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잡았구나!’
귀제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제갈세가주가 허공으로 날아올랐으나 푸르스름한 빛에 막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대공녀님 지금입니다.”
귀제갈의 곁에 있던 대공녀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지자 바람이 일어 귀제갈의 옷깃이 나부꼈다.
“허허! 역시! 무신이라고 해도 될 만한 능력이야.”
귀제갈은 대공녀의 무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흔하게 볼 수는 없지만 한 번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무공. 그녀를 천자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그 혈통도 혈통이었지만 그 무공이 더 중요한 이유였다.
파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리고 불현듯이 대공녀가 나타났다.
“물러서세요.”
대공녀의 목소리가 울리자 정파를 몰아치던 마교의 무인들이 모두가 물러섰다.
능쟁십고 등이 돌연 물러서는 마교의 무인들을 보며 의아함을 품었지만 그들에게는 의문보다는 한 호흡의 기식이 더 소중했다.
물러서는 무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흘을 꼬박 싸웠더니 기식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짧은 순간 호흡을 가다듬은 능쟁십고와 장문들을 향해 대공녀가 입을 열었다.
“준비들 하시지요.”
분명히 대공녀의 말은 그들 모두를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나 파검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네년이 우리를 능멸할 셈이냐?”
“능멸인지 아닌지는 싸워봐야 알 것입니다. 말할 틈이 있다면 기식을 단정히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군요.”
능쟁십고 등이 긴 싸움으로 지쳐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인이 나서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그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뽑아내는 비장의 절초라면 세상 그 누구라도 방심할 수 없으리라!
검선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검후도 역시. 절검은 파검을 구하며 얻었던 내상을 다스리지 못했던지라 대공녀에게 신경 쓸 틈이 없이 스스로 기식을 다스리기 바빴다.
“준비들 하십시다. 여러분은 여력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외다.”
파검의 얼굴이 검선에게 돌아갔다.
파검으로서는 너무나 놀라운 말이었던 것이다. 능쟁십고가 단 한 명을 앞에 두고 어려운 싸움을 말하다니.
검선은 눈을 감으며 지그시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라는 뜻!
정파 무림의 최고수라고 생각되는 검선의 확답이었으니 파검은 더 이상 대공녀가 자신들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스릉!
대공녀가 검을 뽑아 들어 정파의 무인들을 가리켰다.
“으읏!”
“으우웃!”
대공녀의 검에서는 몸에 서릿발이 설 정도로 예리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능쟁십고는 그나마 견뎌내었지만 뒤에선 장문인들은 그 예리함을 감당하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내었다.
능쟁십고와 구파일방의 장문들, 오대세가의 가주들의 얼굴에서는 한 가닥 희망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미 대공녀의 무위가 가공하여 숫자의 우위를 이용해 단 시간 내에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패배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니다.”
파라라라락!
까드드드등! 꽝!
엄청만 소리와 능쟁십고는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삼 장 여를 뒤로 튕겨져 나갔으며 장문인들의 상의에 피가 뭉클 배어 나왔다.
그나마 능쟁십고들은 대공녀의 검을 막아내었으나 내공에서 밀려 뒤로 튕겨져 나갔고 장문인들은 그녀의 검에 상처를 입고 만 것이었다.
경악!
가히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 세상에 누가 있어 겨우 한 초식으로 장문인들의 반 이상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단 말인가?
“청라 진인!”
“염각 대사!”
“남궁가주!”
장문인들의 반 이상이 한 초식을 막지 못하고 혈화를 피워낸 것이었다.
“이것이 본녀의 8성이에요. 능력이 되지 않는 분들은 빠지세요.”
대공녀의 짧은 말에 장문인들은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누구 한 명 뒤로 물러서는 자는 없었다.
“죽음이 모든 것을 지켜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부끄러움을 피하게 해줄 수는 있겠지요.”
대공녀는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장문인들에게 그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검을 놀렸다.
패애애애액!
꽈드드드드등! 꽈드드등!
능쟁십고가 일제히 뒤로 튕겨지듯이 날아갔다. 아까와는 다르게 내상을 입은 듯이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자들이 있었다.
패애애애액!
연달아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울리고 대공녀는 어느새 장문들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었다. 어찌나 표홀한지 발을 내딛는 순간 사라져 그곳에 다시 나타난 듯하였다.
툭! 데구루루!
