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장 완결.
용악과 노엘프는 눈으로 대화를 나눴다.
“좋게 생각 하거라. 어찌 보면 네놈. 그리고 서축용가의 뿌리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날 테니 기쁘지 않느냐?”
“...”
용악은 노엘프의 말에 쓴웃음만 지었다.
그 후로 일상은 계속되었지만 서축군의 장군들은 용악이 뭔가를 결심했다는 것을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었다.
시름이 가득한 표정이 아닌 뭔가를 떨쳐낸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용악을 모두가 보았기 때문이리라.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예...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네가 죄송할 것이 무엇이랴. 그저 우리가 모자란 탓 아니겠느냐.”
“...”
“팽. 빌어먹을 놈! 빌어먹을 세상!”
하후양이 울부짖었다.
“그래도 결심을 세웠다니 다행이다. 너라면 어디서든지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사마군은 담담한 말로 용악의 어깨를 연신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
용악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사마군과 하후양 그리고 수십명의 장군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노엘프도 용악이 술을 마시는 것을 막지 않았고 용악은 대취해 잠이 들었다.
*****
중원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용악의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서축군의 장군들은 용악이 그 동안 수많은 전공을 통해 하사금으로 받은 금괴들과 보검들을 잔뜩 가져다줬고 그 금괴로 상인노인은 생필품을 잔뜩 사가지고 왔기에 오아시스에서의 생활은 풍족하다면 풍족했다.
신의 힘을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한 수련은 끊임없이 계속됐고 이미 용아심법에 흡수되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신들의 힘은 용악에게 녹아들어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결계 안에서만 가능한 일.
결계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망자지옥의 힘을 억누르기 위해 신의 힘은 감히 발현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계속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
용악은 오아시스에 여기저기 박힌 나무 밑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생명의 신이라...’
불의신, 태양의신, 번개의신 같은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물질이자 그 힘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허나 생명의 신은 칼을 휘두르고 피바다에서 살아온 용악으로서는 도저히 감히 안 잡히는 것이다.
“차라리 다른 신부터 해볼까.”
용악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엉덩이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자지옥의 힘과 생명과 나무의 신의 힘은 완벽히 반대 성향을 띄는 힘이기에 망자지옥의 힘을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긴 했지만 지금 용악의 상황으로는 영 감히 안 잡혔다.
쏴아아아...
“그래. 차라리 바람의 신이 좋겠다.”
“좋은 생각이다. 네 놈이 살아온 꼴을 봐서는 생명의 신은 쉽게 되진 않을 것 같구나. 쯧쯧... 네가 신의 힘에 더욱 익숙해 진 후에야 이해할 듯 싶구나.”
노엘프는 언제나 처럼 용악이 알지도 못하게 다가와 머리를 때리며 말을 했다.
그 이후로 용악은 태양신의 힘을 받아들일 때처럼 바람이 잘 부는 사막의 구릉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연신 모래바람을 맞았다.
밤낮을 잊고 모래바람을 맞아 온 것도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용악은 바람의 신의 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바람신의 힘은 항상 강렬했던 불,태양,번개의 힘과는 다르게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기운을 품었다.
허나 그런 탓인지 오히려 용아심법과 더욱 잘 섞여 들어갔고 그러면서 은근슬쩍 용악의 내력을 용아심법이 아닌 바람 신의 내력으로 바꿔 용아심법의 대주천 혈도와 다른 혈도로 내력을 인도하곤 했다.그랬기에 신의 힘을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용아심법에 완전히 종속시키는데 더욱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아시스에 머문 지도 거의 일 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신의 힘을 다루는 것도 익숙해 졌고 용아심법의 성취는 이제 수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굳이 무림인들의 성취기준에 따르면 오아시스에 오기 전에 이미 대성을 이룬 용악인데 오아시스에 와서는 대성을 넘어서 새로운 용아심법을 만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용악은 언제나처럼 정자에 앉아 연초를 피우고 있는 노엘프 옆에 공손히 앉았다. 수련을 할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신경 쓰지 않는 노엘프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오늘은 노엘프가 직접 용악을 부른 것이다.
“자 열어보아라.”
