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장 북경
“그냥 죽여 버리는 게 낮지 않을까?”
“뭘 죽여. 이제 와서 대체 뭘 어쩌자는 거냐. 그냥 그때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갔으면 됐는데 왜 거기서 목을 따버리려고 했냐고”
“그건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
“됐어..... 뭐 우리가 5번째 검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능력은 인정되니까. 뭐 우리 일도 많은데 5번째 검을 하나 더 만들면 되지 뭐.”
“너도 은근히 대책 없다.”
“그래도 생각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너 보다는 낫다.”
*****
황제가 있는 북경은 항상 그렇듯 오늘도 북적거렸다. 물론 그것은 백성들의 이야기고 대장군부와 다른 신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론 소식통이 좀 빠르고 생각을 조금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서축의 폭풍기마대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체 왜 움직인 것 인가. 정보부의 대원들은 오직 그것을 알기 위해 대원들을 서축으로 보내고 있었고 대장군부 역시 서축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허무하게도 그들은 그저 청해를 침공해서 성을 무너뜨리고, 그야말로 성만 무너뜨리고 약탈은 커녕 백성들을 보호하다가 시간만 끌다가 서축으로 돌아왔다.
그랬기에 오히려 정보부와 대장군부의 장군들이 더 골치를 싸매고 있었다.
그리고 신하들 모두 골치가 아파하는 동안.
이 한제국의 주인.
황제.
유공은 언제나처럼 술을 마시는 주루에서 술을 즐기고 있었다.
여민과 한 남자. 제갈소문.
그 두 사람은 북경 시내를 돌아다니는 인파를 뚫고 어느 한 주루로 들어갔다.
그렇게 허름하지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서민들이 애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주루였다.
주루에 들어서자마자 확~ 하며 술냄새 풍겨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드는 손님들이 보였다.
여민과 제갈소문은 건들건들 거리면서 한쪽 구석에서 술을 혼자 퍼 마시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제갈소문은 그저 무작정 여민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왔기에 저 사람이 누군지 여민이 이곳에 왜 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끌려왔다.
안 그러면 그의 목숨이 위험하니까.
“여어. 오늘은 혼자네요? 근데 정말 맨날 이곳에 있어도 돼요? 다른 사람들이 의심 안 해요?”
여민은 마치 이 사람과 약속이라도 잡은 사람처럼 친근하게 다가와 다른 탁자에서 주문을 받던 점소이에게 이것저것 시키고는 자리에 앉으며 말을 했다. 물론 제갈소문에게 옆에 앉으라는 말도 같이 했다.
“너는 어째 날이 갈수록 말이 짧아지는 거냐? 다른 놈들은 안 그러던데.”
그는 그렇게 여민을 보며 혀를 차며 말을 하고는 술을 다시 따라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걱정 할 필요 없다. 나는 꽤 유명하다고 낭인상인으로 말이야. 너희들은 모두 낭인들이고 큭큭”
“이런이런. 우리 같은 고급 인력을 낭인 취급하는 건 자기 얼굴에 먹칠 하는 거라고요”
여민은 빠르게도 술과 안주를 가져온 점소이에게 동전을 던져 주고는 제갈소문을 재촉해가며 안주를 집어 먹었다.
“옆에 데려온 놈은 누구냐?”
“아 좀 쓸 만한 놈이에요 어때요 한번 써볼래요? 이러니깐 정말 낭인 같네. 큭큭”
여민은 그렇게 말하고는 키득키득 웃고는 다시 안주를 집어 먹었다. 아무래도 이거 다 막고 나서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듯 했다. 제갈소문은 앞에 앉아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좀 들어 보이지만. 흠.. 자신이 경지를 측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나보다는 고수군. 어쨌든 여민인 다 말해주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는 여민과 함께 안주 작살내기에 합류했다.
“그만 쳐 먹어라 빨리 보고나 해봐. 이 자식은 직급 좀 높아 졌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본데 넌 항상 내 쫄자야 알아?”
여민은 먹다가 기분이 상했는지 실룩한 표정을 짓고는 젓가락을 탁자에 박아버리고는 말 그대로 박아버리고는 손가락으로 그 젓가락 끝을 툭툭 치며 말을 했다. 왠지 모르게 건방져 보이는 게 왠지 위험해 보인다고 제갈소문은 생각했고 아니나 다를까 그 중년인의 손은 그라면 막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여민의 머리를 후려 갈겼다.
하지만 여민은 미리 대비 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여 피하고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여민. 그냥 빨리 말하지.”
제갈소문은 여민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을 했고 그 틈을 노린 그 중년인의 손은 여민의 이마를 강타했다. 여민은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면서 제갈소문을 죽일 듯이 바라봤지만 제갈소문은 어깨를 으쓱하며 뭐 어쩔수 없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
“서축의 폭풍기마대가 움직인 것은 용악이 부탁해서 그런 것이에요. 하후양이라고 저랑 같이 돌아다닌 장군. 알죠? 누군지?”
황제 여공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는 뜻 이었다.
“그 사람에게 용악이 부탁을 했어요. 북군부가 자신이 하는 일을 방해 할 수 없게 적당히 압박을 좀 하라고요. 뭐 그걸 적당한 압박이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어쨌든, 용악은 시간을 벌었고 무계를 비롯한 성 5개를 함락시켰습니다.”
여민은 말을 하고는 안주를 조금 집어 먹었다.
‘아 그래서 서축군이 움직인 것이었구나.’