소림의 장문과 무당 장문. 당문의 가주의 목이 날아가 땅바닥 위로 굴렀다. 다른 장문인들도 그에 준하는 상처를 입어 이미 무인으로서 값어치를 상실해 있었다.
“그들의 무공이 뛰어나 나로서도 여유를 둘 수 없었어요. 장문인들은 뒤로 물러나세요.”
대공녀는 그들의 사정을 봐주듯이 입을 열었다.
[나와 검후가 공격을 하겠소이다. 나머지 분들은 뒷배를 봐주시오.]
검선의 전음이 능쟁십고에게 전해졌다.
하지만 파검은 그 전음이 끝나기도 전에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며 욕지기를 던졌다.
“이런 악녀 같으니라고!”
파검이 참지 못하고 검을 날리며 앞으로 쇄도해 들었다.
“안 돼!”
파검의 움직임을 느낀 다른 능쟁십고들도 앞 다투어 쇄도하며 대공녀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패애애액!
꽈드드드등! 꽈드드등!
파캉! 투.
툭!
또 한 번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울리고 나자 멸독의 목과 파검의 손이 땅바닥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울려 절검과 창천검의 검이 산산조각 나 하늘로 비산하며 떨어져 내렸다. 뒷배를 봐주기로 했던 절검과 창천검의 병기가 대공녀의 검세에 정면에서 부딪혔기 때문이었다.
능쟁십고 중에 검선과 소군 겨우 둘만이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가 대공녀의 무위에 밀려버리고 말았다.
패애애애액!
팩!
쐐애애액!
하지만 전혀 소득이 없진 않았는지 검선과 검후가 앞으로 나아가 대공녀에게 검을 휘둘렀다.
멸독과 파검이 큰 희생을 치르는 동안 검선과 검후가 선수를 취한 것이었다.
비록 지치고 많은 내력을 소모한 후라고 해도 검선과 소군의 검세는 예리하기 짝이 없어 한 번 잡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대공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검선과 소군의 공격이 마치 처음부터 짜인 연환식처럼 이어지니 대공녀도 역시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뒤로 연방 물러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검선과 소군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바로 상대가 자신들을 희롱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기회를 잡았다고 느낄 때마다 대공녀의 신형이 기묘하게 움직이며 검끝을 피하고 있었다. 만일 대공녀가 그 수법을 연달아 펼쳤다면 검선과 소군의 검세를 벗어나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패애애액!
꽈드드드드등!
굉음이 울려나오고 검선과 소군이 뒤로 일시에 튕겨져 나갔다.
“아쉽군요. 그대들이 온전한 상태에서 셋 이상이라면 저라도 위험했을 것이에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는군요. 이제 그만 끝내도록 하지요.”
대공녀의 검이 흔들리자 또다시 공기를 찢어발기는 무서운 소리가 울렸다.
패애애애액!
우우우웅! 웅웅웅!
허공에 머물러 제자리에서 회전을 하던 검은 가공할 위력을 만들어내었다.
검의 회전에 휘말린 공기들이 회오리처럼 말려들어가더니 나중에는 사막의 용권풍처럼 긴 꼬리를 만들어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병들의 옷가지들이 바람에 휘말려 펄럭였다. 먼지를 막기 위해 묶어두었던 천 조가리가 날아갈까 봐 손으로 막아야 할 정도였다.
몰아일여를 펼친 상태인지라 이십칠파결의 진주들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는데 그들은 이미 공포에 눌리고 있었다.
진건곤이 허공에 만들어낸 위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가랏!”
진건곤의 입에서 짧은 음성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검결지가 이십칠파결의 진법을 향했다.
파지지직!
허공에 청광이 번개처럼 피어나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렁이는 백광은 긴 회오리를 꼬리로 달고는 그대로 쏘아져 들어갔다.
꽈드드드드등! 꽈드드드등! 꽈드드등!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이십칠파결과 진건곤의 백광이 힘을 겨루는 듯하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진건곤의 의도는 이십칠파결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뚫고 들어간다 해도 그곳에서 다시 되돌아 나오지 못한다면 말짤 헛것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좀더 완벽한 승리를 위해 이십칠파결의 뿌리를 뽑아 버릴 힘을 모았던 것이었다.
이십칠파결은 애초에 충돌하는 순간부터 이미 백광이 가진 엄청난 회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백광이 제 몸을 스스로 회전시키며 이십칠파결의 나머지 부분까지도 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백광의 회전의 휘말려 말려들어가며 비명처럼 소리를 질러 대었다.
