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59화 (59/107)

59장

용악은 지금 거대한 회색빛깔의 아니 회색빛깔에 검붉은 무언가가 얼룩져 있는 돌로 된 탁자위에 누워있었다. 사지를 옭아매고 있는 쇠사슬은 기관장치가 되어 있는지 벽에서부터 거리가 꽤 되는 대도 불구하고 그대로 용악의 팔과 다리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실 겸 감옥 안에는 2명의 건장한 남자와 한명의 가녀린 여자 그리고 한 마리의 고양이가 용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여인은 그 사내들에게 나가보라는 손짓과 표정을 지었고 사내들은 아무 말 없이 밖으로 나가 문을 잠궜다.

“흐음. 역시 이제야 완성이군. 정말 특이해.  항상 묻는 거지만 또 물을게. 당신 어렸을 때 뭐 먹었어?”

그녀는 친절하게 그를 바라보며 물으면서 재질을 알 수 없는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검디검은 용악의 왼손을 만지며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독이 약하나 보지.”

“흠. 아니야. 냥냥이에게 조금씩 먹여 봤지만 반응이 있었어. 하지만 당신은 그 배나 되는 양을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잖아? 이건 내공으로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기억나지 않는 다면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어떠한 일로 인해서 독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라고.”

상황을 보지 못한 채 두 사람이 하는 말만 들었더라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구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감 없는 대화였다. 하지만 그 대화의 당사자의 두 사람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은 실험체였고 한 사람은 피 실험체였으니...

그녀는 약물과 실험으로 인해 새까맣게 변해버린 용악의 왼쪽 손, 정확히 말하면 왼쪽 팔꿈치부터 손가락 끝까지 까맣게 변해버린 용악의 손을 수술용 칼로 그으며 말했다.

대체로 수술용 칼은 일반 검보다는 훨씬 날카롭고 거의 보검에 비할 정도로 날카로운 것이 보통이다. 수술용 칼은 그 특성상. 거의 일회용이라 생각 될 정도로 칼의 수명에 대해 생각 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우 날카롭게 날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였다.

그런데 그렇게 날카로운 칼날로 몇 번이고 그어서야 겨우 상처가 생겨서 핏 방울이 피어 나오다니... 대체 용악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몇 번이나 칼질을 한 후에 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재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수술용 흰색 장갑을 한쪽만 벗고서 용악이 보기 편하도록 용악의 눈앞에 무언가 조그마한 비늘 같은 것을 들고서 장갑을 벗은 손으로 서류를 눈높이 까지 들어 올린 뒤에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실험명. 용인. 남만 깊숙한 곳에 위치한 용의 계곡에서 잡아온 지룡의 비늘을 실험체에게 이식하라. 방법과 수단은 제제하지 않는다. 단. 실험체는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이상.”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서류철을 정확하게 한쪽 벽에 위치한 책상 위에 던져버리고는 용악의 뺨에 난 상처를 만지며 말을 했다.

“어렵고, 짜증나는 전문용어들 다 빼고 알아듣기 쉽게 말을 한 거야. 전에도 한번 들었으니깐 기억하고 있겠지? 기분은 어때?”

“그저 그렇군. 이게 그 지룡의 비늘이라는 건가?”

그 동안 꽤나 시달렸는지 용악은 쾨쾨한 모습에 눈은 움푹 들어 가 있었고 입술은 이미 메말라 갈라졌고 얼굴에는 핏기도, 약간의 기름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몰골을 하고서도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날카롭고 차갑고 살기 가득했으며 그의 눈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욱더 푸르러진 귀화를 풍겨내고 있었다.

“응. 내일부터 실험을 시작 할 거야. 그러니깐 오늘이 당신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이지. 그리고 그 재수 없는 돼지새끼를 만나야 하는 날이고 말이야. 후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그의 몸을 애무하며 옷을 벗으며 누더기나 다름없는 그의 옷도 함께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드럽고 조그마한 손이 용악의 가슴에 난 상처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내려갔고. 흥분한 비음과 신음 소리를 내며 그를 애무하던 그녀는 이윽고 그의 몸에 올라타고는 오만하게 용악을 바라보았다.

“좋아? 좋아? 좋냐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좋아? 호호호”

그녀는 요사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용악의 뺨에 손자국이나 빨게질 정도로 때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꼴에 아직도 남자라고. 귀혈쌍도를 내 밑으로 깔아뭉개다니 호호호호”

그녀는 부드럽고 촉촉한 붉은 입술로 그의 입술과 코와 목덜미를 탐하며 비음 가득한 요사스럽고 색스러운 목소리로 그의 귓불을 간지럼 피며 나긋나긋 하게 말했다.

