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독룡-54화 (54/61)

강림자의 몸은 허공으로 1장여 높이로 떠오르더니 그의 코를 통해 운무가 쏟아져 나왔다.

운무는 스르르 떠오르더니 다섯 개의 환을 만들어 머리 위에 환을 만들었다. 바로 오기조원의 단계.

한동안 오기조원으로 머물던 환이 그 모습이 살살 흩어지더니 다시 운무가 되어 그의 코 속으로 되돌아 들어갔다.

강림자의 눈이 갑작스레 떠지고 그의 눈에서 신광이 토해져 나왔다.

촌장은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인간과 용(龍)만이 자신이 지닌 영력을 키워 스스로 승천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참으로 대단한 것을 보았소.”

“대단할 것 없다. 네가 악선이 된다면 너도 역시 이것을 익힐 것이니까. 이것은 선계의 심법이다. 인간세상과 같이 기운이 부족한 곳에서 이런 짓을 했다가는 오히려 단전이 파괴되고 생기마저 빠져나가고 말지.”

촌장이 대단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럼?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니란 말이오?”

“하하하하! 그럼 인간세상에 너를 숨겼는데 해동의 선인이 너를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어디에 숨었는지 그 위치만 알 수 있다면 선계까지라도 너를 쫓을 능력이 있는 자다. 다만 그가 상상도 하지 못할 곳이니 찾지 못하는 것뿐이다. 이곳은 선계에 있는 나의 거처이니 그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헐헐헐! 그럼 수월촌은 어디요?”

“중간계! 영력이 가득하고 인간이 살 수 있는 마지막 영역이지. 아!”

강림자는 무언가 생각이 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제 수월촌은 포기해라. 내가 사용할 곳이 있으니까.”

“당신도 역시 그들을 먹이로…….”

“닥쳐라! 이놈! 내가 너와 같이 하찮은 존재인 줄 아느냐?”

강림자는 느닷없이 강력하게 소리를 쳤다.

자신의 대계를 이루기 위해 한 짓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도 인간을 요괴의 먹이로 만들었던 일에는 심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이 승천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될 것이다. 이제 돌아간다. 이 몸을 보호하도록!”

강림자가 진언을 외우자 아무것도 없던 세계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청송은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촌장은 그런 청송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청송의 얼굴은 그대로이나 사람의 기세가 전혀 다른 느낌이 났다.

“헐헐헐! 아까와는 다르게 애송이로구나! 과연 지켜야 할 필요가 있겠어.”

선계에서 강림자가 보여준 가일구층황금공은 정말 대단한 경지였는데 현실로 돌아오자 청송의 단전에 깃든 내공은 그것의 십 분의 일에 불과했다.

선계의 힘이 인간세상으로 내려오면 그 힘을 제약을 받는 듯하였다.

지금이라면 자신의 한 손으로 목을 비튼다 하여도 강림자의 영매는 감당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순간 청송이 벌떡 일어나며 검을 뽑았다.

창!

“누… 누구냐?”

청송이 놀라며 검을 찔러 갔으나 상대가 늙은 촌로인 것을 확인하고는 검을 찌르지 않았다.

‘헐헐헐! 이제 보니 영매의 허락도 받지 않고 쓰고 있었군.’

“지나가던 사람이요. 저기서 보니 이곳에 사람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왔소이다. 괜찮소?”

촌장은 돌아가는 판세를 눈치 채고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 남기로 했다.

“아! 고맙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쓰러져 있누? 나같이 풍광 좋은 곳을 좋아하는 늙은이가 아니라면 날짐승의 먹이가 될 뻔했소.”

“거듭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청송은 두 손을 모아 다시금 포권하며 감사를 표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청송은 금세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는 위치를 물었다. 하는 양을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미산 자락이라오. 신의라는 고천사를 보고 가는 길이요. 나는 이제 그만 가보겠소.”

쩔그렁!

쇳소리에 촌장이 고개를 돌리니 청송의 손에 누런 황금이 들려 있었다.

“감사드립니다.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습니다. 어르신.”

“헐헐헐. 나야 이런 것을 주면 거절하지 못한다우. 워낙에 없이 살아서 말이우. 체면 없는 늙은이라고 욕하지 말아주시오.”

촌장은 부리나케 황금을 받아 들고는 길이 나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누가 보면 황금을 훔쳐 달아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어르신!”

청송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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