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영 기병대-56화 (56/107)
  • 56장

    장효는 주루에서 나와 성문에 들려 병사들의 보고를 듣고는 항상 내리던 명령을 내리고는 자신이 생활하는 집으로 돌아 왔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그냥 평범한 집. 고관대작들의 집과 빈민가의 사이에 위치한 그 집.

    처에는 모두 그 집과 비슷한 집들이 있었기에 장효는 언제나처럼 약간 높은 담에 나있는 조그만 골목을 통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녀가 있었다.

    주홍.

    ‘주홍..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다가와 나와 함께 지내는 여인.’

    “왔어요?”

    “아...”

    “뭐예요. 왜 그렇게 쳐다봐요.”

    그녀는 괜스레 얼굴이 약간 붉어져서 곱게 눈을 흘기고는 고개를 돌리고는 그의 손을 잡고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해놓았는지 밥상에는 천으로 가려놓았지만 모락모락 김을 뿜어내며 음식들이 나를 먹어주세요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값나가는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냄새만으로도 맛있게 보였다. 그녀는 능숙하게 그가 갑옷을 벗는 것을 도와주고는 수건을 건네주었고 그는 밖에서 씻고 난 후에 그녀를 앞에 두고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마치 어서 빨리 먹고 평가를 해주세요. 라는 표정으로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그런 그녀의 코를 살짝 꼬집어 준 후에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일 안해?”

    “아. 오늘은 쉬는 날이에요! 나만 항상 일할 수는 없죠. 헤헤”

    그녀는 그를 바라보다가 그의 물음에 약간 놀란 모습을 보이고는 손을 막 흔들면서 웃으며 대답을 했다.

    사실 그가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다.

    그녀의 이름이 주홍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가 고아라는 것.

    그녀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장효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고양이도 좋아하고 지져 분한 것을 싫어하고....

    ‘참 나도 많이도 알고 있군. 어차피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인데 말이야.’

    “저기...”

    “응? 왜?”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며 그를 바라봤다.

    약간 크고 동그란 눈.

    조그마한 코,

    불그스름한 입술.

    은근히 미인 축에 속하는 얼굴이다.

    그녀는 장효의 눈 속에 타오르는 불꽃이 무섭지도 않은지 그를 가만히 보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 혼인... 할래요?”

    “컥”

    장효는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 입안에 있던 분해가 되다만 음식들이 뿜어져 나오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참고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혼인이라고.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이런 내가 혼인이라고! 하!’

    이유 없이 살기가 장효를 감싼다. 이유 없이 알 수 없는 분노가 타오른다. 하지만 장효는 그것들을 뿜어 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항상 망설이면서 무언가 생각을 할 때는 항상 저런 모습을 짓곤 했다. 정말.. 나도 그녀에 대해 사소한 것을 많이도 알고 있군.’

    “갑자기 왜?...”

    “요즘 불안해요. 당신이 떠나가 버릴 것 같아서. 요즘 밤마다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고. 새벽마다 당신이 씻는 모습을 보면 마치... 마치...”

    그녀는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는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볼에 바람을 넣은 체 허공을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훗. 사람이 아니면 뭐야. 귀신이야?”

    장효는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고 그녀는 또 얼굴이 약간 빨개진 체 다시금 장효에게 말을 걸었다.

    “어쨌든... 나 이제 항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요. 영원히. 죽을 때까지.”

    “...”

    “...”

    “사실. 나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잖아? 당신도 마찬가지고.”

    잠시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가 장효가 먼저 항복 선언을 하고 다 먹은 밥그릇과 반찬들을 정리하면서 대꾸 했다.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혼인하고 나면 다 말해 줄게요. 응?”

    “그만... 갑자기 왜 그래? 지금까지 잘 지네 왔잖아? 갑자기 왜?”

    “그건...어쨌든. 생각해 보고 꼭 대답해줘요. 알았죠? 응? 난 우리 냥냥이 밥 좀 주고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충 말하고는 우리가 키우고 있는...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 밖으로 나갔다.

    ‘흠. 갑자기 왜 저렇지. 그 동안 잘 지내 왔잖아? 갑자기 왜.’

    그녀와 그가 함께 한 시간도 거의 1년. 장효는 조금이라도 의심을 덜 받기 위해서 그녀와 함께 했던 것이고 그녀 역시 왠지 모르게 무슨 비밀스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는 듯 했지만 그는 묻지 않았고 그녀 역시 말해주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나중에 힘들어 지기에, 아니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랬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제 이런 생활에 변화를 주려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실 정체도 모르는 여자와 누가 같이 살겠는가. 원수 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다른 이곳 사람들은 나와 그녀가 거의 동시에 나타났기에 서로 부부인줄 알고 크게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녀 입장에서 보면 나를 약간 이상하게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을 거야.’

