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호오! 고천사가 필요하다고?”
“그렇습니다. 폐하!”
제갈 군사가 다시금 확언을 하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진제는 폐하의 안위를 지키고 있다. 폐하의 안위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광우가 거칠게 소리쳤다.
마녀가 적염수호장의 목숨을 노리고 이곳에 온 것이 바로 어제건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황궁의 서열 3위에 드는 인물이 바로 적염수호장이었다. 그런 자의 수호위를 내어 달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사안이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맹주와 군사가 함께 와 적염수호장의 인가를 받으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말은 군사인 제갈 세가주가 모두 도맡아하고 있었다. 행여나 전진자의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 스스로 나섰던 것이었다.
“그런 말이 아닙니다. 다만 전진자가 나서서 마녀를 견제해 주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마녀가 전선에 나설 때에만 전진자가 나서 주었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 일이 끝나면 이곳으로 돌아오면 되니 마녀로부터 폐하를 안전하게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흥! 그 말이 그 말이지 않느냐? 진제가 마녀를 상대하러 나간다면 그 틈은 누가 메운단 말이더냐?”
“능쟁십고의 일인인 검후께서 이 자리에 와 계실 겁니다. 그분이라면 능히 폐하를 지켜내실 것입니다.”
소군이라는 말에 광우의 화가 식어 내렸다.
하지만 적염수호장의 안위가 중요하니 그리 쉽게 허락해 줄 수는 없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염수호장의 마음이 아니던가?
“하지만 폐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
“아아! 검후라면 이야기는 들었지. 지금 호위를 보는 전진자의 내자라고? 천하를 다투는 인재라 들었지. 그만 하면 무림맹의 성의가 제법이야. 하하하! 하지만 본인이 싫다고 하면 없던 것으로 하겠네. 어떤가, 자네?”
적염수호장은 말 없는 호위인 진건곤에게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소군과 이야기는 끝이 난 상태. 진건곤은 고개를 끄덕여 수락을 표했다.
맹주와 제갈 세가주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침이 밝아오기 전부터 군영을 지켰던 일에 성과가 있어 다행이었다.
맹주는 자신이 한 일이 있었던지라 염치가 없었는지 밝은 표정을 짓고는 눈을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진건곤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맹주와 군사가 입을 모아 감사를 올리며 못을 박자, 천막을 열고 소군이 들어왔다.
“허허허! 그 사람 참. 말이 없는 사람이야. 내가 불편한가 보이. 허허허!”
짧은 인사나마 고개를 숙여 몸으로 하는 진건곤을 보며 적염수호장이 꺼낸 말이었다.
“아미의 소군이 폐하를 뵙습니다. 상공은 본디 말이 없는 사람이니 용서해 주시지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제게 하문하여 주십시오.”
“허허허! 그렇지. 바로 고천사의 내자라고 들었네. 궁금한 것은 자네에게 물어보면 되겠구먼.”
적염수호장이 소군에게 그리 말을 했지만 후에도 따로 진건곤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었다. 그저 입에 발린 말이었을 뿐이었다.
진건곤이 인사를 마치고 천막을 나서자 맹주와 군사는 입을 모아 황급히 인사를 하고는 진건곤을 따라나섰다.
“자네를 청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맹주!”
제갈 세가주의 말을 끊고 진건곤의 차가운 음성이 흘렀다.
맹주의 눈이 진건곤을 향했지만 진건곤의 뒤통수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진건곤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싸움은 원래부터 내 싸움이요. 당신들의 청이 있어서 나선 것이 아니요. 이번에는 처음이니 넘어가겠소. 하지만 앞으로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화산과 나를 얽었다간 세상에 나와 화산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풀어 놓을 것이요. 알아서 행동하시오.”
맹주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진건곤이 말하는 것이 바로 운현과 청명의 이야기일 터, 마녀인 백이현이 청명의 생모요, 운현의 부인이었던 것을 소문내겠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흐흠!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네. 이것이 마지막이네.”
