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60화 (60/107)

60장 감옥 - 변이

용악은 그때의 끈적했던 기억을 떠올리고는 다시금 실소 했다.

‘큭큭큭 그랬었지. 그랬었어... 그때부터 그녀가 미쳐가기 시작했지. 큭큭큭’

-역시 네놈은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지

-멀쩡하던 년을 미친년으로 만들었어.

‘내가 그렇게 만들었던가! 내가? 대체 너희들은 내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누군가의 인생을 망쳐 버릴 정도로 내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냐 그런 것이냐!

하하하하!

나는 세상의 인형!

누군가에 의해서만 움직여지는 줄 달린 인형일 뿐이다!

나의 의지도!

나의 생각도!

나의 모습도!

모두 다 거짓되고 의도 된 것!

나는 그저 세상의 인형일 뿐이다! 큭큭큭! 하지만 그것이 어찌 됐든 나는 살아남았다! 나는 살아남아! 이 세상을 그리고 나를 이렇게 만든 모든 자에게! 분노의 업화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분노의 수마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킥킥 웃기고 있네. 넌 그저 지옥의 종일 뿐이야.

-큭큭 네가 살아난 게 다 너의 힘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큭큭 그저 우연의 틈새에 껴 살아남은 거라고 하하하

‘하하하하 그래도 좋다.

너희들 말이 모조리 맞다 고 해도 좋다. 어찌됐건 나는 살아남았다!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빌어먹을 지옥 같은 곳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다!

지옥에서 살아 나왔듯이!’

한 남자는 그렇게 소리 없이 외치며 다짐했다.

*****

그녀는 어젯밤의 일은 이미 잊어버린 모습으로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용악의 검은 손을 만져보고 있었다.

‘큭큭 저 모습이 바로 착실하게 돌아버린 미친년의 진짜 모습이지.’

용악은 소리 없이 웃었고 그 모습을 주홍은 잠시 바라보고 난후 입을 열었다.

“저기 있는 것 보이죠? 저기 있는 것을 하나씩 당신 손에 붙일거에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재료들로 이루어진,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커다란 솥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그 위에 마치 훈제 구이를 하듯 철망 위에 여러 가지 모양과 크기를 가진 지룡의 비늘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용악의 검은 손에 그림을 그리듯 비늘을 붙일 자리를 그려내면서 천천히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실험이 어떻게 진행 될 것 인지 말해 주었다.

이렇게 친절하게 말해주는 것은 어차피 하게 될 것 서로 편하게 하자는 암묵적인 의사의 통일이 있었고 말이다.

“지룡의 비늘은 그 자체만으로 웬만한 검으로 자를 수 없을 만큼, 아니 웬만한 검으로는 못 잘라요. 그만큼 튼튼하죠. 그런 그들을 어떻게 잡았을 것 같아요 당신?”

그녀는 별로 대답을 기다하지도 않는 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밤이 되면 비늘이 제 힘을 못 쓰는 것 아닌가? 비가와도 마찬가지고, 날씨가 추워져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그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었다.

“역시... 당신은 여러모로 날 놀라게 하는 군요. 당신 말이 맞아요. 그래서 저렇게 약물 처리를 하고 난 후에 증기를 쏘고 있는 것이죠. 저 증기는 여러 가지 독들이 첨가 되어 있어요. 저것들은 밤이나 습기나 냉기나 낮은 기온에서도 끄떡 없이 비늘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 이고. 당신의 살에 더 잘 달라붙게 만들 거예요.”

그녀는 자신의 손에 거미줄 모양처럼 이리저리 하얀 물감으로 자신의 손에 그림을 다 그린 후에 녹피 장갑을 끼고 알 수 없는 물질들을 자신의 왼손에 발랐다.

“당신에게 지금까지 해온 작업은 무림에서 부르는 철사장과 비슷한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이니 안심해요. 그리고 이것은 단단해진 당신의 피부를 살짝 녹여서 더 비늘이 더 잘 붙게 만들게 할 거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 무슨 색인지, 무슨 냄새라고 딱 특정할 수 없는 물질을 자신의 손에 발랐다.

“뜨겁군. 엄청나게... 손이 녹고 있는 것 같은데?”

그녀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용악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크으으...”

“네. 산의 일종이죠. 당신의 피부를 녹인다는 말이 맞을 거예요. 호호호 아파요? 하하하”

그녀는 결국 광소를 터트리며 용악의 검은 손에 그 액체를 다 발랐고 철망위에 있던 몇 개의 비늘을 꺼내 들고 왔다.

“지룡도 관절이 있어요. 그리고 그 관절에는 특수한 비늘이 달려 있지요 왜 그런지는 당연히 알겠지요?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 그 비늘을 먼저 달아야 해요. 호호 아프더라도 참아요. 큭큭 못 참아도 참아야 되고 말이야 하하하”

그녀는 그렇게 웃고는 용악의 손목에 약간 커다란 비늘을 가져다 댔다.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이다. 용악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자신의 손목을 보고 있지는 못했지만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었다.

