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독룡-23화 (23/61)

제7장

모산파는 강소성 구용현의 구곡산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모진군이라는 세 명의 신선이 나온 산이기에 모산이라고 불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산파라고 알고 있었으나 그들의 진실한 이름은 옥주궁파였다.

사람들이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것은 옥주궁파가 세상에 그 이름을 내어 놓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세상에 그 이름을 떨쳤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언젠가부터 스스로 이름을 내어 걸기를 꺼리더니 종내에는 양지보다 음지에서 자신들의 일을 하는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

모산파는 구파일방에 속하기는 하나 환란이 세상을 뒤덮기 전에는 그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모산파는 여타 팔파일방이 하는 일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팔파일방은 무공을 사용해 강호의 살성이나 마인들을 제거하고 세력을 길러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여 사파를 견제하는 인간사의 일에 관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산파는 주력과 도력을 길러 잡신을 제거하고 세상을 병들게 하는 귀신들과의 싸움을 주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원한의 저주나 원혼, 강시를 처리하여 세상을 보호하는 일을 주로하고 있었다.

때로는 자신들의 일에 관련된 인간들을 처리하는데 무공을 펼쳐 그 무공이 대단함을 보였으나 기본적으로 관심이 있는 일이 달랐다.

하지만 모산파가 구파일방에 빠지지 않고 적을 두는 이유는 기문둔갑술을 이용한 진법의 운용과 강시나 혼령을 이용한 마인들의 공격에 대한 저지 수단이었다.

진건곤이 고개를 들어 산정을 쳐다보았다.

“허! 대단한 영기가 몰려 있는 산이로구나! 과연 신선이 나왔다는 곳이구나.”

영기? 진건곤에게 산에 걸려 있는 영기가 보였단 말인가? 언제부터 그런 것이 보이게 됐을까?

진건곤은 스스로 말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대로 말을 몰았다.

개방에 길을 물어 그대로 올라왔으나 여타의 문파처럼 커다란 건물 등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말뚝에 옥주궁파라는 이름만 적혀 있어 그곳이 모산파임을 확인할 수 있는 것뿐이었다.

일단은 다른 문파의 영역임을 존중하여 말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들어 가자 멀리서 소동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말은 아무 곳에나 매어놓으시고 저를 따라오세요.”

“아이야, 왜 왔는지 물어보지 않는 거냐?”

“관심 없어요. 그냥 왔다 가는 손님이시려니 하니까요. 스승님이 그리 알고 있으라고 그랬어요.”

“스승님이 누구시더냐?”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삼영신군을 찾아오신 게 아닌지요? 스승님께서는 정확이 이 시간에 손님을 모셔오라 일러 주셨단 말이에요. 손님께선 영계의 일로 오신 분이 아니신가요?”

“그렇구나. 무언가 잘못되었나 보다. 나는 그런 일은 모른단다.”

진건곤이 웃으며 말을 하였지만 동자는 얼굴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흥! 잘못될 리가 없지요. 스승님은 삼영신군이세요. 분명히 손님은 스승님을 찾아오신 것이라고요.”

동자는 당돌하게도 진건곤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청진자라는 분을 뵈러 온 것뿐이란다. 영계의 일 같은 것은 모른단다. 그저 속계의 인연 때문에 확인하러 온 것일 뿐이란다.”

동자는 실망스러운 표정이 되어서 진건곤을 바라보았다.

“휴우! 기다리던 손님이 스승님도 모르고 오셨군요. 그래도 일단 스승님께 모시고 가지요. 세간에선 스승님을 청진자라고 하는 모양이니까요.”

세간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낀 진건곤이었다.

“청진자가 맞는다면 내가 찾는 분이 맞구나. 이곳에선 세간과는 다르게 통하시는가 보구나. 모산파라는 이름 또한 이곳에선 옥주궁파라는 이름으로 통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이상하네요. 손님은 아무리 뵈도 영계에 속하신 분 같은데 속계라니……! 기다리던 손님인가 싶었는데 다른 분이라니……! 일기장군님의 신통도 다 하셨나 봐요. 역시나 세상일은 변하는 법인가 보네요.”