멈춰 서 있던 진건곤의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갔다.
“하하하! 그대와 맹주 사이의 일은 마무리가 된 것으로 알겠소. 일단 알아둘 것이 있소…….”
버름해하던 제갈 세가주가 나서서 설명을 하였지만 진건곤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먼저 경공을 써서 날아가 버렸다.
간밤에 소군이 와서 이미 알아두어야 할 상황은 다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다지 설명을 들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허허! 내가 전날 저자를 잘못 보았나 보오. 저리도 무례하다니…….”
제갈 세가주는 이미 멀어져 버린 진건곤을 보며 험담을 꺼냈지만 맹주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서두릅시다.”
맹주도 역시 경공을 펼쳐 뒤따를 뿐이니 제갈 세가주만 또다시 버름해졌다.
“허허! 단단히 꼬여 있는 게로구나.”
날이 밝자 또다시 천지신교의 무인들과 군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둥둥둥둥! 둥둥둥!
둥둥둥둥! 둥둥둥!
양쪽의 진영에서 북소리가 울리고 전날에 경험을 밑바탕으로 서로 진형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신교의 이름으로 세상을 열리라! 가라, 사제들이여!”
“와와와와!”
천지신교의 사병들이 앞 다투어 달려 나왔다.
“가라! 적염수호장께서 함께하신다. 너희들의 충성을 잊으실 분이 아니다.”
“와와와와와!”
또다시 대군들이 움직이자 땅이 울리는 함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무인들의 쪽에서는 또다시 대공녀가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오늘은 검선 등이 먼저 나서지 않고 진건곤이 앞으로 나섰다.
누군가 진건곤을 알아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고천사다. 고천사!”
고천사라는 이름은 이미 상당히 널리 퍼진 이름이라 무인들은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울러 그가 대공녀라 불리는 마녀와 일대일로 싸워 전날의 선발대를 구했다는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흥미로운 대결에 눈이 모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우우웅!
대공녀의 몸에서 구체가 일어나더니 그녀는 그 중심에 들어서 허공에 떠올랐다.
그에 따라 진건곤도 역시 성큼 앞으로 나아가니 그의 몸에서도 구체가 만들어져 떠올랐다.
스릉!
십만이 넘는 대군이 부딪혀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검이 뽑혀져 나오는 소리는 영롱하게 울렸다.
대공녀는 검을 뽑아 그 검에 영롱하게 이글거리는 백색의 빛이 맺혔다.
“그대를 이 싸움에서 안 보기를 원했다면 욕심일까?”
“아닐 겁니다. 저 역시도 바랐습니다. 다만 제가 선택한 것이 달라서 이곳에 섰을 뿐입니다. 사모님은 천지신교를 택했지만 저는 조금 더 천천히 바뀌는 것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귀제갈은 그대가 나와 같은 천자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귀제갈이 말하는 천자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는 자를 말하지. 그런 자네는 왜 세상을 바꾸려 들지 않는가? 이미 화산에서 쫓겨나면서 기득권의 더러움을 볼만큼 보아 놓고는 왜 그들의 편에 서서 싸우는가? 천지신교는 그 더러움과 싸우려 하네. 천지신교의 편에 서서 세상을 바꾸어 보지 않겠는가?”
대공녀는 자신이 있었다.
부자는 가진 것을 이용하여 더욱더 부자가 된다. 물론 부자가 더 노력하여 부자가 되는 것은 인정해야 할 일이지만 세상살이가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부자는 자신의 능력으로 더 부지런해지기보다는 힘이 약하고 돈이 없는 가난한 자의 돈을 빼앗는 것을 더 잘하게 된다.
그 결과로 시간이 갈수록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의 부조리함만이 보일 뿐이었다.
또한 귀족들이나 권력자들 또한 작태가 볼만 하였다.
