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독룡-1화 (1/61)

1권

작가서문

좋은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무엇이 좋은 글이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 사람냄새 나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얽히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하게 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제 글의 부족한 점이기에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이지만 권이 진행될수록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살아가며 성장하고 변해가니까요.

제 글 속에 주인공도 그렇게 살아 있는 생명력을 주고 싶습니다. 시간이 가고 인고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인물을 그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마음먹은 것을 제대로 펼쳐내지 못하는 필력인지라 용두사미의 졸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 제 글에는 사람을, 살아 있는 사람을, 생명력이 있어 꿈틀대는 사람을 그리고 싶어 하는 의지를 담을 것입니다.

이 책도 그런 계단을 밟아가는 한 계단이라고 생각하시고 지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련자 배상.

서장

무당의 수많은 봉우리 중에 깎아지른 듯 올라 고고함을 자랑하는 청죽봉.

그곳에는 선풍도골의 두 노인이 마주 앉았다.

머리도 그렇고 눈썹까지 하얗게 되어 어딘지 모르게 신선의 기운을 풍기는 자가 바로 천하에 우열을 가리기 힘든 고수라는 삼검이도오기십삼절(三劍二刀五奇十三節) 중의 하나인 검선이었다.

스물세 명의 무인이 같이 일컬어지지만 사실상 그 중에도 우열이 없을 리가 없었다.

검선은 그 중에서도 천하제일인에 가장 유력한 자라고 칭해지고 있었다. 무당이 천하에 자랑하는 보배요, 자부심이었다.

“허허허! 상대하기 가장 꺼리는 자가 있다면 누구겠습니까? 역시나… 혈마(血魔)가 아닐는지요?”

혈마는 흑도의 최고수. 흑도가 천하제일이라고 칭하는 자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 사 최고수들의 생사결을 부추기는 듯한 천기자(千奇者) 제갈청의 야릇하기도 한 물음이다.

“허허허! 환천이보를 쫓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안배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를 정해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기자가 이유를 말하자 검선의 입이 주저함 없이 바로 열렸다.

“화산의 청명이오.”

“진정이십니까?”

천기자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재차 물었다. 검선은 그런 그를 보면서 작은 웃음으로 다시 답했다.

“허허허! 천기자께서 그런 것을 어찌 모르신단 말이오? 나뿐만 아니라 혈마에게 물어도 틀림없이 화산의 청명이라 할 것이오.”

“소생이 서책과 씨름하느라 무림의 사정에는 어둡다지만 청명이라는 이름은 삼검이도오기십삼절에도 없는 이름이 아닙니까? 심지어는 무림 백대고수에도 들지 못하는 자가 아닙니까?”

천기자가 무림 사정에 어둡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다.

그런데도 천기자가 모른다는 것은 모두가 깊이 숨겼기에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

그 사건을 숨긴 것은 무당만이 아이었다는 생각에 검선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천기자의 눈을 피해 허공을 보았다. 무언가 잊어버리고 싶은 것을 생각한다는 듯이……!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입이 열렸다.

“아이들이 비밀에 부친 모양이구려. 허나, 덮은들 무엇 하겠소. 언젠가는 다 알려질 사실인데 말이오.”

소림과 더불어 천하의 주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남존 무당이 숨겨야 할 사실이 있단 말인가?

“빈도도 혈마도 청명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오. 정확히 말하자면 청명을 건드렸을 때의 뒷감당을 못 하겠다는 것이오.”

“뒷감당이라면……?”

“허허허! 그만 합시다. 이 정도면 천기자께서 그자의 정체를 밝혀도 될 테니까 말이오. 그렇지 않겠소?”

천기자도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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