동자는 가끔씩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했다.

겨우 열 살 정도의 동자가 실망스러운 눈초리와 크게 한숨을 짓는 모습을 연방 보여 대자 진건곤도 머쓱해지고 말 지경이었다.

가끔씩 뜻 모를 이야기를 하던 동자와 말을 하며 오솔길을 걷자 작은 공터에 오두막이 나왔다.

“스승님. 손님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시지요.”

힘은 없으나 목소리가 청아하여 마음이 후련해지는 목소리였다.

진건곤이 오두막의 문을 잡았으나 동자가 문을 막았다.

“여긴 제 집이고요. 스승님은 저곳에 계셔요.”

동자가 고개를 저으며 오두막의 뒤를 가리켰다.

오두막의 바로 뒤에는 작은 동굴의 입구가 있었다.

“진모가 삼영신군을 뵙습니다. 강호에서는 전진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허허! 삼영신군이라. 허명에 불과하지요. 청진자라고 불러 주십시오.”

진건곤의 인사에 듣기 좋은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고 진건곤은 빛이 없는 동굴 속을 걸어 들어가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안으로 오 장 여를 걸어 들어가자 진건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에는 손목 굵기만 한 쇠사슬이 청진자를 얽어매어 허공에 매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허허! 역시 놀라는구려. 이게 보인단 말이지요?”

청진자의 말에 진건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단 말입니까?”

손목만 한 굵기의 쇠사슬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단 말인가?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허허! 상천을 열었으나 구분하지 못하고 있단 말입니까? 아직은 때가 아니시구려.”

상천! 상천이다.

신비인에게서 들었던 소리가 또다시 나오다니, 진건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천이라고요? 청컨대 도대체 상천이 무엇입니까?”

“어허! 상천도 모르시다니요. 점입가경이로군요. 쯧쯧쯧! 쇠사슬은 귀인께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테니 가까이 오시지요.”

진건곤이 그 말을 듣고 가까이 지나가는데 생생하기만 한 쇠사슬이 진건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였다.

진건곤으로서는 생각도 못했던 진기한 경험이었다.

진건곤은 신기한 경험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으나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눈앞에 생생한 쇠사슬이 한 사람의 몸을 얽어매어 허공에 떠 있게 하고 있는데 자신에게는 환영에 불과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삼 년 전에 잡은 철쇄지주라는 요괴의 저주가 걸려 있지요. 천 년 묵은 철쇄지주가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남긴 원념입니다. 이미 죽은 놈이라 저 아닌 아무와도 상관이 없지요. 저를 향해 죽어가며 남긴 원념인 터라 제 몸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좀더 가까이 가니 진건곤은 또 새롭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을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했던 쇠사슬이 인영의 배와 어깨, 사지를 꿰뚫고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동굴의 깊은 곳에는 깡마른 얼굴에 희끗희끗한 머리가 보이는 자가 쇠사슬에 꿰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행색은 초라하였으나 눈에서만은 맑은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생기 없는 얼굴과는 전혀 다른 맑은 눈이라선지 한눈에 뜨이는 미묘한 대비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도무지 삼십대라고는 보이지 않는 병색이 완연한 인상이었다. 언제 부음이 들려도 이상치 않으리라!

‘이런 자를 고수라고 찾았단 말인가?’

진건곤은 청진자의 신형을 살폈다. 과연 그의 손에는 장갑과 비슷한 것이 걸쳐져 있었다.

‘이런 자가 환천삼보를 지녔다고는 보기 어렵겠구나. 이자는 아닌 게 틀림없다.’