흉년이 들면 쥐꼬리만 한 구휼미를 풀어 미끼로 삼고 그것을 빌미로 가난한 자들의 땅을 빼앗고 터전을 빼앗는다. 종내에는 그것도 모자라 종을 삼고 노비로 부렸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 세상은 너무나 험난한 것이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올가미 같은 가난, 한 걸음만 잘못 걸어도 노비라는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것은 진건곤이라고 모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미리 조사해 본 바로는 어린 시절 부모가 없이 떠돌며 고생을 했다고 하니 그것은 더욱더 잘 알리라.
게다가 조아로교, 천지신교의 교리로 무장이 되어 있으니 대화를 이끌어 낸다면 진건곤을 천지신교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많은 고수들이 자신의 믿음과 진실함에 동조하며 천지신교에 투신하였다.
하지만 황제와 구파일방, 오대세가는 달랐다.
황제와 구파일방은 그들 자체가 기득권. 중원의 두 세계를 운영하는 거대한 기득권이었다. 그것도 두 세상의 최상위에 있는 기득권.
그들이 스스로의 위치를 포기할 리가 없거니와 천지신교로서도 용서하고 싶지 않은 구원이 있는 자들이었다.
진건곤은 이미 구파일방에서 떨어져 나온 인물이라는 정보가 새롭게 있었으니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공녀는 믿고 있었다.
“사모님이 무엇을 위해 싸우든 상관이 없습니다.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순리를 향해서 변하는 것이니까요.”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순리를 향해서라? 달관한 듯한 말이로군. 그럼 왜 자네는 이곳에서 나와 검을 마주 대려 하는가? 천지신교도 역시 흘러가는 세상의 일부에 불과하거늘.”
“천지신교는 천하의 흐름이 아닙니다. 아직은 너무 빨라요. 천하의 흐름이 이렇게까지 완강하게 부딪히는 법은 없습니다. 동조하는 자들도 없지 않습니까?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천지신교의 교리에 따를 때, 그때가 천하의 흐름이 되겠지요.”
“하지만 천지신교는 다르지 않았네. 그런 것을 왜 자네가 막아서는 것인가?”
“너무 많은 희생이 있을까 두려워서지요. 아직 세상은 천지신교의 가르침이 통할 만큼 이상적이지는 않습니다. 천지신교의 바람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또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르고요. 세상의 변화는 그들이 원해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에게 황권이나 천지신교, 전쟁이란 그저 먼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군역을 지고 천지신교와 싸우는 동안 희생자만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들을 위한 싸움이지 않은가? 싸움이 끝이 나거든 모두가 그들을 위한 것이 될 것이야.”
“아닙니다. 이 싸움은 천지신교를 위한 싸움이지요. 민초들에게는 싸움이 아니라 태평성대가 필요합니다. 그들에게는 천천히 변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태평성대가 오면 아무도 희생당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 서서히 바뀔 것입니다. 세상에는 스스로 정화해 가는 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스스로 정화하는 힘보다 기득권이 더 크다면 바뀌지 않을 것이 아니던가?”
“흠!”
진건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건곤의 뜻에 따라 검이 백색으로 일렁이고 그 빛은 더욱더 커져가며 팔로 몸으로 전신으로 물들어 갔다.
마치 천 장의 신장이라도 되는 듯이 온몸에 광휘를 물들이고 있는 모습은 세상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와와와와!”
멀리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던 무인들의 함성이 울렸다.
“저들은 모르지만 저와 사모님은 알고 있습니다. 사모님과 제가 가진 힘은 무공이라기보다는 영력입니다. 이들을 마음대로 하거나 이들을 선동하라고 준 힘이 아닙니다. 이들과 어울리기에는 너무나 과한 힘. 아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준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모님이 그 자리를 지키지 않았기에 옥주궁파의 삼영신군이 그 빈자리를 지키다가 희생되었습니다.”
진건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요괴나 귀신 등과 싸우며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며 싸웠던 삼영신군을 예로 들었다.
진건곤의 눈이 대공녀의 눈을 향했다. 그 눈은 단호한 태도가 서려 있어 마치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대공녀를 나무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세상을 보호하고 대요괴의 출현을 막는 선인이 되어야 했을 자였다.