    장효는 고개를 몇 번 흔들고는 침상에 누워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갑자기 떠나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나와 함께 가고 싶다? 아니면. 흠.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장효가 그렇게 천장을 보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양이와 함께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진한 검정색의 부드러운 털을 가진 고양이가 약간 금빛이 나는 둥그런 눈을 크게 뜨고서 침상 위로 올라왔다.

    ‘이 녀석. 특이하게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아. 시험 삼아서 살기를 내 뿜어도 보았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녀석이야.’

    귀화가 타오르는 장효의 눈을 바라보고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분명 다른 동물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른 동물들은 그를 싫어했다.

    장효는 고양이를 들어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눈을 맞추고는 두 발을 잡고 장난을 치면서 이야기를 했다. 고양이가 알아들을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냥냥이 데리고 뭐하는 거 에요. 이리줘요.”

    “남자들만의 대화를 하는 중이야.”

    “어련하시겠어.”

    그녀는 마치 냥냥이 고양이처럼 조용히 이불속으로 파고들어서 장효의 머리 옆에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내민 후에 코웃음을 치며 장효의 가슴에서 장난을 치고 있던 냥냥이를 빼앗아 바닥에 내려놓았다. 냥냥이는 마치 대화를 방해 한 것이 짜증난다는 듯이 으르렁 거렸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장효의 가슴에 난 상처를 만지며 말을 계속했다.

    “물론.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이라는 거. 부탁 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요? 네? 당신도 저한테 말 못한 사정이 있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면...”

    “그만... 나중에 대답해 줄게. 오늘은 좀 힘들어.”

    장효는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따라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그녀의 손을 이불속으로 집어넣어 그녀의 배위에 올렸다. 그녀의 머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팔베개를 해주고서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무언가 많은 고민을 하는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에게 기대어 잠에 빠져 들어갔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장효와 그녀는 그 날 이후로도 별다른 말없이 항상 하던 데로 지냈고 그녀는 장효가 대답을 하기를 원하는 눈치였지만 다그칠 수만은 없는 일이였기에 그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장효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침묵을 고수 했기에 그녀 역시 약간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지내고 있었다.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갔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바로 작전개시일이 도래했다.

    해는 이미 떨어져서 어둠이 성 밖을 타넘어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장효는 자신의 집에 그녀가 없다는 것이 약간 의아 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을 하며 우물 옆에 있던 나무 밑에 묻어 두었던 나무 상자를 꺼냈다.

    나무 상자는 꽤 컸다. 마치 도(刀)를 몇 개 집어넣을 정도로.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에는 검은색 젠국도 2자루가 들어 있었다.

    장효는 그 도를 꺼내고는 다시 상자를 집어넣고 땅을 다진 후에 방안으로 들어 왔다. 방안에는 냥냥이 혼자 침상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가 장효가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는 천천히 사푼사푼 소리 나지 않게 침상에서 내려와 그의 곁으로 걸어 왔다.

    장효는 탁자에 도를 올려놓고 방안에 있던 수건으로 도집에 묻어 있던 흙과 먼지를 닦아 냈다. 도파는 미리 천으로 싸두었기에 굳이 닦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검집을 깨끗이 다 닦아낸 후에 장효는 탁자 위에 올라와 자신이 하는 짓을 가만히 바라보던 냥냥이를 한번 바라보고는 도집에서 도를 천천히 꺼냈다.

    붉은 도신이 서서히 몸을 들어낸다. 웅웅웅 도가 울어대는 소리에 손이 다 떨릴 지경이다.

    ‘오랜 동안 피 맛을 못 봤다는 것이냐?’

    장효는 칼을 손에 들고 가만히 눈을 감고 칼이 자신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냥냥이는 칼집에서 칼이 빠져나오자 털을 곤두세우며 울부짖었고 장효는 냥냥이를 한번, 아니 한번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꽤 오랜 동안 째려본 결과. 냥냥이는 경계를 풀고 다시금 원래 있던 모습으로 탁자에 위 앉아 자신이 하는 짓을 구경했다.

    다른 칼 하나마저 꺼냈다.

    근 1년 동안이나 사용하지 않았지만 날 하나 빠진 곳은커녕 오히려 항상 날을 갈아 논 듯 날카롭고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동안 칼을 구경하던 그는 칼집에 칼을 집어넣고 자신의 방을 한번 훑어보았다.

    그가 이곳에 올 때 가져온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있다면 오직 이 두 자루의 도(刀)뿐.

    용악은 피식 웃으며 검정색 야행의와 검정색 갑주 그리고 검은색 피풍의를 입고서는 칼을 차고 방문을 나섰다.

    ‘훗 너는 네 주인이랑 함께 있어야지 않겠냐?’

    장효는 자신을 따라 나오던 냥냥이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대원들과 모이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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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7 - 흑영기병대 - 25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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