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장 북경-비사2
뜨거운 태양이 이번 해도 대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북경 근처의 농부들은 혹시나 가뭄이 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였고 얼음상인들은 폭리를 취하지 않고서도 돈을 쓸어 모으고 있었고 해가 떨어진지 오래지만 주루들은 불야성을 이루며 손님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곳.
그렇게 허름하지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서민들이 애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북경시내의 주루.
그 주루 안으로 검은색 장포를 입은 사람이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 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눈이 밝은 사람이라면 그 검은색 장초에 검은색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모르겠다. 검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수놓아져 있기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다.
사내가 주루에 들어서자마자 확~ 하며 술 냄새 풍겨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드는 손님들이 보였다.
그 사내는 자꾸 자신의 다리를 거는 누구의 다리인지 모르는 다리를 밀치며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그래도 1층보다는 조용했지만 50보100보란 말이 어울리게 2층도 마찬가지로 시끄러웠다.
사내는 조용히 눈만 돌려 주위를 살펴본 후 자신이 만나야 하는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저기 창가 옆의 약간 그늘진 곳에서, 마치 이곳은 나의 자리요 하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술을 마시고 있는 한 중년 사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자신이 만나야하는 인물이다.
그 사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그 중년사내가 있는 탁자에 가서 앉았고 점소이를 시켜 약간의 안주와 술 한 병을 더 시켰다.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친한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모습으로 보일정도로 그 사내의 연기는 탁월했다.
“만세 만세 만만세”
“제 26감찰대인가?”
“예”
사내의 인사를 받은 중년사내는 역시나 예상대로 한제국의 황제 여공이었고 여공은 몇 년이 지났지만 그대로 아니 더 원숙해진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위엄을 들어내며 그 사내에게 말을 했다.
“그래. 내 오늘은 꽤 피곤하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군.”
여공은 점소이가 다가와 탁자에 술과 안주를 놓자 주머니에서 약간의 은전을 던져 주면서 서둘러 말을 끊었다. 점소이가 웃음을 지으며 시킬 것이 있으면 자신만 부르라는 말을 하고는 빠르게 사라져 가고 나서야 그 사내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제 26감찰대 임시대장 전위....”
“임시대장이라고?”
여공은 가만히 술잔을 들다 임시대장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잠깐 지었다가 어떻게 된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고 전위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 26감찰대장 황령은 이번 동해군도 해전에서 사망했습니다.”
“그 정도로 치열했던가. 감찰대장이 죽을 정도로.”
여공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전위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혼잣말을 하고는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보고서 번호 7. 동해군도 해전. 전쟁 발발 1330년 4월21일. 전쟁 종료 1340년 6월23일. 사망자수 총 약15000명. 해적 약7000명. 강소성 계동기지 병사 8456명. 해적선 90척 격침. 오급 전함 60척 파손. 교급 전함 10척 파손.
마지막 전투인 동해도 전투에서 해적들 약 2000명. 강소성 해군 약 4000여명 사망. 전투는 해군의 우세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동해도성에 숨겨둔 폭약이 폭발함으로 인해 전투에 참가했던 병사들 중 반수 이상과 모든 해적들이 사망함. 폭약의 양은 대략 600키로가르로 추정되고 있음. 이상입니다.”
“흠.... 피해가 상당히 크군. 동귀어진 할 줄을 몰랐는데.”
여공은 그렇게 혼자서 무언가 말을 하고는 계속하라는 손짓을 보냈다.
“보고서 번호 31. 동해도에 침투한 간세와 비밀무기에 관한보고.
동한국. 벽력당은 새로운 화포와 포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함.
포의 이름은 지룡화통포, 구경은 30센미르. 포신의 길이 2미르. 최대 사정거리 약 1200미르. 유효사정거리 약 900미르. 재장전 시간 약 10분. 새로 발명한 포탄은 피천탄. 작열탄을 개량한 것으로 포탄 발사 후 폭발시간을 조절할 수 있음. 대략 3분에서 10분 정도까지 가능함.
살상범위는 공중에서 폭발할 경우 폭발 반경 12미르. 땅에서 폭발 할 경우 약 9미르. 허나 재료비가 기존 작열탄보다 거의 10배 이상이 들고 습기에 민감하여 보관의 어려움이 매우 큼.
서한국 독당.
새로운 독탄의 개발에 성공.
독연과 비슷한 형태이나 공기보다 무거워 흩어지지 않고 바람을 타고 이동. 바람을 타고 이동하나 처음 독탄을 사용할 때 방향 조절을 하는 경우 바람을 거스르며 이동 가능.
살상력은 독연에 닿는 즉시 칠공으로 피를 토하며 사망.
수(水)중으로 약 6미르까지 침투가능.
색깔은 독연과 비슷한 흰색 계열의 회색.
지속시간은 최대 3일. 최소 2일, 약 2리르로 반경 약 120미르까지 살상가능. 지속시간이 지난 후 독성분은 완전히 사라져 흔적을 찾기 힘듬.
동해도 해전과 동시에 침투했던 25감찰대와 27감찰대, 특수공작군. 한개 대 전부 사망.
곤제국 제4함대와 별도로 505 강습기마대 와 808 수륙특전대. 그리고 곤제국의 사략함대인 푸른 주작 해적단이 동원됨.
한제국과 곤제국과의 전투의 경우 병력의 차가 극심했기에 곤제국은 별다른 피해 없이 신무기를 탈취했음.
4년 전 505강습기마대가 강소를 방문한 이유는 동해도의 해도와 감찰대 및 특수공작군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짐.
이상입니다.”
여공은 전위의 보고를 다 듣고 난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이 마치 곤제국의 황제인 마냥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이 그 동안 준비 했던 것을 다 가로채 갔군. 그야말로 어부지리의 정점... 약은 자식들. 백룡대과 흑룡대를 전부 투입했다라.... 그 자기 잘난 멋에 사는 그 두 부대를 모두. 그리고 저 빌어먹을 해적단인척 하는 비밀해군인 푸른 주작단 까지 말이야.
한발 늦었다. 그 정도 병력을 투입 할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병력을 투입했어야 했다.'
‘젠장. 빨리 천황기갑단를 더 키워야겠어. 아니면 특수공작군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지도.’
보고를 다 마치고난 전위는 이제야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따랐고 황제 여공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본체 자신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한사람은 술을 마시며 다른 한사람은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은 푹푹 찌는 여름의 어느 주루에서나 불 수 있는 흔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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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 흑영기병대 - 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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