왠지는 모르지만 진건곤은 청진자로부터 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운은 숭고하기까지 한 것이어서 청진자가 사욕을 위해 누군가를 해쳤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증거도 없이 기운을 느낀 것뿐이었지만 믿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허허허! 행색이 형편없지요?”

“무슨 말씀을요. 고행 중이신데 방해를 드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허허허! 흰소리를 하시는군요. 저를 보지 않고는 가시지 않았을 분이 아닙니까?”

그 소리에 진건곤은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하게 울려왔다.

정말로 자신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진자의 말이 당연한 사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저를 아십니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이곳에 있어도 소식은 알고 있지요. 전진자의 이름이 강호를 위진 시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후기지수 중에 가장 눈에 뜨이는 분이라고요.”

“말씀을 낮추어 주시지요. 말학의 후배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럴까?”

청진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번에 말을 바꾸었다.

허나 진건곤은 놀라지 않았다.

왠지 그에게는 말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말 속에 들어 있는 뜻을 제외하고는 격식이나 존칭 따위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커다란 한을 가지고 왔으니 빈손으로 갈 리가 없겠지. 어떤가? 이젠 만족하였나? 나는 그 당시에는 천년갈오공의 저주에 걸려 지금과 같은 고행을 하고 있었다네. 독을 옮길까 싶어 깊은 동굴에 숨어 저주를 풀고 있었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아십니까?”

진건곤은 자신이 찾아온 볼일을 말하지 않았는데 청진자가 어찌 알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글쎄, 내가 알고 있는 게 궁금한가? 아니면 내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는 게 신기한가?”

청진자의 말에 진건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혼란스러운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진건곤은 스스로 느끼고 있는 심정을 솔직하게 말하였다.

그러자 청진자는 자신도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이거야 원! 자네는 무슨 수로 상천을 열은 건가? 자네 같은 후학이 있어 기꺼워하던 내가 우습군그래!”

“저를 기다리셨습니까?”

“그렇다네. 나야 그냥 가야 하는 운명이지만 자네라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이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네. 그런데 이제 보니 상천을 열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네. 자네가 철쇄를 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상천을 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야.”

“상천이 무엇입니까? 현천기공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상천을 열었다는 겁니까?”

진건곤은 이제껏 품고 있던 의문을 모두 다 토해 내었다. 이제껏 알 수가 없어 답답하던 마음이 드디어 하소연할 곳을 만난 탓이었다.

“역시나 전진도문의 맥을 이었군. 그들의 비법이라면 가능한 일이지. 일단 상천에 대해서 알려줌세.”

상천(上天)!

상천은 신비한 묘능을 지닌 힘을 말한다.

혹자는 이능(異能)이라고 하여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힘을 말하지만 상천은 그런 저급한 힘과는 의미가 달랐다.

상천은 인간계를 지켜내고 유지하는 힘의 일종이었다.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며 삼라만상에 깃든 힘을 말했다.

상천을 열었다함은 그런 힘을 보고 느끼며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했다.

상천의 힘은 다만 물질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실계를 넘어 귀계와 요계에도 통하는 힘이었다. 그야말로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힘이었다.

영적인 존재에게로 특화되어 힘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주술사나 음양사, 무당 등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였다.

가끔씩 불가와 도가에 심취해 도를 얻은 현자들이 사용하는 힘이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능력은 억지로 열어낸 힘이 아니라 도리에 맞게 어우르는 것으로 이야말로 상천을 제대로 연 것으로 쳤다.

무인들도 그 갈래의 한 종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모은 기운을 내력이라고 부른다. 삼라만상에 깃든 힘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단전에 가두고는 그것으로 힘을 쓴다. 그래서 무인들이 쓰는 힘은 하천에 속했다.

도를 얻은 자는 도를 통해 그 힘을 사용한다. 단전에 담을 필요가 없다.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그 힘을 당연히 볼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으니 그것을 애써 작은 단전에 담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상천을 열기 위해서는 스스로 열 수도 있고 이미 상천을 얻었던 자의 부름을 받아 상천을 열기도 했다.