광기 어린 여인과 돌로 변해 버린 듯한 남자의 사랑이 끝나고 난 감옥 안은 후끈한 열기와 끈적끈적한 공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돌로 변한 것 같은 남자는 쇠사슬에 묶인 채로 가만히 아무것도 없는 거무튀튀한 천장으로 바라보고 누워 있었다.

아니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쇠사슬로 몸을 결박해 놨으니.

용악은 자신의 가슴 위에 올라와 그녀가 낸 상처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는 자신의 피를 핥아먹고 있는 냥냥이를 고개만 움직여 바라보았다.

이곳에 이렇게 갇힌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끌려가 처형 될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고 대신에 용악은 독당의 독인이 되어 끊임없이 새로운 독에 대한 실험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하급 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의 몸은 웬만한 독은 아예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흡수를 해버렸고 그의 몸을 이상하게 생각한 그녀와 다른 연구원들은 더더욱 그의 몸을 해부하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별의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독들이 그의 몸 안에 투여 됐고 자신은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쩐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고 참아가며 그 독을 간신히, 간신히 이겨 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 밤도 그는 독의 고통을 이겨내고 나서 녹초가 된 몸으로 돌로 된 탁자에 누워 있었다.

은은한 달빛이 조그마한 창문을 통해 그가 누워 있는 곳까지 어스름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런 달빛을 맞으며 가만히 있던 용악은 누군가 삐걱 하며 두꺼운 철문을 밀치며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았다.

용악의 시선이 다다른 곳에는 엉망이 된 옷차림으로 한 손에는 술병을 든 채로 들어오고 있는 그녀. 주홍의 모습이 보였다.

술을 꽤 마셨는지 그녀의 눈은 풀려 있는 듯 보였고 화장으로 엉망이 된 얼굴로 비틀비틀 거리며 자신에게 다가 왔다.

“후후후... 당신. 아직도 안자고 있었어?”

“...”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그녀는 용악의 몸에 올라타며 힘차게 술병으로 그의 머리를 내려 쳤다. 하지만 술을 많이 먹은 나머지 시선이 흔들렸는지 몇 번이고 헛손질을 하고 나서야 용악의 머리에 술병을 맞출 수 있었고 그 결과 술병은 깨지면서 용악의 머리를 술로 뒤덮어 주었다.

그녀는 깨진 술병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고는 그의 얼굴에 묻은 술을 마치 고양이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핥아먹고는 그의 가슴에 쓰려져 천천히 그의 가슴을 만지며 울먹이는 하지만 증오에 차있는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 어째서 당신이 살아 있는 줄 알아? 그것도 이곳에서? 훗. 정말 웃기지도 않아. 위에 있는, 살만 뒤룩뒤룩 찐 돼지새끼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풀어헤친 긴 머리로 그의 가슴을 간지럼 피우고는 그의 하얗게 말라버린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고는 그녀의 입술을 부딪치며 혀로 깊숙이 용악의 입을 탐하고는 말을 이었다.

“후후후. 얼마나 웃긴 줄 알아? 남군부에서는 당신이 북군부에서 잡힌 것을 알고 당신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주장하고 있어 남군부가 당신에게 당한 것이 더 크다나 뭐래나. 그걸 자랑이라고 그렇게 큰소리  치는 건지 풋. 당연히 북군부는 내놓지 않겠다는 주장을 내새웠고 독당은 자신들이 잡았으니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후후후. 당신은 잡히지 않았을 때도 문제고 잡혀서도 문젯거리군. 당신은 문제아야. 후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뺨을 다시 한 번 때리고는 그녀 스스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가슴에 난 상처를 따라 핥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난 줄 알아? 남군부의 명령을 따라서 북군부가 위치한 곳에 억류한 후 독당이 그 명령에 대한 실행을 한다는 것이지. 정말 웃기지도 않아... 후후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는 엉망이던 상의를 풀어 헤치고 그의 가슴에 그녀의 가슴을 단단히 밀착시키며 그의 귓불을 혓바닥으로 천천히 간지럼 피우면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랬던가... 하하하하! 결국 그렇게 된 것이라고! 또 다시 나는 줄 달린 인형의 신세가 되는 것인가!!!’

그녀는 보지 못했지만 용악의 두 눈에서는 푸르른 귀화가 실체화가 되어 눈 밖으로 터져 나왔다.

-키키키키. 병신 같은 자식

-여자한테 강간을 당하다니 히히히히

‘킥킥킥 마음껏 떠들어라 하하하하!’