“와와와와와와!”
“역시 고천사닷!”
보이지 않는 장벽과 백광의 싸움에서 백광이 승리하는 모습을 본 사병들이 모두가 소리를 질렀다.
함성이 땅을 울리고 천지를 흔들었다.
“커허헉!”
“크아아앗!”
이십칠파결의 진주를 이루고 있던 자들이 모두 피를 토하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들은 이미 얼굴이 퍼렇게 질려 있어 누군가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귀제갈께서 이것을 깰 방법은 없다고 하셨거늘……!”
좌오장군은 크게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이십칠파결의 진법이 무너진 자리를 통해 달려 들어오는 정파의 무인들을 보아야만 했다.
“빌어먹을! 대업이 무너지는구나!”
“달려! 달려가라! 이곳을 벗어나 청진에서 다시 모인다.”
제갈세가주는 진영도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지 아예 후방으로 물러서는 것을 지시했다.
청진은 가장 가까운 당문의 분가가 있는 곳이었다. 마교가 쳐들어온다면 막아낼 수 없는 곳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갈세가주는 허공으로 몸을 날려 누구나 자신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력을 실어 크게 외쳤다.
“전진자! 검후가 위험하오!”
후웅!
하지만 제갈세가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람이 일었다. 이십칠파결의 진법이 주위의 기운까지도 막고 있었기에 모르고 있었지만 이십칠파결의 진법이 무너지자마자 소군의 기운을 읽었던 것이었다.
진건곤이 날아가는 것을 본 제갈세가주는 내력이 달렸는지 몸의 균형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내렸다.
“역시! 있었어! 사병들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하하하!”
제갈세가주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는지 활짝 웃고 있었다.
강시를 순식간에 없앴던 그 무위라면 위기에 찬 정파의 무인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제갈세가주였다.
대공녀가 끝을 선언한 이후의 최초의 일격이 검선과 소군을 향했다.
쩌저저정!
두 사람을 중심으로 동심원이 퍼져 나갔다.
놀랍게도 두 사람이 만들어낸 힘의 대결이 공기가 흔들리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하였다. 아마도 공간이 흔들렸는지도 몰랐다.
사람의 손 크기에 불과한 짧은 검이 부딪혔는데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파가 사위로 퍼져 나갔다.
주위에 남아 있던 무인들이 중심을 잃고 나뒹굴어야 한 정도였다. 명색이 절정이라고 생각했던 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으읍!”
소군은 뒤로 튕겨져 나가 몸을 넘어오는 욕지기를 참아내야만 했다.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호오! 그동안 무공을 숨겨온 것인가요?”
대공녀가 입을 열었다.
소군이 그녀를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충격도 먹지 않은 듯해 보였다. 아니 틀림없이 그랬다.
“아니지요. 갑자기 힘이 솟았을 뿐이지요. 힘을 아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소군도 역시 스스로 놀란 일이었다. 마지막 일격을 받아야 할 때 갑작스럽게 내력이 늘어난 듯했으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대공녀의 일격에 목을 내주어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겠지요. 또다시 힘이 솟아난다고 해도 마지막이 될 것이에요.”
검선이 소군을 보았다.
소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다시 그런 힘을 낼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서, 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공녀의 무위는 그런 힘을 발휘하고도 단지 일격을 막은 것만으로도 내상을 입은 것이 고작이었다.
검선과 소군은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대공녀의 말대로 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죽고 나면 정파 무림은 눈앞의 여인의 손에 멸절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겨 놓은 힘이 있다면 모두 다 꺼내놔야 할 겁니다.”
대공녀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그와 동시에 대기가 출렁였다. 대기에 충만하던 기운이 모두가 한곳으로 빨려들어 간 것이었다.
바로 대공녀의 몸속으로!
손을 쳐내기도 전부터 검선과 소군은 지금이 바로 죽음의 순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패애애애액!
대공녀의 검이 날았다.
번쩍!
쩌어어어정!
꽈드드드드등! 꽈드드드드등!
화탄이 터진 듯이 엄청난 충격파가 터졌다.
땅거죽이 일어나고 사방으로 흙이 비산했다. 흙먼지가 일어나 사위를 가렸다.
빛이 들지 못하고 군데군데 투명한 관처럼 일부를 비칠 뿐이었다.
“누군가?”
새로운 힘의 출현이었다.
