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96화 (96/107)

96장

“뭐냐?”

전장에 참가하려고 바위에서 내려온 용악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본인은 조비대장군님의 수석부관 황산이라고 하네.”

그들의 인솔자로 보이는 이가 용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꽤나 전쟁터를 떠돌아 다녔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졌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미안하지만 갈 수 없다!”

용악의 앞을 수석부관 황산의 뒤에 있던 한명의 호위무사 같은 자가 말을 몰아 용악의 진로를 막아섰고  황산이라는 자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쉽지만 여기서 끝이다. 넌 저기에 갈 수 없다. 조비대장군님의 명령이다!”

조비대장군이라는 말이 나오자 용악의 녹안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눈에서 불꽃이 타올라 눈 밖으로 터져 나왔다.

‘침착. 흥분해서는 안 돼. 내 안의 무언가를 일깨워서는 안 돼.’

용악이 말머리를 돌려 산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자 또 다른 호위무사가 용악의 앞길을 막았다.

“백풍!!!”

용악의 명령을 들은 백풍의 푸른 눈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고 적의 군마의 심령을 제압한다. 갑자기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깜짝 놀란 적의 군마는 호위무사를 떨어뜨릴 정도로 심하게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 틈에 용악을 태운 백풍은 정말로 하얀 바람처럼 바위를 타고 넘으며 지옥문을 향해 내려갔다.

‘더 늦어버리면 도르트막에게 당한다. 3부장이라고 해도 솔직히 도르트막을 막기는 힘들 터 내가 없으면 대원들이 어찌될지 몰라!’

그런 용악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숲 사이에서의 검은 갑옷을 입은 수백의 병사들이 그를 가로 막았다.

그들이 갑옷에 새겨져 있는 호랑이 문양이 그의 눈에 확 들어 왔다.

어렸을 때부터 그가 지겹게 보아온 문양.

대장군부 호위병.

‘이렇게 많이 오다니. 이제야 왜?’

“대장군께서도 지금 이 근처에 와 계시네.”

어느새 내려온 그 황산이라는 자와 호위무사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 대장군부의 병사 수백이 용악의 뒤를 막았다.

“아쉽지만 넌 여기서 끝이다. 너 뿐만 아니라 흑영기병대와 노르트막이 이끄는 놀족도”

‘조비!!! 결국 이런 식으로 칼을 빼든 건가!’

용악은 터져 나오는 불꽃은 손으로 받아내며 눈을 매만졌다.

‘젠장. 아프군.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계속.

아니... 그때 그 재수 없는 꿈을 꾸고 난 후부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의 분노가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의 삶은 파멸 그 자체이다.

하지만 이것은 차원이 다른 파멸.

그냥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절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지!’

“비키지 않는 다면 벨 수밖에!”

용악의 살기가 가득한 말을 당호하게 끊으며 한쪽 눈 밖에 없는 사내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쳐라!”

“오라!”

용악의 두 눈이 푸른 귀화를 뿜어내며 불타올랐다.

그는 이곳에 온 이후로 계속 꿨던 악몽이 마음에 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계속되었기에 도르트막과도 싸우면서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다.

거기에 언제부턴가 갑자기 어릴 때부터 꾸준히 들려오던 망령들의 환청마저도 이곳으로 온 이후에는 들리지 않고 있었다.

용악은 그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며 애써 자위했지만 솔직히 그럴 거라고 믿진 않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지금 망설일 수는 없다. 흑영들을 놓쳐버리면 영영 조비와 맞설 수 있는 군부를 길러낼 순 없어!’

여긴 이미 지옥

나는 저승의 강에서 살아온 자

수많은 수라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와서 나에게 포기할 것이 있을 거 같으냐!’

용아창법(龍牙槍法) 흑산포(黑散爆) 구룡(九龍)!

용악은 그 동안 자제했던 내력을 폭발시키며 용아창법의 최종오의를 펼쳤다.

그의 창에서 일어난 붉은 기운은 순식간에 숲을 파고 들며 용틀임 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용이 잠든 것처럼 꿈틀거리는 창의 주위로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대장군부 병사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용악의 창에서 벗어난 9마리의 용은 제각각 숲속으로 퍼져나가며 대장군부 병사들을 집어삼켰다.

