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장 vs.도마후악토
-후후. 어때? 나의 아기? 기분이 좋지 않나? 적의 피를 마시는 기분이 어때? 달콤하지 않나?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니? 그래 너는 이것을 원하고 있단다. 온 세상이 피로 가득 차기를. 그래서 자신이 원 없이 피를 마시기를 말이야.
“하하하하하.”
마음대로 지껄여라.
너의 말에 신경 쓰지 않겠다.
너의 말에 현혹되지 않겠다.
너의 그 속삭임에 움츠려 들지 않겠다.
두려워 나에게 실체도 드러내지 않는 너희들에게 더 이상 겁먹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 너희들이 무엇이든 나는 두렵지 않아.
나는 이미 마왕이며 마물이다.
너희들에게 꿇릴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전군. 계속 돌격. 이제 끝이다. 너희들의 앞을 막는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유천은 용악의 모습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고개를 몇 번 흔들고는 깃발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들이 돌파해 온 포위진이 벌써 7개다. 그리고 이제 저것만 돌파하면 도마후악토을 볼 수 있다.
‘그 빌어먹을 놈을.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놈을 말이다.
용악.
불쌍한 아이.
대체 단 몇 시진 만으로 저렇게 변해 버릴 수 있는 것이냐?
대체 무엇이 너를 그렇게 변하게 만든 것이냐?
어찌하여 그렇게 마인으로 변해가는 것이냐!’
유천은 좌우로 고개를 돌려 옥항을 찾았다.
벌써 눈 밑이 검게 변하고 눈이 충혈된 것이 보인다. 호흡도 흐트러져 있다. 눈빛에는 광기와 비슷한 눈빛이 뿜어져 나온다.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요양을 해야 할 듯 보였다.
너무 어렸다.
전투를 너무 쉽게 보았다. 옥항뿐 만이 아니다. 무림인들 모두가 그렇다.
전투를 너무 무시했다.
내공이 있다고 우월하게 생각하고 전쟁을 너무 얕보았다.
전장의 기세를. 군기를 너무 얕보았다. 그 모든 것을 휩쓰는 바람을 말이다.
옥항과 다른 대원들의 모습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 불가능 한 일을 해내고 있으니까. 전투가 아무리 기세 싸움이고 자신들이 무림인이라고 용악이 전투의 마왕이라고 허나. 지금 그들이 베어 넘긴 적은 족히 몇 만이 넘어 간다.
2000여명이 조금 넘는 병사들이 수 만의 병사와 싸운 것이다..
그것도 전술도, 전략도 아닌 단순한 돌파만으로.
물론 용악이 세세한 전술을 세우지 않았더라면 포위당해서 모조리 죽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들은 살아난다 해도 얼마동안은 침상에 누워 있어야만 할 것이다.
지금 단 한순간을 위해 이들은 자신들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불타오르는 것이다.
용악이 만들어낸 군기에 몸을 맡긴 체로...
유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며 부지런히 깃발을 흔들며 명령을 내렸다. 그래도 그 자신이라도 열심히 해야 조금이라도 이 녀석들을 더 살릴 수 있다.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자신만이라도 냉철해야 한다.
“검은 악마여! 너희들은 이곳에서 모두 뼈를 묻는다.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저 앞에서 어떤 오크족의 한 병사가 자신들에게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들린다.
‘대체 뭐라고 하는 것이냐? 난 오크말을 못 알아듣는 다는 말이다!’
옥항을 그렇게 그 자를 무시하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오크병사를 향해 만도를 휘둘렀다.
자신의 창이 언제 어떻게 날아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지금 자신이 무슨 힘으로 이렇게 하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그 앞길을 막아내는 적들은 모조리 베어버릴 것이라는 것뿐이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청성산의 그 맑은 공기.
인자하셨던 사부님과 사형들.
엄하면서도 자신을 귀여워 해주시는 할아버지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청성신전에서 배운 무공
사관관에서 배웠던 무공도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가뿐하게 적을 베어 넘긴다.
온몸은 삐그덕 거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내공이란 내공인 이미 다 써 버린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나는 칼을 휘두른다.
“옥항! 정신 차려!”
누군가 자신의 뺨을 후려치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누구야? 누군데 나를 때리는 거야. 나의 칼을 피해? 어떻게? 내 칼... 칼은?’
옥항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그 손이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아... 유천형...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 동안 너무나 친해져 버린 유천 형. 마치 친형 같은 유천 형. 형이 나를 왜?’
“미치겠네. 진짜. 정신 차려! 이미 후퇴하고 있다. 너 혼자 달려 나가면 어쩌자는 것이야!”
“후퇴? 후퇴...???”
“그래! 후퇴! 이 멍청한 자식아! 죽고 싶어서 환장 한 것이냐! 전투는 이제 다른 부대에게 넘어갔다! 이제 우리는 쉬면된단 말이다!”
“안 돼... 안 돼.”
“뭐가 안 돼! 이 자식이 진짜!”
유천은 헛소리를 지껄이며 자신을 밀어내고 자꾸 앞으로 나가려는 유천의 뒤통수를 세게 날려주고는 목 뒤를 쳐서 기절 시켰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 군. 그래.’
유천은 퇴각하는 부대원들 중 하나에게 옥항을 맡기고는 저 쪽 도마후악토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용악에게 다가갔다.
“거기서 원군이 올 줄 알았어요?”