아마도 소군이 스스로 일격을 막아내었던 것도 이자의 농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공녀였다.
대공녀의 일격을 막았던 백광은 뒤로 튕겨져 나가 그 힘을 잃고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천천히 스스로 다시 떠오르고 있었다. 허공으로 오르는 동안 또다시 검에 백광이 차오르고 있었다.
“상공!”
소군의 음성이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흙먼지 속에서 울렸다.
“누님! 물러서세요. 다른 분들도 모두 물러서세요.”
흙먼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진건곤의 넓은 등판이 소군의 앞에 섰다.
“상공, 조심하세요.”
소군은 스스로 검선의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검선이 그 자리에 남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했지만 소군이 고개를 저었다.
“지치셨어요. 운기조식을 하고 원래의 힘을 회복하신다면 저곳에 끼어들 자격이 있으시지요. 하지만 지금은 방해만 될 뿐입니다.”
“아… 원시천존!”
검선도 역시 알고 있었다. 지금은 원래 내력의 반도 쓰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원래의 내력을 다 쓸 수 있다고 해도 홀로 대공녀라는 여인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을.
검선이 뒤로 물러서자, 모두가 물러섰다.
능쟁십고도 장문인들도. 모두가 진건곤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백 노사를 뵈었던가요?”
진건곤의 몸에서 구체가 솟아 나와 진건곤과 대공녀의 몸을 감쌌다. 위험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대공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구체가 자신을 감싸는 것을 받아들였다.
구체가 둘을 완전히 감싸자 진건곤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공녀는 진건곤의 공손한 태도에 놀라고 말았다.
“공자는 평소에도 말씀이 그리 공손하신가요?”
전진자에 대해서는 평소 들은 바가 있었다. 고집이 세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배분마저도 무시하는 괴팍한 면이 있는 전진자가 아니던가?
“아닙니다. 하지만 사모님께 그리할 정도는 아니지요.”
“사모라……!”
대공녀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면사가 입가에 닿았다.
전진자가 사모라는 말을 하자 그녀는 자신의 면사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 면사를 확인하고자 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면사는 아직도 벗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면사는 아무도 꿰뚫어볼 수 없도록 금속을 짜 만든 것인지라 자신을 알아보는 전진자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대는 내가 사모라고 확신하는 가요?”
“글쎄요.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사모님에게 검을 들이대기는 싫으니까요.”
“검을 들어 주세요. 백 노사께 사사했다면 한 번 겨뤄보고 싶군요. 좋은 적수가 될 테니까요. 오늘을 그대의 무공만 보고 가는 것으로 하죠.”
대공녀는 사모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백노신의 제자의 솜씨를 보고 싶다고 했다.
“백 노사께 사사를 받은 것인지…….”
잠시 말꼬리를 흐렸던 진건곤이 잠시간의 틈을 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분이 스승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백 노사의 제자로 검을 받겠습니다.”
둘을 감싸고 있던 구체가 사라지고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겨 삼장의 간격을 두고 섰다.
스릉!
스릉!
서로가 검을 뽑아 앞으로 세우고는 검례를 올렸다.
마교도 정파의 무인들도 심지어 무공이라고는 모르는 오천의 사병들조차도 그들의 하는 양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그들의 싸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듯하였다. 바로 정파와 마교의 최고수 간의 싸움이었다.
비록 진건곤과 검선이 고하를 가린 것은 아니었지만 검선이라고 할지라도 일대일로 마주서지 못할 대공녀 앞에 진건곤이 홀로서서 감당하고 있으니 최고수라 할만 했다.
대공녀의 검은 평온한 듯이 아래를 향해 늘어져 있었고 진건곤의 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로의 검에서 느껴지는 예기는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예리함인지라 서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로 마주보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고 시간이 흐르자 대공녀의 음성이 울렸다.
“선수를 양보하지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진건곤의 검이 백광으로 충천해 눈부시게 사위를 밝혔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수십여 개의 백광이 전광석화처럼 빨려들 듯이 쏘아졌다.
수십여 개의 백광이 대공녀의 몸을 꿰뚫었다. 그녀의 몸을 뚫고 들어간 백광은 그 경력을 해소하지 못하고 뒤쪽의 땅을 때렸다.
꽈드드드드등!
땅거죽이 뒤집어지는 폭발이 일어났는데 그 범위가 매우 넓어 이십 장 밖에 서 있던 마교의 무인들이 폭발에 휘말려 날아올랐다 떨어졌다.