“이.. 이런 무공이!! 아악!”

“이. 이것이 용아창법인가? 하지만 알려진 것과는 너무... 으아아아”

용아창법에 대해 조비대장군을 통해 알고 있던 대장군부 병사들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에 자신들의 사지가 찢겨져 나가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소리쳤다.

“으으으으.....”

“후흡...”

용악은 거칠게 뛰는 심장을 매만지며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아버지가 전해준 서찰.

서축용가의 역사서와 주석에 적혀져 있던 용아창법 2식의 또 다른 최종오의가 용악의 창에서 뿜어져 나올 준비를 했다.

‘아직 이것을 펼칠 정도로 익숙하진 않지만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지금 가지 않으면 영원히 녀석들을 만날 수 없어!’

용악의 창을 머리위로 들고 서서히 돌리기 시작하자 서서히 바람에 용악을 향해 모여들었다.

창에 담긴 회전력을 이용해 흑포와 산포를 합쳐 만든 초식이 흑산포 하지만 풍포는 창 외부에 모여든 바람을 모아서 내력을 이용해 용을 만드는 초식이었다. 그랬기에 내력소모도 더 크고 그 동안 도르트막의 놀족과 싸워 기력이 떨어진 용악이 펼쳐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위윙윙윙

바람이 마치 서축 너머 사막의 용권풍처럼 용악을 향해 모여들었다.

‘으으윽...’

용악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창을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모여든다.

바람은 곧 폭풍으로

폭풍은 용악의 내력을 품고 용 형상으로

그리고 용악은 그 기운을 망설임 없이 날렸다.

용아창법(龍牙槍法) 2식(2式) 풍포(風爆) 광룡(狂龍)!

미친 용처럼 날뛰는 붉은 바람은 용악 주변을 잠깐 머물더니 지옥문을 향해 사정없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쿠르릉

쿠르르릉

“아아악!”

“피해라!”

“맞서지 마라. 막을 수 없다!”

바람은 용트림을 내지르고

용악의 창은 바람을 타고 흘렀다.

‘조비대장군님도... 이 자를 잘못 보았다!’

“이런.. 위력이라니! 으으윽. 아악!”

용악이 일으킨 미친 붉은 용은 숲과 대장군부의 병사들을 하늘로 날려버리며 지옥문까지의 길을 새로이 만들었다.

피로 물든 붉은 길.

그리고 그 길의 앞에 양 손을 미친 용에게 빼앗겨 버린 수석부관 황산이 피로 질척거리는 땅에 얼굴을 처박고 용악을 바라보았다.

“크크크..”

황산은 찢겨져 나간 양팔의 고통 때문인지 연신 신음을 흘리면서도 핏 발진 눈으로 용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게 끝이라고.. 생.. 각하나? 크큭”

“...”

“네.. 네놈이.. 여기서 이렇게 머문 순간 이미 결정은 났다. 저 지옥 같은 곳에선.. 쿨럭. 이긴 쪽이건 진 쪽이건 누구도 살아나올 수 없어.”

쿵...

쿵...

그의 말이 흘러나올 때마다

용악의 심장이 쿵쾅댄다.

“무슨 말인지... 후흐흡.. 모르겠나?”

쿵.......

쿵....

쿵...

쿵.

용악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그의 단전에 고이 모셔져 있던 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가슴속 깊이 숨겨 놓은 분노와 증오가 자신의 온몸을 잠식해 들어간다.

그리고 서서히 조비 대장군이 했던 마지막 말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너나 나나 모두 새로운 시작일 것이야.”

뚜우...

뚝...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용악의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귀가 멀어버린 것 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킥. 큭...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 말의 뜻을 모를꺼라 생각했나?”

고개를 숙이고 황산의 피 끓는 말을 듣던 용악에게서 정제되지 않은 야수의 살기와 함께 괴상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윽..!”

“그 놈! 조비가 다녀간 뒤로 흑영에 섞여있던 너희들의 기운을 알지 못했을까? 큭큭...”