용악은 유천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완전히 피 칠을 한 모습 그대로 땅에 박힌 듯이 서서.
‘물어 봤으면 대답을 해야지. 응?’
유천은 다시금 빨리 말해보라는 미소를 지었고 용악은 자신의 시선을 피하고 다시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서 강대한 기가 느껴지더군. 그 누구와도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부러 그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에게 알려주더군.”
“당신보다도 더?”
“그래. 나보다도 더.”
유천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용악은 아무런 반응 없이 그렇게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평상시의 목소리 그대로 대답했다.
용악이 이끄는 천황기갑단은 도마후악토이 직접 이끄는 친위대와 이제 막 싸움을 하려하고 있었다. 이미 사방에서 오크족은 뿔뿔이 달아나거나 혹은 체계 없이 용악이 이끄는 천황기갑단에게 덤벼들어 허무하게 목숨을 잃어 갔지만 그들은 강한 적개감을 품어내며 용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두 무리는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수천의 기마대가 서로가 서로를 탐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려들었다.
유천은 그 검은 물결의 가장 선두에서서 이제 두개 밖에 남지 않은 깃발을 흔들며 다른 병사들을 이끌고 있었다.
콰과과과과
두두두두두
그들과 도마후악토의 친위대의 싸움은 그 누구도 끼어 들 수 없는 신성한 전투처럼 변해갔다.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오크족들은 점점 포위를 풀고 달아나거나 저 멀리서 두 무리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랬기에 적개심으로 가득한 두개의 덩어리는 최고의 기마전술을 서로가 서로에게 써먹으며 충돌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응
히히힝
흐으으윽..
말이 넘어질 정도로 깊게 누워서 용악을 비롯한 살아남은 대원들은 선회를 감행했다.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한 선회였다. 보통 때라면 절대 불가능한 선회이지만. 지금 자신들을 이끌고 있는 자. 저 선두에 서서 달려가는 백마 아니 혈마 위에 앉아 오만하게 적군을 바라보고 있는 저 전투의 마왕이 있기에 가능했다.
말(馬)마저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말과 그 위에 타고 있는 병사들 모두 그의 손에 따라 움직인다.
바로 지금처럼!
용악이 이끄는 2천의 기마대는 자신들의 뒤를 바짝 쫒던 도마후악토의 친위대의 측면을 들이 받았다.
그렇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의 선두가 적의 후미를 쫒고 있는데. 적의 선두가 자신의 측면을 후려갈긴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용악이 이끄는 천황기갑단과 도마후악토의 친위대는 머리를 노리는 2마리 뱀처럼 꼬리를 물고 따라다니며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막 도마후악토의 친위대가 천황기갑단의 꼬리를 물려고 하는 중인데 천황기갑단이 친위대의 옆구리를 먼저 물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너지지는 않는다!
용악이 이끄는 기마대는 순식간에 도마후악토의 기마대를 두 동강 내고는 저 쪽 평원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놀라운 전술에 비해 워낙에 전투가 이루어지는 면적이 적었으니 피해를 입은 오크 친위대의 수는 적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정리를 마친 도마후악토의 친위대 5천을 향해 가속력을 얻은 검은 악마들이 들이 닥쳤다.
지금까지 요리조리 피해가며 조금씩 뜯어 먹던 것과는 다르게 정확하게 선두와 선두가 맞부딪친다.
콰과과과과
아아아악!
크악!
오크족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서로의 창이 서로의 가슴을 그으며 지나간다.
서로의 발이 서로의 발을 치고 지나간다.
앞은 온통 오크족뿐이다.
하지만 꿇고 지나간다!
유천은 창대에 부딪쳐 날아가는 오크군을 보며 온 힘을 다해 창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이 부러질 듯 엄청난 부하가 걸리고 있고 그가 타고 있는 말 역시 견디지 못할 만큼 힘들어 하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몰살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면으로 부딪친 검은 물결과 검은 물결은 3개의 검은 물결로 변했다.
성공했다.
뚫고 지나왔다!
수천의 병사를 뚫고 나왔단 말이다!!
용악이 이끄는 천황기갑단은 도마후악토가 이끄는 친위대를 뚫고나와 친위대의 병력을 반으로 두 동강 내어 주었다. 물론 그들의 사상자도 엄청나다.
하지만!
적의 사상자가 배는 많다!
하지만 도마후악토 역시 노련한 자.
이에 굴하지 않고 아예 2개의 부대로 나누어 용악의 군을 노렸다.
한 마리 뱀과 한 마리 뱀이 싸우던 것이 한 마리 뱀과 두 마리의 뱀의 싸움으로 변한 것이다.
도마후악토과 용악이 다시금 맞부딪치려 할 때 갑자기 용악이 유천에게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
‘뭐? 후퇴? 갑자기 왜?’
하지만 용악은 자신이 이상한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진형을 풀고 후퇴명령을 내려라. 지금 당장!”
유천은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진형을 풀고 후퇴하라는 명령을 깃발을 통해 모든 병사들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모든 병사들이 뿔뿔이, 마치 먹이를 노리다가 비가 오자 다들 땅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개미 떼들처럼 그렇게 뿔뿔이 흩어 졌고 그런 흩어진 천황기갑단을 노리던 도마후악토의 친위대를 향해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수많은 오크병들이 도마후악토의 친위대를 둘러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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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 - 흑영기병대 - 257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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