그런 힘을 가지고 복수에 눈이 멀어 스스로 그 일을 박차고 나온 것을 타박하는 것이었다.
“백 노사에게 들었네. 하지만 내 이야기도 들었을 터. 자네가 내 입장이라도 나와 같은 일을 했을 것이라고 믿네. 나를 믿어 주고 천지신교가 새로운 세상을 열게 해준다면 나도 역시 내 일로 돌아서겠네.”
진건곤의 다그침에도 대공녀는 오히려 설득하려고 나섰다. 진건곤은 이미 이야기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검을 허공에 띄웠다.
“사모께서 전날 최선을 다하지 않으셨듯이 저 역시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더 많은 것을 남겨두었는지가 관건이겠군.”
“조심하십시오.”
“오게!”
그 말을 끝으로 서로가 노려보더니 진건곤이 허공에 띄워 놓았던 검이 쭉 늘어나 대공녀를 찔러 들어갔다.
너무나 빨라 그 궤적이 비단 띠처럼 선명한데도 대공녀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검을 피했다.
진건곤이 검결지를 지어 오른손을 휘두르자 검이 허공을 현란하게 가로지르며 대공녀를 찔러갔다.
아까보다 더욱 빨라져 눈이 따라가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까드드드등! 깡! 까앙!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이기어검에도 불구하고 대공녀는 허공에 떠 있는 그 자리에서 그 검을 받았다.
“매화분분!”
진건곤의 입에서 초식의 이름이 나오자 허공에는 매화송이가 떨어져 내렸다. 거센 바람에 날리듯이 수많은 꽃잎이 휘날리며 대공녀를 말아갔다.
강기가 사위를 가득 채운 꽃잎처럼 휘날리는 공격이라고 해도 대공녀에게 그리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수효가 너무나 많은 공격인지라 대공녀는 귀찮음을 느꼈다.
스슷!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무림의 최고수들의 합격도 소용이 없게 만들었던 최고의 신법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녀의 신형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의 신형이 나타날 곳이 어딘지 느낄 수도 있었다. 몰아일여의 경지가 깊어지면서 허공까지도 탐지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 갑작스러운 기운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허어!”
백색광이 난데없이 움직이며 허공을 쓸었다. 진건곤이 펼친 이기어검이었다.
쩡!
불똥이 튀고 굉음이 터져 나왔다. 대공녀가 다급하게 이기어검을 막아내느라 오히려 손해를 보았는지 뒤로 밀려나기까지 했다.
“와와와와와와! 와와와!”
정파의 무인들 쪽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숨겨놓은 것이 적지 않았구나.”
하지만 대공녀라고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신형이 사라지고 진건곤의 검이 허공을 갈랐지만 이번에는 허공뿐이었다.
대공녀가 한 번씩 끊어서 시전하던 신법을 연속으로 시전하자 이기어검도 역시 허공을 가로지를 수밖에 없었다.
대공녀의 신형이 귀신놀음처럼 이곳저곳에 번쩍이다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곳은 바로 진건곤의 바로 앞이었다.
백색광이 번쩍이고 대공녀의 손에서 뻗어나간 백색광이 진건곤의 배를 찔러갔다.
이미 대공녀의 신법에 홀려 허공을 가르고 있던 진건곤의 검인지라 급히 되돌리려 해도 대공녀의 검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화아악!
진건곤의 몸에서 나온 구체가 대공녀의 검을 막아갔다.
텅!
커다란 범종이 울리듯이 울리는 소리가 나고 진건곤의 주위에 펼쳐진 구체가 그 모습이 심하게 일그러져 흔들리고 있었다.
동시에 진건곤의 신형이 허공에서 뒤로 튕겨지듯이 밀려나갔다.
“와와와와와! 와와와!”
천지신교에서 또다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일진일퇴의 공방이 나올 때마다 양쪽의 무인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상대방의 사기를 꺾으려 하였다.