그뿐이 아니었다. 흙먼지가 오 장 여의 높이로 솟아올라 거대한 벽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가라앉으며 사위를 휩쓸었다.
마치 인간의 힘으로 용권풍을 만들어낸 듯하여 무인들과 사병들은 입을 닫지 못하였다.
“이런 장난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겠지요?”
서로 진신무공이 아니고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웃음이라도 짓는 것인가? 부드러운 음성이 들리는 가 싶더니 대공녀의 몸은 흐릿하게 흐려지고 그 자리에서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느새 진건곤의 오른쪽에 나타나 어깨를 베어내고 있었다.
그 음직임은 예전에 화령신이 하던 보법과 같았다.
절검도 겪어 보았으나 그 현기를 읽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몰아일여를 극성으로 펼치고 있던 진건곤은 그녀가 나타난 곳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하고는 몸을 돌렸다.
하지만 대공녀의 검이 선기를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패애애액!
아무런 초식도 없이 검선과 소군을 압도하던 바로 그 검이 진건곤을 향해 펼쳐졌다.
후웅!
바람이 불었다. 진건곤의 몸이 빠르게 움직인 자리에 공기가 채워지며 소리가 일어났다.
대공녀의 검이 허공을 가르자 또다시 저 멀리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스스슷!
진건곤은 그녀의 검이 허공을 가른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일렁이는 백광이 아래에서 돌아 올라가더니 그녀의 검을 빗각으로 튕겨내었다.
하지만 그 검이 만난 곳에는 옷깃이 스치는 듯한 소리만이 울렸을 뿐이었다.
소리는 엉뚱한 곳에서 울렸다.
무려 이십 장 밖의 땅에서 작은 흙먼지가 일어났는데 그 땅 위에는 예리한 실금이 그어져 있었다. 검기가 그곳에까지 퍼져 나왔던 것이다.
정파의 무인들과 사병들도 뒤로, 뒤로 움직여 안전한 곳으로 움직였다.
대공녀의 검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던 능쟁십고와 장문인들은 놀라서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검에 서려 있는 압도적인 경력이 그렇게 간단히 해소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흘간을 쫓긴 상태에서 싸운 자신들이었기에 그녀의 검이 더 무섭게 느껴졌는지도 몰랐다.
대공녀의 검을 튕겨낸 진건곤의 검이 그대로 그녀의 어깨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그녀는 또다시 홀연히 사라지고는 반대쪽에 나타나 옆구리를 찔렀다.
신출귀몰. 열화신의 보법은 아직도 현기를 드러내지 않아 진건곤으로서도 예측하지 못하고 나타난 대공녀에게 반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진건곤은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몸을 틀어 왼쪽으로 검을 내밀었다.
휘리릭!
대공녀의 검이 독사처럼 진건곤의 검을 휘감아 왔다.
진건곤의 검을 중심으로 작게 감싸듯이 원을 그리며 타고 올라 간 것이었는데 마치 살아 있는 독사처럼 생생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둘의 그런 동작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능쟁십고의 수준에 오른 사람들뿐이어서 무인이라고 할지라도 둘이 빠르게 움직이고 검을 휘두르는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사병들은 더했다.
번쩍번쩍 사방으로 나타나는 대공녀가 마치 환술이라도 펼친 듯해 보였고 진건곤의 백광이 서린 검이 홀로 춤을 추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자그마한 돌이 갈라지고 흙먼지가 끊임없이 튀어 올랐다.
그것으로 그들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진건곤과 대공녀의 검은 아무도 승기를 잡지 못했다. 아니 애초부터 승기를 잡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처럼 두 개의 검이 어울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백 합이 지났을 때, 돌연 대공녀가 뒤로 물러섰다.
진건곤도 역시 대공녀의처럼 뒤로 물러서 검을 들고 예를 올렸다.
대공녀는 그 예를 받기만 했을 뿐, 예를 취하지 않았는데 사모의 권한이었는지 승자의 권한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좋은 검입니다. 다시 만나면 생사결을 펼칠 것입니다. 부디 다시 보는 일이 없기를 빌겠습니다.”
대공녀는 그 말을 남기고는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모두가 그녀의 종적을 놓치고 두리번거릴 때 진건곤 전방의 한곳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겨우 손톱 만하게 보일 멀리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곳에는 작은 가마가 있었고 그곳에는 일남일녀가 있었다.