상천의 힘을 이해받지 못하면 귀신에 씌었다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도 허다했다.

가장 흔한 것이 세월의 힘을 역행하며 지내온 것들의 원념이었다. 천년오공. 천년지주. 이무기가 그 흔한 예였다.

가끔씩 천녀의 공적도 없이 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로 원한과 저주의 힘이 강하게 뭉친 경우였다.

바로 그런 원령에 홀려 상천의 힘을 사용하게 되면 귀신에 씌었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상천을 온전히 지킬 힘이 없는 자가 상천의 힘을 얻으면 그 힘에 휘둘려 자신의 의지를 잃고 헤매고 마는데 그런 것이 바로 귀신에 홀린 것이었다.

가끔은 스스로의 몸을 열어 이미 상천을 열었던 자들을 몸 안에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었다. 강림술이나 영매술이 바로 그런 종류의 것이었는데 타고난 체질과 강하게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지난하기만 한 일이었다.

진건곤은 많은 설명을 들으면서 상천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를 할 것도 같았지만 여전히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천의 힘은 무인들이 사용하는 하천의 힘을 아우르는 것이라네. 하천을 다지고 중천에 이르니 중천의 힘을 쓴다면 하천도 자연히 따라 오르네. 또한 중천을 다지고서야 상천에 이르니 상천의 힘을 사용한다면 하천과 중천의 힘이 자연히 따라 움직인다네.”

“혹시 전중혈이 해당되는 것이 있습니까?”

진건곤은 자신의 무공이 전중혈을 사용하여 운기할 때와 단전을 사용할 때가 다르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전중혈에 대하여 물은 것이었다.

“전중혈은 중천의 위치일세. 무인의 입장에서는 중단전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와 같은 입장이라면 중단전을 사용하지 않지. 상단전을 사용하네. 모산파는 무공이 아니라 영력을 사용하니까 말일세.”

진건곤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제가 상천을 열게 되었다고는 하시지만 저로서는 상천의 힘을 열었던 적도 없고 상천의 힘을 정확히 느낀 적도 없습니다. 그 힘을 알지도 못하니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이 사람하곤. 누가 자네에게 상천의 힘을 쓸 자격이 있다고 했나? 단지 상천의 힘을 열어 엿보았다 뿐이지. 상천의 힘은 쉽게 쓸 수가 없네. 중천을 메우고 상천에 이르게 되려면 인간의 수명으로는 그것을 이룰 수가 없지. 아마도 전진의 비법 중에는 하천을 다루면서도 중천과 상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네. 정상적으로 상천의 힘을 사용할 정도로 하천과 중천을 다지려면 자네의 나이가 백세를 넘어야 할 걸세.”

진건곤은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은 정식으로 상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천을 엿보고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른 무공을 펼치게 되고 있다는 것.

이 정도가 진건곤이 스스로 이해한 자신의 상태였다.

“하지만 실망할 것은 없네. 상천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사용할 수 있어 하천과 중천의 힘을 아우른다면 그 예리함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상천은 그야말로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힘이요.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힘을 다루는 것이니 모든 기운을 읽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일세.”

진건곤은 자신이 광우의 기운을 읽게 된 것이 신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던 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네. 멀리 못 나가네!”

“얼른 고행이 끝나시기를 빌겠습니다.”

진건곤은 정중히 포권을 하여 청진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동굴을 벗어났다.

진건곤이 동굴을 벗어나자 동자는 슬픈 얼굴로 진건곤을 보았다.

“무엇이냐?”

“아니에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진건곤은 동자의 슬픈 눈이 마음에 걸렸다.

동자의 눈을 보노라면 제발 자기에게 다시 물어봐 달라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부탁할 것이 무엇이냐?”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허허!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무슨 말인지 하지 않으면 이대로 떠날 것이다. 잘 생각하여 결정하여라.”