무릇 고수가 되면 비슷한 경지에서 고하를 가르기가 참으로 어려워진다. 둘 사이가 바로 그랬는지 몇 번의 일진일퇴가 반복되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명령을 내린 것은 바로 무림맹의 맹주였다. 황제의 군사들이 싸우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었다.
“마교의 무리들을 척결하라! 감히 황제의 위엄에 대항하는 자들을 척결하라!”
맹주의 외침이 있자 정파와 마교의 고수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검선과 절검이 진건곤의 곁으로 다가오자 대공녀와의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하지만 두 고수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대공녀가 일방적으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공녀에게는 개세적인 신법이 있어서 위기에 몰릴 때마다 연거푸 신법을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그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싸움이 진행될수록 마교의 군사들은 강해져만 갔다. 그들이 휘두르는 창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대담해졌다.
귀제갈의 지휘 아래 황제의 군사들의 예봉은 이십칠파결에 묶어 두고 다른 자들만을 상대하며 마치 수련처럼 전쟁을 치러 나가던 마교의 군사들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사실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전장에 익숙해져 버린 일이었을 뿐이지만 황제의 군사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변화였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네놈들이 정당한 방법을 쓸 리가 없지. 이제는 사병들마저 사술에 빠트렸단 말이더냐?”
“흥! 네놈들처럼 좋은 것은 윗대가리들만 갖지는 않는단 말이다. 너희들같이 욕심 많은 자들이 사병들에게 무공을 나누어 줄 리가 없지.”
“비겁한 놈들. 무슨 짓거리냐? 그렇게도 우리가 두렵더냐? 이런 식으로 싸움을 한단 말인가?”
천지신교의 이십칠파결에 갇힌 흑표대와 귀왕대 등의 예봉들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서로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기를 열흘이 지났을까? 점점 더 천지신교의 힘이 세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천지신교의 군사들에 비해 황제의 군사들은 이십칠파결의 진법에 최전선의 예봉을 묶어두고 싸우니 그 기세가 전만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최정예의 병사들이 모였건만 겨우 3만의 군사를 밀어내지 못한단 말인가?”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보고에 의하면 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펼쳐 우리 군의 예봉을 가두고 있다고 합니다.”
“답답한지고. 내 그 소리를 들은 지가 이미 이레가 넘었거늘 그 해법을 만들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묵묵부답(默默不答)!
적염수호장의 고개가 소군에게 향했다.
“그대가 나서 줄 수는 없는가?”
적염수호장의 한마디가 장수와 측근들의 많은 반대를 불러내었다.
“폐하! 그래서는 아니 되옵니다.”
“무엇보다도 폐하의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흥! 그대들이 방법이 없으니 내가 이러는 것이 아니겠느냐? 내 몸의 안위보다 이 전쟁의 승패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왜 몰라?”
적염수호장은 큰 소리를 쳐 장수들과 측근들의 목소리를 아우르더니 다시 소군을 보았다.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제가 나서도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무어라?”
“이미 한 번 겪어본 적이 있는 진법입니다. 상공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 진법을 깨지 못했습니다. 상공조차도 힘을 모아 전력으로 진법을 쳐야 깰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폐하!”
소군의 말에 장수들과 측근들은 안심을, 적염수호장은 실망을 하였다.
“그럼 다른 방법도 없겠느냐? 방법들을 내보란 말이다.”
적염수호장의 호통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묵묵부답일 뿐이었다.
“나가! 너희들도 나가서 싸우란 말이다. 이런 식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 너희들도 같이 나가서 싸우며 방법을 찾아봐!”
적염수호장이 그들을 내몰자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였다. 노련한 지휘관들이 순간순간의 대처를 하고 있으니 그 효과가 조금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다.
귀제갈이 또다시 그 대처를 하기 시작하면서 전세는 위태위태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고되고 힘든 싸움이 이어지자 사람들 사이에는 안 좋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바로 진건곤에 관한 것이었다.
진건곤은 마녀와 같은 사문의 관계가 있는 인물, 서로가 서로를 죽일 생각이 없을 것이다.
