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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독룡-57화 (57/61)

소리가 울릴 때마다 엄청난 경력이 쏟아져 나와 그 울림이 30장 떨어진 곳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물론 대공녀와 청광이 부딪힌 곳은 포화라도 맞은 듯이 땅이 뒤집어지고 흙벽이 솟아나는 등 도무지 인계의 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기현상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군과 절검 등은 그 장면을 보며 안색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대공녀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들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공녀는 본디 검을 패용하고 다니는 바, 검을 쓰는 고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수공권만으로도 검선이 만들어낸 이기어검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파의 제일인이라고 생각하던 검선이 온전한 내력을 회복하고도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오!”

대공녀의 경고가 처음으로 발해지고 대공녀의 신형이 이제와는 다르게 사라졌다.

검선은 감히 대공녀의 경고를 태만하게 여기지 못하고 검결지를 바쁘게 놀려 이곳저곳으로 이기어검을 쏘아 보냈다.

하지만 그때마다 대공녀의 잔상을 꿰뚫을 뿐, 한 번도 본체를 잡지 못했다. 허공만을 갈랐을 뿐이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검선의 얼굴에는 다급함이 떠올랐다.

핏! 핏! 핏!

대공녀의 신형이 검선을 향해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몇 번. 거리가 단축되었다.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대공녀의 손에 맺혀 있던 백광이 더욱더 진해지더니 나중에는 일렁이기 시작했다. 필시 어마어마한 힘이 스스로 흔들리면 빛을 일렁이게 하고 있을 것이었다.

대공녀의 신형이 검선의 가까이에서 사라진 순간, 소군과 절검의 검이 한꺼번에 뽑혔다.

번쩍!

소군의 검에서 섬광이 쏘아졌고 절검의 검에서 나온 그물이 검선의 등을 덮어씌우려 하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소군과 절검은 이미 대공녀가 검선의 등 뒤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이었다.

하지만 대공녀는 그들의 공세를 피할 생각도 없이 장(掌)으로 검선의 등을 격타했다.

검선의 등을 격타한 바로 그 순간, 검선의 등에서 빛이 일어나 대공녀의 수강을 받아냈고 소군과 절검이 쏘아낸 검기와 강기가 그녀의 몸을 휩쓸었다.

검선의 몸은 벽에 맞아 튕겨지는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으나 대공녀의 몸은 또다시 씻은 듯이 사라져 그것마저도 잔상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었다.

대공녀의 무위는 검선 홀로 당해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와와와와와! 와와와와와!”

거센 소리가 일어나 그들의 싸움터를 흔들었다.

천지신교의 무인들이 기뻐하며 토해낸 승리의 함성이었다.

“천지신교에는 무신이 있다. 우리의 싸움은 필승이다.”

“대공녀가 바로 무신이다.”

“천지신교는 신께서 도와주신다.”

공력을 잔뜩 실은 함성이 푸른 초원 위를 북을 두드리듯이 시끄럽게 울렸다.

스읏!

대공녀의 모습은 날려간 검선에게서 십 장 여 떨어진 곳에서 땅에서 불쑥 솟은 듯이 나타났다.

소군과 절검이 급히 몸을 날려 검선의 곁에 섰다.

“괜찮소?”

절검은 놀란 듯이 검선의 안위를 살폈다.

“다행히 호신강기가 버텨 주었소이다.”

검선은 머리카락이 다 흐트러진 정도였으나 몸에는 지장이 없는 듯하였다.

대공녀가 다시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자, 오(五) 장 여 앞에 대공녀의 신형이 또다시 솟아오르듯이 나타났다.

참으로 놀랍도록 신묘한 신법이었다.

스릉!

대공녀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왼손에 쥐고는 들어 올려 보였다.

“이제 수인사는 끝났으니 제대로 싸움을 시작해 볼까?”

검집 채로 오연하게 검을 들어 검선 등을 가리켰다.

대공녀의 한마디에 검선, 검후, 절검의 세 고수가 모두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스팟!

눈앞의 대공녀의 신형이 사라지자 돌연 소군은 동쪽을 향해 섬광을 쏘아내었다.

그곳에 대공녀의 신형이 나타나는가 하더니 소군의 섬광이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소군의 섬광은 아무런 충돌도 없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고 또다시 급히 동남쪽으로 쏘아진 검선의 이기어검!

쩌엉! 쩡!

굉음이 울리고 나서야 대공녀의 신형이 살짝 흔들리며 그곳에 있음이 보였다.

아직은 검선의 무위가 조금 더 나았었던 것일까? 아니면 대공녀가 피했던 것일까?

소군이 또다시 정면으로 급히 검을 돌리려는데 또다시 대공녀의 그림자가 스치듯이 사라지고, 느닷없이 절검의 검이 이미 그물을 만들어내어 왼편을 감쌌다.

쩌저저정!

엄청난 굉음이 울리고 그물이 찢어질 듯이 출렁거렸다.

피익! 번쩍!

검선의 이기어검과 소군의 섬광이 그곳으로 쏘아졌는데 이번에도 역시 대공녀의 신형은 사라지고 허공만을 가르고 말았다.

그렇게 숨바꼭질이 계속되며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여러 번, 그들의 비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대공녀의 모습을 찾지 못하고 놓치고 있었다.

일찍이 화령신이 사용했던 신법보다 더 능숙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 신묘한 신법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능쟁십고의 경지가 아니면 도저히 반응할 수 없는 신법으로 대공녀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공격해 들어왔다.

