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62화 (62/107)
  • 62장. 감옥-탈출

    이틀은 금방 지나갔다.

    가만히 앉아 쇠사슬을 천천히 건 들어 본다.

    최르릉.

    최르릉.

    쇳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조금 다르다. 이 정도면 가능 할 것이다. 이 쇠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병사들을 시켜 자신을 돌로 된 탁자. 실험대 위에 올리고는 항상 하던 대로 자신의 사지를 묶은 쇠사슬을 실험대에 단단히 묶은 후에 병사들을 밖으로 내 보내고 탁자에 반쯤 엉덩이를 걸치고 걸터앉아 용악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조금만 더...’

    용악은 자신의 팔.

    괴수로 변해 버린 왼쪽 팔을 소리 나지 않게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거... 부작용이 너무 심한 거 같아요. 이건 사람 눈이라고 보기 힘들군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낮에는 녹색 안광이 흘러나오지 않으니까. 그래도 눈이 녹색인 것은 변함없지만. 킥킥. 하긴 그게 너한테 어울리는 것이지. 이 살인귀. 살인마. 냉혹한 살인마! 귀혈쌍도 호호호호.”

    그녀는 애처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장감도 끼지 않은 하얀 손으로 자신의 눈을 매만지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의 뺨을 마구 때리며 표독스러운 눈으로 다시 자신을 바라보았다.

    “잘 붙었어요. 보기에도 그렇게 무섭지도 않고 멋있어요. 아름다워요. 후후 내가 했지만 참 잘하지 않았나요?”

    그녀는 용악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내며 자신에게 좀 더 누어 손으로는 빈틈하나 보이지 않는 자신의 왼손의 비늘을 손가락으로 스쳐가면서 만지며 말을 했다.

    ‘그래, 잘 만들어 주었다고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저주라도 해야 하나! 하하하! 자 이제 죽을 시간이다!’

    최르릉.

    최르릉.

    팅!

    “무슨?”

    푹.

    쿡....

    “쿨럭... 당신... 어떻게...“

    용악의 팔은 쇠사슬을 몇 번 튕겼고 그리고는 그 두껍던 쇠사슬을 끊어 버리고 강철보다도 단단한 용악의 왼손- 흑녹색의 비늘을 번들거리는 괴수는 그녀의 가슴을 꿰뚫고 그녀의 등 뒤로 삐져나왔다.

    그녀는 대체 용악이 어떻게 이 쇠사슬을 끊었는지 정녕 궁금하다는 모습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푹.

    용악이 그녀의 몸에 박혀 있는 손을 소리가 나게 피를 온 사방으로 튀기며 뽑아내고는 차가운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딱딱하고 미끈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서 그녀를 자신의 옆에 눕히고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입을 막은 다음 수술용 칼을 들어 자신의 오른손을 억류하던 쇠사슬을 갈랐다.

    용악은 다리의 쇠사슬은 가르지 않은 채 그녀의 입을 자신의 온전한 오른손으로 막으며 그녀의 귓가에 입을 대고 천천히 말했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해?”

    용악은 돌로 된 실험대에 자신의 머리를 몇 번 비벼대며 소름끼치는 웃음을 내고는 말을 이었다.

    “1년 동안 이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너희들이 주는 음식과 나의 소변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쇠사슬에 뿌렸다. 천천히... 하나도 흘리지 않고 모두다. 큭큭큭... 결국 그렇게 단단하던 이 녀석도 이렇게 삭아버리더군. 그리고 네가 만들어준 이 손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이 손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끊어지도록 만들 수 있었거든. 고맙군.”

    용악은 그녀의 귓불을 한번 깊게 빨고는 말을 끊고 그녀에게 올라타 녹색의 안광을 줄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쇠사슬에 묶인 뒤틀린 자신의 발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몽환적인 하지만 왠지 모르게 제정신인 것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손... 손 치워줘요. 소리는 지르지 않을게요. 흑흑... 당신. 불쌍한 당신.”

    ‘손을 치워 달라고? 훗. 내가 누구도 믿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제정신이 돌아 왔나?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하하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그 꼴을 하고서! 감히 그런 동정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내가 탈출한다고 했었지. 후후... ”

    “쿨럭... 하...아....불쌍한 당신. 불쌍한 당신 분노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르는 어린 아이 같은 당신. 당신의 그런 모습에 내가 반한 것 었는데. 쿨럭...”

    그녀는 자신의 입을 용악의 손이 막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피를 토하며 말을 하고 있었다.

    ‘후후 꽤 오랜 동안 버티는 군. 죽을 줄 알았는데. 결국 내년도 내공을 익히고 있었다는 것이냐.’