진건곤이 시간을 끌다가 마교의 무인과 군사들이 승기를 잡으면 싸움을 그만두고 검을 거꾸로 잡을 것이다.
소문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게 점점 퍼지더니 무인들을 넘어서서 황제의 군사들도 그 소문을 알고 있을 지경이 되었다.
급기야는 적염수호장에게 그 소문이 들어갔다.
“하하하! 뜬소문이겠지. 그렇지 않소, 검후?”
검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문이라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억지로 싸움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지쳐가는 이 시점에 그런 소문이 돈다는 것은 마교의 수작이라고 생각해 보아야지. 우리 측의 최고수에게 소문이 걸려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범상치 않은 일이야. 다들 자신의 휘하들을 단속을 다시 하도록!”
적염수호장은 폭급함의 상징인 장비 익덕을 그대로 탁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생김새와는 다르게 전혀 다른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가라! 오늘은 저놈들을 반드시 박살내고 말리라!”
“에이! 보나마나 또 이상한 벽에 갇히고 말 텐데.”
“그렇다고 가보지도 않고 이곳에서 주저앉을래? 그러다가 항명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싶냐?”
“자자! 일어서자고. 또 맥 빠지는 전장으로 나가 보자고.”
흑표대원들에게 진법은 참으로 맥 빠지는 일이었다.
주위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들만 따로 진법을 씌우는지 환장한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나가서 싸우지 않을 수도 없는 일.
능운은 또다시 대부를 들고 선봉에 섰다. 질풍같이 달려가 적의 선두와 부딪혀 갔다.
따다다다당!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 예전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대부는 중병이다. 대부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야 한다. 부서지거나 부수거나 둘 중에 하나가 전부였다.
그런데 창대는 동그랗게 작은 원을 그리며 묘하게 힘의 대결을 피해가더니 대부를 돌아가며 연방 때려대고 있었다.
“빌어먹을! 조심해라!”
능운은 천지신교의 사병들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과 달랐다.
이곳저곳에서 흑표대의 대원들이 무거운 얼굴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도 녹록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능운은 싸움을 계속하면서 상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곳저곳에서 휘말려온 병사들이 상대가 바뀌고 바뀌어 가며 싸움을 계속했는데 그런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의 지휘에 따라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움직이며 자신들 상대로 수련에 가까운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제길! 천하의 흑표대가 겨우 연습상대로 전락했단 말인가?’
흑표대와 함께 어깨를 견준다는 귀왕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뿐만 아니라 제천대, 우마대, 청홍대 등의 선봉들이 모두가 다 같은 처지에 도달해 있었다.
‘빌어먹을 이대로 가다가는 처분만 바라게 생겼다. 이건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은 싸움이야. 보고해.’
하루의 싸움이 끝이 나고 능운이 그런 사정을 보고했지만 장군은 그다지 놀라고 있지 않았다.
“흑표대가 진법에 갇혀 있어서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었군. 이미 누구나 느끼고 있는 것일세.”
능운으로서는 어깨가 축 늘어질 만한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마교의 전력이 강성해지고 이제는 흑표대나 귀왕대 등의 선봉대들을 하나도 가두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있었다. 3만 대 10만의 명백한 수적 우세에도 불고하고 전세가 팽팽하다는 것에 황제의 군사들은 이미 기세가 꺾여가고 있었다.
“하아! 돌파구가 없구나. 답답한 싸움인지고. 저 마녀 하나에 막혀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게 되다니.”
제갈 세가주는 전장을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것은 전황을 지켜보는 다른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장의 마음도 똑같았다.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정파의 연합과도 같은 무림맹이 겨우 하나의 단체에 지나지 않는 천지신교에 발이 묶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 본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천막에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전령이 있었다. 전령이 귀에 말로 속삭이듯 하자 제갈 세가주가 기쁜 얼굴로 소리쳤다.
“하하하하하! 모산파가 왔습니다. 모산파가 드디어 왔습니다.”