천하제일을 다툰다는 삼인이었지만 금세 공격이 아닌 방어만을 하게 되었고 은연중에 방어는 절검이 맡고 공격은 검선과 검후가 하는 방식으로 진형이 짜여졌다.

삼인의 진법에도 대공녀는 전혀 밀리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쩡! 쩌정!

번쩍! 번쩍!

대공녀의 신형은 너무나 빨라 굉음과 불똥이 있고나서야 사라지는 잔상을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갈수록 대공녀에게 유리한 싸움이 되고 있었다.

“허허! 우리도 끼어들어야 할 것 같소.”

멸독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검선께서 처음에 입은 상처가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그럼 가지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파검과 창천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능쟁십고의 남은 삼인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공녀와 검선 등의 싸움에 끼어들었다.

“허허 능쟁십고께서 모두가 대공녀와 싸운다면 독마존이나 태극이현 등의 고수들은 어찌한단 말이오?”

맹주는 제갈 세가주에게 물었다.

“그런 자들은 각파의 고수들이 모인다면 못 당해낼 자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녀는 능쟁십고가 아니면 일초지적도 되지 못합니다. 능쟁십고 여섯 분이서 마녀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무림맹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럼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갈가주가 턱으로 사병들의 전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이미 생사를 가르는 전쟁이 시작된 지 이미 오래전이었다.

무림인은 무림인끼리 싸운다는 원칙대로 싸우고는 있지만 더 이상 전면전을 미루다가는 적염수호장에게 미운 털이 박힐 판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맹주가 앞으로 나섰다. 목소리에 내력을 실어 외쳤다.

“우리들은 역천의 마교를 막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소이다. 역천의 술법을 사용하는 그들을 처단하고 사이함과 과함을 떨치기 위해 오늘 그대들의 힘이 필요하오. 모두들 용맹함을 떨쳐 주시기 바라오.”

“와와와와와와와와!”

“와와와와와와와와!”

천지신교의 진영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공녀야말로 신이내린 무신이다. 신께서 우리를 인도해 주신다. 대공녀를 내려 이끌어주신다. 전진하라! 승리를 쟁취하라! 우리는 신과 하나된 백성! 우리야말로 승리의 주인이리라!”

“와와와와와와와!”

“와와와와와와와!”

양쪽의 진영에서 쏘아져 나온 무인들의 검기가 어지럽게 얽혀들었다.

천지신교는 흑자로 빠져나간 무인들 때문에 부족한 숫자였지만 대공녀가 고수들을 모두 끌고 간 덕에 그 간극이 조금은 좁혀졌는지 팽팽한 싸움이 유지되었다.

대공녀의 싸움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대공녀는 능쟁십고 육인과 싸우면서도 틈틈이 움직여 그들의 싸움에 개입하여 들었다.

대공녀가 그들의 싸움터에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무인들은 싸움을 멈추고 그 자리를 피해야 했다.

능쟁십고의 섬광과 강기의 그물, 검기들이 무섭게 쏟아졌는데 그런 공격에 휘말리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대공녀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큰일입니다. 사부님. 마녀가 우리를 상대하면서도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있나 봅니다. 아직도 숨겨놓은 실력이 있나 봅니다. 아미타불!]

소군은 아직도 절검을 사부님이라고 칭했다. 남편의 사부이니 그 호칭이 그럴 듯했지만 다른 이들 앞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전진자가 화산과 무관함을 표시했으니 그 뜻을 반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허허! 이런 일이. 이렇게나 실력 차이가 나다니. 어떨꼬! 무곤은 나설 마음이 없다더냐?]

[저로서는 상공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고집이 센 것은 아시잖아요.]

소군과 절검은 이 싸움도 결국은 진건곤이 나서야만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허허허! 무언가를 노리고 있구나. 그것이 완성되기 전에 무곤이 나서야 할 것이야. 안 그러면 능력이 있더라도 일을 그르칠지도 몰라!]

소군과 절검뿐만 아니라 다른 능쟁십고의 일원들도 모두가 대공녀가 여유를 부리고 있음을 알아채고는 어두운 안색이 되고 말았다.

그야말로 전 무림의 힘이 집중되어 있는 판국인데도 대공녀의 힘은 아직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싸움이 길게 늘어지는데도 대공녀 백이현은 전선에 직접 나서서 수족을 놀리며 싸움을 이끌었다.

능쟁십고를 끌고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천지신교가 비세에 몰린 곳을 찾아다녔다.

대공녀가 나타나면 그 주위 30여 장은 싸움을 멈추고 자신의 진영으로 후퇴하기 일쑤였다.

그것만으로도 비세에 취해 있던 천지신교의 무인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싸울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마치 무림맹이 후퇴하며 버텨낼 수 있도록 검선과 검후, 절검이 했던 일을 혼자서 모두 해내고 있었다.

화령신에게 전수받았다는 신기한 보법이 그녀 혼자의 몸으로도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었다.

“어찌된 일이… 도대체 이럴 수가? 저 마녀는 정말 무신이라도 된단 말이오? 벌써 두 시진째 저런 식으로 움직인단 말이오.”

대공녀가 능쟁십고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홀로 무인들의 전선을 후원하는 것을 보고 제갈세가의 가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맹주! 전진자를 부를 수 있겠습니까? 전진자가 아니면 이 싸움은 필패요. 마교의 기세가 중원을 덮을 것이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절검 사숙께서 부른다면 오시겠지요.”

“흐흐흠. 꼭 불러야 할 것입니다. 전진자가 아니면 전세를 바꿀 자가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전진자를 불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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