“정말. 끝내주는군...”

“호오... 당신도 정말 끝내주는군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벌써 3번째 실험이지요. 하지만 다들 실험을 시작하자마자 죽어버렸거든요. 바로 지금 이것에 의해서!”

‘그래 확실히 죽을 만한 고통이다. 하지만. 난 지옥에서 살아나온 자. 이 정도는 고통이라고 할 수 없지. 큭’

“오늘은 이것하고 손가락 부분의 관절하고 팔꿈치 부분의 관절만 붙일 거예요. 관절이 완전히 다 붙고 난후에 본격적인 비늘을 붙일 것 이구요. 기대 해도 좋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난 후 다른 비늘들에 비해 약간 작은 비늘들을 몇 개 가지고 와서 그의 손가락과 팔꿈치에 붙였다.

“큭...”

용악의 꽉 다문 입에서 이빨이 뿌득득 하며 부딪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선혈이 조금씩 입에서 흘러 나왔다. 눈은 붉게 충혈 되어서 푸르른 귀화가 더욱 확실히 보였다.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러저리 발을 옮겨 가며 춤을 추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라라~ 라라~ 아파요 당신? 조금만 참아요~ 라라라~ 라라라~ 오늘은 이것만 하고 그만 할 거예요 이번 실험은 아마 한 달 정도 걸릴 거예요~ 라라~ 라라~”

그녀는 무엇이 그렇게 기쁜지 말을 하면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를 바라보며 냥냥이에게 무언가를 조금씩 먹였다.

“당신 덕택에 냥냥이가 점점 독묘로 변해 가고 있는 것 알아요? 슬쩍슬쩍 당신의 내력이 깃든 달콤한 피를 핥아먹은 냥냥이가 점점 독묘가 되어가고 있다구요. 그래서 당신한테 고마워하고 있어요. 이 녀석만 데리고 다니면 안전하니까. 후후”

그녀는 온몸으로 땀을 흘려가며 고통을 참고 있는 그의 모습을 잠깐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냥냥이에게 계속 무언가를 먹인 후에 밖으로 나갔다.

“그럼 내일 봐요.”

“잠...잠깐만.”

“네?”

그녀는 설마 그 고통속에서 용악이 말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깜짝 놀라서 멈춰 서며 무슨 일 인가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혹시. 아직 실험할 독 중에서 밤에도 눈이 잘 보이게 하는 독 있나?”

그는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대도 불구하고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도 않은 채 황당한 질문을 했다.

‘글쎄....아 있구나. 참. 이번에 새로 만든 것이 있었지. 그런데 왜?? 눈이 밝아져서 뭐하게?’

“그건 왜요?”

“탈출하게”

“하하하하 탈출이라고? 그 몸으로? 그 쇠사슬이 어떤 것인 줄 알고? 그리고 나가서 보초병들은 어떻게 하고? 하하하 탈출이라. 하하 해봐라. 한번 하하 정말 웃기는 당신이라니까. 맘대로 해봐요. 다행히도 새로 만든 독이 있어요. 물론 당신이 첫 번째 실험대상이고 말이죠.”

“고맙군.”

“천만에요. 탈출하기를 빌죠. 하하하하”

그녀는 한 치도 의심할 바 없는 비웃는 목소리로 그를 비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그녀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 둘이 탁자와 쇠사슬을 연결한 고리를 푸르고 벽에 달린 둥그런 쇠를 돌려서 용악의 몸에 달린 쇠사슬을 다시금 벽으로 되돌아오게 감았다.

쇠사슬은 벽안에 있는 기관 장치를 통해서 늘였다가 줄였다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쪽 벽에 달려 있는 둥그런, 마치 배의 키처럼 달려 있는 그것을 돌리면 줄어들고 반대로 돌리면 늘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용악은 가만히 벽에 기대고 앉아서 어느새 자신의 무릎위에 앉아 있는 냥냥이를 바라보았다.

‘독묘라. 너도 참 특이한 인생을 사는 구나. 특이한 주인을 만나고 특이한 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너 자신도 특이한 고양이로 변해가는 구나...’

“그나저나 고맙군...”

‘어떻게 이 쇠사슬을 끊어 내느냐 고민했는데 이렇게 좋은 무기를 선물해 주다니 말이야. 하하하하. 한 달 후 라고? 하하하 그때가 되면 이곳은 물론이거니와 현 천인장을 비롯한 나를 잡으러 왔던 병사들을 모조리 쓸어주마’

“하하하”

공허한 그의 웃음소리는 공허한 감옥 안으로 퍼져 나갔고 그의 무릎에 앉은 고양이만이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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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 흑영기병대 - 254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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