동자는 고개를 들지 않고도 잘도 오솔길을 걸었다.

히히히힝!

말 울음 소리가 들렸다. 입구에 가까워진 것이었다.

진건곤은 몸을 낮추어 앉았다. 동자의 눈높이에 맞추었는데 동자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내가 떠나도 되겠느냐?”

뚝! 뚝!

눈물방울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허허허! 그러게 말을 해보래도?”

“아아앙! 아앙!”

동자는 말을 못하고 울음만 터트렸다.

“허허, 이런 녀석을 봤나? 말을 하라니까 울음을 터트리는구나.”

“스… 승님을. 스승님을 살려 주세요. 으앙! 스승님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에요.”

말을 하면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동자였다.

진건곤은 동자의 말에 동굴에서 보았던 청진자의 안색을 떠올렸다.

삼십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기가 없는 얼굴과 이미 하얀색이 완연했던 머리카락.

죽음을 기다리는 병색이 완연한 환자처럼 보였던 것을 떠올렸다.

“어찌하면 되느냐?”

“하… 하지만. 형의 수명도 줄어요.”

진건곤은 동자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기장군이라는 분의 말이더냐?”

“어… 어떻게?”

“처음 만났을 때 네가 했던 말이다.”

“형은 머리가 정말 좋군요.”

동자는 또다시 실망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왜 또 실망한 게냐?”

“일기장군님의 말이 맞으니까요. 형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어서 자신의 수명을 줄여가면서까지 남을 도울 사람은 아니라고 했어요. 절대로 수명이 준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말이에요.”

“하하하!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그렇다면 넌 왜 또 내게 말을 한 것이냐?”

“전 삼영신군의 제자니까요. 스승님은 스스로 해야 할 말을 감추는 것도 거짓이라고 가르쳤으니까요. 전 그래서 말을 한 것뿐이에요. 으앙!”

동자는 또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자신이 모든 것을 밝혔으니 진건곤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일기장군님은 어떤 분이시냐?”

“일기장군님은 유명한 장수님을 모시고 계셔요. 전쟁 때 빼어난 무공으로 수천의 목숨을 베신 분이신데 그분의 용맹을 당할 사람이 없는 분이셨대요. 천계에서도 신장이 되셨다고 해요.”

“그런 분을 모셨다고? 그럼 말이다. 그 일기장군님이 한 말이 있지? 말해 보렴.”

“스승님이 이제껏 해온 일을 말하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말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느냐?”

동자는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은 언제나 바쁘게 살아요. 스승님의 눈에 뜨이는 요괴나 귀신이라면 모조리 다 잡으시니까요. 힘이 부족하다고 물러서는 법도 없어요. 땅속에서 음기를 빨아들여 하늘을 마르게 하고 가뭄을 불러일으킨 천년갈오공을 잡은 것도 스승님이에요. 천년갈오공이 음기를 모아 대요괴로 변할 뻔한 것을 막은 것이 스승님이죠. 전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일이지만 그 일로 중독을 당해 동굴 속에서 3년이나 상처를 치료하셨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에요. 힘이 부족하신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시며 천 년 묵은 철쇄지주를 잡으셨어요. 이런 것들이 대요괴가 되면 세상에 피가 흐른대요. 대요괴가 된 것을 환영하는 피가 충분히 흘러야 전쟁이 멈추고 싸움이 멈추고 기근이 멈춘대요. 스승님은 당신께서 철쇄지주를 잡고 나면 죽을 것을 아시면서도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하신 것이라고요.”

“일기장군님께서 또 말한 것은 없고?”

“형님은 괜찮을 것이래요. 이미 충분한 수명이니 십 년쯤은 줄어들어도 하고 싶은 일은 다하고 평온하게 살고도 남는 수명이라고 했어요.”

