어머니는 오는 동안 그렇게 눈물을 쏟더니 다시금 굵은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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