용악은 고개를 숙인체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조비놈의 장단에 맞춰줬다. 그것이 그를 속이기 위해서도 또 나에게도 좋은 것이니까.”

‘그게 무슨..’

황산은 서서히 잠겨가는 자신의 눈을 힘겹게 뜨며 용악의 말을 단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듣기 위해 온 기운을 집중했다.

“멍청한 네 놈들!! 내가 왜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것이더냐!!”

용악의 살기가 더욱 심해진다.

그의 두 눈이 더욱 녹색으로 변해 아예 얼굴 전체가 녹색으로 변해 버린 듯 했다.

그의 두 눈에서 터져 나오는 푸른 불꽃이 선명하게 두 눈이 있던 곳에서 실체화 되어 타오른다.

그의 검녹색의 비늘이 스스로 소리를 지르며 비늘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악마의 무저갱에서 망령들이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작 내가 살아남기 위해 피바다 속의 수라가 된 줄 아느냐?!!”

황산은 눈에 보일정도로 거칠게 용솟음치는 용악의 기운을 느끼고서 자신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고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이자.

이 곳에 오기 전부터.

전쟁터의 악귀로 불렸던 이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자 인지.

지금 뼈 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그의 살기에 이자가 어떤 자인지 그는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아아아!!!”

용악의 붉어진 창이 그나마 살아남았던 대장군부의 병사들과 황산을 향해 날아갔다.

검붉은 궤적을 따라 사방으로 핏줄기가 터져 나온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그에게서 달아나려는 적들을 제거 해버린 용악...

아니 용악이었던 그는 저 멀리 지옥문의 입구를 향해 달려 나갔다.

‘제발. 제발. 제발 부탁이다. 제발! 살아 있어다오! 흑영들이여!’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그리고 땅이 울리는 엄청난 진동과 굉음과 함께 지옥문의 입구는 협곡 양쪽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상을 얼려 버릴 차가운 외침

용악의 살기 가득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안 돼!!”

*****

콰고과아!!!!!

펑엉펑!!!!!

으아가가아가!!!!!

푸과과과아!!!!!

사방에서 붉은 화마가 터져 나온다.

폭약의 힘을 견디지 못한 협곡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싸워오던 적군도, 아군도 없다.

오로지 지금 이 안에는 힘없는 한명의 인간과 놀들이 있을 뿐이다.

‘왕호! 유천! 다른 대원들은! 어떻게!’

주성무는 자신에게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를 운 좋게 넘어지면서 피하며 전장이었던 이곳을 고개를 들어 봐라보았다.

‘뭐냐. 어째서!’

사방에서 말들의 울음소리와 병사들의 신음소리가 이곳을 온통 가득 채웠다.

인세의 지옥에 강림한다면 바로 지금의 모습과 같을 것이다.

“아무래도.. 너희들 대장은 오지 않은 것 같군...”

주성무의 귓가에 약간 어눌한 한제국어가 들려왔다.

‘누구지. 네게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주성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말 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마를 뒤로 하고 그의 얼굴이 보였다.

상처와 피가 잔뜩 묻은 얼굴.

인간과 달리 튀어나와 있는 주둥이는 피를 잔뜩 흘리고 있었다.

놀족의 왕

도르트막!

우리의 목표!

“지금쯤 저 위 어디선가 이곳을 내려다보고 있을 테지.”

‘아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대장은... 대장님은!!'

“다.. 닥쳐라!!”

주성무는 그에게 그렇게 외치는 동시에 창을 휘둘렀다.

‘당신이 어떻게! 네가 감히 어떻게!!!!’

카카가강.

자신에게 떨어지는 주성무의 창을 가뿐하게 받아낸 도르트막은 주성무에게 더 다가가 그를 발로 차 쓰러뜨렸다.

그의 발길질에 맞은 주성무는 뒤로 몇 바퀴 굴러 다시 자세를 잡고 그를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지금은 네놈들도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처지. 무의미한 싸움은 이 쯤 해두지.”

“...”

그렇게 말한 도르트막은 말의 고삐를 당겨 주성무에게 등을 보이고는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래도 놈이 무인이라는 데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건만 목숨을 다해 섬기는 충직한 부하들조차 자신의 목적을 위해 희생시키는 놈이라면.”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타져 오르는 화마를 배경삼아 주성무의 귓속으로 파고들며 주성무의 뼈 속 까지 스며들었다.