진건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의 수명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니. 하지만 거짓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말했다. 네 스승님께 가보자.”

진건곤은 동자와 함께 동굴에 들어갔다.

“쯧쯧쯧! 전진자! 돌아올 필요가 없는데 돌아왔구나.”

청진자는 진건곤에게 말을 하더니 돌연 동자를 보고 다시 꾸짖었다.

“네 이놈! 사필귀정이라. 정해진 대로 흘러간다고 했거늘. 정을 참지 못하고 운명을 거스르려 든단 말이냐?”

청진자가 고함을 지르는데 그 목소리가 동굴을 흔들 지경이었다.

청진자의 고함에도 동자는 잘못을 빌지 않았다.

동자는 오히려 고개를 들어 청진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초(楚)왕이시여! 사필귀정이 무엇이건대 능력이 있으면서도 죽어가는 건가요? 사필귀정에 따라 왕께서는 나라도 포기하고 죽지 않았습니까? 한(漢)왕에게 세상을 넘기고 목숨을 끊으니 행복하였던가요? 그것을 이 세상에서 또다시 하시렵니까?”

놀랍게도 동자의 목소리는 간드러지는 여인의 목소리였고 청진자를 보는 눈에는 측은한 눈빛이 가득 들어 있었다.

“우(虞)! 그대는 어찌하여 나를 이곳에 두려하는가? 내가 가졌던 힘은 하늘에 맹세하고 얻은 힘. 세상을 진동케 하였으니 죽어도 좋다는 것은 내 진심이었네. 나는 정해진 대로 한 것뿐, 미련을 남길 일이 아니었어. 자네가 나를 잡아 이곳을 떠나지 못하였으나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네. 내 다시는 자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야.”

굵직함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예전에 들었던 청진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마도 청진자가 모시는 신이 아닐까 생각했다.

청진자와 동자 사이의 이야기를 듣던 진건곤은 놀라고 말았다.

굵직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초패왕(楚覇王) 항우. 동자가 낸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우미인(虞美人)이라니.

그들이 모시고 있던 신은 참으로 놀라운 자들이었다.

청진자가 고개를 돌려 진건곤을 바라보았다.

“전진자! 일기장군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네. 명심하게나. 자네가 만약 오늘 천기를 비틀었다면 더 이상 하늘이 자네를 돕지 않았을 것이네. 일기장군은 그것을 바라고 자네가 나를 구하도록 손을 쓰고 있었던 것이지. 일기장군이 자네에게 수작을 부렸다면 앞으로도 계속 수작을 부릴 것이야. 조심하게. 그의 수작에 휘말려서는 안 되네.”

청진자는 다시금 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대가 더 이상 미련을 갖지 못하게 하여야겠어. 나는 이제 가려 하네. 자네도 역시 미련을 버리고 따라오게!”

치이익! 치이익!

“컥! 컥! 컥……!”

굵은 목소리가 끊어지고 나자 허공에 매달려 있던 청진자의 몸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몇 번이고 기침을 하며 괴로워하더니 청진자의 신형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자못 이상하여 진건곤은 얼른 나서서 그를 받아 들었다.

청진자가 조용히 눈을 감자 사방에 가득했던 쇠사슬이 사라지고 말았다. 원념의 대상이 없으니 쇠사슬도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동자는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청진자를 받아 든 진건곤에게 다가왔다.

진건곤은 무릎을 굽혀 동자가 청진자의 주검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어흐흐흑! 어흐흐흑! 또다시 나를 두고 가다니요. 나를 두고 가다니요.”

한동안 구슬프게 울더니 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눈동자에 가득하던 측은함이 사라졌다.

그 빈자리에는 놀람과 슬픔이 가득한 눈동자가 나타났다.

동자는 그제야 청진자의 죽음을 알았다는 듯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스승님! 스승님! 잘못했어요. 스승님의 말을 어기고 일기장군의 말을 듣다니. 제가 정말 어리석었어요. 스승님 제발……!”

