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85화 (85/107)
  • 85장 흑영기병대 vs. 놀족

    제국력 1347년 겨울.

    강북지방의 국경너머는 많은 이종족들이 살고 있었다.

    놀, 그레이엘프. 오크 등등... 셀 수 도 없이 많은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호시탐탐 비옥한 토지를 노리는 그들을 한제국에서는 항상 경계를 하나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물론 국경수비군이나 중앙군을 이용하여 그들을 쓸어버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언제나 국익을 외치며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의견은 번번이 무산 됐다.

    항상 같은 이유로.

    그것은 바로

    곤제국에게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

    그 단 하나의 이유였다.

    곤제국.

    한제국 으로서는 정말 눈의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들 때문에 항상 북방의 국경은 다른 이종족들의 침입을 받아야 하고 바닷길을 모두 장악당해 서대륙과의 교역에서 주도권을 뺏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젠국과의 교역마저 주도권을 뺏긴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짜증나는 곤제국을 공격할 수는 없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한제국이 그들을 공격하게 만들기 위함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항상 어딘가에 숨어서, 이제는 3개의 나라로 쪼개진 이 한제국의 이쪽을 도왔다가 저쪽을 도와 힘을 깎아 내리며 한제국을 공격할 빌미를 만드는 것이 그들이다.

    그 강대한 힘을 가지고 고작 자주방위라는 초대 황제의 맹약에 얽매어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맹약 덕분에 지금 동대륙은 평화롭다.

    만약 한제국이나 다른 나라가 그들은 공격한 다면 그들은 자주방위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해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어 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랬기에 강북너머는 이종족들이 활기를 치기에 적당했다.

    그들로서는 공격을 해도 자신들은 공격을 받지 않으니 그야 말로 천국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제국 으로서는 분통이 터지지만 쉬운 방법이 아닌 어려운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천황기갑단이 만들어 졌고 3년 전부터는 흑영기병대가 창설되어 항상 걸리던 이종족들을 정벌하고 있다.

    *****

    그리고 지금.

    흑영기병대가 창설된 지 3년이 되는 해.

    지금 그들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어느덧 겨울이 다가와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초원도

    산도

    강도

    모두다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아름다운 절경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곳들 중

    어느 한곳에는 그 아름다운 절경과 어울리지 않게 칙칙한 검은색과 갈색, 녹색이 마구 뒤섞인 이상한 색으로 무장한 한 떼의 군용막사가 줄지어서 늘어져 있었다.

    산의 중턱에 위치한 평지였다.

    한쪽은 벼랑으로 되어 있었고 그 반대쪽으로는 산줄기를 따라 조그마한 길이 나 있었다.

    수성을 하기에 적합한 지형임에는 분명했지만 만약 대규모의 병사들로 이곳을 포위한다면 꼼짝 없이 말라 죽을 수 있는 그런 지형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걱정은 무시한 채 이곳에 지난 수년 동안 진지를 세우고 성벽을 보강했다.

    이곳은 그저 하나의 보급지역일 뿐

    그들의 진정한 본진은 아니었다.

    그들의 본진은 바로 그들의 대장이 있는 곳이니...

    한 개의 군용막사 옆에는 5마리의 군마들이 묶여져 있었고 그 군마들의 주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무예를 수련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술을 마신다거나 병사들이 흔히 하는 도박을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모두 어떤 사명감과 결사항전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들은 그런 그들의 신념을 전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된 병사였다.

    비록 과거에 그들이 신분이 어떻든 간에 지금은 오로지 흑영기병대.

    변방을 떠도는 그림자, 유령의 일원일 뿐이다.

    그리고 그 군용막사에 의해 둘러싸인 중앙에는 다른 군용막사보다 약간 커다란 군용막사가 위치하고 있었고 그 막사 옆에는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용이 그려진 흑영기병대의 깃발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휘날리고 있었으며 다른 곳과는 달리 그곳에는 2명의 보초가 막사를 지키며 서 있었다.

    아마도 이곳이 대장의 막사이거나 작전막사일 것이다.

    깃발을 괴롭히던 차가운 겨울바람은 그 막사 안에 무엇이 있는 지 궁금해 하며 막사의 천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불을 피워서 밖에 보다는 따뜻했다.

    차가운 바람은 나른한 기분을 느끼며 조그마한 나무 탁자를 둘러싸고 서있는 3명 병사의 대화를 조용히 경청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과 갈색, 녹색이 마구 뒤섞인 이상한 색의 탄탄해 보이는 갑주를 입고 있었으며 이곳에서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이상한 색의 피풍의를 등 뒤로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겨울바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은 체 탁자위에 놓인 군용지도의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산맥의 큰길이라고 할 수 있는 협곡지역의 이곳저곳에 X자 표시가 되어 있었고 그들 중 긴 머리를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뒤로 넘긴 한 명은 그곳을 집으며 입을 열었다.