    “사실... 나. 우리 마을이 살수단체의 은거지라는 것을 알게 됬어요. 호호... 높은 자리로 올라가니 알 수 있는 비밀도 많아지더군요. 쿨럭... 하지만. 하지만. 난 당신을 버릴 수 없었어요. 아 귀여운 나의 아기. 귀여운 나의 고양이인 당신을...”

    ‘큭큭큭... 그래서 뭘 어쨌다는 거냐? 나보고 이제 와서 너를 동정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냐? 아니면 너를 사랑했다는 그런 말이라도 듣고 싶은 것이냐? 하하하하.. 나는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자. 이미 나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에게서 기대한 것을 나에게서 기대해서는 안 되지.’

    “하아... 그래도 행복했어요... 당신과 함께한 지난 2년. 정확히 말하면. 쿨럭...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었던 지난 1년... 그때로 돌아 갈수는 없겠죠? 그렇죠?”

    용악은 대답하지 않고 수술용 칼을 들어 그녀의 심장에 댔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각을 느낀 그녀의 가슴은 저절로 놀라 움츠려 들었다.

    “하아. 쿨럭... 역시 당신답군요. 다음 생애에는... 다음생애에는 우리 꼭 행복하게 만나요. 사랑해요. 당신. 사랑했어... 쿨럭...”

    그녀의 입을 억지로 멈추게 만든 용악의 손에 들린 차갑고 작은 하지만 엄청나게 날카로운 수술용 칼은 그녀의 심장을 후비고 밖으로 나왔다.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붉은색으로 염색을 한 체로.

    용악은 그녀를 깔고 앉아 잠시 멈춰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녹색의 안광을 줄줄 흘려 내보내는 용비의 푸르른 귀화가 터지는 녹색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천천히

    조용히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둘이 섞여 있는 모습은 왜지 모르게 비현실적이고 무섭고, 소름끼쳤다.

    ‘또 다시 눈물이군. 아직 인간이라는 건가. 하하하. 너는 두 번이나 나의 눈물을 가져간 사람이군. 사랑했다고?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것이냐.’

    용악은 소리 없이 외치고는 삭아서 삐그덕거리는 자신의 발을 구속하던 쇠사슬을 잘라 버리고는 그녀의 몸을 뒤져 열쇠를 찾아 발을 구속하던 둥근 쇠 자물쇠마저 풀었다. 천천히 문을 열며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그녀의 가슴위에 올라타 혀를 날름거리며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빠는 금색눈동자를 가진 검은 고양이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괴수로 변해버린 용악의 왼손은 주홍인 줄 알고서 뒤를 돌아보던 병사들의 목을 단숨에 뜯어 버렸다.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할 틈도 없이.

    용악은 병사의 시체를 방안으로 집어 던지고 병사의 옷을 빼앗아 입고 천천히 이동했다.

    병사의 옷을 입기는 했지만 어둠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흘러나오는 그의 두 눈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병사의 갑옷을 입고 탈출 하려는 생각을 수정하고 그냥 누더기가 된 자신의 옷을 병사의 옷으로 갈아입기만 했던 것이었다.

    용악은 고양이처럼 소리 내지 않으며 담장을 타넘으며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병사와 시비들의 성대를 그야말로 잡아 뽑아 버리며 말이 있을 곳으로 향했다.

    ‘분명 북군부가 자신을 억류하고 있다고 했다. 북군부는 기마대가 중심이고 핵심이니 그럼 어딘가에는 분명 말이 있을 것이 분명. 내가 탈출한 것은 내일 아니 조금만 더 있으면 알게 될 것이다. 일단은 무조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좋아.’

    용악은 생각을 정리하고 말이 있을 만한 곳을 뒤졌다.

    얼마나 그렇게 뒤졌을까. 그는 꽤 쓸 만한 전마를 하나 찾을 수 있었고 그 말을 지키고 있던 병사의 목은 당연히 따주었다. 병사의 옷을 벗겨 말의 발굽을 감쌌고 나뭇가지에 병사의 옷을 둘둘 말아 말의 입을 묶어 소리가 나지 않게 하고는 달려 나갔다.

    용악의 손에는 병사에게서 빼앗은 창이 들려 있었다. 그랬기에 어렵지 않게 장원의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를 갈라버리고 문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별의 방향을 보고 방향을 정했다.

    ‘지금 내 몸은 엉망이다. 이 상태로 제대로 된 병사를 만나면 반드시 죽는다. 무조건. 최단거리로. 국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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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 - 흑영기병대 - 25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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