진건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에 오고 간 그들의 대화가 참으로 놀랍기만 했고 금세까지 울어대던 구슬프고 간드러지던 여인의 목소리가 다시 동자의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놀랐다.

진건곤은 통곡하는 동자를 두고 동굴의 밖으로 나왔다.

동굴의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들도 역시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미 동굴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는 듯하였다.

“청진자가 말한 날이 바로 오늘, 이 시간이었지. 이날 이 시간에 이곳에 오면 자신의 의지를 이어가는 자를 만날 것이라고 하였소. 후일 그가 도움을 청하거든 그를 도우라 하였지.”

개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자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동자는 진건곤을 향하지 않고 있었지만 진건곤은 그게 자신을 향해 하는 말임을 알았다.

“청진자의 의지대로 모산파는 그대를 지지할 것이야. 부디 일기장군을 조심하게!”

“일기장군……? 그가 누구입니까?”

“모르네. 우리는 모르지. 오직 청진자와 백자만이 알고 있었네. 백자는 청진자의 제자를 가리키는 이름일세. 백자가 정신을 추스르고 나면 그대에게 보내도록 하지. 오늘은 더 이상 할 말은 없네. 가보게!”

진건곤은 이상한 축객령을 받고서 동굴 쪽에 정중히 예를 취하고는 모산파를 빠져나왔다.

모산파에서 겪은 일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산파가 강호에 쉬 나서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모산파로 들어간 지 하루 만에 그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상처 하나 없이 말입니다.”

공희국의 총관이었다.

그는 공희국이 아닌 다른 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놀랍게도 절강성의 성주가 아닌가?

놀랍게도 성주마저 공희국과 같은 무리였다는 게 놀라웠다. 아니, 그동안 공희국이 가파르게 세력을 펼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성주가 눈감아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던 일들이었다.

공희국과 성주와의 관계는 알려져 있는 대로 돈으로 얽어진 관계가 아니었다.

“허! 그와 청진자 사이에 아무런 사단도 일어나지 않았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놀랍게도 성주는 전진자에 관한 것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보통의 관계가 아닌 듯하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모산파는 향후에 전진자에게 힘을 몰아주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탕!

“이런! 말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모산파는 이제껏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단 말이네. 그런 모산파가 그를 돕기로 하다니……!”

“어차피 모산파의 힘은 대업을 일으킬 때나…….”

“모르는 소리 말게. 모산파의 힘은 오히려 평화로울 때 그 힘이 더욱 발휘가 된다네. 싸우지도 않고 이길 수 있기 때문일세. 모산파의 신비한 힘에 심취하게 된다면 그것이 신의 뜻이라 여기고 따르게 되지. 종국에는 어떤 일도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단 말일세.”

“하지만 전진자가 그런 일을 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허어! 생각보다 큰일일세. 모산파는 우리의 제안을 받고도 거절하고 있었네. 결국에는 전진자를 돕기로 했다니. 모산파에는 미래를 엿보는 힘을 가진 기인이 있을 터. 그들이 있으면서도 전진자의 편을 든다는 것은 허투루 볼일이 아니네. 안 되겠네. 전진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겠어. 이십 년 전, 그의 사부처럼 끌어들여야 하네. 실패한다고 해도 전진자가 우리의 앞을 막아서지는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누구를 생각하시는지요?”

“천화(天華)라면 어떻겠나? 부족하지는 않겠지?”

“부족하다니요. 천화 아씨라면 전진자 놈이 부족하지요. 전진자는 복에 겨워할 겁니다.”

진건곤은 모산파를 나온 지 보름이 지났건만 그곳에서 본 것들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초패왕과 우미인의 영(靈)을 받고 있었다니. 그야말로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전혀 믿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하핫! 광우 형님과 함께였다면 좋았을 것을. 형님은 의외로 그런 것을 좋아하셨을 텐데 말이야.”