‘그럴 리가. 이곳에서 그가 했던 모든 말이 거짓이란 말이냐?!’

주성무의 머릿속에는 고작 한 달 전에 이곳에서 용악과 다른 부장들과 대원들끼리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도르트막의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거... 거기 섯!!!”

주성무의 외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르트막은 계속 걸어 나갔고 그런 그의 뒤로 협곡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고광...

저 멀리서 포탄이라도 날아드는 듯 다시금 절벽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돌의 비 아니 바위의 비를 뿌렸다.

콰과광....

사방으로 돌덩이에 맞은 대원들이 넘어지고 쓰러진다.

그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

쿨럭... 쿨럭..

주성무는 자신의 가슴을 치고 날아간 바위를 밀어내고 쓰러지듯 엎어져서 호흡을 내쉬었다.

“빌어먹으...”

주성무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걸어 나갔다.

수많은 대원들이 쓰러져 있었다.

온 몸이 찢겨 진체로.

화탄에 직접적으로 맞은 대원들도.

떨어져 내리는 바위에 맞은 대원들도.

적의 창날에 맞은 대원들도.

‘젠장! 무엇이냐 이것이. 대체 무엇이냐 대체 우린 무엇을 위해 지옥을 걸어 온 것이냐!’

“아아아아아!!!!!”

주성무의 외침을 들은

그마나 살아 있는

이제 곧 죽어도 전혀 이상 할 것 없는 대원들이 그에게 기어서 다가왔다.

“대.장. 오시게. 해선... 안.. 돼.”

‘어째서!! 너희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럴 수 있단 말이냐!!’

누군가의 손이 주성무의 발목을 잡았다.

두 눈이 파여 버린...

머리가 얼굴이 반이나 찢어져 버린 대원이 그를 바라보며 뭐라 이야기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여..긴...함정’

그리고 그 병사의 위로 다시 한 번 바위가 굴러 떨어졌다.

그 병사의 바로 옆에 서 있던 주성무는 그 충격의 여파로 뒤로 나뒹굴었다.

먼지와 화마와 연기가 그의 입을 타고 들어가 폐를 가득히 태운다.

케켁...

‘정말.. 음?’

주성무는 고개를 숙인 채 계속해서 배속에 들어 와 있던 것을 뱉어 내던 중에 눈에 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두 눈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바위에 정통으로 찍혔는지 흉갑이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를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왕호... 네가. 네가...

“왕호! 왕호! 정신 차려!!! ”

“성...무....”

왕호는 용케 자신의 말을 들었는지 자신에게 손을 뻗으며 천천히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나다. 주성무이다!!!!”

“...”

‘아.. 왕호 제발!’

주성무는 왕호의 갑옷을 벗겨 상처를 살펴보았다.

돌덩이가 갑옷을 뚫고 왕호의 폐까지 꿰뚫었다.

‘어떻게. 이렇게 네가...’

주성무는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피와 먼지와 섞여 무슨 색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자신을 눈물을 숨기지도 않고 왕호를 껴안았다. 제발!!!

“대...장님은...쿨럭.. 오..셨.”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나오냐고!!”

주성무는 소리 없이 절규하며 눈물만 계속 흘렸다. 왕호는 주성무의 입에서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안 된다! 안 돼! 왕호!!’

“다행... 이야...”

‘뭐가 다행이다는 것이냐!’

“왕호!”

주성무는 힘없이 고개를 뒤로 젖힌 왕호를 품에 안았다.

“야 임마!!!”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나온다.

그동안 왕호와 함께 했던 기억이 순식간에 스쳐나간다.

비록 지옥 같은 이곳에서의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 생활 할 수 있었는데!

“으...으..어어어어!”

왕호를 품에 안고 주성무는 계속 절규했다.

‘대체. 우리를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겁니까! 왜!’

“으 아 아 아 아!!!”

주성무의 절규는 이미 무너져 버린 협곡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의 처절하고도 슬픈 그의 목소리를 들어줄 자는 얼마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