평범한 나무상자였지만 그 위에는 형형색색의 마법주술진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용악이 나무상자를 열자 나무상자 틈새를 따라 자욱한 연기가 피어나왔다. 마치 해골 얼굴 형상을 한 악령과 망령들이 상자에서 튀어나왔다가 정자에 새겨진 주술진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며 단발마의 비명을 질러댔다.
끼아아아!!
꾸어어억
“거참 이미 죽은 놈들이 시끄럽구만.”
노엘프는 바람에 날려 사그라지는 망령들을 향해 손짓하자 망령들은 얼굴이 찌그러진 채 정자에 새겨진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랜만이지?”
“...!!”
용악은 자신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도를 홀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불귀도에서 시작된 지옥 같은 인생을 함께 해오면서 망령들을 잡아 죽이던 그 강력한 무기.
젠국식의 도.
바로 마도였다.
“이제 마지막이다. 네놈도 슬슬 신의 힘을 다루는데 익숙해졌고 결계 밖으로 나가도 망령들로부터 네 몸을 지킬 수 있으니 이제 이 일만 끝내면 네 놈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
“이걸로 무얼 해야 하는 겁니까?”
딱.
“당연한 것 아니냐. 이놈들을 녹여서 네 놈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라. 이 일은 단순히 두 자루의 도를 녹이는 일이 아니다.”
“...”
“이 두 자루의 도는 망자지옥의 힘이 발현되는 곳에서 강력한 원혼이 스며든 이후 셀 수도 없는 피와 망령, 원한을 먹고 강해졌다. 그리고 지옥문에서는 그 힘을 바탕으로 망자지옥의 왕들이 현계에 소환될 수 있는 매개체가 됨으로서 망자지옥의 왕들의 신물(神物)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그랬던가...’
“그러니 네 놈은 네가 가진 모든 신의 힘을 이용해 이 도를 부시고 녹여 네 놈과 한 몸이나 다름없는 망자지옥의 힘을 억누르고 다른 신의 힘을 키워라. 이게 네 놈이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해야 할 마지막 작업이다. 이 걸 해내지 못하면 평생 이곳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야.”
“예...”
*****
캉캉캉
망치가 떨어진다.
후화아아
풀무의 바람에 화로의 불꽃이 피어나온다.
툭툭툭
화르르륵!
역청탄을 화로에 집어넣자 붉은 불꽃이 혀를 낼름거린다.
용악은 역청탄이 불에 완전히 타오르는 걸 확인하고서 미리 준비해 놓은 마법시약을 던져 넣었다.
후확!
석탄처럼 생긴 시약이 들어가자 붉은 불꽃이 푸른 불꽃으로 변했다.
그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용악은 눈을 재대로 뜰 수도 없을 정도였다.
‘힘을 일깨워라. 신의 힘으로 신의 힘을 깨부셔라. 네가 용신의 힘으로 태양신의 힘을 깨 부셨던 것처럼!’
용악은 노엘프의 말을 생각하며 연신 두 자루의 도를 화로에 집어넣고 망치로 두들기고 있었다. 웬만한 불로는 녹지도 않는 두 자루의 도는 마법시약과 마법이 새겨진 망치를 이용해 수도 없이 내려쳐야 조금씩 형태가 변할 정도로 힘이 가득한 물건이었다.
그가 아무생각 없이 망치를 휘둘러 도를 때렸을 땐 반탄력으로 인해 망치가 대장간 천장에 틀어박힐 정도였다. 그나마 지금은 익숙해져서 망치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심법을 운용하며 내력을 돌리자 화로의 불꽃이 대주천의 주기에 맞춰 크게 일렁였다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후읍!!”.
숨을 들이마시자 화로의 불이 뾰족한 창처럼 변해 도를 향해 달라붙었고
“휴우우우...”
숨을 내쉬자 화로의 불은 부드럽게 도를 완전히 감쌌다.
“불은 정화의 힘. 모든 것을 태우는 태초의 힘이니....”
용악은 연신 불의 신의 경전에 나온 기도문을 외우며 불의 힘을 일깨웠다.
손등에는 붉은 불꽃이 연신 터져 나와 화로의 불로 들어갔다가 시약의 푸른 불꽃을 머금고 다시 용악의 손등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끄응...”