용악은 망령들의 소리를 들으며 서럽게 웃었다.

“후후.. 좋아? 웃음이 나와? 후후후.. 그래서 지금 현 천인장을 만나고 오는 길이야. 아니 이제 천인장이 아니군. 이곳 무계성주라고 해야 하나. 그 살만 뒤룩뒤룩 띤 돼지새끼... 어찌나 무거운지 그 자 밑에 깔려 있는 동안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어.”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그 자의 기억이 그녀의 화를 건들었는지 탐스럽고 하얀 가슴이 출렁거리도록 세게 몸을 일으킨 뒤에 주위에 있던 수술용 칼을 들고는 그의 가슴을 살짝살짝 난도질 하며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그 돼지새끼한테 몸을 팔아야 했다고!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죽지도 않았을 거라고! 흑흑...”

그녀는 난도질을 멈추고 아무렇게나 칼을 던져 버리고는 피투성이인 손으로 화장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가리며 울부짖었다.

얼마나 그렇게 울었을까. 피가 약간씩 묻은 그녀의 얼굴은 정말 서대륙에 있다는 서큐버스라고 불리는 요마처럼 요사스러운 미소를 품겨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그랬는줄 알아? 당신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두고두고 내 옆에 두고 나의 노예로 만들어 버릴 거야. 내가 당한 고통! 모두 돌려 줄 거야. 누구도 나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가지 못해... 후후후”

그녀는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가슴을 애무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바지를 벗기면서 그녀의 머리는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우습다....

우습다....

하하하하 너무나도 우습다...

대체 무엇이 웃긴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습다.

‘내 위에 올라타 몸을 흔들어 대는 이 사랑스러운 미친년도 우습고 좋다고 자신에게 달려들어 말을 거는 저 돌아버린 망령들도 우습고 그저 뭐가 좋다고 웃는지 모르는 내 자신이 웃긴다. 하하. 아. 그렇지 냥냥아 너도 웃긴다. 하하하하’

“킥킥킥.... 하하”

그녀는 갑자기 터져 나온 용악의 웃음소리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오히려 그녀는 요사스러운 웃음을 띤 얼굴로 움직일 수도 없는 그의 몸을 탐했다. 뜨거워진 그의 얼굴을 핥고 촉촉해진 그의 입술을 탐하고 움푹 파인 그의 눈구덩이를 탐하고 아직도 부드러운 그의 귀를 탐했다.

“호호. 예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그때는 정말 행복했었어. 아흑.”

그녀는 그녀의 끈질긴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커져버린 그의 뜨거운 성기를 손으로 잡아 자신의 몸 안에 집어넣으며 몸을 활처럼 휘면서 신음소리를 내 뱉었다.

“여전해..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도 예전 그대로야. 후후후 나의 귀여운 아기.”

그녀는 어느새 몸을 일으키고는 그의 얼굴을 자그마한 손으로 문지르며 그와 눈을 맞추고 색정 가득한 입김을 뿜어내며 그의 입술을 탐했다.

“아. 아. 아흑.”

그녀는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흥분을 더해 갔고 용악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아무런 감정 없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렇게 아주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용악의 눈에서 뺨으로 눈물이 옆으로 흘러 내렸다.

'눈물이.... 눈물이 나는군. 왜지. 왜...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말이야. 눈물이 나는군. 왜...’

-여자한테 당했으니깐 그렇지!

-네가 주도 하라고! 네가

-킥킥킥 나한테 넘기라니까!!

‘큭큭큭.. 강간을 당하건! 독인이 되어 실험체가 되던! 어쩌던 간에 나는 살아남았다! 너의 노예라고! 감히 네가 나를!! 하하하하 웃기지도 않아! 나는 이미 세상의 노예다! 수많은 자들의 노예다! 큭큭 주인이 하나 더 생긴다고 달라질 건 없단 말이다!!’

“하하하. 아 하하”

“호호호. 아. 아흑. 호호호 까아아아”

사지가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그에 걸맞지 않게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살기에 가득 찬 웃음소리를 내는 한 남자와 절정에 다다른 듯한 여인의 괴성과 신음소리와 비음소리로 가득 찬 그녀의 모습은 달빛도 보기에 부끄러웠는지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그 모습은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임에는 분명했지만 왠지 모르게 소름끼쳤고 그것은 광기와 살기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괴성과 괴음과 삐그덕 거리는 돌로 된 탁자의 소음과 함께 광기의 밤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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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 흑영기병대 - 254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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