제갈소문은 하후양이 간 것은 알았지만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간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용악이라... 아직도 죽은 용천대장군의 힘이 서축에서 미치고 있다는 건가.’
“그런데 우리가 주목할 것은 용악입니다. 용악 이 녀석은 정말 엄청난 녀석입니다. 사관관에 있을 때 하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설마 이렇게 변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이번에 병사들이 새로 붙여준 별호가 뭔 줄 아세요? 벌써 병사들 사이에서 쫙 퍼졌습니다.
전투의 마왕
녹안용인.
"그 중에서 전투의 마왕이 더 빨리 퍼져가고 있어요. 정말... 다시 생각해도 전투의 마왕이라 불릴 만해요. 우린 어쩌면 이미 200년도 더 전에 사라져 버린 영웅의 시대를 다시 부활시킬 영웅을 만나고 있을지도 몰라요.”
제갈소문은 여민이 하는 말을 듣고 쿨럭하고 술을 쏟아 냈다.
영웅의 시대라니. 그것이 언제 적 이야기 인가.
한사람의 장군과.
한사람의 주술사와.
한사람의 초절정무인으로 전투의 승패가 달라지고 전쟁의 승부가 달라지던 시절.
바로 200년도 전 한제국이 건국되기 전 이야기이다.
하지만 한제국이 대륙통일을 하는 도중에 천하제일인이자 초절정무인이라 불리던 천마 혁무량이 군문의 기마고수의 합공에 견디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서 까마귀밥이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초대 제국의 책사였던 제갈공명과 맞먹을 만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주술사 허공공 역시 압도적인 화포대와 석궁대의 앞에 어떠한 주술도 진법도 펼쳐보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 후로는 영웅이라 불릴 만한 사람은 없어졌다.
지금 이 시대의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오로지 다른 국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신기술과
전체 병사의 양.
그리고 전체 병사의 숙련도뿐이다.
좀 더 강하고 빠르고 무서운 무림인들은 전투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존재로 변해 버린 것이 작금 현실이다.
그들은 그저 소규모 전투에만 필요한 존재. 하지만 지금 여민은 사라져 버린 영웅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바로 자신도 만나본 용악이라는 네 번째 검이 어쩌면 영웅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건 조금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군. 물론 용악 그 녀석이 우리의 상상을 아주 뛰어넘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용악이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을 줄은 예상 못했지만 말이다. 대체 왜 너는 그런 생각을 한 것이냐?”
그 중년인은 여민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이 바로 저것이다.’
제갈소문은 동의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민이 어떤 대답을 하는지를 기다렸다.
“대충 보면 그렇긴 합니다. 지금 용악의 무공수준은 9대신전의 장로, 이름난 대문파의 호법정도의 수준입니다. 네. 그 정도로는 저도 됩니다. 대장군부에도 그 정도 되는 장수들도 꽤 되고요.
하지만 용악과 저에게 동일한 훈련수준을 가진 병사 10명을 붙여 주고 싸우면 60대40으로 제가 집니다. 100을 붙여주고 싸운다면 90대10으로 질것이고 1000명을 주고 싸운다면 100대0으로 집니다. 네.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격어 본 봐 단지 5일 동안의 전투를 겪어본 것만으로도 제 생각에 확신합니다.”
여민은 확신을 한다는 말투로 말하는 도중에 정말 씁쓸해하는 구나, 라는 표정을 지어가며 중년인에게 설명했다.
아무리 그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자신이 패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불쾌한 일일 것이다. 여민의 말이 끝나자 제갈소문과 황제유공도 모두 생각에 잠겼다.
여민이 장군으로써 역량이 부족하다?
전혀. 절대 그렇지 않다.
5번째 검이 괜히 5번째 검이 아니다.
소규모 전투에 강한 것 뿐 이라고? 우스운 소리다. 소규모 전투를 잘하면 대규모 전투도 잘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지지는 않을 정도는 된다.
여민은 소규모 전투에서 무패의 장군이다. 그런 그가 대규모 전투를 한다고 해서 쉽게 질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하지만 분명 싸우면 그냥 진다고 했다. 100대 0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대체 용악이 뭘 어떻게 했기에 여민이 저렇게 확신을 가지는 것이냐. 어떻게 병력차를 극복 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럼 어떻게 용악이 전투를 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공과 제갈소문 모두 침을 꿀꺽 삼키고 여민의 말이 귀를 기울였다.
제갈소문이 봐도 여민은 보통 장군이 아니다. 그런 그가 싸우면 필패라고 한다. 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그러는지 한번 들어 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는 후방을 책임지고 있었기에 용악의 선발대 1000여명이 어떻게 싸우는지 알 수 없었다. 보고를 받을 틈도 없었다.
하루에 성하나.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용악은 해냈다.
“우선 용악은 국경수비군 3000을 모아 훈련시켰습니다. 훈련기간은 약 1달 반. 용악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자마자 바로 병사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여민은 말을 끊고 잠시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이미 먼저 건 낸 보고서를 봤냐는 의미일 것이다.
“알아. 보고서 봤다. 이야기 끊지 말고 계속해”
“네. 그렇게 훈련을 거치고 남은 병사는 1000명. 삼분의 이가 훈련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6월11일 무계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인. 난공성을 공략할 때가 되자 정말 완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훈련강도와 전투력, 사기 등이 최고점에 다 달았을 때 훈련을 끝내자마자 바로 공격에 들어갔습니다.”
여민은 목이 탄지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안주를 하나 집어 먹고 말을 계속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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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 - 흑영기병대 - 25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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