어느새 그곳까지 옮겨가 버린 대공녀였던 것이다.
“어찌된 일이십니까? 전진자를 그냥 두고 오시다니요?”
“다음에 죽일 것입니다.”
대공녀의 말에 귀제갈도 어쩔 수가 없었다.
둘만이라도 있었다면 두어 번 더 말을 붙여 보았겠지만 천지신교의 교인들이 보는 곳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대공녀는 신의 소리를 전하고 신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리인지라 그 뜻에 반해서는 안 된다는 교리가 있었다.
귀제갈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하였다.
그것으로 그 싸움은 마무리되었다.
그 싸움의 결과는 천하를 경동시켰다.
구파일방의 장문인들이 머리를 잃고 땅에 쓰러졌다.
각파의 최고수들이 은거를 깨고 나왔다. 이름 하여 능쟁십고.
하지만 그들도 역시 마교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마교, 즉 천지신교의 이야기로 들끓었다.
천지신교의 교리도 역시 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황제가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했다는 소문도 퍼져나갔다.
이제 바야흐로 전쟁과 풍운의 시대가 오고 있었다.
마교의 싸움은 세상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관은 처음에는 세상을 혹세무민하는 그저 그런 단체로 보았다. 환천삼보니 뭐니 해서 보물을 탐내는 강호무림이 잽싸게 나서는 것 정도로만 보았으나 구파일방이 싸움에 진 것을 보고는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구파일방을 꺾은 무리들에게 웬만한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부랴부랴 정병을 하였다. 관에서 나서서 전쟁을 준비하니 천하가 전운에 감싸였다.
강호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바로 마교의 위상과 구파일방의 몰락이었다.
구파일방과의 싸움에서 엄청만 실력을 보인 마교는 운남에 기반을 두고 단일단체로는 천하제일의 단체로 등극하였다.
그에 반해 구파일방의 무림맹은 그 세력은 크나 알맹이가 없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부터 신선이라 불리며 천외천으로 경외 받아오던 구파일방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굴욕이었다.
특히나 강호무림의 영도자나 다름없던 태산북두 소림과 무당의 장문들이 일 검에 목이 달아난 것은 입단속을 하여도 연기처럼 퍼져나가 세상에 모두 알려지게 되었다.
세상은 두 고수에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파일방 장문들의 투지를 일 검에 날려버린 가공할 무위와 사갈과도 같은 잔인한 심성으로 역천의 술법을 부리는 희대의 마녀, 천지신교의 대공녀.
전진자의 사라진 선술을 이어받아 장천사의 위명을 이어받은 전진고천사 진건곤. 시간이 지나며 고천사가 아니라 진천사가 맞는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전진고천사 또는 고천사로 불리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떠서 비췄다. 화산이 아무리 칼을 거꾸로 꼽은 것처럼 험한 산세라고는 해도 이런 낮에는 구석구석에 골고루 볕이 든다.
화창한 햇살이 도장의 모든 곳에 깃들어 있었다. 화산의 장로원에 손님이 들었다.
“대장로님! 청송이옵니다.”
“청송은 어서 와라.”
무장은 시동에게 차를 준비하라 일었다.
여느 때처럼 반갑게 청송을 맞았다. 아직 식은 올리지 않았으나 손녀사위와 같은 사손이었다.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성품도 곧아 주변의 기대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정이 많아 누구나 가까이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인관관계가 넓다는 장점이 있으니 그리 나쁘다고 할 것만은 아니었다.
“허허허! 폐관을 하였다고 들었네. 진척이 있으셨나?”
“다행히 깨달음이 있어 적지 않은 것을 얻었습니다.”
무장의 눈이 반짝였다.
“전진자와 비교해서는 어떻겠나?”
“무고…….”
청송은 말을 급히 잘랐다. 전진자를 무곤 사조라고 부를 뻔했기 때문이었다.
“부끄럽게도 제자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부끄럽기는… 자네는 자네의 동배와 후배들 사이에서 최고가 아닌가? 화산의 무공이 가볍지 않으니 노력하면 끝을 보게 될 것이야. 게다가 그자는 이미 자네와 같은 배분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따뜻한 말이다.
청송과 진건곤의 나이는 오히려 청송이 더 높았다.
자신이 전진자를 쫓아냈으니 이제는 동배인데도 신경 쓰라고 하지 않았다.
무장의 성격은 그랬다. 자신의 친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고 눈 밖에 난 사람에게는 비정한 성격.