모산파의 도착에 제갈 세가주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
이미 출전을 거절했던 모산파를 부르기 위해서 청송을 파견한 것도 오래전. 드디어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한 일이요. 아주 요긴할 때 당도했구려.”
“대단한 일이요. 모산파가 마음을 바꾸게 하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요.”
다른 장문과 세가주들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자자! 모두가 화산의 청송의 덕이 아니겠습니까? 대단한 일을 해낸 겁니다.”
청송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모산파는 일찍이 싸움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문파의 인원이 너무 적어 문파의 세력을 보존하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최근에 들어 모산파의 세력이 급격히 작아졌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었으나 무림맹으로서는 그들의 존재가 무척이나 필요했다.
모산파는 대규모 전투에 크나큰 이득이 되는 술법을 지니고 있었다.
군사들에게 필요한 전력이었으나 그곳에서 싸움이 결착이 나면 무림맹의 싸움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만 대군이 나서서 싸우기 시작하면 천지신교의 고수들도 어쩔 수 없으리라. 버텨줄 근거가 없다면 마녀도 역시 싸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미 입장을 밝힌 모산파의 일에 청송이 자진하여 나섰다. 그리고는 이렇게 모산파를 이끌고 전장에 나타난 것이었다.
모두들 기뻐하고 있는 사이 모산파의 장문과 청송이 진영에 들어왔다.
“어서 오시오. 무림맹의 맹주로서 모산파의 숭고한 결정에 감사를 드리겠소.”
“흐흐흠! 여러분들에게 청송의 약속이 유효한지 확인하고 싶소이다.”
모산파의 장문인인 묘인 진인이었다.
“묘인 진인은 청송으로부터 무슨 약속을 들으셨습니까?”
“전쟁이 끝나고 나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우리가 찾는 인재들을 구해다 주겠다고 했소이다. 각 문파마다 스무 명의 아이들을 찾아다 주기로 하였소.”
묘인 진인의 말을 들은 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디 모산파가 찾는 인재들은 조금은 이상한 자들이었다.
귀기가 들었거나 미쳤거나 신령이 들었다는 자들. 이런 아이들은 구파일방으로서는 전혀 필요 없는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어떻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겠소? 찬성하는 분들께서는 손을 들어 주시오.”
모두가 손을 들어 찬성의 뜻을 표했다.
애초부터 인재를 보는 관점이 전혀 다른 문파였으니 그다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좋소. 모산파는 지금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힘을 아끼지 않으리다. 본문의 모든 사람들을 끌고 왔소. 준비할 것이 있으니 내일부터 싸움에 참가하겠소이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일부터 싸울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갈 세가주는 기쁜 마음을 금치 못했다.
그가 아는 한 그들이 참여한다면 그 싸움의 판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었다.
역시나 모산파가 투입된 날부터 그 판세가 전혀 달라졌다.
모산파가 투입된 날 황제의 군사는 일방적인 우세를 보이며 천지신교의 군사를 밀어붙였다.
모산파의 진인들이 진언을 외우고 부적을 사방에 뿌려대자 사위가 어두워지며 돌풍이 불어와 천지신교의 군사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가뜩이나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판에 흙먼지가 날려 눈에 들어가니 천지신교의 군사들은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물러났던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전세를 가다듬고 다시금 약진해 왔지만 모산파의 진인들이 부적을 날리자 적진의 한가운데 불길이 일어나 혼란스러움에 빠졌다.
혼란함에 빠져든 천지신교의 군사들은 황제의 군사들의 선봉에 무너져 또다시 뒤로 물러나 전열을 정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흥! 그렇게 초빙을 하여도 나서지 않더니 이제는 적으로 이 싸움터에 나오는군. 아예 씨를 말려주겠다.”
귀제갈은 싸움을 보며 불쾌한 기색을 참지 못했다.
예전부터 모산파의 효용을 알고 있던 귀제갈은 대규모 싸움을 대비해 모산파를 끌어들이려 했다.