진건곤은 평소에 신비한 것을 좋아하던 광우의 취향을 떠올렸다.

전진자가 몰아지경에 드는 것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였던가?

진건곤은 원인도 몰라 걱정을 하고 있는 사이 광우는 신비한 인연이야말로 기연의 시작이라면 어찌난 기뻐하던지.

진건곤마저 몰아지경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찾아온 몰아지경이라는 것이 크게 변한 것이 없었으니 진건곤으로서는 시들해져 버렸다.

진건곤은 상천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또 하였다.

‘현천기공의 어느 곳을 살펴도 도를 갈구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거늘. 어는 곳에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된 것일까?’

진건곤은 청진자가 말한 대로 전진의 비법이란 것에 상천을 연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천기공을 곱씹고 곱씹어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대관절 어느 부분이 다르단 말인가?’

진건곤은 이미 많은 화산의 내공심법을 알고 있었다. 면면을 살펴보아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호흡의 길이가 그것일까?”

진건곤은 문득 자신의 호흡의 길이가 아주 길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토납법을 아는 자들은 한결같이 그 호흡의 길이에 성취를 두고 있었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닐 터, 현천기공을 알지 못하여 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일지도.”

진건곤의 호흡은 천을 헤아릴 정도로 길다. 일반인들이 본다면 숨을 쉬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 무림인들이 본다고 해도 기형적으로 숨이 긴 편이었다.

“대관절 상천이라는 것을 알려준 신비인은 누구였을까? 내가 상천을 열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생각이 길어지니 생각의 꼬리가 신비인까지 길어졌다. 진건곤은 신비인을 찾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아버지의 원수를 찾는 일을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다.

벼르고 별러 온 일에 진범을 찾을 단서를 얻었는데 물러난다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진건곤은 모산파를 나온 지 이미 보름이 넘었는데 그동안 객잔에 들른 적이 없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모산파에서 본 일들과 현천기공, 일기장군과 신비인을 생각하며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아 그랬을 뿐이었다.

건량도 다 떨어진 지 오래여서 가지고 다니던 벽곡단으로 끼니를 잇고 있었다.

멀리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객잔에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섭쇼!”

점소이의 인사소리가 반갑게 들렸다.

소채볶음과 소면을 시켜 놓고 앉았는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진건곤의 귓가를 간지럽게 하였다.

“화산무적검이 또다시 마두를 잡았다던데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

“이번엔 또 누구라느냐?”

“호남성에서 이름 좀 날리던 요녀라던데 제 발로 죽을 자리를 찾아 들었다지? 화산무적검을 홀리려고 왔다고 하던데?”

“하하하! 제 발로 무덤을 팠구먼. 무당의 금검도 역시 만만치 않다던데?”

“그렇지 금검도 역시 만만치 않지. 하지만 금검은 주로 녹림과 마적단들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군. 역시나 손은 안으로 굽는 법인가 봐. 만금당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런 자들을 먼저 찾는 것을 보면 말이야.”

“허어! 그런 소리 하면 안 되지. 자네나 나 같은 장사치들은 만금의 행사가 더 반가운 사람이 아닌가? 암튼 구파일방뿐만 아니라 오대세가의 걸출한 후기지수들이 나서주니 우리 같은 장사치들은 조금은 더 편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은가?”

“하하하! 그거야 그렇지. 후기지수들이 나오는 때가 십 년에 한 번이면 좋겠구먼. 지금처럼 이십 년에 한 번이라면 너무나 길지 않은가?”

“예끼! 이사람. 세외신선들의 행사를 자기 입맛대로 정할 사람일세.”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말도 못 해보나?”

장사꾼들의 이야기를 듣자 보고 싶은 얼굴들이 절로 떠올랐다.

‘훗! 형님과 아우가 노력하고 있나 보군. 그나저나 려경은 잘 있는지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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