옷을 벗은 용악의 몸은 온통 땀으로 번들거렸다.
캉!!
유난히 큰 소리가 대장간에 울려 퍼졌다.
‘드디어 깨진 것인가?’
용악은 한 달 넘게 두들긴 보람을 느끼며 연신 손을 놀렸다.
불의 힘과 태양의 힘, 번개의 힘, 바람의 힘을 번갈이 가며 마도에 뿌려대자 결국 마도도 버티지 못하고 드디어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캉캉 카카캉!!
‘지금이다!’
용악은 온 힘을 다해 4(四)신의 힘을 한 번에 밀어 넣었다.
끄릉...
상처와 근육으로 뒤덮힌 용악의 등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듯 움직였다.
“으읍!”
용악의 온몸에서 불길과 번개, 밝은 빛과 강풍이 쏟아져 나오자 대장간에 있던 물건들이 그 힘에 휘날려 여기저기 쳐 박혔다. 객잔을 비롯해 대장간에 노엘프가 마법과 비의로 작업을 해 놓지 않았다면 용악의 힘에 의해 전부 부서져 버렸을 것이다.
-끼아아아아!!!
금이 갔어도 아무렇지 않던 마도에서 드디어 망령들의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너희들이냐! 그 동안 나를 괴롭히던 놈들이!’
용악은 분노의 눈으로 마도를 바라보며 생사대적을 대하듯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는 이미 그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에 감싸여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주변에 작은 번개들이 자글자글 퍼지고 있었는데 이 힘을 밖에서 휘두른다면 재앙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감히 네 놈이! 내가 곧 너 임을 모르느냐!
-배은망덕한 놈! 그 동안 너를 돌본 것이 나임을 모르느냐!
용악은 처음 듣는 마도의 혼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머뭇거렸다가 다시금 망치를 휘둘렀다. 오히려 전보다 더 밝게 빛나는 망치다.
‘안다. 너 역시도 내 피를 원해 망령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것을 안다. 하지만!’
캉!
빛나는 망치가 떨어진다.
‘나는 나! 나 용악은 결코 누구의 인형도 되지 않을 것이다!’
캉캉캉!
다시는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망치질은 밤이 새도록 계속되었다.
*****
“흐흐흐...”
용악은 잘게 쪼개져 이제는 형체도 알 수 없는 쇳조각으로 변해버린 두 자루의 도를 보며 실실 웃었다.
이미 내력은 고갈되어 입은 바싹 말랐고 사막에서 조난당한 사람마냥 용악의 몸은 목내의마냥 말라 있었다. 오로지 두 눈 만이 타오르듯 불타 박살나고 쪼개진 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도는 이제 힘을 잃었는지 강렬한 화로의 불에 서서히 녹아 쇳물로 변하고 있었다.
“드디어 해냈다.”
용악은 엉망진창이 된 대장간 귀퉁이에서 물통을 꺼내 물을 마시고 곰방대를 찾아 연초를 피우며 뜨끈한 벽에 기대고 누워 쇳물이 녹아내려 주괴로 변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온갖 상념이 그의 머릿속을 뒤 흔들고 있었다.
불귀도에서의 기억들.
두 자루의 도를 휘두르며 지옥의 악귀마냥 날뛰던 자신의 모습.
망령들을 베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던 마도
망자지옥의 왕이든, 조비든, 황제든... 용악을 인형처럼 다루며 그들만의 계획을 이끌어가던 자들.
그런 악귀들의 틈 사이에서 용악을 지켜주던 마도
백풍과 함께 그의 모든 것을 함께한 지옥의 도가 녹아 없어지는 모습은 홀가분하면서도 아쉽고, 속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 정말 끝이다. 지옥 같은 생활은 이제 끝... 누굴 위해서도 아닌, 무언가를 위해서도 아닌 이젠 나만을 위한 길을 걷겠다.”
용악은 이미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차마 결정하지 못했던 마음을 완전히 붙잡고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다짐했다.
도를 부셔 주괴로 만든 용악은 한 동안 쉬면서 기력이 고갈 난 몸을 추슬렀다.
몸이 회복한 다음에는 주괴를 이용해 용악.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창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미 일 년이 넘도록 쇠를 두들기며 대장간에서 살아온 용악이다.