“허허허!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왔나? 자주 자주 와 주게.”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마교와의 싸움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대장로님.”
청송의 말에 무장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흐흠! 그 이야기는 이미 없던 것으로 하지 않았나? 자네는 말일세. 대 화산의 후계자일세. 너무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구파일방 어느 곳도 마교와의 싸움에 후진을 참여시키지 않는다네.”
“하오나…….”
이미 한 번 오고 갔던 이야기들이 똑같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도 있었다. 바로 청송의 눈이었다.
청송의 눈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눈동자가 사라지고 회백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짐승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묘한 모습이 되어서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청송의 눈을 보던 무장의 눈도 역시 회백색으로 변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귀제갈이 대공녀 백이현에게 써먹었던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사혼전이라는 수법으로 마교만의 술법도 아니요,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상대의 정신에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방법이었다. 무서운 점은 상대가 그것을 당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다만 상대를 자극하여 들키는 일이 없도록 그 위력이 아주 약한 사혼대법의 일종이었다.
오로지 잠재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에 불과할 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위력은 없었다.
의지가 강한 자나 의견이 다른 자에게는 통하지 않고 신뢰나 호감, 동일한 의견 등의 공감대가 있는 자에게만 시행할 수 있었다.
[전진자! 전진자를 고립시켜야 합니다. 전진자가 구파일방을 위해, 아니! 화산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그를 없애야 합니다.]
청송의 전음이 무장의 귓가에 울렸다.
전진자를 싫어하는 무장이라면 틀림없이 그 말에 반응을 할 것이었다.
하지만… 청송의 입에서 진건곤을 없애자는 말이 나온 것은 너무나 의외의 일이었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화산의 안위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니까. 나 혼자 도로 물릴 수는 없구나.”
무장의 입에서는 자신이 어떤 종류의 섭혼술에 당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소리만 흘러 나왔다.
“대장로님, 무진 장로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장로원의 소사를 보는 시동의 소리가 들렸다.
“인사도 드렸으니 저는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너는 너의 길을 가면 된다. 너무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명심하여라!”
끝까지 좋은 말을 하는 무장에게 청송은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조님.”
나가는 길에 무진에게 인사겸, 자신이 나와 비어 있음을 알렸다.
무진도 역시 청송에게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무장에게 서찰을 전해 주었다. 무진은 마교와의 싸움. 그간의 정보를 취합하여 무장에게 보고하러 온 것이었다.
“전진자 그놈이 그리 강하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전날 화산에서 보인 신위는 진실한 힘이 아니었습니다.”
“빌어먹을 놈!”
난데없는 욕설에 무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무장을 보았다.
“그리 무공이 높은 줄 알았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잡았을 것이야. 스스로 무공을 감춘 것은 화산이 싫었던 게지. 길거리에서 굴러먹다 들어온 잡놈이 어디서 감히 화산을 멸시하는 것인가?”
무장의 말에 무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무장의 말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전진자를 쫓아내려고 기를 쓰던 자신들이었지 전진자가 화산을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자신이 청명의 단전을 깨트린 일 때문에 전진자가 화산을 나선 것이 아니던가?
청명의 단전을 부숴버린 느낌이 아직도 자신의 손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데 무장은 그런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쯧쯧쯧! 무얼 그리 생각하는 게야. 그럼 우리가 강호제일의 고수인 전진자를 쫓아낸 것으로 하여야 옳겠는가? 마녀에게 대항할 유일한 사람을 우리 손으로 쫓아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원한단 말이야? 사람이 어찌 그리 미욱한 게야? 원시천존……!”
무진은 무장이 외치는 도호가 왠지 거슬렸다.
하지만 무진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수는 없었다.
“덮어씌운다는 겁니까?”
무장이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원시천존! 점점 더 미욱한 소리만 하는군. 사실이 그랬거늘 무엇을 덮어씌운단 말이냐?”
무장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무진은 그제야 더 이상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그랬습니다. 그놈은 화산의 무공을 모두 훔쳐간 나쁜 놈이지요. 화산의 무공을 가지고 그 높은 경지에 올라놓고도 화산을 버린 나쁜 놈입니다. 암요.”
“흐흐흐흐! 원시천존! 네놈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요놈. 두고 보아라.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니라.”
무장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이 웃음을 지었다.
무진에게는 여전히 그 도호가 묘하게 거슬렸다.
<7권에서 계속>
7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