    “ ‘X’로 표시된 지점들이 오늘 밤 놈들의 군량부대가 이동하는 경로다. 이 군량미만 탈취할 수 있다면 대장이 죽은 뒤로 계속 밀렸던 전세를 단박에 역전시킬 수 있어.”

    “과연...”

    머리에는 붉은 색의 영웅건을 두르고 눈과 눈 사이를 사선으로 관통하는 긴 상처를 가진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그의 말을 이어 받았다.

    “배를 굶게 되면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지휘관들은 초조해져 신중함을 잃게 되지.”

    “...”

    얼굴에 검상하나 없고 거친 병사답지 않은 한 사내는 두 사내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잠시 말을 쉬었던 그 검상을 가진 사내, 전건은 다시 말을 이었다.

    “매복지는?”

    “이 쪽 파곡(破谷)! 습격은 놈들이 계곡 중간으로 완전히 들어온 뒤에 한다. 다른 의견 있나?”

    전건의 질문을 받은 긴 머리의 사내, 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도 중 어느 한 지점을 짚으며 대답했다.

    서로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왕호, 주성무, 전건, 그들의 눈에 있는 신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그 신념을.

    “좋아. 그럼...”

    “다른 의견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지금껏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성무가 지도에서 시선을 때며 그 둘을 바라보았고 그 둘 역시 주성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주성무를 바라보았다.

    “조만간 신임대장이 부임해 온다고 하지 않았나? 더구나 그자가 이쪽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부임할 때까지 일체의 작전을 중지하고 대기하라는 군령까지 전달해 오지 않았던가.”

    ‘흐음. 신임대장이라... 그리고 그 신임대장이 내린 군령이라...’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빠져 침묵했다.

    그리고 왕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주성무.”

    주성무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왕호가 이렇게나 직접적으로 말을 꺼낼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주성무의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왕호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언제 올지도 모를 신임대장이라는 자 때문에 이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기라도 하자는 건가?”

    ‘아니... 이번 기회는 분명 전쟁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호기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그 신임대장과 아니. 대장군부가 문제일 뿐이지.’

    전건은 둘의 대화를 들으며 상념을 이어 갔다.

    “나는 우리가 늑대머리 놈들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개개인의 전투능력은 일당백이라 자부하고 있다! 허나! 지난 2년간의 전투는 어떠했는가?”

    왕호는 그때의 짜증났던 기억이 떠올랐는지 지도의 한 귀퉁이를 손으로 꽉 쥐며 말을 이어 갔다.

    “부임해 온 대장들이 적을 깔보고 무모한 작전을 감행하다 자멸... 혹은 자신의 부하인 우리들의 전투력조차 파악하지 못한 체 소극적인 방어전만 펼치다 패배를 자초하지 않았던가!”

    ‘흠... 그래 그것은 그렇다. 분명 우리들, 백호부, 흑룡부, 적조(赤雕)부가 아무리 강병이라고 하나. 그동안의 전투는 우리가 밀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 그리고 적의 기세는 더욱 살아났고 말이야...’

    전건이 생각을 이어가는 동안 왕호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2년 동안.. 7명의 대장이 부임해왔고 모두 전사!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적의 기세만 올려준 꼴이지”

    “헌데 이 쪽 상황도 모르는 신임대장이라는 작자의 말 한마디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포기하라는 건가?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

    왕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절대 잊어서도 안되는 그 사실을 주성무에게 물었다.

    물론 주성무도 알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이곳에 있는 모든 대원들이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전쟁이 승전으로 끝나지 않으면, 우리에게 면죄부란 없다는 사실을!”

    왕호는 말을 마치고 주성무와 전건을 바라보았다.

    왕호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의 눈빛이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 역시, 너희들도 잊지 않고 있었군. 아니 잊을 수 없지. 절대로!’

    “신임대장이라는 자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지만. 실적이나 올리기 위해 부임해오는 쓰레기라면 내 손으로 죽여 버리겠다!”

    왕호의 그 단호한 말을 들은 주성무는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앞서 전사로 보고한 세 명의 대장들처럼 말인가?”

    주성무의 비아냥 가득한 말을 들은 전건과 왕호는 잠깐 멈칫했으나. 왕호는 단호히 대답했다.

    “그래!”

    “킥. 안 됐군. 그자. 자신의 부하란 놈들이 이정도로 막무가내인 인간들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텐데 말이야...”

    주성무의 웃음기 가득한 말에 전건과 왕호 역시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우리들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 승리를 방해하는 자는 그 누구라도 제거 할 것이다.

    그것이 설령 우리의 지휘관이라고 할지라도.

    “그럼... 세부적인 작전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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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6 - 흑영기병대 - 25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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