성심성의껏 설득을 하며 삼고초려를 해보았으나 거절해 오던 모산파가 무림맹의 편에 붙어 나타나 싸움을 하니 그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침 이십칠파결은 그런 모산파의 환술이라도 가둘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모산파의 도인들을 향해 이십칠파결을 펼쳐라! 전쟁에 승리하고 난 뒤 저들을 잔인하게 찢어 죽일 것이다.”
군사들의 후열에 섞여 있던 자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영력을 타고난 자들을 모아 훈련을 시킨 자들이었다.
전열에서도 약간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는 고개를 끄덕여 자신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알렸다.
모두의 위치를 확인한 수장이 수신호를 보내어 진법의 시작을 알렸다.
그들은 모두가 그 자리에 앉아 버렸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이십칠파결은 진주마저도 함께 숨겨버려 그 존재를 보호하는 묘용이 있었던 것이다.
하여 그 진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십칠파결은 시전자가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는 진법 중에 하나였다.
모산파 도인들의 술법이 원천봉쇄를 당하자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힘을 얻었다.
“모산파의 술사들을 막았으니 싸워라! 이겨라! 새로운 세상을 쟁취하라! 너희들의 손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천지신교의 군사들은 이제껏 당한 것을 갚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쇄도해 들었고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생사결을 경험하며 익힌 창술이 힘을 발휘하였다.
흑표대, 귀왕대, 제천대, 우마대, 청홍대 등의 선봉들마저 뒤로 밀려나고 말았으니 다른 부대들은 말할 것도 없이 당하고 있었다.
천지신교의 병사들은 이제껏 크게 당한 일이 없어 살기가 짙지 않았으나 모산파를 등에 업고 진출한 황제의 군사에 동료를 잃고 나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전쟁은 이제껏과는 다르게 살기 넘치는 살육전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황제의 군은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갑자기 달라진 것에 혀를 내두르며 뒤로 후퇴할 뿐이었다.
“역시 마교는 다르다. 자신의 군사들에게조차 수작을 부리는구나. 저들은 기필코 없애야 할 악적이요. 마두들이다. 우리가 지고 나면 저들과 같이 술수에 부려지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부대의 장수들은 그들이 갑자기 강해진 것을 마두들이 술수를 부린 것으로 치부하며 그들을 음해하였다.
그리고 그 수법은 황제의 군사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패배하게 된다면 술수에 부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죽음을 불사하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며 많은 인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모산파의 도인들은 아직도 이십칠파결에 갇혀 있었는데 이미 그곳은 천지신교에 의해 점령당한 곳이었다.
사방이 천지신교의 군사들로 에워싸여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병장기를 꼽아 들고 모산파의 도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하하! 모산파 네놈들의 최후를 보아주마. 자, 이십칠파결을 거두어라! 병사들은 형제들의 복수를 하도록 하라!”
귀제갈의 명령이 내려지자 투명한 막이 사라지고 일시에 천지신교의 병사들이 몰려들어 모산파의 도인들에게 창을 던지며 도를 꺼내어 들고 쇄도하고 있었다.
이미 황제의 군사들은 저 뒤에 있어 도움을 주지 못하니 모산파의 도인들은 고립무원, 도움을 청할 데가 전혀 없어 보였다.
“흥!”
모산파의 도인들은 날아드는 창을 보면서도 차가운 냉소를 날렸다. 천지신교의 군사들이 도를 들고 쇄도하고 있는데도 두려움에 젖지 않았다.
진언을 외우자 그들의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라 던져진 창들은 목표 없는 허공만을 지났을 뿐이었다.
“이럴 수가!”
모산파의 도인들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황제의 군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그들의 다리에는 이미 누런 부적이 붙어 있었다. 필시 그 부적의 힘으로 날아가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십칠파결의 진법이 풀리면 모산파의 도인들을 도륙낼 생각을 하던 천지신교의 군사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뿌드득!”
귀제갈은 멀리서 그 꼴을 보며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기껏 다 잡아 놓은 모산파의 술법 자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고 날아가는 것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