창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내력과 신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용악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창과 함께 만들 물건은 백풍과 주홍을 위한 수호부(守護符)이자 4대신의 신물이었다. 간단한 장신구 정도야 용악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노엘프 역시 백풍과 주홍에게 친해졌는지 흔쾌히 도와준다고 했다.
사실은 결계 밖에서 혹시나 망령들이 들러붙어 백풍과 주홍에게 이상이 생길 경우 용악이 또다시 폭주를 할까 싶어 도와주는 것이었다.
*****
“이제 때가 되었다.”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자에 앉아 술을 마시며 연초를 피우던 노엘프는 뜬금없이 용악에게 말을 건넸다.
딱.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 신의 힘도 능숙해 졌고... 얼마 전에 결계 밖으로 나갔을 때 아무 일 없지 않았느냐?”
“예...”
“거 봐라. 마도를 부시고 망자지옥의 신물을 녹여 너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감히 잡스런 망령들과 혼령들은 너에게 다가오지도 못하지 않느냐. 거기에 네 놈 스스로 쌓아온 신력(神力)도 적지 않으니 이제 결계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노엘프의 말에 용악은 내심 난감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언제까지 이곳에서 있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목가적인 생활이 마음에 들었던 용악인데 준비도 없이 가라하니 조금 난감했다.
“끌끌끌...”
그런 용악의 표정을 보며 노엘프는 클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준비할 것이 뭐 더 있느냐? 돈이야 네 놈이 가지고 온 금괴들이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고, 타고 다닐 말이야 영물이나 다름없는 저 놈이 있고, 결계를 벗어날 만큼 힘도 쌓았으니 문제가 있겠느냐? 그저 마음 정리만 되면 끝이지.”
“...”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이냐?’
노엘프의 투명한 눈이 그리 물었다.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고민 할 필요가 없군요.’
용악의 녹색 눈이 그리 대답했다.
‘그럼 무얼 망설이느냐.’
‘...’
‘네 스스로 가야할 길이 겁이 아느냐?’
‘...’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이냐! 너를 속박하는 것이 더 이상 없는데 무얼 망설이는 것이냐!’
‘...’
‘가거라. 가서 너의 인생을 살아라.’
두 사람은 말없이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준비했다. 오로지 사막의 바람과 별빛만이 물끄러미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음날 용악은 천천히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서축에서 가져온 금과 보검들은 대부분 돌려보냈기에 금괴 한 상자와 서대륙 양식의 장검만을 가지고 있었다.
황제의 하사품답게 범상치 않아 보이는 서대륙식 장검은 흡사 장군도라 불릴 만큼 큰 검으로 마상에서 사용하기에도 유용했다.
노엘프가 준비한 가죽갑옷과 망토를 걸치고 손수 만든 창을 안장에 걸자 노련한 낭인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백풍은 오랜만에 안장을 찬 것이 어색했는지 투레질을 하며 방방 뛰었다.
그런 백풍의 목에는 가슴을 보호하는 호심경처럼 생긴 장식품이 달려 있었는데 그 것이 바로 노엘프가 만들어 준 호신부였다. 백풍이 호심경를 달고 있다면 주홍은 목걸이로 된 신물을 목에 걸고 있었다.
안장에 무기를 다 챙겨 넣은 용악은 한동안 먹을 음식들과 잠을 자기위한 모포 등. 여행물품을 백풍에 하나씩 걸쳐놓았다.
준비는 한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끝났다.
“벌써 끝인가...”
용악은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오아시스를 바라보았다. 노엘프는 용악이 떠나는 순간에도 별다른 말없이 그저 정자에 앉아 용악에 떠나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며 연초를 피우고 있었다.
용악은 자기도 모르게 노엘프와 마찬가지로 곰방대에 단약을 넣고 연초를 피웠다.
어느새 노엘프와 마찬가지로 약초로 만들어진 연초에 중독된 모양이다.
“후...”
용악은 노엘프를 보며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를 하고서 말위에 올랐다.
“가자. 백풍. 이제 시작이다.”
용악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백풍은 앞발을 높게 쳐올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마리의 말.
한 마리의 고양이.
한 명의 인간.
그들은 모래바람을 뚫고 서서히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